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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02 07: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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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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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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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제 433화 여신의 아이.

DUMMY

‘살아 있었나....?’


“.....차가운 촉감이야.”


월검향은 지면에 추락한 후.

눈곱만큼 남은 자신의 HP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손에는 에린의 심장을 찢었을 때의 감각이 아직도 새겨져 있었다.

잔류 HP는 있지만...

그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쳐서,

까닥하기조차 싫은 상황.

그는 적에 대한 마지막 예우로서,

666의 괴물의 마지막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살인귀님.”


“...프레이야.”


지면에 힘이 빠져 쓰러진 월검향을 향해,

다가오는 가벼운 발걸음이 들린다,

이에 그가 시선을 돌리자.

프레이야 여신이 다가와, 그의 곁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는 따뜻한 눈동자로 월검향을 보고 있었다.


“강물의 에린이 죽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그녀의 힘이 4세계와,

본래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어요.

이걸로 저희는...

666의 괴물에게 이겼어요!

이건 그 어떤 영웅들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에요!!!

불멸자인 주신들만 이룰 수 있다는 일을...

저희가 해냈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살인귀님!”


그리고는 월검향에게 달려들어,

그를 꼬옥! 안아주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월검향은 그대로 눈을 감고 쉬고 싶었지만.

곧 새하얀 날개를 지닌.

람히르를 생각하고는 여신을 밀어냈다.


“살인귀님?”


“미안하지만. 너의 포옹을 받기는 싫어. 프레이야.”


“....제가 싫으신가요?”


“이미 임자가 있을 뿐이야.”


월검향은 그 말과 함께 무너져내리는 에린의 육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걸 본 여신의 눈동자가 그녀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이 떨려왔다.


“그럴 리가...

당신에게 ‘그러한 존재’는 없을 텐데...?”


월검향의 마음은 오직 단 하나의 존재에게 향해 있었고...

눈앞의 여신이 아무리 매력적이다고 하들.

그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야 여신의 반응은 그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이에 월검향은 프레이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이지?”


“저는 여러분을 이곳에 소환하기 전부터.

여러분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저의 영웅분들이자...

저의 우상들...

그런데....

당신은 무언가 이상해요. 살인귀님.

다른 분들은 전부 ‘설정’대로 흘러가는데.

당신은 왜 제가 만든 ‘설정’과 다르게 움직이는 건가요?”


이해가 안 되는 여신의 말이었다.

월검향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에린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힘에,

온몸에 소름이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

에린은 분명...

지금 죽어가는 중일 텐데..?


“에린의 남은 힘들이 폭주하기 시작했어요!

그녀가 가진 힘을 모두 소비시킨 후에 쓰러뜨린 것이 아니라서...”


프레이야는 닭살이 돋아나온 자신의 팔을 만지며 경악했다.


“맙소사....

저 끝도 모르는 힘이 폭주한다면...

이곳은 사라질 거에요...

이 지역의 모든 것이...

전부....”


하늘을 향해 거대한 속성이 치솟아 오르고,

곧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기류가 너무나 불안정해 보여서...

월검향도 그걸 보고는 입을 벌렸다.


“환장하겠군!

막을 방법은...?”


그 말에 여신은.....

빛이 흐릿해진 자신의 검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검이 본래 힘을 발휘한다면 가능했겠지만...

이번 전투에 너무나 많은 힘을 소비한지라.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어요...”


거짓된 영웅들은 월검향을 제외한 전멸.

살아남은 필멸자들도 얼마 없으며,

프레이야 여신은 자신의 힘 대다수를 사용했다.

이 상황에....


“어느 정도의 위력이지?”


“저희 모두를 흔적조차 안 남기고,

나머지 3개의 성까지 모조리 몰살시킬 정도일 거에요...”


강물의 에린의 자폭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저희는 이렇게 끝인가요.

강물의 에린의 최후와 함께 하는...?”


주인을 잃은 힘들이....

곧 주위를 삼키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하겠지...

이 사실에 잠시 절망한 월검향이었지만...

그는 단검을 쥐고 일어났다.


