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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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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1,094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8.11.23 20:00
조회
509
추천
15
글자
12쪽

21. 오아시스 도시 -3- 22. 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1-

DUMMY

58

사람의 유형마다 어울리는 기적이 다르다.

응용력이 뛰어난 이들은 하나 기적만으로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자유형이 어울리고, 우직한 심성을 가진 이들은 한 가지 방면만큼은 남들을 압도하는 무언가를 지닌 고정형이 가지는 게 성장에 유리하다.

그리고 그걸 극과 극으로 나타내 주는 게 바로 박살과 최명주였고, 너무 다른 만큼 대부분 서로의 수준 차에 따라 전투 시간이 짧거나 길거나 둘 중 하나로 나뉘는데, 이번엔 전자였다.

“절단!”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는 양날 도끼를 너무도 쉽게 피한 박살이 상대의 오른손을 강하게 쳤다.

“크아악.”

단 한 번에 주인이 열세를 보였고, 박살이 최명주의 목을 노리자, 그제야 주변 이들이 그를 향해 힘을 발산했다.

“자석!”

“빛이여!”

“풍압!”

“흑염룡!”

각기 다른 기적 명을 외치며 그에게 여러 종류의 라이(li)가 날아온다.

‘이미 늦었다.’

이미 박살의 정글도는 최명주에 목을 치고 있었다.

퍽.

절삭음이 아닌 타격음이 들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었다.

적이 뒤로 쓰러지는 사이, 날아온 공격들은 간단한 도약만으로도 피한 박살이 몸을 옆으로 회전시켜 벽을 박차 다시 강이슬 곁으로 돌아왔다.

펑펑펑펑펑.

다른 곳에 날아간 공격이 여러 곳에 부딪혀 주변에 큰 소음을 발생시켰고, 한산했던 밤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찼다.

“어디서 싸움질이야!”

“협공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좀 해!”

“잠 좀 자자.”

“싸울 거면 낮에 외곽에서 싸워라!”

주변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가, 박살의 신위를 목격한 자들은 싸움보다는 물러나는 걸 선택했는지, 최명주를 부축해 자신들의 숙소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박살은 그들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다시 발을 박차 그들에게 날아가듯 다가간 박살이 은빛 불꽃이 휘감아 정글도를 휘두른다.

‘염라의 오랏줄!’

슥.슥.슥.슥.

“끄악.”

“살이! 내 살이 녹아내린다!”

“아악.”

“제발.. 잘못했으니. 제발 나를. 으악.”

은빛 불꽃에 휘감긴 악인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서생은 단순한 통증만 느꼈는지, 곧바로 일어나더니 그에게 삿대질하며 외쳤다.

“네 놈! 우리 사천에 달하는 신도들이 특히 강력한 우리의 성령들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서생은 허공에 뜬 재민이를 비롯해 도깨비불 형태로 운집한 하늘을 가득 메운 염들을 바라보고 입을 다물었다.

불꽃에 휘감긴 악인들을 사이에서 서 있는 박살이 그를 노려보았다.

“악인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네 놈은 알까? 악인을 잡으면 기본 다섯이 넘는 염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내게 속삭이지, 잡아서 고맙다고, 내 한을 풀어줬으니 평생 당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이야. 게다가 소식을 듣고서 찾아오는 염들 때문에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지. 그런데 백 명도 안 된다고? 어이가 없구나.”

“그래봤자, 인간에 비해 약한 놈들. 이게 뭐야. 끄아악.”

갑자기 허공에서 붉은 줄이 나타나더니 서생을 옭아맸는데, 재민이가 발동시킨 기적 때문이었다.

재민이가, 평소엔 밝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희미한 은빛 형체를 드러냈는데, 그의 오른손엔 서생을 옭아맨 붉은 밧줄 끝을 붙잡고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 내가 약하다고? 네가 말한 염들은 우리처럼 형체조차 드러내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그거 알아? 네가 말한 성령들은 죄다 악귀라서 우리가 싹 잡았다는 거? 내 뒤를 봐봐. 장관이지?-

재민이 뒤에 검은 기운들이 수백의 염들이 내건 붉은 끈에 붙잡혀 박살이 있는 곳으로 끌려가는 걸 본 서생은 사색이 된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염라님, 이들을 모두 묻을까요?-

박살은 고개를 저었다.

“묻어서 기절시켜주는 게 오히려 이놈들에게 좋다.”

“하지만 염라님, 주변 사람들이 비명에 잠을 못 자니까, 일단 묻고 내일 아침에 다시 꺼내서 그 기적을 다시 쓰면 안 돼요? 그러면 본보기도 되고, 악인들도 혼내주고 일거양득 같아요.”

