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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썬캡맨
작품등록일 :
2020.09.05 23:51
최근연재일 :
2021.05.26 03:16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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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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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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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명불허전

DUMMY

그렇다면 은수는 운이 좋은 편인가? 그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운이 없는 편에 속했다. 은수의 나이라면 이제 제자에게 짬을 때리면서 편하게 사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런 정석에서 벗어난 은수는 불행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행운이기도 했다.


제전의 역사상 2회 우승은 지금까지 한 번 밖에 없었다. 은수가 2회 우승을 한다면 그것은 은수 본인에게는 나름의 광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가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은수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바로 들어가도록 하죠.”


은수는 이종을 보았다. 이종이 떠오르는 신예라고 해도 그것은 신예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종은 퇴마사가 아닌가. 퇴마사는 영공을 주로 다루고, 영공을 주로 다룬다는 것은 사람과의 대련의 경험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직 애송이야.’


이종의 얼굴을 본 은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이종은 명성에 비해서 그다지 연식이 묻어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앳된 얼굴에 불과했다. 은수는 가볍게 몸을 날렸다. 위로. 자신의 신장을 훨씬 뛰어넘는, 네 배나 되는 거리를 뛰어버린 은수를 보면서 다들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종은 다르게 생각했다.


‘나를 가볍게 보는 군.’


실제로 높이 뛴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이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상대에게 약점을 주는 것이다. 물론 다른 노림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은수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은수가 뛰어내리고 내려올 때까지 이종은 가만히 있었다. 은수는 속으로 어라? 싶었다. 어떤지 한 번 간을 보려고 했는데, 그 간을 볼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은수는 대강 이종의 성향을 알았다.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이 있다. 이런 유형에는 대응하는 방식이 따로 있었다. 이것이 경험이다.


은수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백의는 은수가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운도 동감하는 바였다. 하지만 둘은 동시에 은수를 판단했다.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이 있다. 이종과 은수는 서로 같은 성향이었다. 이종의 눈은 투쟁심을 발하고 있진 않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수가 감이 없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본인의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는 않군. 그건 현명하네. 그건 퇴마를 하면서 쌓은 경험인가?’


은수는 오른손을 쥐면서 정권자세를 만들었다. 그의 주특기였다.


내공 內功 수장 手章 장풍 掌風


주먹을 내지르면서 쥐었던 오른손을 풀자 강한 풍압이 이종을 향했다. 마치 창이 날아가는 것 같은 위압감이었다. 그런 위압감을 이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답은 피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답이 옳은 것인가? 그한테는 옳았다.


이종은 장풍을 막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영물靈物이다. 영물은 짐승한테도 쓰긴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쓰일 수 있었다. 그것은 철대인 鐵大人이라는 가보였다.


“저것이 바로 철대인!”


제정은 놀라워했다. 제정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철대인은은 이종 앞에서 나타나서 장풍을 막았다. 철대인의 크기는 이종의 4배는 되었으며, 전반적으로 강건함이 엿보였다. 온 몸이 철로 되었으며,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석상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오! 대단한 걸?’


은수도 철대인을 보고서 놀라워했다. 하지만 놀라는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영물을 다스리는 것을 보긴 했지만, 이만큼 큰 영물은 본 적이 없었다. 영물의 크기는 사용자의 영공에 좌우가 되었다.


‘저만한 크기의 영물을 조종할 수 있다니 허명 虛名은 아니었나보군.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저번 제전의 우승자. 이런 걸로 무너질 것 같으냐.’


은수는 크게 숨을 들여 마시고 잠시 뒤에 입을 벌리면서 숨을 토해내려고 한 순간, 철대인이 팔을 뻗어서 은수에게 향했다. 은수는 팔의 경로를 순간에 읽고서 피했다.


‘호, 방금은 내가 아니었으면 위험할 뻔 했는데. 기세가 등등하군.’


