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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나 혼자 한 베타테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illllilll
작품등록일 :
2020.08.01 19:44
최근연재일 :
2020.08.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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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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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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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

DUMMY

어두컴컴한 방안.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광경.

검은색 벽돌과 중세 시대풍의 건물.

나는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다.

그야 모를 리가 없지.

여긴 Cry of Devil 게임 대성당 안이니까.

진짜로 들어와 버렸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라서 입장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게임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도대체 이 게임은 뭐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라?

내가 한 말이 아니데.

뭐지?

옆을 돌아보니 사람이 있다.

이번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구나.

저 사람과 친해지면 마음이라도 통하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을 헤집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거대한 대성당 내부.

복도에는 커다란 격자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둡고 음침하다.

정확히 이곳은 산속 꼭대기에 있는 성안.

유리창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낭떠러지가 보인다.

게임에서는 정해진 위치만 이동할 수 있었는데 이거 유리창을 부수고 저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떨어질 순 없잖아?

주먹으로 유리창을 쾅 쳐본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

화들짝 놀라 순식간에 나를 돌아보는 사람들.

쟤는 뭐하는 새끼야? 돌았나?

그런 표정으로.

뭐 그들의 표정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걸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

이 필드는 제한된 구역이 없고.

창문 너머로 떨어지면 죽게 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안절부절못할 때 나는 대성당 안 복도를 걷는다.

이 게임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다.

플레이어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

플레이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사실 별거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플레이어는 악마를 사냥하는 성기사이고.

이 악으로 물든 중세 시대에 구원의 빛을 가져다줄 자이다.

이곳에는 악마가 들끓고, 놈들은 죽여도 바퀴벌레처럼 계속해서 태어난다.

실제로 이곳에는 온갖 해괴한 악마 종을 부리는 악마가 존재한다.

그런 녀석들을 모조리 죽여야 이 게임은 끝이 난다.

결국, 어둠이 짙은 이 땅에 빛을 가져올 자가 플레이어.

게임 안에 들어오다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비록 어렵고, 답도 없을 만큼 암울한 게임인데 말이다.

어차피 두 번이나 엔딩을 봤던 게임이니까.

날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게 했던 게임 속 안으로 들어오다니.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다.

퀴퀴한 냄새와 습한 기운이 코안으로 스민다.

게임 속인데, 감각이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뭔가가, 더욱 감정이 고양된달까.

이런 생생한 느낌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묘한 운명이다.

이런 일도 일어나다니.

그렇다면, 우물쭈물 있을 시간이 없겠지.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정해져 있지.

가만히 넋 놓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만 한다.

계단을 내려가, 거대하고 웅장한 메인 홀을 입구를 나가서, 대성당 외곽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외곽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오직, 허수아비와 성벽과 텅 빈 적막감이 나를 반겼다.

역시나, 아직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거다.

이 게임이 시작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나만이 알고 있다.

이 게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이 게임은 헬 난이도이다.

그걸 명심해야 한다.

이곳에서 기사 수습훈련 업적을 끝내지 않고, 필드로 나갔다간 곧바로 숲 속에서 활보하는 악마 고블린을 마주치고 죽게 된다.

물론 수습 훈련을 끝내지 않고도 고블린을 사냥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어렵다.

존나게 어렵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기사의 작위를 얻고 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보상으로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하는 지.

인터페이스를 만지작거려서 인벤토리를 열어본다.

생각보다 인벤토리를 조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사용자의 정신에 감응해서 반응하는 거구나.

인벤토리에서 훈련용 목검을 꺼내 들자.

“역시나.”

베타테스트와 달라진 점은 없었다.

훈련장 허공에 기사의 작위와 관련된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기사 작위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은 이렇다.

30시간 동안 훈련을 진행하면 된다.

훈련은 간단하다.

인터페이스에 떠오른 동작을 주어진 시간 안에 수행하면 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늦을수록 좋지 않다.

그렇게 삼십 여분이 흘렀을 무렵 사람들이 한두 명씩 훈련장으로 내려왔다.

“저기 위에서 보고 있었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에요? 저도 좀 알려주면 안 돼요?”

