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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韓山) 님의 서재입니다.

1987 미안해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한산(韓山)
작품등록일 :
2023.05.10 12:14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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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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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글자수 :
274,795

작성
23.05.1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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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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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회고. 개새끼들 전성시대

DUMMY

잉. 그래. 처음엔 그저 두들겨 맞는 어매가 보기 싫었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거지처럼 시장바닥을 기며 머리를 조아리던 우리 어매.


어매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가난하고, 가난하고.. 어.. 음..


잉, 그려. 열심히 교회 댕긴 거?


12살의 난 보다 못해 악을 쓰고 그 새끼의 팔을 물어뜯었어.


어매에게 받을 돈이 남았다고 이죽거리던 그 새끼는, 눈깔이 뒤집혀서 좌판 생선가게 칼을 들고 설치는 나한테 쫓겨 도망을 쳤지.


아.


그때 그 새끼는 정말 배창시를 헤집어 놨어야 했는디.


큭큭. 경험도 읎고, 경황도 읎어서 그땐 정말 그걸 못했네. 염병.


괜스레 어매가 다니던 애먼 교회 유리창만 박살이 났지.


하여튼 그래.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개처럼 짖고,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




시간이 지나서 나도, 상대도 조금 더 커지고 많아졌을 때.


여전히 수틀리면 짖고, 물어뜯던 나한테도 형님이라고 부르는 개새끼들이 솔찬히 많이 생겨 부렀어.


고민 끝에 나는 똘똘한 놈, 몇 놈만 데리고 서울로 상경을 했고.


그러다가.. 1976년이었지.



“아우님. 조양원이.. 그 조양원이가 아우님 고향 동생이람서?”



명동의 황제 신현상. 그 양반이 나한테 그렇게 운을 뗐어.


아따, 그 양반. 눈매부터가 부리부리한 것이 풍채가..


딱! 저 양반이 이 바닥 꼭대기다! 싶었지. 그 위엔 참말로 암 것도 읎어 보이드라고.


게다가 사실적으로도 그땐..


5.16 때 사형당한 이정재의 동대문사단이 유지광과 정원종이 패로 갈려 싸운 지 오래였고.


김두한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종로파를 이어받은 아오마스 심현종도, 벌써 10여년도 전에 까마득한 후배였던 그 양반한테 곤죽이 된 상태였거든.


말하자면 그 양반은 그때 이미 진짜 명실상부한 전국구 오야붕이었다, 이 말이여.


그야말로 낭만의 시대를 끝내고, 완벽한 세대교체를 해버린 새 시대의 전국구 두목. 큰형님. 보스.. 뭐, 그딴.. 거는 염병.


큭큭큭.. 그래봤자 낭만이고 지랄이고, 그저 개새끼덜 개족보에 한 놈 더 올라간 거였드라고.


어쨌든, 사람들은 지리산 공비들 토벌해서 훈장도 받고, 6.25때 인민군한테 총알도 맞은 그 양반을 그냥 ‘신중사’라고 불렀어.


그 양반이 육군특무대(기무사의 전신)를 1등 중사로 제대했거든.


당연히 그 양반네 식구들은 ‘신중사파’ 라고 불렀는디.


문제는 그 양반이 나한테 양원이 얘기를 하면서 변죽을 울리던 그 타이밍이 참..


신중사파하고 이제 막 세를 불리던 우리 무교동파가 한창 전면전을 벌이던 중이었어.



“야. 뭐, 딱히 살가운 사이는 아니지만서도. 양원이가 지보다 쪼까 더 일찍 상경을 했어라.”



내가 답을 했던 그 시절.


우리 무교동 식구들은 서남 쪽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범서남파’ 라고도 불렀어.


근디, 그게 말이 좋아 한 식구지 흔한 말로 그냥 한 지붕 세 가족이었거든.


힘이든 돈이든 빽이든.. 신중사파에 비해 뭐 하나도 나을 것이 없던 집구석이 모시는 형님들도 제각각, 따르는 동생들도 제각각이었다, 이 말이여.