은수는 제정을 보았다. 제정은 딱히 별 문제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은수는 다음 수를 생각했다.


‘흠. 철대인은 생각보다 걸리는 군.’


은수가 생각을 계속하는 걸 철대인이 계속 공격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계가 약하군. 하긴 저 정도의 크기를 운용하는 것 자체도 저 나이에는 신기한 수준이니.’


소원은 경기를 보고 있는 백의를 바라보았다. 백의는 침묵을 고수하면서 경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소원은 이종이 이길 것 같았는데, 백의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종이 이길 것 같지 않나요?”


백의가 소원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래도 은수라는 저 사내. 철대인의 공격을 막지도 않고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주지 않나요? 저 상태로 가다가는 체력이 바닥나서 알아서 질 것 같은데요.”


“음.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 생각하시는 데요?”


“나는 은수가 이길 것 같은데.”

“왜요?”


“체력이 먼저 다할 사람은 이종이 아닌가? 지금 철대인이 기능하지만, 결국에는 별 상처도 주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고만 있어. 은수가 아직 위야.”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딱히 동의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얼굴이 일리가 있어 보이지 않아.”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난 잘 알 것 같아.”

“말씀이 느셨네요.”


+


정운도 은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온은 생각보다 실력자들이 많아서 불안했다. 이 정도의 내공이 있는 사람들이 군도로 온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보았다. 무서웠다. 하지만 정운은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를 보는 것이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시나요?”

“재밌게 보고 있는데?”


“이게 재미가 있나요?”

“재미가 없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


“저 놀리는 게 재밌죠?”

“응. 재밌어. 아니지.”


“뭐가 아닌가요?”

“너무 재밌지. 그냥 재밌지가 않아.”


“하,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러다가 큰 일이 생길 수가 있어요.”

“내가 당신을 놀리고 큰 일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든 기꺼이 맞아주지.”


“허,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어? 그래? 알았어.”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기가 있어요?”

“아? 그래? 알았어.”


“... 저 놀리는 거죠?”

“어. 그래.”


+


송강은 놀랐다. 그는 철대인이라는 걸 처음 보았다. 단순히 눈요기를 벗어나서 이런 힘이 그냥 무림에 잠자고 있다는 것이 아까웠다. 무언가 공헌할 수 있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강은 유희를 보았다. 유희는 경기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이런 힘이 이런 용도로만 쓰여도 상관이 없는 건가?’


송강이 유희를 계속 보자, 유희가 시선을 느껴서 송강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거죠?”

“아니, 저런 능력들이 개인의 능력향상을 위해서만 쓰는 것이 조금은 이상해서.”


“네? 그런 것이 이상한 가요?”

“약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역시 나라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 답네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네.”


“그런 말은 조심히 하셔야해요. 여기 있는 분들은 무공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많은데, 그걸 공헌하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한 사람을 찢어 죽일 수도 있어요.”

“찢어죽인다니... 곰이냐?”


“우직한 걸로 따지면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허어. 그 정도란 말이야?”

“게다가 무림인들은 다 제약이 있어요.”


“무슨 제약?”

“속세의 일에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그걸 지키는 이유가 뭐지?”

“아무래도 속세의 사람들도 무공이 있는 사람을 포섭하면 편하긴 하겠지만, 지나친 분쟁의 소요가 생기기도 하고 무림인들도 굳이 입신양명을 학살하면서 얻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계약이 생긴 거죠. 그 계약을 쓴 사람이 저 앞에 있는 제정이에요.”


“오? 그래? 그랬다면 계약이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겠네.”

“그건 또 아니랍니다.”


“응? 그건 또 왜?”

“저 제정이라는 것은 이름이긴 하지만, 직위이기도 해요. 이번 제정은 8대이고 나중에 9대로 또 세대교체가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언제 계약이 생긴 건가?”

“저도 잘 몰라요. 꽤 예전에 생겼다는 것 외에는.”


“그렇군.”

