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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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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비
작품등록일 :
2019.04.16 20:36
최근연재일 :
2019.05.01 16:5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066
추천수 :
19
글자수 :
49,682

작성
19.04.20 21:05
조회
64
추천
1
글자
7쪽

#5. 그리고 습격

DUMMY

"요새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우리 기수~? 여자라도 생겼냐?”

정석은 지치지도 않는지 버스에서부터 기수를 졸졸 따라다녔다.

정말 유쾌하지만 어디 하나 나사가 빠져보이기도 한다.

"우리 정석이 정말 매일 보니까 질린다. 자리로 좀 가줄래?"

기수와 정석은 투닥거리며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기수는 어딘가 달라졌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어릴 적 부터 모자란 것 없이 많은 것을 누리며 자라왔던 기수지만, 어느순간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다 사라졌다.

약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자꾸 약해지려 하는 자신을 다독이고는 했다.


"저기, [람브란트의 생명과학론]을 찾고 싶은데 잘 안보여서요.."

갑자기 기수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생명과학이라면 2자료실.. 람이니까 가,나,다,라 하면 d25인가? [다형성의원리]가 d48-ㄱ1이었으니 람브란트는 d49-ㅎ3rd1 여기다!'


"d49에서 d50사이 음.. 락,란,랄, 세번째 줄에 가운데쯤 있어요. d49-ㅎ3rd1"

"네???? 아.. 아시는 책인가 봐요. 감사합니다~"


"너뭐냐? 저 책 읽었냐? 그래도 그렇게 정확히 기억하냐? 역시 머리가 좋다 너?"

이런 일에 빠질일 없는 정석이 눈을 부라리며 질문을 쏟아 부었다.

"어제도 누가 찾아서 기억하는거다. 니 자리로 좀 가라 좀!"

정석은 궁시렁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평의기원]은 3자료실 h83-ㅈ1qa2 이고, [아이슈타인의발자취]는 2자료실 u22-ㅂ2po3 이다. 뭐야, 나 책의 위치를 다 외웠잖아?'


새삼 스카이뮬에 대한 위대함이 느껴졌다.

'훗 공부는 뮬에서 하는게 좋겠구만? 오늘 밤에는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기수는 손세수를 하며 눈을 감았다. 떨림과 설렘 그리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드레날린이 용솟음 치고 있었다.


“하암”

점심을 먹고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기수는 바람도 쐴겸 바깥으로 나왔다.

도서관 뒤는 그늘이라 공기가 차가운 편이었다. 사람들은 따뜻한 햇살이 없는 뒤쪽을 잘 찾지 않았지만 기수는 그 한적함이 되려 좋아 들르곤 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벤치에 몸을 눕혔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을 빼곤 잠시 눈을 감았다.


-탁. 타다닥.

‘어? 뭐지?..읍읍’

기수는 밀려오는 답답함에 눈을 떴지만 앞은 까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버둥거려 자신을 옥죄는 무언가를 치워내려고 했지만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쾅.

어떤 힘에 밀려 벤치 아래로 떨어진 기수는 자신을 끌고 가려는 힘을 저항하며 벤치를 잡았다. 하지만 기수의 목에 묶인 줄이 숨을 턱하고 막았다. 기수는 속수무책으로 어딘가로 끌려갔다.


“신기수···?”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고 기수는 그 순간 정신을 놓았다.


기수는 갑자기 스카이뮬의 한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며 잠에서 깨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툭.

"아직 잘 안 되나 보네?"

기수는 이마에 잔잔한 울림을 느끼며 눈을 떴다. 기수의 눈앞에 보여지는 하늘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맑고 화창했다.

“정신이 드냐?”

정신을 잃기 전 그 목소리 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강민이었다.

“어···. “

“괜찮냐? 한참 정신 못 차리던데.”

“음.. 응 뭐 일단은. 나 한참 기절했어?”

기수는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살폈다. 익숙한 풍경 속, 낯선 기분이 들었다.

“아까 니 친구가 왔다 갔어, 니 일까지 처리하느라 정신 없을 거다. 궁금한 거 없냐?”

기수는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였어? 누가 나를 끌고 가려고 한거지? 봤어? 얼굴은?”

“내가 오자마자 놓고 갔어. 뒤쪽 산으로 올라갔는데 너 챙기느라 따라는 못 갔다.”

“그럼 넌 왜 여길 온거지? 일하는 시간인 것 같은데”

“그거지, 그걸 물어 봐야지. 너한테 온거지. 궁금하실 것 같아서. 우린 이제 한 배를 탄 사이니까. 반갑다. 난 178번째 뮬러다. 니가 뮬러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어쨌든”

강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내밀었다. 기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손을 잡았다. 하지만 강민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다.

“난 아는게 없어. 같은 배일지, 다른 배일지는 내가 좀 더 겪고 난 후에 판단할 수 있겠지. 즉, 언제든 그 배에서 내릴 수 있다는 거야”

“쿡. 그래 신기수. 열심히 해라. 그리고 니 몸은 니가 지켜야 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 간다.”


강민이 간 후 기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기수에겐 여러가지 역할이 있었다.

도서관 사서, 혜수의 오빠 그리고 집안의 가장.

강민에 의해 확실히 알게 된건 기수에게 ‘뮬러’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카이뮬에서의 습격과 도서관에서의 습격 이 모든 것들이 뮬러와 영 상관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강민의 말대로 기수는 자신의 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수는 도서관에 뛰어 들어가 노트북을 열고 호신술 이라고 검색했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의 기수는 언뜻 보기에는 함부로 덤빌 수 없어 보였지만 사실 기수는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유도, 주짓수, 태권도.. 다양한 호신술이 존재했다.

기수는 닥치는대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야 신기수! 너 괜찮냐? 누가 너 괴롭히냐 요새? 힘든 것 있음 형한테 다 말해 이자식아!”

호들갑을 떨며 정석이 나타났다.

“괜찮아. 오늘 고맙다.”

“아니야 자식아, 형이다. 이 형은 다 해줄 수 있어, 우리 기수, 오늘은 기저귀 차고 자라 무서웠겠다~”

“말이나 못하면! 퇴근이나 하자!”

“오늘은 한 잔 안 할래?”

“술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붙었나, 왜자꾸 술을 먹자냐, 오늘 바쁘다.”

“와 진짜 정말 너무 튕기네!”


궁시렁 거리는 정석을 뒤로 한채 기수는 버스에 올랐다. 많은 것이 진행된 하루였다. 기수는 빨리 눕고 싶었다.

버스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풀면 금방 잠에 빠져 들었다. 몸이 피곤할수록 그 순간은 더 짧아졌다.

잠이 들면 기수의 눈 앞에 스카이뮬에 접속했다는 글자들이 떠다녔고 원하는 문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바이블에서는 그 문들을 포트라고 했다. 아직 오픈되지 않은 포트도 여럿 있었다.

폴리샤는 스카이뮬을 지켜보고 제어하는 자들이라고 하니 어쩌면 경찰같은 존재였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던 기수는 자신을 향한 눈빛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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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그들만의 리그 19.04.23 56 1 7쪽
7 #6. 지식구매창구 19.04.22 74 1 8쪽
» #5. 그리고 습격 19.04.20 65 1 7쪽
5 #4. 두 개의 감정 19.04.20 71 2 8쪽
4 #3. 스카이뮬 19.04.18 75 2 7쪽
3 #2. 돈의 유혹 19.04.17 87 2 8쪽
2 #1. 낙화 19.04.16 106 2 8쪽
1 #0. 프롤로그 19.04.16 137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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