그 양반은 그걸 잘 알고 있었어.



“우리 양원이 잡고, 이 전쟁 끝내지. 무교동 식구들 나와바리는 그대로 둘 테니까, 집안 단도리 잘해서 챙기고.”



캬! 이어지는 그 양반 말이 참말로 절묘했지. 절묘했어.


양원이를 잡는 다는 건, 그 뒤에 있는 철종이 형님을 은퇴시킨다는 얘기였거든.


사실, 그 때 그 전쟁은 양원이가 겁도 없이 신중사파 대가리 몇몇을 회칼로 조지면서 그 사달이 난 거였어.


그게 75년도 샤브레 호텔에서 정점을 찍었고, 그 일로 철종이 형님은 물론 양원이가 끗발을 날리면서 단숨에 전국으로 이름을 날리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신중사파는 물론이고, 어느새 우리 무교동 식구들 사이에서도 철종이 형님하고 양원이가 점점 더 껄끄러워 지기 시작한 거라.



“그랴. 선을 넘어 부렀어. 아무리 그려도 명색이 건달이 쪽바리도 아니고, 회칼이 뭐여? 회칼이..”



나를 신중사 앞에 데려갔던 번개, 박성종 형님이 그렇게 말을 받드라고.


평소에도 신중사파와 우덜의 격차가 너무 크다면서 우려를 했던 분이었거든, 그 형님이.


우덜은 우덜 제끼고 무교동 전부를 접수하려고 했던 철종이 형님하고, 그 밑에서 물불 안 가리던 행동대장 양원이도 견제해야 했응께.


그런 의미로다가 신중사의 제안은 우덜헌티 아주 안성맞춤이었던 거지.


물론 믿을 수만 있다면 말여.



“야. 그럼, 지가 작업하겠어라. 근디, 이 마당에 건달이니 협객이니, 지는 고건 잘 모르겠고요. 그냥 양원이 놈 한 거 맹키로 그대로 돌려주고 올랑께.. 그 짝은 약속이나 잘 지켜 주쑈.”



감히 나는 신중사에게 그 짝이라는 표현을 썼어.


이 일만 끝나면 이제 나도 우덜 쪽에선 그 짝 같은 꼭대기다, 뭐 그런 거였지.


하.. 후회가 막급이지만서도..


그 길로 나는 사시미 하나 들고 가서, 철종이 형님을 작업했네.


그 형님, 불구로 만들어서 강제로 은퇴시켜 드린 거지.


그랬더니 졸지에 내 이름이 사방팔방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데..


나중에 신중사가 신군부에 밀려 현장에서 발을 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지역을 3분하는 범서남파의 두목이 됐어.


3년을 도망 다니던 양원이가 지 이름으로 하나 만들고.


나 잡겠다고 올라온 재동이가 OP재동파라고 또 하나 만들고.


뻔한 야그 같지만서도..


그게 소위 7,80년대 전국구 3대 패밀리여. 요새 영화에도 숱하게 나오는 그.. 개새끼, 깡패 집단들.


후.. 그래도 고걸로다가 나도 이제 다 왔다, 허고 생각혔는디..


그랴. 꼭대기가 아니었어도 그냥 그 정도로 물러났어야 혔어.


근데, 원채 개새끼덜은 적당히 끊을 줄을 몰라. 그쟈?


사실, 뭔가 쫌 누다 만 거 맹키로 찝찝허기도 허고.


잉, 76년엔 그게 다가 아니었어.




***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두 달이나 지났을까?



“긍께, 시방 그.. 부각하님 말씸은..”


“어허! 이사람. 지금 누구를 상대로 토를 다는 건가? 자네, 이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


“웜마. 참말로.. 아니, 뭔 내용을 지대로 알어야 망을 보든, 땅을 파든 헐 거 아녀라. 영 거시기 하믄 부의장님이 좀 알아듣게 말씸을 해 보시덩가요.”



