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방탄리무진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저리그의 투타 천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방탄리무진
작품등록일 :
2024.09.18 13:45
최근연재일 :
2024.09.19 22:4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764
추천수 :
20
글자수 :
33,817

작성
24.09.18 17:07
조회
153
추천
4
글자
13쪽

2화 관통

DUMMY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즈넉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푸른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뇌리에 떠올렸다.


엄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외계인 남성의 피를 물려받은 존재였다.

지구에서 유일무이한 외계인의 후손이었다.


엄마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남성과 사랑에 빠졌고.

그 결과물이 바로 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엄마가 나를 임신한지 석달 만에 고향 행성으로 되돌아갔다.


그런 탓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엄마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허나 엄마는 강한 여성이었다.

나를 남들 못지않게 키우기 위해, 집안일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셨다.

그 덕분에 나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느끼지 못한 채.

나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벤치 아래에 굴러다니는 단단한 조약돌을 손에 쥐고, 가볍게 힘을 주자 두부처럼 바스러졌다.


확실히 나는 일반적인 지구인이 아니었다.

내가 타고난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가 그 증거였다.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내 능력이 외부에 드러나는 걸, 극도로 경계하셨다.

국가의 비밀 조직이 나를 생체 모르모트(실험체)로 만들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었다.


그같은 이유로 나는 최고 구속을 180킬로 내외로 줄인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마음먹고 공을 던지면 300킬로 이상도 충분히 가능했다.

허나 엄마의 신신당부 덕분에, 나는 180킬로 수준으로 구속을 줄였다.


그리고 타격도 10할이 가능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5할 정도의 수준으로 타율을 조절하고 있었다.


내 동체시력은 인간을 수백배 이상 능가하는 경지였다.

그런 탓일까.

아무리 빠른 공도 나에게는 굼벵이처럼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은 집채만한 크기로 느껴졌다.


당연히 내 컨트롤은 전 세계 최고였고.

타석에서의 컨택 능력 또한 지구 최강이었다.


하지만 모두 의미 없는 일이었다.


엄마가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데, 투구 스피드와 타격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 얼굴에 절로 허망한 표정이 떠올랐다.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엄마 때문이었다.


마음이 무거운 탓일까.

내 몸도 덩달아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 즈음, 청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이 요란한 울음을 토했다.


박동수 감독님의 전화였다.


그날 저녁.


합정동 인근의 식당에 들어서자 감독님과 스포츠 신문의 야구전문 대기자인 윤상철 아저씨가 나를 반겼다.


그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윤상철이 은근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에게 즉답했다.


"네. 전혀 없습니다."

"엄마 때문에 그런 거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뒤.

윤 기자가 지나가듯이 말을 내뱉었다.


"한양 이글스랑 조대 자이언츠, 엘전 트위스의 10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더라."


그에게 넌지시 되물었다.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윤 기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들 3팀이 10위 싸움을 하는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예.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그리 말하자, 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년에 있을 드래프트에서 너를 1픽으로 선택하려면 무조건 10위를 해야 하거든. 그래서 그들 3팀이 10위 목으 매다는 거라고."


씁쓸한 표정이 입가에 내걸렸다.

솔직히 나는 자이언츠와 트윈스, 이글스 팀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물론 나를 전폭적으로 후원해주는 이글스 팀이 10위를 기록하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한양 이글스는 시즌 말미에 극적으로 10위 탈환에 성공했다.

그런 때문일까.

한양그룹의 양승조 회장은 오종환 감독에게 1억이 넘는 보너스를 비밀리에 건넸다.

신상필벌이 확실히 사람이었다.


그 즈음, KBO 사무국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 예정인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대표팀 명단을 언론에 발표했다.


당연히 야천도 한국 대표팀에 포함되었다.

그는 대표팀의 투타를 책임질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다.