강이슬이 해맑게 미소 지으며 하는 말을 들은, 어느새 일어나 그들을 두려운 눈으로 보던, 양소진이 몸을 부르르 떤다.

박살은 아이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재민이가 염들에게 몸을 돌리더니 괴성을 지른다.

-키엑. 키엑. 키키엑-

-키키엑-

서로 간 알 수 없는 대화 후, 하늘에 둥둥 떠 있던 염들이 내려와 박살의 오라에 묶여 고통스러워한 일곱의 악인들을 땅속으로 직접 끌고 내려갔다.

꽈드득.

“으악.”

“제발. 묻히는 것만은. 으읍.”

섬뜩한 소음과 함께 그들이 조금씩 땅속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박살이 양소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까 한 말 사실이냐?”

“네?”

“차라리 지옥으로 오겠다고 했잖아. 내 세상 이름이 지옥인 거 알 텐데. 오고 싶으면 신도들과 상의해서 결정해. 마침 나오셨으니, 물어봐.”

그의 말에 양소진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러곤 집에서 나온 자신들의 신도를 바라봤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신도들은 동시에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박살이 악인들을 붙잡아 동부구치소에 가둬놓고 다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악인들을 붙잡거나 죽일 때마다 그자에게 고통받았던 염들이 온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악인들을 잡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명과 연관되는 수련이나 보물찾기를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악인을 잡지 않게 되었고, 점차 머릿속에서 그 사실을 잊은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박살이 머무는 오아시스 도시는 물론이고, 인터넷상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전력을 낮게 잡아 사천왕 중 최하위라고 평가했던 이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박살을 응원하지만 그 안에 있는 악인들이 언제 풀려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 서울에 위치한 세상 사람들까지, 그의 전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염들이 악인들을 관리한다던데, 박살에게 죽어서 악귀가 된 놈들까지 잡아서 가둬 놓았다더라. 최소 이천은 넘을 거라는 데, 그러면 악인이나 악귀를 얼마나 잡은 거야?

-그것도 바로 넘어오는 게 아니라 지금도 소식이 전해지는 대로 넘어온다고 하네요.

...

-부산 도끼왕 부하들이 악인들이었는데, 그들은 낮에는 불타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답니다. 같은 세상 사람들이 꺼주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불이 옮겨붙어서 난리래요.

-그거 악인이나 악귀, 악물에게만 해당한다던데. 다시 말해 도끼왕 그 새끼가 거둔 부하들이 조폭 끄나풀 출신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거니까, 이번 일로 그자에게 가기보다는 비슷한 세력권끼리 합쳐서 고립때 버티자는 내용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 나도 그중 하나고.

...

-악물은 경매장은 물론이고, 지나다니다 걸리면 곧바로 악귀 빼내거나, 같은 등급 보물을 줘서 교환한 다음 그 자리에서 부수고 가루가 떨어진 땅까지 한꺼번에 가져간다던데. 진짜 이 정도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 처리해주는 사람은 없을 거다.

-악인, 악귀, 악물까지. 진짜 지옥이었던 거임. 그는 염라였던 거임.


거의 사실과 비슷한 여러 정보가 인터넷상에 도배 되면서, 박살들은 여러 이점을 얻게 된다.

우선, 이번에 다시 강한 세력으로 평가받으면서 그들이 식량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확 줄어서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줄었다는 점이다.

그다음은 박살들의 세상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제일 먼저 인터넷 글들과 자신의 약함을 깨달은 양소진이 자신의 죄는 받을 테니, 사람들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 외에도 백이 넘는 세력이 넘어가고 싶다고 하거나, 연합을 원한다는 말을 해왔다.

제일 큰 문제인 사람이 적다는 단점을 이번 기회에 줄일 생각으로 박살은 범프를 고립까지만 쓸 수 있는 물만 뜨고 추가로 뜨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자진해서 악물이나 악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데리고 와 확인을 부탁하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세상으로 들어오는 염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큰 소득은, 바로 박민석과 그의 세상의 합류였다.

그의 세상으로 넘어오기로 원하는 세력 중, 인간 수만 오백이 넘고, 염의 경우 천이 넘는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니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박살의 세상으로 넘어가자는 박민석의 의견과 버티자는 의견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목격한 자 중에는 그의 세상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으로 박민석의 의견에 힘이 실렸고, 박살에게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있는 걸 알면서도 얼굴도 못 비친 거냐?”

“미안해 형. 만나고 싶었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

“잘했다. 한 곳의 지도자라면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의견을 듣는 걸 중요시하는 게 맞아. 아무튼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민석아.”

“하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염라님.”

웃으며 두 사람이 악수함과 동시에 박살의 눈앞에 은빛 글자가 떠오른다.