“그렇게 보지 마세요. 이렇게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요.”


“아니, 내가 어떻게 봤길래.”

“좋게 보지는 않았어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로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


+


이종은 생각보다 전투가 길어지자 불안했다. 철대인은 이종의 비장의 무기이긴 했지만, 비장의 무기인 만큼 그도 별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순간의 방심을 유도해서 속전속결로 끝낼 심산이었지만, 그의 한 수도 은수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은수도 철대인 때문에 쉽사리 이종에게 접근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계속 한다고 해서 이길 것 같지는 않았다.


은수도 이종도 상대방의 까다로움 때문에 서로 애먹고 있었다. 은수도 피하고 있었지만, 피하고 있다고 해서 이기는 것 역시 아니었다. 먼저 조바심이 생긴 것은 이종이었다. 이종이 동작을 크게 하면서 철대인을 조종하자, 은수가 그 빈틈을 단숨에 파악했다. 철대인이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서는 은수를 내리찍으려고 했지만, 은수는 여유 있게 피하고서 철대인이 자세를 바로 잡기 전에 이종에게 한 번의 타격을 먹이려고 했다.


내공 內功 각장 脚章 추풍낙엽 秋風落葉


은수는 이종에게 달려가면서 걷어차려고 했었다. 은수도 얼마 없는 빈틈이었기에, 순간적으로 동작이 커졌다. 이종이 그 빈틈을 파악하고서는 발차기를 가까스로 피해서 철대인 쪽으로 피했다.


정운은 둘을 보면서 생각했다.

‘실력은 은수가 더 위인 것 같지만, 이종이 생각보다 잘 버티는 군.’


은수는 스스로 자책했다.

‘쳇. 괜히 흥분해서 동작이 커지고 말았군. 나도 아직 멀었어.’


자책하는 은수와 분석하는 정운과 달리 좌중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종이 은수 상대로 그렇게 잘 버티는지 몰랐고, 또 은수도 저번 제전의 우승자답게 철대인을 가볍게 피하면서도 반격을 엿보는 실력을 보여주자, 무림인들의 피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고! 젠장!”


은수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뭘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환호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더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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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인재채용 21.05.11 21 0 11쪽
63 63화, 스승의 후회 21.05.05 14 0 11쪽
62 62화, 도발과 대응 21.04.28 20 0 11쪽
» 61화, 명불허전 21.04.27 22 0 11쪽
60 60화, 퇴마사 이종 21.04.22 26 0 11쪽
59 59화, 일격필살 21.04.20 18 0 11쪽
58 58화, 의자매들 21.04.13 16 0 11쪽
57 57화, 제전장소 21.04.08 35 0 11쪽
56 56화, 모이는 중 21.04.06 19 0 11쪽
55 55화, 나, 도지사 21.03.18 23 0 11쪽
54 54화. 첨벙첨벙 21.03.09 23 0 11쪽
53 53화, 냉수온수 21.03.03 20 0 11쪽
52 52화, 이목지신 21.03.02 23 0 11쪽
51 51화, 도검매매 21.01.12 28 0 11쪽
50 50화, 제전논의 21.01.05 25 0 11쪽
49 49화, 두 명의 전달자 20.12.31 19 0 11쪽
48 48화, 제전임박 20.12.30 20 0 11쪽
47 47화, 서열정리 20.12.29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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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패도는 10년 20.12.17 17 0 11쪽
44 44화, 대면면접 20.12.16 19 0 11쪽
43 43화, 옥수수의 탄생 20.12.15 21 0 11쪽
42 42화, 입장차이 20.12.10 21 0 11쪽
41 41화, 둥지 속의 이물 20.12.08 19 0 11쪽
40 40화, 붉은 실 20.11.27 19 0 11쪽
39 39화, 대담과 면담 20.11.26 52 0 11쪽
38 38화, 해안의 대화 20.11.24 22 0 11쪽
37 37화, 귤화위지 20.11.17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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