박통의 제4 공화국, 대통령 경호 실장 차재철. 그리고 그 옆엔 야당 쪽 국회 부의장 이철성이었어.


한 놈은 점잔 빼고 뒤로 기대 앉아있었고, 한 놈은 나헌티 몸을 기울여 속닥거리는데.


햐.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니, 차재철이가 누구여? 박통허고 10.26 때 같이 죽은 최측근 아녀.


그때, 그 잡것을 사람들이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소통령. 아니, 부각하라고 불렀어.


그야말로 프리 패쓰! 못하는 게 없고, 안 되는 게 없는 국가 공인 넘버 2였다, 이 말이여.


오죽허면 중앙정보부장 김대규가 박통 죽인 게, 다 그 차재철이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까.


여하튼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그때는 참말로 이해가 안가드라고.


솔직히 나야 그저 그런 깡패새끼였지만, 거기 같이 앉거 있던 것들은 정부 여당의 실세에다가 야당 중진 국회 부의장 아녀?



‘뭐여? 시방, 이 심란한 조합은?’



잉. 딱, 그 심정이었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게. 전당대회. 신국당 전당 대회 못하게 막고, 대의원 명단 없애. 직인 챙겨서 가져오고.”



이철성 부의장이 나헌테 그러드라고. 그 대단하신 부. 의. 장. 님이 말여.


쩝. 지금이야 내가 어지간한 정치면은 빠짐없이 보니까는 빤 허지만서도..


그 때만해도 당췌 고것이 뭔 말인지 감을 잡을 수가 있어야지.


근디, 그때.



“임자. 임자가 임자네 식구들 정리했듯이 하면 돼. 부의장님 같은 고향사람 도운다고 생각하고. 거, 명색이 각하 아래에 있는 제1야당인데 경상도 사람이 총재가 되면 그림이 되겠어? 그림이?”



차재철이. 그 잡것이 말여.


박통 흉내 내면서 나를 임자, 임자 불러 쌌는 것도 거슬렸는디..


거기다가 71년 대통령 선거 때나 하던 그 지랄을 또 하드라고.


그때, 중정에서 전략적으로 만들어 냈던 것이 그 염병할 지역감정이었거든.


그거 밑에서 수발들던 게 죄다 나 알던 옆 동네 아그들이라서, 내가 잘 알어.


표가 젤로 많은 경상도에서 ‘박통은 경상도 아이가.’ 해 싸면서, 전라도 가서는 뒷구녕으로 전라도 사람들이 한 거 맹키로 ‘전라도여 단결하라!’ 뭐, 그딴 찌라시를 뿌려 댄 겨.


그려. 킥킥.. 라떼는 말여, 지역감정이고 뭐시고 그냥 다 찌라시였어, 찌라시.


근데, 참말로 거시기 하지. 아니, 함 생각을 혀 봐.


그때 대통령이 경상돈데, 왜 경상도 김영산이가 야당총재가 되면 안 되는 겨?


그리고 또, 지는 경상도 대통령을 모시면서 왜 전라도 사람 편을 드는 겨?


생각할수록 참.. 요샛말로 아주 개그여, 개그.


봐봐. 이런 거여.


71년 대선 때, 박통 경상도. 야당 대통령후보 김대종 전라도.


긍께 그땐, 3선개헌으로 코너에 몰렸던 박통이 중정을 통해서 그 판을 경상도랑 전라도로 갈라 쳤던 거여.


서울서도 밀리는 판국에 영 딴 방법이 없었응께.


우덜 같은 개새끼들은 뭣도 몰라서 용돈 몇 푼에 그걸 신나게 뿌려댔고.


헌디, 나헌티 그것들이 찾아왔던 76년에는 그 당시 유력한 야당 총재 후보였던 김영산이..


아, 그 김영산이가 박통헌티는 원체 그냥 껄그러웠거든.


김대종이하고 둘이서 입만 열면 군부독재 타도였응께.


어쨌든, 그 경상도 김영산이를 팽 시킬라니까, 그냥 또 전라도가 필요했던 거지.


