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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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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팜팜
작품등록일 :
2024.09.02 23:19
최근연재일 :
2024.09.09 23: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88
추천수 :
12
글자수 :
38,828

작성
24.09.02 23:20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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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정의

DUMMY

“여러분은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교장 선생님의 연설이 끝났다. 아,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이다. 나도 이제 열일곱이 돼서 고등학교에 가야 한다. 꿈 얘기를 들으니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하준 넌 꿈이 뭐냐?


초인, 의사, 검사, 가수 등 아이들의 꿈이 발표되고 나에게도 형식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똑같았다. 내 성격이 이상한 건지 아니면 욕심이 없는 건지 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열심히 살려면 꿈을 가져야지. 꿈 하나 정해와.

-....네.


라고 대답했지만, 굳이 아직 열심히 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의 난 아주 평화로운 상태였으니까. 가정은 화목하고 부유하진 않았으나 가난하지도 않았다.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내다 적당한 직장에 들어가서 살아도 괜찮은 인생 같았다. 다만 문제는.


‘초인이 된 것 같은데.’


이틀 전인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피곤하거나 가벼운 느낌이 아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몸 상태였다. 뭐랄까. 심장이 두 번 뛰는 느낌이랄까. 혈액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몸 안에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찾아보니 초인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운 좋게도 사람들의 절대적인 꿈인 초인으로 각성한 것이다. 초인(超人)은 말 그대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로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와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보통 초인이 되면 능력을 스스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아직 내 능력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했다. 난 이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하고 초인 등록을 하려다가 이내 관뒀다. 알리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


초인이 되면 권력, 명예, 부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든지, 시민을 구한다든지.. 그런 위험한 일 말이다. 굳이 그렇게 해서 권력과 명예, 부를 얻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고등학교에 다니면 된다.


**


풍천고등학교 1학년 3반.

내가 배정된 반이다. 아쉽게도 중학교 때 같이 온 친구들은 모두 다른 반으로 배정됐다. 담임선생님은 여자로 상당히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계셨다. 아이들은 모두 신났고 쉬는 시간이 되자 조금씩 이야기를 트며 친해졌다.


“넌 어디 중학교에서 왔어?”


짝꿍이 물었다. 둥글고 통통한 얼굴이 겁이 많고 선해 보였다.


“난 선화중. 넌?”

“아. 선화중~. 난 산목중 나왔어.”

“산목중. 거기 싸움 잘하는 곳 아니야?”


싸움 같은 것에 관심은 없지만 산목중은 꽤 유명했다. 폭력적이고 싸움 잘하기로 알아줬기 때문이다.


“맞아. 우린 쉬는 시간만 되면 애들이 피 터져서 실려 나갔어.”

“...진짜야?”


짝꿍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통한 볼살이 흔들리는 게 귀여웠다.


“김하준?”


짝꿍이 내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불렀다. 나 역시 짝꿍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덕훈.”


이름이 얼굴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가 갑자기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고 작게 속삭였다.


“우리반에 산목중 일진 있어.”


그러더니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시선을 따라가니 의자에 눕다시피 걸터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덩치가 크고 눈매가 사나워서 절로 시선을 피하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재가 일진이야?”

“응. 장상재. 다행히 우린 앞자리라서 괜찮을 거야. 가능하면 뒤쪽에서 뭔 일이 나도 신경쓰지말고 쉬는 시간에 눈에 띄는 행동하지마.”

“알았어.”


난 이덕훈의 말을 잘 새겨들었다. 중학교 때도 일진이 있어서 대충 저들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엮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사건은 점심시간에 터졌다. 밥을 먹고 덕훈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반 아이 중 하나가 갑자기 앞문과 뒷문을 잠근 뒤 창문까지 모두 닫아버렸다. 이유를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덕훈이 고개를 흔들며 아닌 척하지 말라는 신호를 줬다.


“뭐 하는 거야?”


난 작게 속삭였으나 덕훈이가 대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냥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핸드폰 해.


그러더니 핸드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케하고 기분나쁜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온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작게 기침했다.


‘담배.’


고개를 살짝 돌리니 두 명의 남자애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덕훈이가 말한 일진과 또 다른 아이였다. 당장 교실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들의 눈에 띌 게 분명하기에 뿌옇게 번지는 담배 냄새를 맡고만 있어야 했다.


‘미친새끼들인가.’


그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오늘 처음 진학한 학교에서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중학교 때 일진도 이러지는 않았다. 학교생활이 편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담배 연기를 막았다.


“야. 너 뭐 하냐?”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문 앞에 한 아이가 서 있었고 일진 한 명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덕훈이 재빨리 내 팔목을 잡고 흔들었다. 난 호기심을 누르고 다시 핸드폰에 집중했으나 곧 그 아이가 누구인지 기억났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박상철이었다. 왜소하고 소심해서 이름만 알지 친분은 없었다.


“아. 나 화장실이 급해서..”

“있다가 가.”

“....나 지금 진짜 쌀 것 같아서 그래.”

“닥치고 앉아.”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다시 앉은 것 같았다. 일진들은 담배를 다 피우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냄새가 천천히 교실에서 빠져나갔다. 이 일이 익숙한 지 그들은 창문을 확 열지 않고 시간을 들여가며 열었다. 대략 20분 정도의 시간에 거쳐 그들은 담배 연기를 빼냈고 그제야 반 아이들은 자유가 됐다.


“야. 너 와 봐.”


문이 열리자마자 화장실을 급하게 다녀온 박상철을 일진들이 불렀다. 그가 겁먹은 표정으로 일진들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나도 화장실에 다녀와서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가서 음료수 좀 사 와.”