“인벤토리에서 목검을 꺼내봐요. 수습기사 업적이 뜰 거에요.”

“아, 정말요? 그러면 나도.”

“어이? 정말이야. 뭔가 나타났어! 이거 참 신기하네. 그냥 여기서 주어진 동작을 수행하면 기사의 작위를 준다는데?”

“뭐야 그게 정말이야?”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한둘씩 훈련장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은 훈련용 목검을 꺼내 들고 훈련에 동참했다.

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것마저 베타테스트와 같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훈련장에서 30시간의 고된 훈련을 마친 자만이 기사의 작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훈련장 위치를 안내하는 메시지였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이 지났을 때는 사람들로 훈련장은 북적였다.

전부 메시지를 받고서 기사의 작위를 손에 넣으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훈련을 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대부분이 게임을 좋아하는 자들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의심 없이 훈련을 하는 거였다.

게임에 늘 있는 패턴이다.

정확히는 클리셰.

“그런데 우재명씨는 메시지를 받기도 전에 처음부터 훈련장에 왔던데, 감이 장난 아닌데요? 혹시 이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뭐 그런 거 아니죠? 하하.”

“알긴요. 뭐, 비슷한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소름 끼치게 똑같지 뭡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훈련장에 왔는데, 역시나 아니지 뭡니까. 그냥 제 착각이었어요.”

“하하하. 역시 그렇겠죠. 근데 왜 우리는 이곳으로 불려 왔을까요?”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곳으로 불러와서 좋다.

게임 속 안으로 들어온 거니까.

분명 부활 시스템도 존재할 거다.

내가 한 게임에서는 그랬으니까.

실제로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렇다고 이 게임에서 죽을 생각은 단 일도 없다.

그리고 누가 죽고 싶겠는가.

목검을 휘두르는 감각도.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도.

축축하게 젖어가는 티셔츠도.

전부 생생하게 감각이 느껴지는데.

그 말은 즉, 죽으면 그 고통도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이번에야 비로소 완벽하게 엔딩을 볼 것이다.

그러기 위한 최적의 루트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날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대부분 플레이어는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서 허름한 침대에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했다.

그나마 좀 끈기가 있는 자들은 훈련장을 떠나지 않고 벽면에 몸을 기대어 숨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하루 동안 훈련 동작을 취하면서도 쉬지 않았다.

토악질이 나오고 위 속에서 위액이 부글부글 끌어대도.

손가락 뼈마디가 끊어질 거 같아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더는 힘이 안 들어가도.

나는 견뎌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앞으로 4시간만 더.

훈련을 마치면 보상이 주어지기에.

그것도 달콤한 업적 보상이.

훈련장은 쉬지 않고 30시간 훈련을 달성하면 능력치 보너스와 기사의 무기와 작위를 준다.

나는 이 보상이 필요하다.

작위와 기사의 무기를 얻어야지만, 악의 고블린을 죽일 수 있다.

분명 게임에서는 그랬다.

게임의 영향을 받은 현실인 이곳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맨 처음 플레이어한테 주어진 낡은 검은 그야말로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그런 쓰레기 검을 들고 악의 고블린을 죽이려면 열 번의 칼질이 필요하다.

그 열 번의 칼질을 할 동안 악의 고블린은 가만히 있는 허수아비가 아니다.

놈들은 날렵하고 기습적이다.

그런 놈들에게 열 번씩이나 칼질한다고?

물론 한 마리는 그렇게 잡을 수 있겠지.

하지만 세 마리가 나타난다면?

그날로 장담하건대 죽음을 피해갈 수 없을 거다.

훈련하고 있을 때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피 묻은 학생이 훈련장으로 걸어들어왔다.

“이봐,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갔는데··· 이상한 놈이 주, 죽였어요.”

“뭘?”

“다, 죽었어요. 저만 빼고.”

“진정하고 얘기해봐.”

누군가는 죽을 줄 알았다.

어차피 막지 못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에게는 본보기가 필요하고 신성력이 미치지 않는 대성당 밖이 위험하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 알려줄 사람이 꼭 나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아직 사람들 눈을 피해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 입장한 순간부터 대부분의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걸 예상하였다.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죽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그리고 죽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어느 게임이나, 부활시스템이 존재하기에.