그래서 차재철이 그 잡것이 나헌티 이철성 부의장 고향 운운함서 약을 친 거고.


솔직히 나도 뭐, 그 시절엔 그저 고향사람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힘을 보탰응께, 할 말은 읎지만서도..


근디, 그거 알어? 이철성이 그 양반은 전북이여. 나는 전남이고!


쓰읍. 여하튼 핵심은 그게 아녀.


전라도고, 경상도고 그건 다 말짱 말장난이고..


중요한 건, 차재철이 그 잡것이 했던 그 말이라고.


‘임자 식구들 정리했듯이.’ 어쩌구 씨부려 쌌던 그 말.


그랴. 고것이 뭔 말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야그지만 그 땐 쪼까 더 짱구를 굴려야 혔어.


그러다가 문득, 고것이 말 그대로 내가 철종이 성님 은퇴시킨 야그라는 걸 깨달았을 땐! 허, 씨벌. 기가 차드라고.


잉. 맞어.


조선시대나 있었던 영호남 갈라치기는 일제 때 이미 끝났지.


짐승만도 못하게 짓밟히면서 뭐가 전라도고, 경상도겠어. 똑 같이 조선 사람이고, 힘없는 부모였지. 힘을 합쳐 버티기도 모지란 판에 쌈질을 했겄어?


그걸 꾸역꾸역 다시 끄집어 낸 개호로 쉐끼들은..


후.. 잘잘못을 떠나서, 그 잘난 대통령 더 해먹겠다고 개헌까지 허면서 미쳐있던 박통하고, 그 주변 잡것들이었지.


여하튼. 그리고 나서 생각을 해봉께.. 이게 결과적으론 나가 무교동을 정리한 거랑 판박이더라, 이 말이여.


신중사를 뒷배로 두고 철종이 성님 은퇴시켜서 나가 그 자리를 차 앉은 것처럼, 차재철이를 뒷배로 두고 신국당 전당대회 초쳐서 김영산이 잡고 이철성이 그 양반이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거시기지.


참.. 뭔 놈의 나랏일 하는 것들이 우덜같은 개새끼들하고 하는 짓거리가 그리 똑 같은지.


차재철 그 잡것이 그때 당시 돈으로 3,000만원을 내 손에 쥐어 주드라고.


그 돈이면 그때, 서울서 집 10채는 살 수 있는 돈이었어야.


공무원 월급이 2만원 하던 시절이었응께.


그랴. 그래서 더 높.. 으신 개새끼들 말씸을 받들어 총 허고, 기다리다 봉께 그 날이 왔네. 염병.


그것들 참 친절하기도 허지. 내가 중차대한 나랏일 하다가 쪽 팔릴까봐 그.. 뭐냐, 잉. 당원증도 주고, 명함도 하나 파주드라고.



- 신국당 청년 위원회 위원장-



워뗘? 내 평생 첨으로 가져봤던 지대로 된 명함인디.


사실, 지금에야 하는 야그지만..


그때도 나가 깡패새끼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어.


나가 철종이 성님 은퇴시켜 불고 양원이 도망 다닐 때, 거칠 것 없이 세력을 키워서 그 유명세가 솔찬했거든.


하지만 기왕지사 하는 거, 신국당 당내 파벌 싸움같이 보여야 헝께 파 준 걸 거야. 그게.


그리곤 그날이 왔지.


나쁜 놈들?


아녀, 그냥 개새끼들이여.


바야흐로 ‘개새끼덜 전성시대.’




* 본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나, 등장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 역사적 사실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된 픽션임을 밝힙니다.

* 공모전 참여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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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깡패와 대학생 (3) +1 23.05.11 439 9 12쪽
3 2화 깡패와 대학생 (2) +3 23.05.10 513 12 12쪽
2 1화 깡패와 대학생 (1) +2 23.05.10 626 11 13쪽
» 회고. 개새끼들 전성시대 +5 23.05.10 971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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