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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썬캡맨
작품등록일 :
2020.09.05 23:51
최근연재일 :
2021.05.26 03:1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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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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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화, 귤화위지

DUMMY

“왜냐면 현 해주께서는 군도를 통합하셨기 때문입니다.”

“현 해주라니? 지금 해주는 누구인가?”


“현 해주는 용왕녀를 이기시고 정당하게 해주의 자리에 오르신 분입니다.”

“허허, 그런가? 내가 그쪽 사정까지는 잘 몰라서.”


“이제 해주께서는 군도를 완전히 통합하시게 되었습니다. 통합을 한 후에는 약탈을 금하시니, 이는 만대 萬代의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허허, 변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말을 과장되게 하는 법이 있구려. 그래서 오나라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해주께서 말씀하시길, 오나라와 두터운 교분을 맺고 싶다고 하십니다.”

“허? 그게 무슨 말인가?”


“군도에서 막대한 양의 해산물들과 보물들이 있는데, 그걸로 교역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막대한 것? 막대한 것에 대해서 자네가 잘못 아는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저는 지금까지 오나라 궁이 막대하다고 들었는데, 소문은 역시 부풀려지는 모양입니다.”


오왕의 얼굴이 잠시 붉어졌다. 입술을 삼키고 통역하는 신하는 오왕의 심기를 살폈다. 그렇지만 왕이 뱉은 말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오왕도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라서 오왕은 다시 입을 벌렸다.


“허허, 소문이라는 것이 그렇지.”


이때 갑자기 병사 하나가 왕에게 보고를 했다.

“전하, 재판시간이옵니다.”


산영이 병사에게 일갈했다.

“지금 전하께서는 공무로 바쁘시다. 재판이 급한 것은 알겠으나,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게.”


오왕이 산영의 말을 잘랐다.

“아니, 잠깐. 무슨 재판이냐?”

“네. 죄인의 얼굴에 묵형을 가할 것인데, 허락을 받고자 왔습니다.”


오왕은 생각했다. 왕의 권한 중 하나는 법을 집행하는 것. 법은 왕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을 집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권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낯이 붉어졌으니 이걸로 위신을 회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여겨 나루호도에게 재판을 구경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형벌은 왕의 고유한 권한이었다. 물론 모든 죄를 다스릴 수는 없었지만, 중한 벌일수록 왕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왕도 어지간하면 형벌을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면서 성실히 임했다. 오왕은 다른 것들보다 더 중하게 여겼는데, 신하들에게 일벌백계를 가하는 의미와 힘을 과시하는 것이 컸다.


“죄인은 고개를 들라!”


왕이 재판장에 들어서자 좌우가 긴장했다. 재판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왕의 휘어잡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다간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러면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재판에 가면 왕이 먼저 보좌하는 이에게 말하고 보좌관이 크게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왕이 큰소리 외치면 일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겠으나, 왕의 목을 고려하여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편이다.


“죄인은 어디 출신이고 무엇을 했는가?”

“군도에서 나고 자랐고 금을 훔쳤습니다.”


오왕이 이 말을 듣자 나루호도를 향해서 웃으며 물었다.

“군도에서는 도둑질을 하는 이가 많군.”

“혹시 왕께서는 귤을 드신 적이 있으십니까?”


“나를 뭘로 아는 건가? 오나라의 특산품이거늘.”

“그걸 북에서 키우면 무엇이 되옵니까?”


“탱자가 되지. 탱자는 귤보다 맛이 덜하네. 그만큼 오나라의 풍토가 좋기 때문이야.”

“그렇죠. 저도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저 죄인이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왕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산영이 이를 잘 받았다.


“왕께서 많이 피곤하신 것 같으니, 재판은 묵형墨刑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궁으로 드시지요.”

“그래. 내가 공무에 지쳐서 심신이 피로하니, 그러지. 자네는 나중에 내가 부르도록 하겠네.”


