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왕입니다.
어느덧,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1년이 되는 날이 돌아왔네요.
지난 주말 혼자서 이른 제상을 차렸습니다.
새벽 장을 보고, 서툰 솜씨로 상에 음식들을 하나씩 놓으며, 이제껏 어머니께 제대로 밥을 차려 드린 적이 있었던가 되새기니 부끄러움에 눈시울만 붉어집니다.
지나고 난 일은 후회뿐이고, 망자에 대한 기억은 항상 못했던 것만이 남으니.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 잘 날 없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분들에게 ‘반디’의 다음 이야기를 전해드리지 못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는 걸 깨닫고는 부끄러움과 죄송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나고 실망하셨을 독자님들께, 저의 부끄러운 변을 올리겠습니다.
지난해 6월의 사고 이후.
단 몇 개월이면 모든 것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 버렸습니다.
처음이었기에 서툴렀고, 또 너무 고집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다 끝난 일이 끝난 게 아니었고,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실 또한 마주했죠.
거기에 뜻하지 않은 집안일까지 겹치다 보니...
솔직히 많이 외롭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눈앞의 진흙밭을 빠져나올 생각만으로도 버거웠기에, 도저히 다른 것들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또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네요.
그로 인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으니까요.
지난 2022년은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한 해입니다.
단순히 어머니를 떠나보낸 슬프고 아팠던 기억 때문이 아닙니다.
즐거운 상상으로 글을 쓰며 실눈으로 조마조마하게 독자분들의 반응을 읽었던 좋은 기억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공유했던 마지막 추억이 함께한 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께 숨기는 것이 없었거든요.
당연히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아셨고, 글을 쓰며 즐거워할 때 같이 웃어주셨으며,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할 때도 조용히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주셨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지고,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담깁니다.
나의 가장 큰 후원자.
내 작은 성공과 부끄러운 실패마저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했던 내 편.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저는 이제 나쁜 기억은 잊고, 이런 즐거운 고민으로 가득했던 그때로 돌아가려 합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더 남았지만, 설혹 마무리가 다 되지 않더라도, 꼭 7월 중에는 연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비록 저는 하지 못했지만.
‘반디’는 반드시 ‘아맘’을 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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