고등학교에는 1층에 매점이 있었고 우리 교실은 4층에 있었다. 남은 점심시간은 10분. 매점에 아이들이 있기에 빨리 갔다 와야 하는 시간이다.


“점심시간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아 뛰어가면 충분해.”

“....”


박상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연했다. 반 아이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고 일진들은 일부러 보란 듯이 아이들을 제재하지 않았다.


“뭐 하냐? 뒤질래?”

“....”


박상철은 내면의 자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 여기서 굴복하면 계속해서 일진의 심부름꾼으로 살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내내 괴롭힘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드물게도 자존심을 택했다.


“모.. 못 해.”


대답과 동시에 아이의 얼굴이 돌아갔다. 일진이 그대로 뺨을 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안 가?”


금세 박상철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병신 새끼가. 자존심 부리고 있네.”


이번엔 주먹이 날아갔다. 주먹은 박상철의 얼굴에 정면으로 꽂혔고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됐다. 장상재는 누워 있는 박상철에게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로 집요하게 그를 밟아댔다. 박상철은 웅크린 자세를 취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럴 때마다 장상재가 종아리나 허벅지를 강하게 짓눌렀으니까.


그렇게 약 5분가량을 때린 장상재는 힘이든지 호흡을 몰아쉬며 박상철의 머리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박상철의 눈엔 겁이 잔뜩 묻어 있었고 그는 장상재의 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다음 쉬는 시간에 사 와라. 담탱이한테 이르면 죽여 버릴 테니 그렇게 알고.”


우리는 다음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온 신경이 점심시간에 일어난 흡연과 학교폭력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기 바빴다.


‘어떻게 할까.’


내 관심은 박상철이 다음 쉬는 시간에 할 행동이었다. 또 맞기 싫으면 심부름해야 했다. 맞기 전에 그는 자존심을 택했으나 구타가 끝난 후 그의 눈동자는 죽어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에 잠식된 것이다.


아마 그는 음료수를 사 올 것이다. 그리고 중학교 때처럼 일진들의 꼬봉이 되겠지. 물론 누군가 나서서 선생님에게 고자질한다면 다음 일어날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용기 있는 아이가 있을까? 자신이 초인도 아닌데?


그럼 나는?

초인인 나는?


아니. 초인인 걸 고려할 필요는 없다. 초인으로 살지 않을 거니까. 그냥 평소의 나대로 행동하면 된다. 어차피 남의 일이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굳이 선생님에게 말해서 장상재에게 찍힐 필요는 없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꼭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런 생각은 전혀 비겁한 게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이덕훈을 비롯하여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걸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누군가는 재빨리 교실을 벗어났고 누군가는 엎드려 잠을 청했다. 나와 이덕훈은 핸드폰에 집중했다. 그러나 모두의 감각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안 가냐?”


장상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의 고개가 힐끔 돌아갔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대부분이 이 상황을 지켜봤다.


“도..돈 줘..”


그 떨리는 말에 난 숨이 막히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게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동정인지,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탄산이랑 빵 하나 사 와.”


장상재가 건넨 돈은 천 원이었다. 음료수만 해도 천 원인데 빵까지 사 오라는 것이었다. 박상철의 시선이 급격히 흔들렸다.


“돈이 부족한데..”

“어쩌라고 병신아. 네 돈 보태서 사면 되잖아.”

“...알았어.”


그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벌게져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일진의 꼬봉이 되는 것. 그걸 반 아이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만해라.”


박상철이 뒷문을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일어났다. 그는 내 뒷자리였고 금세 명찰을 볼 수 있었다.


‘이노건’


얼굴이 꽤 잘생겼고 안경을 낀 아이다. 양아치의 느낌과 모범생 느낌이 공존해 있어 뭔가 체육부장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몸도 또래에 비해 다부져 보였다. 그가 곧바로 자리에서 나가 장상재 앞에 섰다.


키는 장상재가 얼굴 한 개 정도 더 컸으나 이노건의 덩치가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난 덕훈이에게 조용하게 물었다.


“재도 산목중이야?”

“아니. 나도 잘 몰라.”


아마 점심시간이 아닌 지금 나서는 건 수업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고 다짐한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 한 줄기가 피어난 것이니까.


“야 가지마. 가지 말고 자리에 앉아.”


이노건이 박상철에게 말했고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으나 이노건을 믿고 자리에 앉았다. 이 모습을 본 장상재가 입을 열었다.


“자진해서 꼬봉하겠다는 놈은 처음이네. 네가 갈 거냐?”

“첫날부터 깝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이노건이 장상재를 노려다 보며 말했다. 그 눈빛이 살벌하기 그지없어 난 이노건이 장상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받았다. 실제로 장상재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이노건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센 척하네. 병신새끼가.”


장상재의 주먹이 나가고 이노건과 두 사람이 치고받기 시작했다. 이노건은 재빨리 안경을 던진 후에 몸으로 파고들어 장상재를 뒤로 넘겼다. 그 자세를 보니 아무래도 무술을 배운 것 같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장상재가 땅에 넘어졌으나 곧바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싸움은 몇 분 간 박빙이었다. 서로 황소처럼 달려들었으나 쉽게 승부를 내지 못했다. 아이들은 모두 속으로 이노건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상재와 함께 담배를 피던 일진이 뛰쳐나와 이노건의 머리를 샤프로 찍어버린 것이다. 장상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노건을 넘어트려 짓밟기 시작했다. 다른 일진이 거둔 것은 당연했다. 난 피투성이가 되는 이노건을 보며 박상철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깊은 절망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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