“난 절대 포기 못 해!!!”


그 말과 함께 월겅향은 무너지고 있는 에린의 육체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그것은 의미 없는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저항을 하고자.

남은 MP까지 짜내어갔다!!!


“살인귀님... 소용없는 짓이에요...”


“닥쳐!!!!”


월검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거짓된 영웅들이 강물의 에린을 쓰러뜨린 것은 편법에 가까운 방법이었고,

본래라면 그들은 에린을 절대 못 이겼다.

절대적인 절망.

그것이 666의 괴물이란 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월검향은...


‘내가....

살인귀란 놈과 달리 실패 했다고...?

웃기지 마!!! 마지막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발악해주마!!!’


그런 살인귀의 모습을 보며...

프레이야 여신은 모든 것을 포기한 미소로 작게 웃었다.


“있죠. 1세계의 신족이 왜 생겼는지 아세요? 살인귀님?”


“.........”


“먼 옛날에...

아담과 이브라는 필멸자들이 빛의 주신 켈렌트님을 설득한 후.

빛의 주신님은 1세계를 필멸자들을 관리하는 세계로 만들려고 했어요.

자신이 직접 세세하게 관리하는...

그런 세상을 말이지요...

그렇게 바뀐 세상에서..

‘천족’은 상당히 부적절한 종족이었어요.

그들의 본래 목적은 필멸자들을 학살하기 위한 종족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빛의 주신님은 2세계 신족들을 모방한.

1세계 신족들을 만들었어요.

요컨대. 행정업무를 위한 것이지요.

저는 그때부터 태어나...

지금까지 쭉 빛의 주신의 부관으로서,

이 세상을 관리해왔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포기하세요.

저는 오랜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헛된 발버둥을 보았어요.

지금처럼 노력으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에요.

노력이란 고통을 늘리는 행위.

필멸자들의 삶이란.

‘노력’ 그 자체이며.

삶을 산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에요.

....저희가 무엇을 하든.

눈앞의 폭발은 막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포기하는 편이...

저희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걸요?

강물의 에린의 거대한 힘에 의한 폭발은...”


프레이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순식간이라. 저희들에게 고통이 없을 거니까요.”


여신의 말에....

월검향은 신경질적으로 에린의 신체에 단검을 박으며 외쳤다.


“맞아! 이것은 의미 없는 저항이고!

이런 것으로는 폭발을 막을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실 날 같은 가능성마저 잃어버리고 말겠지!

난!!!”


푸욱!!!


“절대 포기 못 해!!! 프레이야아아아아!!!!!!!!!!!”


----------------------------------------------------------


‘내가... 졌다고....?

저딴 잡것들에게?’


에린은 자신의 심장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무너져가는 육체 중심부에,

네메시스가 ‘구원’으로 만들어줬던 육체를 재현하며 경악해하고 있었다.


“안 돼...!!

힘이 안 모여...

나의 힘이... 모두... 흩어지고 있어....”


4세계가...

하이에나처럼 간섭해와.

죽어가는 에린의 힘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녀란 존재가 워낙 거대한 존재이기에,

그 시간이 늦을 뿐.

좋든 싫든. 자신은 이대로 소멸하고 말겠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말이다...


“내가 곱게 죽을 것 같아!!!!?

너희도 함께야!!!!!!!”


힘을 폭주시킨다!

그러자 그녀의 힘은 거칠게 요동쳤고!

그 파장만으로도 지역 전체를 흔들리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소용돌이치는 힘의 쇄류에서...

강물의 에린은 바깥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살인귀를 노려보았다.


‘이 자폭이면....

이 빌어먹을 영역을 모두 날려버리겠지...

꼴 좋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하지만 그러한 분노도 잠시뿐.

에린의 머리는 빠르게 식어갔다.


“...........”


이것으로 눈앞의 적들을 치워버린다고 하들.

자신은 죽는다.

자신의 목숨값 하나로,

저것들을 모두 데려간다?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은커녕.

다른 동료들이 수 천 년 넘게 비웃을 것이 훤히 보였다.

게다가....


