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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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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9.02 23:1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89
추천수 :
12
글자수 :
38,828

작성
24.09.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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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의(3)

DUMMY

어느 날인가.

정의를 보는데 어떤 확신이 하나 생겨났다. 이제 그가 일진들을 혼자 이길 수 있다는 확신. 이런 확신이 생긴 이유는 오랜 기간 그들의 싸움을 봐 왔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 안목이 높아진 이유가 크다.


여전히 나의 능력을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운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내 근육은 일정 이상 커지지 않았다. 처음엔 운동량과 강도가 부족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충분하다고 인정했으니까. 선수 출신이었으니 그의 말은 신뢰해도 될 것이다.


트레이너는 내게 먹는 양을 언급했다. 영양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이 커지지 않는다는 얘기. 더불어 휴식의 중요성도 알려줬다. 그때부터 하루 다섯 끼를 먹기 시작했고 충분히 잤다. 그런데도 근육은 커지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근육이 커지지 않았음에도 힘은 계속해서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애초에 초인은 마나가 있으므로 일반인보다 훨씬 빨리 강해지긴 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내가 강해지는 속도는 초인의 범주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물론 내 짐작일 뿐이지만 여러 정보를 검색해서 확인했으니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다.


아무튼 난 근육에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았는데 헬스를 할수록 다른 능력도 같이 발달했다. 바로 대상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눈이다. 음 뭐랄까. 생명체를 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강함을 느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키, 근육의 크기, 밀도, 인대의 장력 등을 추측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여기에 대상이 움직이거나 힘을 사용하면 정확도가 더욱 올라간다.


지금 정의는 큰 덩치는 아니었으나 밸런스가 잡혀 있고 단단했다. 특히 근육이 아주 유연하고 오밀조밀했다. 마치 내 눈엔 근육이 압축된 것으로 보였다. 반면 장상재의 근육은 크긴 했으나 압축되어 있지 않았다. 크기에 비해 약한 것이다.


숫자로 두 사람의 전투력을 메기자면 100점 만점에 정의는 70점 장상재는 60점 정도였다. 평균적인 학생들은 50점 정도 된다. 장상재를 제외한 일진들도 55점을 넘지 못한다. 즉 정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장상재를 발라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아직 모르겠어.”


정의는 자신이 아직 그들을 이길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운동하잖아. 복싱 배운 지도 오래됐고. 이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화는 하지 않지만 우린 운동을 하면서 꽤 자주 마주쳤다.


“그건 알아.”

“이기는 걸 안다고? 근데 왜 그러고 있어?”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싸워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만큼 당했으면 돌려줘야지.”

“그 문제가 아니야.”

“뭐가 문제인데?”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자 정의가 희미하게 웃었다. 난 그가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상당히 편안한 미소였다.


“할 수 있으면 안 싸우고 싶어. 스스로 멈출 수 있기를 바라거든.”

“누가? 재냬 들이?”

“응.”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나왔다.


“설마 쟤네가 반성하기를 바라는 거야?”

“아마도.”

“네가 무슨 예수님이야?”


예수님도 저 정도로 당했으면 복수가 합법이라고 하지 않을까?


“내가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폭력은 멈추겠지만 그건 내가 있을 때뿐일 거야.”

“...”


난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 내내 정의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가 힘으로 일진들을 제압한들 그들이 정말 가만히 있을까? 고작 한 명인 정의를 말이다.


아마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꺾으려 할 것이다. 꺾지 못하더라도 정의가 없는 곳에선 일진 행세를 그대로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반성하기를 기다린다고? 너무 이상적이고 답답한 생각 같았다.


**


한 달이 더 지나고 원하는 일이 드디어 발생했다. 정의가 장상재 패거리에 맞서 싸운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평소와 같은 괴롭힘이었는데 이번엔 도가 지나쳤다. 최근 뉴스에 나온 청소년 괴롭힘 중 하나인 기절시키기를 박상철에게 한 것이다.


박상철은 기절한 뒤 꽤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를 발견한 정의는 그가 죽은 줄 알고 진정으로 분노했다. 난 그때 정의의 얼굴에서 분노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붉어진 얼굴로 순식간에 일진들을 때려 눕혀 버렸다. 그 속도는 아주 빠르고 명쾌했고 주먹 한 방에 일진 하나가 나가떨어졌다. 장상재 역시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하고 턱을 맞아 볼품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정의는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일진들을 모두 정리하고 박상철을 양호실로 업어 데려갔다. 다행히 박상철은 생명의 지장없이 깨어났다.


그날 우리는 모두 속으로 환호했다. 복수라고 하기엔 너무 짧았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모두 일진들이 없으면 정의 얘기를 했고 그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은 정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를 중심으로 뭉쳤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를 중심으로 세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장상철 패거리는 교실에서 더 이상 설칠 수 없게 되었다. 정의를 등에 업은 아이들은 마치 자경단처럼 교실의 평화를 지키려 했다. 그 모습에 난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껴야 했다. 일진은 아니나 비슷한 패거리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을 받은 것이다.


“야. 박상철. 요즘 살 만 하냐?”


정의가 없는 틈을 타 일진 한 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자경단 중 한 명이 나와 그를 막아섰다.


“건들지 마라.”

“하.”


일진은 어이없다는 듯 자경단을 노려보았다. 당당히 눈빛을 마주치던 그가 일진의 눈을 피했다. 이에 일진이 코웃음쳤다.


“비응신 새끼들. 이정의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벌레들이 왜 이렇게 깝치지. 야.”