허나 야천은 국내 예선 경기만 참가하고 마이애미에서 펼쳐지는 본선에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친의 병간호를 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KBO 총재인 허양구가 야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마이애미 본선에도 참가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그가 있는 한양병원 VIP 병동을 방문했다.


*


VIP 병동의 휴게실에서 허양구 KBO 총재와 만남을 가졌다.

그가 애절한 얼굴로 읍소했다.


"마이애미 본선에 제발 참가해주게."

"죄송하지만 엄마의 병간호 때문에 해외로 출국할 수 없는 처지거든요. 그러니 총재님이 저의 사정을 이해해 주세요."

"어차피 어머님은 병원에서 알아서 케어를 해주는 것 아닌가? 그러니 국가를 위해서 마이애미 본선에도 나와주게."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그에게 대꾸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럼 이만."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찰나.

갑자기 허양구 총재가 내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 후, 간절한 얼굴로 구구절절한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 WBC에서 한국팀이 또 다시 나쁜 성적을 기록하면,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엄청난 실망감에 휩싸일 게 불보듯 훤한 일이지."


내 얼굴에 절로 딱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70대의 연배인 허 총재가 십대 청소년의 발밑에 무릎을 꿇은 탓이다.


"박 선수의 어깨에 한국 야구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그러니 제발 내 얼굴을 봐서라도 마이애미 본선에도 출전해 주게."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총재님이었다.

결국 그의 애절한 요구를 못 이기는 척 수용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마이애미에서 펼쳐지는 WBC 본선 라운드에 참가했다.

우리팀은 본선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베네주엘라 팀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모두의 예상대로 선발 투수와 1번 타자에 기용되었다.


1회초에 1번 타자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친구는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였다.

그런 탓일까.

나를 내심 우습게 여기는 눈빛을 내비치며 160킬로에 육박하는 포심을 포수 미트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내 기준에서 녀석의 160킬로 대의 포심은 10킬로 수준의 아리랑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받쳐놓고 때리면 그만인 공이었다.


내 배트가 힘차게 돌아갔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이 장내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야구공이 경기장 밖으로 훨훨 날아갔다.

장외홈런이었다.


우리팀이 앞선 상태로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 후, 180킬로에 달하는 불꽃 포심을 포수 미트 한가운데에 정직하게 연달아 꽂아넣었다.


펑펑펑! 스트라익 아웃!


펑펑펑! 스트라익 쓰리 아웃!


메이저리그 강타자로 도배된 1번부터 3번까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탓일까.

상대팀 덕아웃에서 경악한 탄성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내 투타 능력이 야타니의 전성기 시절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새였다.


나는 그날 27타자 연속 탈삼진과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고.

더불어 5연타석 홈런 기록마저 작성했다.


10일 후.


WBC 결승전의 상대팀은 미국이었다.

당연히 오늘의 선발은 나였다.

나는 1회부터 9회까지 미국 타선을 상대로 27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퍼펙트였다.


더불어 4연속 장외홈런을 때려냈다.

한국팀이 사상 최초로 WBC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WBC MVP에 선정됐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다음날.


나는 국내외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병원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를 병간호하기 위함이었다.


*



LA 다저스의 프리드먼 사장이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그는 야타니를 능가하는 이도류 천재로 평가받는 한국의 박야천을 만날 생각이었다.

허나 그의 계획은 초장부터 대차게 틀어졌다.


야천이 그와의 만남을 냉정하게 거절한 탓이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그는 무조건 야천을 만나고 싶었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인 야타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는 10년 7억 달러(9,800억)의 역대급 조건으로 야타니를 5년 전에 영입했다.

허나 야타니는 첫해에 지명타자로서 50-50(홈런과 도루)을 달성한 이후.

이듬해 시즌부터 본격적인 이도류에 나섰다.


허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야타니의 몸으로는 이도류를 소화하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고.

그 덕분에 야타니는 세번째 팔꿈치 부상을 당하게 되었다.

