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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호 님의 서재입니다.

번개 맞은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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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호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1.31 20:5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12
추천수 :
11
글자수 :
49,267

작성
24.01.25 20:49
조회
32
추천
1
글자
12쪽

만났다.

DUMMY

“이쪽은 포기해야겠네.”


좀비들을 죽이며 길을 뚫기를 며칠.


드디어 큰길로 이어지는 길 하나를 뚫었다. 그런데 하필 큰길로 이어지는 입구를 트럭 한 대가 막고 있다. 운전자가 좀비로 변하면서 그대로 빌딩을 박았는지 완전히 길이 막혀있었다.


뭐, 차라리 잘됐다.


이쪽으로는 좀비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었으니깐.


“그럼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볼까?”


조잡하게 만든 지도에 이쪽은 엑스표시를 치며, 다른 쪽으로 향하는 길을 뚫기 위해 이동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누구야!”


나는 황급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또다시 느껴지는 시선.


좀비라면 당연히 숨을 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마...?’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저번에 마주했던 돌연변이였다. 그때도 녀석은 부자아파트에서 대형쇼핑몰까지 나를 따라왔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떡하지?’


나는 순간 고민에 빠졌지만 어차피 결론은 하나였다. 여기서 녀석을 무시하면 저번처럼 쫓아다니다가 방심한 순간을 노릴지 모른다.


차라리 위험하더라도 지금 처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


‘여차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수도 있고.’


결심을 한 나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시선이 느껴졌던 건물로 다가갔다.


“어라?”


그런데 건물에 도착해봤더니 1층이 완전히 봉쇄가 되어있다. 혹시 몰라 건물 근처를 한 바퀴 돌아봤지만 역시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대신 2층에 드나들 수 있는 창문이 보인다.


이건 전형적인 생존자의 은신처가 보이는 형태.


“설마...”


방금까지 돌연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 가지 가설이 더 생겼다. 나는 마침 근처에 있던 차를 끌고 와 창문 아래에 둔 후 차를 발판삼아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원래 사람이 사는 곳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냄새부터 시작해서 온기까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주변에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도 이웃끼리 인사는 나눠야겠지?”


딱히 그들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비록 근처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남남에 불과할 뿐. 나는 내 방식대로 생존하면 되는 거고,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생존하면 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둬야했다. 그래야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를 할 수 있지.


나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치운다고 치웠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쌓여있는 쓰레기들에 추위를 막기 위해 겹겹이 쌓여있는 옷가지들까지.


방에 있을 때보다 훨씬 생활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던 나는 이내 한 자그마한 방 앞에 섰다.


위치상 방이라기보다는 보일러실이라고 보는 게 맞는 장소.


다른 곳을 전부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을 터,


‘대충 많아봤자 2명 정도인가?’


집 안을 둘러본 결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많아봤자 2명 정도. 나는 과연 이곳에 숨어사는 자들이 누구일지 문을 열어보았다.


“이야얏!!”


문이 열리자 숨어있던 남자가 다짜고짜 골프채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골프채를 가볍게 잡아챌 수 있었다.


“아앗!”


허망하게 골프채를 빼앗긴 남자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그렇게 드러난 안의 풍경. 그곳에는 30대 여성이 아직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


좀비가 발생한지 세 달이 넘은 시점.


좀비를 피해 은신처를 만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좀비가 아니었다.


바로 인간.


좀비는 힘은 세지만 지능이 없기에 숨겨둔 은신처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르다. 아무리 은신처를 숨겨둬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쳐들어온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법이라는 규율에 갇혀있던 본성을 드러냈다.


약탈은 기본, 살인에 방화, 강간에 납치까지.


그들은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였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흐아앙!!”


“흐흑, 괜찮아, 괜찮아.”


난감하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남편과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마누라와 아직 어린아이.


이거 완전 악당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마냥 좋은 뜻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인사는 표면적인 거고, 함부로 나를 건들지 못하도록 일종의 협박도 담겨있었다.


그렇지만 설마 이 정도로 나를 보고 덜덜 떨 줄은 몰랐다.


“그러니깐 여기에 당신들만 있는 것 맞죠?”