“네메시스님.....”


그녀의 왕은...

이걸로 실망했겠지....

돌이킬 기회가 없이....

영.원.히...


‘싫어... 이런 결말은...’


그 사실이....

에린은 너무나 무서웠다...

네메시스님을 실망 시키는 것이 무섭다.

그래...

666의 괴물인데도 무섭다...


“네메시스님...........”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666의 괴물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다른 괴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에린은 이것이 자신의 최후라 생각하지 않았다.

4세계 괴물들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오는 날.

네메시스를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최후였다.

....저딴 잡것들과 싸우다 죽은 것이 아니라 말이다!!!

무엇보다...


“플.로.라.......!!!!”


자신처럼 심장이 토막 난 플로라는 지금까지 잘만 버티고 있는데.

자신은 바로 소멸?

자존심 때문에도 그건 인정 못 했다.

게다가 미래에도 플로라의 곁에서 네메시스님이 정신을 못 차릴 것을 상상하니,

에린의 머릿속이 분노로 가득 채워질 지경이었다.


‘잘 생각해보자. 에린.

여기서 저 개자식들과 함께 가면.

일시적으로 내 기분이 풀린다.

근데. 그 이후는?

네메시스님은 나에게 실망하실 것이고,

플로라는 내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다른 동료란 자식들은 내 죽음을 보고는,

영원히 까대겠지?

하다못해. 주신에게 죽으면.

그렇다고 넘어갈 수야 있지.

필멸자들에게 내가?

그것도 666의 괴물들의 최초로?

엿 먹어!!!!!!!!!!!!!!!!!’


부끄러워서 죽고 싶을 정도의 사실에...

에린은 다른 동료들을 생각했다.


“.......꽤 즐거웠는데.”


세상에서 혼자라는 사실에서 벗어나...

자신처럼 마음에 상처를 가진 이들을 4세계에서 만났다.

모두 정신이 미쳐버려 있었고,

같이 있으면. 짜증 나기 짝이 없는 동료란 것들이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수 천 년을 얼굴 보고 온 사이인 만큼.

미운 정 정도는 있었다.

이 상황에 에린은 머리를 급히 굴리기 시작했다.


“...그럼 전제를 뒤집어보자.”


이 상황에서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에린은 그 대답이 ‘아니오’라고 생각하며,

다른 방법을 고려했다.

그녀의 능력은 ‘순환’으로서,

물을 다루는 그녀에겐 너무나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이걸 이용해...

그녀의 최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녀는 먼저 자신의 우선 목표를 생각했다.


“그거야. 네메시스님이지.”


마물로서 망가졌던 자신을.

현재의 자신으로서 끌어올려 준 것은 오직 네메시스 뿐.

오직 그만이 그녀의 광기를 이해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었으며.

이성이 없는 마물이었던 그녀를 괴물로서 바꾸어주었다.

심연 속에서 손을 뻗어주던 그때의 모습이란...

죽기 직전인 그녀라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억이었다.


“난 이 자리에서 죽어.

하지만...

난 반드시 네메시스님에게로....!!!”


하지만 그녀의 힘은 4세계로 빨려 나가고 있다.

자신의 힘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그리고 네메시스님에게 되돌아가려면?

잠시 고민한 그녀였지만...

고민 끝에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하나뿐이지....”


주위에 하찮은 것들을 모두 다 날려버릴 힘을 폭주시키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 대신...

그녀의 힘을 4세계에 빼앗기기 전.

소멸할 자신을 대신한 존재를 만든다!!!!!

이에 에린의 힘이 급속도록 안정을 되찾더니,

곧 사라지는 속도에 박차가 가해졌다.

그녀는 영구적으로 사라져가는 자신의 힘을 느끼며,

자신의 두 손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생명체를 만들어갔다.

그래... 그것은...


“나의 아이...”


본래는 두 괴물이 스스로의 영혼을 깎아 먹으면서 만들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보통의 경우라면.

혼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의 여신이었던 괴물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모든 필멸자들이 시작된 태초의 바다를 관리하는 물의 여신!