나루호도는 짧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


궁에서 오왕은 산영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떠한가?”

“군도에서 온 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전 해주는 이런 사신조차 보내지 않지 않았습니까? 교류를 이렇게 공식적으로 하겠다는 건 해주도 어지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옵니다.”


“그렇다면 여는 어쩌면 좋겠는지 말해보게.”

“일단 환영회를 제대로 이루어주고 사신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왕께서 직위하신 이래로, 바다는 안정화되었으나 해적의 출몰이 아예 없어지지는 힘들 것입니다. 저들은 비록 오랑캐이나 말을 할 줄 아오니, 일단 말문을 틔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자네는 어떤가? 다문.”

“신臣이 생각해본 바로는, 왕의 넓은 덕으로 해안이 안정화되긴 했으나 이번 해주가 바뀐 이후로는 눈에 띄게 약탈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소문에 따르면 해주가 해룡을 다스리고 있다고 합니다.”


산영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다문에게 물었다.

“하, 자네는 뜬소문을 왕께 고하려는 건가? 그게 무슨 생각인가?”

“잠시만, 자네는 가만히 있게나.”


“자네가 내게 뜬소문을 고할 것 같지는 않고, 그러면 근거가 있나?”

“제가 군도에 푼 간자들이 있는데, 해주가 해룡을 다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다른 간자도 풀었으나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저도 의심스럽기는 하나, 마냥 가담항설로 치부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한테 길들여지지 않아서 이물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번 해주는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인 것 같군.”


+


환영회는 천자의 사신보다는 격이 낮으나 그래도 일국의 사신의 대우 정도는 해주었다. 나루호도는 환영회에 앞서서 부하들에게 경고했다.


“우리는 군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즐기는 것은 좋으나, 괜한 실수를 했다간 바로 목이 날아갈 수가 있음을 명심해라. 만약 실수를 한다고 치자, 오왕이 용서를 해준다고 하여도 나, 나루호도가 용서하지 않겠노라. 알겠나?”


나루호도는 이번 사신의 직무에 사활을 걸었다.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루호도는 지나친 중압감에 사로잡혔다. 사신은 반쯤은 놀러 가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리 일행을 모으고 간다고 해도, 해로는 해적이 있고 육로에는 산적이 있다.


여행이지만 목숨을 건 여행인데, 그걸 감안하면 풀어주는 것도 한 편으로는 맞다. 하지만 나루호도 일행은 바다에서는 해룡의 보호를 받고 왔다. 그러니 해로에서는 목숨을 걸지는 않았다. 오나라 수도에 멀지 않은 곳에 상륙하여 여독이 쌓일 여지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즐길거리만 머리 속에 있으니 나루호도는 부하들이 미덥지 않았다.


하지만 미덥지 않다고 해도, 자신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그나마 최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에도 생각이 미쳤으나,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나루호도는 젊은 편이었다. 자신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 지금은 제대로 즐길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제대로 하면 다음 사신 행렬에 자네들을 끼워준다고 약속하도록 하자. 그때 즐기길 바란다.”


부하들은 단합하여 외쳤다.

“에잇에잇오!”


+


환영회에는 즐비한 술과 여자들이 많았다. 군도에서도 여자는 많았지만 화장을 하는 여자들은 많지 않았다. 군도보다 세련된 형태로 미를 가꾸는 여성들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해적들을 얼을 타면서 술을 받아마시기에 바빴다.


연회에서 술이 도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중간에 마시는 것도 아니라서 나로호도들의 부하들은 만취의 길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


나루호도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딱히 부하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엄포를 한 것도 나중에 엄한 벌을 내리기 전, 밑밥을 까는 것에 불과했다.


오왕이 나루호도에게 물었다.

“어떠한가? 연회는 즐거운가?”

“물론입니다. 연회가 매우 즐겁습니다.”


“그런데 내가 소문을 듣기로는 현 해주가 해룡을 다스린다 하였는데, 그것이 사실이오?”