일진이 자경단의 가슴팍을 밀었다.


“야.”


또 한 번 밀자 자경단 아이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정확히 일진의 안면에 꽂혔다. 곧이어 두 사람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순식간에 규모가 커졌다. 일진들이 모두 튀어나왔고 자경단 아이들도 전부 싸움에 참여했다.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건이 날아가고 피가 튀었다.


결과는 자경단의 승리였다. 정의가 없음에도 그들이 이긴 것이다.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상대로 네 명의 일진이 이길리는 만무했다. 게다가 그 열 명도 지난 10개월간 장상재의 횡포를 보며 나름대로 힘을 기르던 아이들이다. 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장상재 패거리는 완벽하게 패권 대결에서 패배했다. 문제는···


“야 너 매점 가지?”


난 운동을 시작한 이후 거의 매일 매점에 갔다. 배가 금방 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틈틈이 쉬는 시간에 빵과 우유를 밀어 넣어줘야 했다.


“어.”


나에게 말을 건 아이는 자경단인데 키가 크고 몸이 단단했다. 점수로 치면 56점 정도.


“가는 김에 내 것도 좀 사다 줘.”


부탁하는 말이었으나 그냥 심부름 해달라는 애기였다.


“미안. 네가 사다 먹어.”


최근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경단이 실세가 된 후 그들은 일진들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들과 비슷한 행세를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웬만한 아이들은 그들의 행위가 명령이 아닌 부탁으로 이루어졌기에 못 이기는 척 들어주었다.


“아니 가는 김에 좀 사다 주면 되잖아.”


그의 표정이 강압적으로 변했다. 난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딱 오늘만이야.”


결국 그에게 돈을 받고 빵을 사다 줬다.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해준 일이었지만 심적으로 매우 불쾌했다. 자존심이 상하고 빵심부름을 한다는 시선을 의식하니 쪽팔리기도 했다. 빵을 가져다줄 때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마치 남성으로의 자격을 박탈당한 것 같았다.


“왜 했어?”


자리에 앉자마자 정의가 물었다. 아마 심부름한 걸 본 것 같다.


“뭘?”

“심부름. 너도 운동 많이 했잖아.”

“이번만 해준 거야.”

“다음에도 시키면?”


난 정의를 빤히 쳐다봤다.


“네가 나서줄 거잖아.”


그 말에 정의가 잠시 침묵 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표정이 좋진 않았다.


“매 번 그렇게 나서면 네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걸.”

“마음이 불편한 것보단 나아.”

“좀 참아. 마음이 조금 불편한 것보다 몸이 편한 게 낫잖아. 왜 사서 고생하냐?”

“몰라. 그냥 내 이름이 그래서 그런가 봐.”

“...”


이정의. 한자가 뭔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그 정의가 맞을 거다.


“이름대로 살면 세상 사람들 다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야 될 걸.”

“그런가.”


정의가 멎쩍어 했다. 그때였다. 앉아있는 우리에게 갑자기 그늘이 드리웠다. 얼굴을 들어 정체를 확인하니 장상재가 정의를 내려보고 있었다.


“나와 십새끼야.”


장상재가 정의의 멱살을 잡더니 질질 끌고 교실 앞으로 데려갔다. 정의는 제대로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난 감각을 끌어올렸고 장상재를 관찰했다.


‘몸이 변했어.’


이전 장상재의 몸이 아니었다. 이전과 달리 큰 근육에 속이 꽉 차 있었고 이를 이어주는 인대나 건도 강철만큼 단단해보였다. 게다가 혈색이 미묘하게 달랐는데 이는 혈액이 매우 빨리 돌고 있다는 증거다. 경험상 혈액이 빨리 돌면 인체는 강해졌다. 지금 장상재의 전투력은 100점, 아니 100점을 넘어섰다.


“야. 장상재 이 시발놈!”


자경단 세 명이 나섰다. 이를 본 장상재가 정의를 던져버리고 자경단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두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고 한 명이 그의 두툼한 손아귀에 목을 잡혔다.


“컥..컥..”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그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때 정의가 온 몸을 던져 장상재의 턱을 가격했다. 그의 턱이 돌아갔으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데 1초가 걸리지 않았다. 장상재는 웃고 있었다.


“그동안 재미있었지? 병신새끼들.”


장상재는 여전히 잡고 있던 아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고 조금 더 산소가 차단되면 죽음에 이를 것이 확실해보였다. 이에 자경단과 정의가 달라붙었으나 그의 손짓 한 방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초···초인..”


반 아이 중 한 명이 두려움에 떨며 말하자 교실의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반인은 무슨 짓을 해도 초인을 이길 수 없다. 아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은 불가능하다.


“초인이라고?”


덤비려던 자경단이 웅성거리더니 이내 그들의 발걸음이 뒤로 물러났다. 덤비는 것은 오직 정의뿐이었다. 그는 장상재에게 잡힌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소용없음을 깨닫고 교실 의자를 들었다.


-퍼억


쇠로 된 의자 다리로 장상재의 머리를 후려치자 그제야 장상재의 몸이 비틀거렸다.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정의는 무자비하게 의자 다리를 후려쳤다. 장상재가 아이를 놓치고 쓰러졌다. 정의는 곧바로 쓰러진 아이를 보건실로 데려가려 했다.


-서걱


초인관리국에 신고하기 위해 핸드폰 번호를 누르던 내 귀에 교실에서 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잘리는 소리. 마치 두꺼운 고기를 써는 것 같은 소리였다. 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영화에서만 보던 아주 잔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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