게다가 그녀의 능력은 ‘순환’.

그걸 모두 한 존재를 탄생시키는 데에 사용한다.

괴물의 능력은 그 무엇도 아닌.

본인의 상상력과 재능에 의해 개화하는 것.

에린은 지금까지 이 힘을 살상을 위해 사용해왔지만.

지금 이 순간!!! 반대의 방식으로 사용했다....!!!


“생명을 탄생시키겠어...

물은 흘러가...

기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고체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순환이여..

순환하는 이상!

물은 결코 부패하지 않아!!!

그런데...

이 내가...

못할 것 같아!!!!!!?”


에린의 기억과 전투경험,

능력과 재능 등을 새롭게 탄생할 그녀의 아이에게 모조리 넘긴다.

서서히 형체를 갖추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강물의 에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혼자서 만드는 편법이라 불안정하지만...

재능은 확실해....”


그 누구도 아닌.

666의 괴물에 속해 있는 자신의 재능을 그대로 옮겼다.

이대로 완성하기만 하면. 그녀의 복제나 다름 없겠지만...


“.....”


한쪽 상대가 없다 보니,

이 아이의 힘은 불안정했다.

이대로라면 엑스트라 괴물보다도 못한 하찮은 존재가 되겠지...

어쩌면....

다른 괴물들에게 잡아먹혀서,

빛도 못 보고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에린은 자신의 아이를 믿었다.


“네메시스님에게 찾아가.

그리고 그분에게 정을 받으렴.

네메시스님은 처음에는 널 못 알아볼 수 있지만...

네가 나의 아이라는 것을 눈치채면.

그분은 널 완성 시켜줄 거야....

그렇다면...

넌 여기서 실패한 나와 달리.

더 대단한 존재가 될 거야....”


불안정하기에...

앞의 아이는 정상적인 4세계 괴물이 아니었다.

적어도 다른 존재의 도움이 있어야 완전해질 수 있었고...

그 직후에야. 이 아이는 4세계 괴물로서 탄생하겠지...

그래.... 그것도 현재 자신의 힘을 그대로 흡수한 상태로!

다른 힘과 능력을 얻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얼마나 흉악한 존재가 될까?

에린은 억지로 유지한 육체가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며,

겨우 눈을 뜬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나의 아이야.

이 어미가 죽기 전.

이름 정도는 지어줄게.

너의 이름은....”


에린은 아이의 이마에 있는 붉은 보석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카벙클’.

그것이 앞으로 네가 괴물로서 살아갈 이름이야...

그리고 너의 어미는... 서열 404위 강물의 에린.

언젠가...

네가 내 무덤에 방문해주기를...”


먼 과거...

마물로 분류되는 300의 비스트에 불과했던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은 네메시스였다...

그때처럼...

에린은 자신의 자식에게 이름을 지어주었고.

마지막으로 안아주고는 자신을 흡수하는 4세계를 향해.

먼저 보내주었다.

앞으로 저 아이는 홀로 힘으로 괴물들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할 것이고...

운이 좋으면 재능을 개화해.

강물의 에린을 뛰어넘는 괴물이 되겠지...

마지막으로 사라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에린은 자신의 심장에 보관되어 있던 유리구두를 꺼냈다.


“네메시스님....”


에린이 네메시스로 받은 문스톤 상징이자...

그녀가 더 이상 비스트가 아닌, 666의 괴물임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666의 괴물로서 항상 신고 있는 유리구두를...

이 순간만큼은 잠시 벗어, 품 안으로 가져왔다.

이곳에서 자신이 소멸하면.

이 유리구두가 자신의 묘비가 되어주겠지...

적어도....

그녀의 왕과 그녀의 동료들은...

살아있는 한 그녀가 이 세상에 있었음을 기억해줄 것이다.

그것이...

666의 괴물로서의 최후니까...

비록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사이였지만...


“멍청한 놈들도 안녕.

반드시 미래에서 다시 보자. 개자식들아.”


그녀는 소멸할 지어도.

그녀의 아이가 ‘에린’의 자리를 대신하겠지...