“하하, 네. 그렇습니다.”


“호오? 그래? 해룡은 어떤가? 말을 하는가?”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해주께서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해주가 다스린다면 나도 다스릴 수 있지 않은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해주께서는 하늘이 낳으신 분이라. 왕께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3일만 가면 나오는 해안가에 정박해 두었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오왕은 잠시 고민했다.

“실체를 확인해볼까.”


오왕은 산영과 다문을 돌아보았다. 그들도 바로 확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물어본 것에 지체를 한다면 위엄이 떨어져있다. 게다가 이곳은 개방된 곳이다. 신하들도 안 보는 척 하지만, 다 엿듣고 있는 것이다.


오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가보도록 하지.”


+


산영이 다급하게 말했다.

“왕! 어째서 그런 말을 하셨나이까? 왕께서는 그리 함부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어허, 해룡이라는 걸 봐야, 어느 정도 상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다. 옆에서 조련을 하거나 말을 거는 미친 짓은 나로서도 사양일세.”


다문은 산영을 말렸다.

“그래도 이미 왕께서 말씀하신 이상,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확인 정도 하는 것인데,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왕도 계속 성에 계시는 것이 지루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산영은 다문을 나무랐다.

“아니, 자네는 그게 할 말인가? 왕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도성을 비우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닐세. 자네도 그것을 모르고 있지 않을 터,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뭔가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무슨! 어찌 감히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도 왕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말은 함부로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태위太尉께서는 방금 실언을 하신 것 같습니다!”

“내가 실언을 했다고? 자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건가? 자네야말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만!”


오왕이 일갈했다.


“어찌 내 앞에서 이게 무슨 무례인가? 그리고 태위는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닐세. 객경 客卿도 타국에서 자랐지만, 오나라에서 큰 공이 있는 법. 언제까지 그리 외지인처럼 대할 텐가. 충성은 나한테만 바치는 것이 아닐세. 내가 믿는 사람한테도 믿음을 보이게.”


산영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왕이 다문에게 타일리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는 태위가 심했네. 그래도 객경이 참으면 일이 커지지는 않지 않겠는가. 무리인 것을 알지만, 내가 부탁하네. 조금만 더 참아보게나.”


다문은 화를 억누르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왕께서 원하신다면.”


오왕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렇다면 내가 해룡을 확인하는 걸로 하지. 이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도록 하게.


산영과 다문, 둘은 처음으로 말이 같았다.

”명심하겠습니다.“




더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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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명불허전 21.04.27 21 0 11쪽
60 60화, 퇴마사 이종 21.04.2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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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의자매들 21.04.13 16 0 11쪽
57 57화, 제전장소 21.04.08 35 0 11쪽
56 56화, 모이는 중 21.04.06 19 0 11쪽
55 55화, 나, 도지사 21.03.18 23 0 11쪽
54 54화. 첨벙첨벙 21.03.09 23 0 11쪽
53 53화, 냉수온수 21.03.03 20 0 11쪽
52 52화, 이목지신 21.03.02 23 0 11쪽
51 51화, 도검매매 21.01.12 28 0 11쪽
50 50화, 제전논의 21.01.05 25 0 11쪽
49 49화, 두 명의 전달자 20.12.31 19 0 11쪽
48 48화, 제전임박 20.12.30 20 0 11쪽
47 47화, 서열정리 20.12.29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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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패도는 10년 20.12.17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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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옥수수의 탄생 20.12.15 21 0 11쪽
42 42화, 입장차이 20.12.10 21 0 11쪽
41 41화, 둥지 속의 이물 20.12.08 19 0 11쪽
40 40화, 붉은 실 20.11.27 19 0 11쪽
39 39화, 대담과 면담 20.11.26 52 0 11쪽
38 38화, 해안의 대화 20.11.24 22 0 11쪽
» 37화, 귤화위지 20.11.17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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