“대성당 메인 홀에 가보면 죽은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나는 허수아비를 치면서 말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플레이어 이, 이름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죽은 상태로···. 계속 표시가 되어 있어요.”

학생이 덜덜 떨면서 말했다.

죽은 상태로 계속 표시가 되어있다고?

그건 부활이 안 됐다는 말이다.

뭐지?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었나?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우리는 게임 속 안으로 들어왔고.

플레이어가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여긴 현실.

“저, 저는 들어가 볼게요. 지금 말할 기운도 없어요···”

“아아, 학생 일단 방에 들어가서 좀 쉬어.”

“네.”

훈련장에 있던 어떤 아저씨와 학생이 대성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흘끗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끝난다.

근데 이상하게 죽으면 끝이라는 말이.

나한테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다.

심장 한구석이 부글부글 끓어댄다.

부활 시스템이 사라졌고.

죽으면 끝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말이다.

더욱 난도가 높아졌다는 거에 대한 도전심 때문인가?

하긴, 어려운 목표일수록 성취했을 때의 쾌감도 큰 법이니까.

결국, 나는 살아남는 쪽이 될 거고.

그러기 위한 훈련은 여기서 끝낸다.

인터페이스에 떠오른 마지막 훈련 동작!

이것만 수행하면.

목검을 휘두를 때 메시지가 나타난다.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업적을 완료했다.


[업적: 30시간 훈련 달성!]

[보상: 능력치 포인트 +10. 기사의 작위.]

[선택 보상]

[1. 기사의 검]

[2. 기사의 대검]

[3. 기사의 해머]

[4. 기사의 단검]


선택 보상은 네 가지.

이것마저 전과 같았다.

네 가지의 무기 종류.

이건 앞으로 기사로서 나아갈 방향성을 의미한다.

이 게임은 다른 RPG게임과는 다르다.

초반에 주어질 무기란 이것밖에 없다.

하지만 무기로 악의 몬스터를 계속해서 베다 보면, 놈들의 원흉이 검에 들러붙는다.

그 결과 무기를 좀 더 무겁고, 견고하게, 예리하게 만들 수 있다지.

그건 여기서 내가 뭘 선택하는지에 따라, 육성하는 방향도 다르게 적용될 거다.

실제로도 무기에 따라서, 필수적으로 스테이터스에 투자해야 하는 능력치가 달라진다지.

나는 기사의 대검을 선택한다.

베타 테스트때 선택한 무기만큼, 익숙한 무기가 좋다.


[보상을 선택하였습니다.]

[기사의 대검이 인벤토리에 보관됩니다.]

[능력치 포인트 10+ 주어졌습니다.]


[상태창]

이름: 우재명.

작위: 기사.

레벨: 1


근력: 7

민첩: 6

마력: 5

정신력: 6

체력: 6

마나: 5

추가 능력치 포인트: 10

추가 스킬 포인트: 0


훈련을 끝낸 나는 인벤토리에서 기사의 대검을 꺼내 들었고.

게임 시작할 때 받은 빵과 물을 꺼내서 바닥에 내려 두었다.

30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뱃가죽이 등허리에 달라붙을 지경이다.

지금 당장 허겁지겁 입안에 빵을 욱여넣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

쳐다보는 눈이 많기 때문일까.

나는 남들이 쳐다보는 앞에서 기사의 대검을 등허리에 고정했고.

바닥에 앉아서 빵을 집고 입안에 가져댔다.

그러고는 한 입 큼직하게 베어 물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암기하려는 듯이 그들은 나를 쳐다봤다.

뭔가 주목받는 느낌이다.

하긴 그들의 행동은 이해가 된다.

나는 감각이 아주 뛰어난 자이고.

이런 환경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30시간 동안 훈련에 임했으니까.

거기에 아주 달콤한 보상을 얻은 것도.

혹시나 저자는 이 게임을 알고 있는 자가 아닐까?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 직접 찾아와서 물어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분위기가 무거운 탓일까.