그렇다면 그거면 충분했다.

그녀 자신은 물이었다.

물은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고,

영원토록 순환한다.

그렇다면 상관없었다.

미래에 또 다른 자신이 네메시스의 곁에 갈 수 있는 한.

이런 별 볼일 없는 최후....

기꺼이 맞이해주마...

강물의 에린은 바깥쪽에서,

하찮게 공격하는 살인귀를 보고는 눈을 좁혔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대가...

마지막 발악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날 쓰러뜨린 존재가 저렇게 하찮다라...

운 좋은 줄 알아.

이번은 너희가 이겼어.

하지만 말이지....

난 이 세상에 다시 되돌아올 거야.

현재의 승리를 즐길 거면 즐겨라.

미래의 승리는...

나의 것이니까...!!!”


구원을 흉내 낸 육체에 금이 퍼져나가고,

그녀는 힘이 빠져, 서 있기도 힘든 것을 느꼈지만.

마지막으로 정신을 붙잡으면서,

품 안의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유리구두를 꼬옥! 껴안았다.


“네메시스님....

전 반드시...

당신의 곁으로 되돌아갈 거니까...

저를 기다려 주세요...

저를 닮은 저 아이는....

당신이 저에게 이름을 지어주신.

‘강물의 에린’이 되어!!!

현재의 저를 대신해.

당신을 보필할 거에요...

사랑해요...

비록 헛된 사랑일지라도...

저에게 유일하게 손을 뻗어준 당신을...

현재에도...

앞으로도....

이제 항상 영원히...”


몸을 타는 고통이 격류처럼 흘러갔지만...

그것은 그녀가 앞으로 사랑하는 이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비하면 하찮을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다.

그녀에겐 미래를 맡길만한 희망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모든 힘을 소비하여,

껍데기만이 남은 에린은 완전히 소멸해갔다...


“힘이 갑자기 소멸했다....?”


폭주하던 에린의 힘이 순식간에 소모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 상황에...

프레이야와 월검향은 어리둥절하여,

그녀가 있던 자리를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는 푸른 유리구두만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


그 시각.

레퀴엠과 제우스의 전투가 일어났던 곳.

현재 이곳은 불멸자와 괴물의 전투로 침식된 용암 지대가 되어,

들어오는 바닷물로 김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 결과. 서서히 바다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시온은 절뚝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네메시스.....”


발밑에 미지근한 바닷물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몸에 통증이 심하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666의 괴물들이 그를 조져놓았기 때문이겠지.

시온은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애써 움직이며,

자신이 만난 네메시스를 생각했다.


“나보고 666의 괴물에 합류하라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요괴에 대한 증오의 불꽃은...

먼 과거에 크립트에서 천황 텐구 후타바를 만난 이후.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 증오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목적 잃은 증오를 껴안은 상태로 지금까지 요괴들을 죽여왔다.

그래...

이것은 그의 삶이오.

그가 현재 가진 유일한 목적.

이 증오가 없으면.

시온이란 스스로 불타서 죽을 존재였다.

미치거나. 자멸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그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


자신은 확실히 주신보다도.

666의 괴물들에 가깝다.

주신으로서,

뒤틀려질 대로 뒤틀려진 최악의 존재.

오직 복수심만을 위해 살아온 그는,

자신의 속성에 의해 탄생한 요괴들을 추적하여,

지금까지 죽여오는...

모순된 존재였다.

그가 소멸하지 않는 한.

요괴는 끝없이 나타날 것이며...

그리고 그는 죽일 것이다.

그가 죽지 않는 한.

...영원히.


“후타바....”


그 요괴.

아니, 지금은 666의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를.

차라니 알지 못했다면.

그의 증오심은 계속 타오르고 있었겠지.

하지만...

시온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죽음의 배경을.

그녀로부터 듣고 말았다...


“.....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그래... 이것은 그의 어머니가 무참히 살해당했을 때의 비였다.

비가 내리면.

평소의 그는 정신을 잃어버리지만.

오늘은 후타바를 만난 탓인지.

그의 마음은 침착하기만 했다.

그래....