이도류가 영원히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그의 장타력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급전직하했다.

세번째 토미존 서저리의 후유증이었다.


결국 야타니는 4시즌 만에 장기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늦은 밤.


프리드먼의 호텔방에 박동수 감독이 나타났다.

그들은 악수를 교환한 뒤.

진솔한 태도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박동수는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5년 동안 받은 경험이 있는 관계로 영어를 나름 잘했다.

그같은 이유로 그들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나누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프리드먼이 현금 500만원을 박동수에게 내밀었다.


"야천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동수 역시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탓으로 프리드먼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좋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


겨울 시즌이라 우리 팀은 가까운 일본으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허나 나는 엄마곁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 남았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한양병원의 VIP 병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엄마 곁을 묵묵히 지켰다.


그 무렵, 감독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었다.


얼마 후.


병원 앞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서자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감독님과 백인 남성이 보였다.


감독님 곁으로 다가가자 백인 남성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다. 박야천. 하하하...!"


별로 마음에 안드는 인간이었다.

그는 LA 다저스의 패딩 점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TV에서 자주 보던 남자였다.

남자는 LA 다저스의 사장인 프리드먼이었다.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악수를 거절했다.


의자에 착석하자. 감독님이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프리드먼 사장님이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어찌나 간청을 하던지..."


그가 내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그 즈음, 프리드먼이 감독님에게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박야천 선수와 단 둘이 할 말이 있는데, 자리를 비켜 주시면 고맙겠군요."


잠시 뒤.


감독님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장내에서 조용히 사라졌고.

직후 프리드먼의 입에서 놀랄 만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10년 계약 조건으로 너에게 7억 달러(9,800억)를 제시할 용의가 있는데, 관심이 있나?"


야타니와 같은 계약 조건이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는데, 정말 그렇게 많은 돈을 저에게 배팅할 생각이신가요?"


프리드먼이 태연한 안색으로 대꾸했다.


"너는 WBC에서 지구 최고의 투타 천재임을 증명해냈지. 나는 그점을 높이 사는 거고. 그래서 이렇게 과감한 배팅을 하는 거지."


솔직히 그의 엄청난 제안에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나도 사람이었다.

당연히 돈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실래요."

"시간은 많으니까, 내 제안에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줘."


그리 말하며 명함 한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날 새벽.


나는 VIP 병실의 간이 침대에서 엄마를 만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엄마는 건강하던 예전 모습으로 내 꿈속에 나타났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엄마가 애처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천아!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줄래. 연명치료를 받는 게 너무 힘들어."


"나도 이제 저승에 가서 편하게 살고 싶구나. 야천아."


그말을 끝으로 엄마는 내 꿈 속에서 사라졌다.


며칠 후, 새벽.


오늘도 엄마 꿈을 꾸었다.

그리고 꿈 내용 역시 며칠전과 대동소이했고.

엄마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3일 뒤, 새벽.


오늘도 꿈속에 엄마가 나왔다.


엄마는 오늘 역시 자신을 놓아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렸다.


*


3번이나 연속해서 같은 꿈을 꾼 탓일까.

나는 엄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엄마는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했다.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일주일 후.


엄마를 화장한 뒤, 수도권 근교의 납골당에 모셨다.


나는 이 세상에서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그런 탓일까.

상상을 초월하는 외로움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송두리째 관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이저리그의 투타 천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6화 혼쭐난 경기 NEW +2 9시간 전 58 1 13쪽
5 5화 뉴욕 양키스 디퍼(지급유예) 계약을 제안하다 NEW +4 13시간 전 80 4 13쪽
4 4화 배보다 배꼽이 6배나 큰 계약 NEW 19시간 전 108 4 12쪽
3 3화 힐링 예능 +2 24.09.18 132 4 12쪽
» 2화 관통 24.09.18 154 4 13쪽
1 1화 최고구속 180킬로와 장외홈런 마스터 24.09.18 233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