확실히 내 인상이 사근사근하지는 않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내 첫인상을 아주 차가운 사람이고 했다.

한 명도 예외는 없었다.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이 없고 눈매가 날카롭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내가 화를 낼 때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살기가 나한테 느껴진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살기?

이게 말이 되게 웃기다.

살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다들 한 번씩 해보는 거 아닌가?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다들 자기 자신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화가 났을 때의 자신을.

단지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을 뿐이다.

거짓말은 싫어하기에.

마지막 빵 끄트머리를 입안에 욱여넣을 때 어떤 남자 한 명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저기··· 죄송한데, 그건 뭐에요?”

남자가 내 대검을 보면서 말하길래 나는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30시간 훈련 보상이요.”

“앗. 정말요?”

“예.”

“한 번 만져봐도 돼요?”

나는 등허리에 고정된 끈을 풀고 기사의 대검을 건네주었다.

“앗. 이거 뭔데 이리 무거워?!”

남자가 기사의 대검을 양팔로 달달 떨면서 들었다.

“이거 뭔데 이리 무겁냐고! 아, 앗. 씨 씨발! 팔 떨어지겠어.”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남자한테 다가가서 기사 대검을 낚아챘다.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근력 차이 때문에 그래요.”

“죄송한데 그쪽은 몇인데요?”

“17이네요.”

“네?”

나는 훈련을 통해서 근력에다가 총 12포인트를 투자했다.

기사의 대검이 요구하는 근력은 15.

남자가 검을 들지 못할 줄 알았다.

기사의 대검이 요구하는 근력은 15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무기가 요구하는 근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는 무기의 조작 권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사용하기 어렵다로 바뀌었다.

결론은 무기를 들고 휘두를 수는 있지만, 너무 무거워서 몸이 망가진다.

이걸로 또 하나 중요한 정보를 알았다.

빵을 다 먹고 갈증이 나서 물을 입안에 들이부을 때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두고 거리를 유지한 채로 둘러싸고 있다.

남자와 내가 하는 얘기를 엿듣고서 몰려든 거다.

“저기!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형님은 이름이 뭡니까?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하하 저는 최춘배라고 합니다.”

“뭔가 처음부터 감각이 뛰어난 자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근력을 17씩이나 올렸어.”

“저기! 형이라고 불러도 돼?”

이런저런 말들이 내 귓가에 계속해서 들려왔다.

허기를 채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의 대검을 등허리에 고정하고 앞으로 걷는다.

사람들한테 비켜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들은 길을 열어주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필드에 나가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대성당에서 다친 몸을 치유하고.

다시 사냥을 반복해야 한다.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다.

Cry of Devil에서는 생명체와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그 말이 뭐냐면 이 게임은 다른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MMORPG 게임은 몬스터를 사냥하면 다시 몬스터가 나타나지만, Cry of Devil은 아니다.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걸로 끝난다.

죽은 몬스터는 다시 살아나지 않고 종족 번식을 해야지만 나타난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이템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정된 아이템만 있을 뿐.

결국, 누군가 던전에서 단 한 개만 존재하는 아이템을 얻을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는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

그 점이 이 게임과 다른 MMORPG의 차이점이다.

결국 이 말은 플레이어가 많으면 적당한 사냥터에, 적당한 몬스터 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성장이 무뎌지게 된다.

그 스노우볼이 커지면 결국 얻어야 할 것도 얻지 못한다.

정확히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빼앗긴다는 것이 맞는 말일 거다.

내가 이 게임 시스템에 대해서 입을 꾹 다물고 주변에 사람들을 두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근거한다.

죽으면 끝난다?

그러면 더더욱 나는 이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다물어야 한다.

내가 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필드로 나가는 대성당 다리를 건널 때 나에게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클로즈 베타 테스터 엔딩 보상]

[보낸이: 개발자 데이빌]


[고유 스킬북: 전투 예지력 Lv1(레전드)]

[전투 예지력 Lv1]

[설명: 전투 경험이 쌓일수록 전투 예지력의 레벨이 올라가고 전투의 미래를 예지합니다.]


[그럼 이번에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재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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