불이 꺼진 촛농처럼...


“.....”


털썩!


시온은 그 자리에서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더니,

얼굴에 닿는 미지근한 물과,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빗방울들의 감각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자신은...

삶에 아무런 목적이 없는.

그런 존재였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감각이 그를 채워갔다.

내려오는 비는 점점 늘어나 가고,

시온은 천천히 차오르는 물의 감각에 몸을 맡겼다.


“...살아있으세요?”


문뜩...

어떤 존재가 그의 어깨를 잡더니, 일으켜 세웠다.

이에 시온이 눈을 뜨니.

그곳에는 자신처럼 너덜거리는 한 존재가 있었다.


“너는?”


“이곳 근처에서 쓰러진 당신을 보고 확인하러 왔어요.

당신은요?”


“난....”


쿠오오오오오오!!!


666의 괴물들의 왕을 만나고,

이곳에 버러졌다...

라고 말하기 전.

하늘 위로 굉음이 퍼져갔다.

거대한 고래와도 같은 것이 구름 사이를 헤엄치며,

그들의 머리 위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색욕의 릴리스!!!”


색욕의 릴리스가 풀어놓은 생물 병기들 중 하나로,

주신들이 활동하는 전장에선 어디든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저것은 ‘수송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온의 생각이 거기에 닿자.

하늘을 유영하던 고래의 육체가 산산이 부수어져 가고,

그 파편은 하나하나가 생물병기가 되어,

그들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한 지역에 만 마리가 넘어가는 생물병기들을 풀어버리는 그것은,

아무리 주신이라도 쉽게 상대해줄 물건은 아니었다.


‘......’


그 모습에 ‘이대로 죽었다가 부활할까?’라고 생각한 시온이었지만.

자신과 달리.

부활하지 못하는 곁에 있는 이를 보고는,

두 손에 있는 사슬 낫에 힘을 실었다.

그것은 그의 삶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죽이기 위함이 아닌.

살리기 위해 전투를 한 것이었다...


............................................................


죽이고. 죽인다.

릴리스의 생물병기들은 필멸자들을 대량학살하기 위한 것들로,

필멸자들의 육체에 기생하여,

숫자를 늘려가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순수한 속성으로 채워진 주신들의 몸에는 손을 대지 못한다.

물론...

기생만 못 할 뿐.

물리적으로 죽이려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골치 아팠지만...


으드드드득!!!


시온은 두 손에 사슬 낫을 놓친 상태에서도,

맨손으로 E모델의 목을 그대로 뜯어버렸고,

그러자 주위에는 더 이상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하아....”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시온은 자신의 등 뒤에 느껴지는 다른 이의 체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혼자였던 그가.

누군가와 등을 기대어 같이 싸운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몇 시간에 걸친 전투 탓인지.

전투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축축한 바닥에 등을 기댄 상태로 앉아버렸고,

그의 등 뒤에 기대어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저는 엘이에요. 당신은요?”


“...시온.”


그것이...

시온과 엘의 첫 만남이었다...


------------현재의 4세계--------------


“여기서부터는 권한 없는 이는 금지인 지역입니다.”


“여기 있어요.”


서열 404위 아쿠아마린은 자신의 머리에 있는 백묘국 장신구를 보여주었고,

그러자 이곳의 경비병은 확인하고는 666의 괴물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서열 404위. 설원의 아쿠아마린님.

‘무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근데.... 곁에 있는 두 명은?”


“둘 다. 저의 일행이에요.

무슨 일이 있다면.

제가 책임질게요.”


아쿠아마린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목을 감고 있는 카벙클과,

마리의 손을 잡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푸른색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12개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는 어디죠? 아쿠아마린?”


“666의 괴물들의 ‘무덤’이에요.

먼 옛날에 전사했던 선배님들의 흔적이 있는 곳이죠.

카벙클이 평소에 이곳에 오고 싶다고 졸라서.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싶어서 여기로 왔어요.”


끼잉!


그저 걸려있기만 하는 문스톤 상징들...

하지만 카벙클은 아쿠아마린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가.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이쁜 유리구두네요?