-지옥으로 박민석의 세상 ‘남산 핵 주먹’이 흡수된다. 두 세상이 서로 접해 있는 곳이 있으므로, 버러지는 공지가 아닌, 하나의 세상으로 등록된다.


“설마 했는데, 진짜 붙어 있었네.”

“내가 3호선 먹은 건 잊었냐?”

“통로만 먹었다며.”

“통로에 역사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냐.”

그의 말에 박민석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헐. 그러면 규모가 확 늘어나는데... 그걸 이관우라는 사람이 싸우지도 않고 넘겼다고?”

“그렇다니까. 이호선까지 포함된 구간을 바로 넘기고 가버리더라고. 아무리 위험한 순간이었다지만, 내도 예상 못해서 그냥 보내버렸다.”

“나도 진짜 만나보고 싶다.”


[그럼 나중에 오아시스에서 보자. 박살, 아니 박살 형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박살이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지옥(지옥읍(⋆⋆⋆⋆) - 동부리, 검던 1리, 검던 2리, 산지리, 목동리, 서초 1리, 신림 1리. 신대방 1리. 사당 1리.)*

[주신] 박살

[신도] 염(⋆)*4111, 염(⋆⋆)*348, 염(⋆⋆⋆)*73, 염(⋆⋆⋆⋆)*24, 염(⋆⋆⋆⋆⋆)*3, 인간(⋆)*1021, 인간(⋆⋆)*43, 인간(⋆⋆⋆)*4, 개(⋆)*61, 고양이(⋆)*35, 개(⋆⋆)*11, 고양이(⋆⋆)*21, 고양이(⋆⋆⋆)*1.

[성소] ⋆*42, ⋆⋆⋆*5, ⋆⋆⋆⋆*2, ⋆⋆⋆⋆⋆*3

[조각] ⋆*22275, ⋆⋆*123, ⋆⋆⋆*19,⋆⋆⋆⋆*7

[그릇] 21994

[기적] 복구(⋆⋆⋆-), 지옥화(⋆⋆⋆⋆-), 근원지(⋆⋆⋆⋆-)


동북구치소 중앙통제실.

박살이 심사를 거쳐 자신과 면접이 맞닿는 곳을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양해를 구하고 반려한 뒤 식량만 지원하고 난 다음 변한 수치를 바라보던 그의 눈앞에 은빛 글자가 떠올랐다.


*여섯 번째 시련. 고립*


작가의말

다들 건강 잘 챙기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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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6. 어려워도 -4-, 27. 세상은 요지경 -1- 18.12.13 543 12 12쪽
68 26. 어려워도 -3- 18.12.12 484 11 11쪽
67 26. 어려워도 -2- 18.12.11 479 15 14쪽
66 26. 어려워도 -1- +1 18.12.07 506 12 12쪽
65 25. 일분 천하 -1- 18.12.06 472 13 11쪽
64 24. 사당 원정 -3- 18.12.05 472 13 11쪽
63 24. 사당 원정 -2- +2 18.12.04 471 12 11쪽
62 23. 무지갯빛 돌멩이 -2-, 24. 사당 원정 -1- 18.12.03 473 12 12쪽
61 23. 무지갯빛 돌멩이 -1- 18.11.30 499 11 13쪽
60 22. 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2- 18.11.29 499 12 12쪽
» 21. 오아시스 도시 -3- 22. 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1- 18.11.23 510 15 12쪽
58 21. 오아시스 도시 -2- 18.11.22 519 14 10쪽
57 20. 한계에 부딪히면 -2-, 21. 오아시스 도시 -1- 18.11.21 491 11 12쪽
56 20. 한계에 부딪히면 -1- 18.11.20 531 13 13쪽
55 19. 약탈? 의적? -6- +2 18.11.19 518 14 14쪽
54 19. 약탈? 의적? -5- 18.11.17 521 14 15쪽
53 19. 약탈? 의적? -4- 18.11.16 515 16 14쪽
52 19. 약탈? 의적? -3- 18.11.15 527 11 12쪽
51 19. 약탈? 의적? -2- 18.11.14 586 12 12쪽
50 18. 같은 단어, 다른 의미. -5-, 19. 약탈? 의적? -1- 18.11.13 562 12 10쪽
49 18. 같은 단어, 다른 의미. -4- 18.11.12 566 10 13쪽
48 18. 같은 단어, 다른 의미. -3- 18.11.10 576 13 17쪽
47 18. 같은 단어, 다른 의미. -2- +2 18.11.09 598 12 12쪽
46 18. 같은 단어, 다른 의미. -1- 18.11.08 628 13 14쪽
45 17. 이번에도? -1- 18.11.07 592 11 12쪽
44 16. 돌고 돌아 -4- +2 18.11.06 578 15 12쪽
43 16. 돌고 돌아 -3- 18.11.05 601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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