이건 어떤 선배님의 상징이었을까요?

...어라?”


아쿠아마린은 그곳에 있는 서열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서열 404위라...

저와 서열이 동일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근데 카벙클.

이 선배님을 알고 있나요?”


끼잉!


그 말에 아쿠아마린의 머리 위에 있던 카벙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서히 활공하여 내려와.

유리 구두 앞에서 그대로 멈추었다.


“카벙클?”


“..........”


카벙클은 조용히 유리 구두에 볼을 비비더니.

곧 유리 구두에 몸을 감은 상태로 눈을 감았고,

낮잠을 즐기는 카벙클의 모습에 아쿠아마린과 마리는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왠지 카벙클이 편안해 보이네요.

카벙클이 낮잠을 즐기고 있으니,

이르지만. 도시락이라도 먹을까요? 마리씨?”


“네. 그렇죠.”


마리는 그 말과 함께 4세계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닐 때.

들고 다니는 새하얀 여우 머리가 새겨진 도시락을 꺼냈다.

그것은 하은이 싸준 것으로,

다른 지역을 구경하다가.

그 지역의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먹으라고 만들어둔 것이었다.

그것들을 내려놓으며...

둘은 그 어느 순간보다.

편안해 보이는 카벙클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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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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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제 459화 소금의 대천사. 미카엘. +1 23.03.05 12 2 21쪽
458 제 458화 절망으로! +1 23.03.05 13 2 22쪽
457 제 457화 희망에서... +1 23.03.05 12 2 22쪽
456 제 456화 666의 괴물의 묘비. +1 23.03.05 11 2 20쪽
455 제 455화 월검향. 잡아먹히다!? +1 23.03.05 12 2 29쪽
454 제 454화 고통 받는 월검향. +1 23.03.05 9 2 18쪽
453 제 453화 여신을 불신하는 거짓된 영웅들. +1 23.03.05 12 2 19쪽
452 제 452화 도서관에서의 혈투. +1 23.03.05 12 2 21쪽
451 제 451화 침식해오는 광기. +1 23.03.05 12 2 19쪽
450 제 450화 신뢰와 동료들. +1 23.03.05 12 2 32쪽
449 제 449화 간 디스트로이어의 저주. +1 23.03.05 10 2 19쪽
448 제 448화 새로운 손놈의 등장. +1 23.03.05 13 2 15쪽
447 제 447화 치킨집과 멍멍이. +1 23.03.05 9 2 20쪽
446 제 446화 쌍둥이 천사와 증오의 괴물. +1 23.03.05 12 2 28쪽
445 제 445화 대천사와의 작별. +1 23.03.05 14 2 26쪽
444 제 444화 상처뿐인 승리. +1 23.03.05 11 2 27쪽
443 제 443화 죽어가는 괴물과 영웅들. +1 23.03.05 9 2 27쪽
442 제 442화 존재를 먹어치우는 검은 거미 +1 23.03.05 10 2 39쪽
441 제 441화 광기의 삼서와의 혈투. +1 23.03.05 10 2 31쪽
440 제 440화 생명공학과 기계공학의 정수. 둠스데이. +1 23.03.05 9 2 22쪽
439 제 439화 돌아온 영웅들과 장난감들. +1 23.03.05 8 2 36쪽
438 제 438화 캐릭터 오펜스. +1 23.03.05 7 2 16쪽
437 제 437화 대천사의 지원. +1 23.03.05 7 2 27쪽
436 제 436화 광기의 괴물의 초대 +2 23.03.05 8 2 20쪽
435 제 435화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자. +1 23.03.05 8 2 22쪽
434 제 434화 미치광이 괴물의 침공. +1 23.03.05 8 2 26쪽
» 제 433화 여신의 아이. +1 23.03.05 8 2 25쪽
432 제 432화 모든 이들의 힘을... 하나로! +1 23.03.05 7 2 28쪽
431 제 431화 희망의 공세. +1 23.03.05 7 2 20쪽
430 제 430화 심연의 비스트. +1 23.03.05 8 2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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