“네, 정말로 저희 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찾아보았지만 다른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에게 빼앗았던 골프채를 돌려주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도 서로 지금처럼 지내도록 합시다.”


“네?”


“그러니깐 지금까지처럼 서로 모르는 척하고 지내자는 말입니다. 뭐 더 하실 말씀 없으시죠?”


“...”


이미 이렇게 마주한 이상 서로의 존재를 모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과 어떤 교류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 서로에게 무언가 바라지 말고, 서로 없는 것처럼 지내길 바랄 뿐.


“그럼 저는 이만.”


그들은 내가 나갈 때까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여겼다.


우연히 다시 만나더라도 지금처럼 말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 생각은 얼마가지도 못해서 깨지고 말았다.



며칠 후, 오늘도 새로운 길을 뚫기 위해 집을 나선 나는 저번에 봤던 남편이 우리 집 앞에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말했던 대로 그를 모르는 척 지나가려했지만 그는 지나쳐가는 나를 서둘러 붙잡았다.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


“하아.”


이럴 줄 알았다. 애초에 그들이 집밖을 왔다 갔다 했다면 어느 정도 흔적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내가 그곳을 청소하면서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다.


즉, 그들은 비록 출입구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 없다는 뜻. 당연히 이미 모아놓았던 음식은 모두 떨어진지 오래였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것이 신기할 정도지.’


처음에는 내가 무서웠겠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의 처지가 실감이 됐을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는 굶어죽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발버둥은 쳐보자.


그게 스스로 해결하자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청하자가 된 것이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


뭐, 내가 그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그냥 간 것도 한몫했겠지만.


“제가 서로 모르는 척 지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키는 건 모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먹을 것 좀 나눠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숙여지는 남자의 허리. 결국 이번에도 남자는 무릎을 꿇는다.


이것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 아마 내가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하기 이전이었다면 그를 동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동정이라는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로 당신이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저를 찾아올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먹을 것을 구했어야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만만해 보이셨습니까?”


“...”


내가 몸을 숙여 사내와 눈을 마주치며 말하자 사내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잔뜩 겁에 질린 모습. 나는 그런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앞으로 저와 마주치지 마십시오. 아니, 마주친다 할지라도 절대 아는 척하지 마십시오. 한 번만 더 저한테 말을 걸면 그때는 당신은 물론 당신의 가족들끼리 죽여 드리죠.”


이 정도면 상대도 알기 쉽게 말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어느 정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가 지금 이렇게 나를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도 내가 그들의 은신처 앞을 청소해주었기 때문.


아니, 어디 은신처 앞뿐이겠는가?


주변의 좀비들은 내가 전부 처리해주었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변 건물들을 털어서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었다.


뭐, 그러다가 숨어있던 좀비를 만나더라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


‘나를 찾아올 정도의 용기라면 한동안은 먹고 살 수 있겠지.’


원래 처음이 어려운 법.


한 번 용기를 낸 이상 내가 돕지 않아도 주변건물을 털며 알아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남자를 내버려둔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서 남자가 다시 한 번 내 발목을 붙잡았다.


“주변을 개발하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저는 도시개발공사에서 일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그의 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그저 막연하게 이곳을 개발해야겠다 생각만 했을 뿐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게다가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좀비들을 청소하고, 길을 뚫는 것뿐. 확실히 개발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먹을 것과 마실 것만 제공해주십시오. 그렇다면 평생 당신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날 찾아온 목적이 이거였나?’


지금까지 그저 수동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가보다. 오히려 그가 날 시험한 모양. 만약 내가 호구처럼 도와줬다면 굽실거리는 시늉을 하며 받아먹기만 했겠지.


그의 심계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거래를 요구해오는 것이 나도 마음이 편하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저도 그냥 믿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에게 담보로 내어드리겠습니다.”



왕! 왕! 왕!


“아하하! 하지 마!”


호두가 자신의 얼굴을 핥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여자아이.


‘당했군.’


여자아이의 이름은 최진아.


지난 번 거래를 했던 최준혁의 8살 된 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서 최진아를 맡겼다.


어떻게 보면 인질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최진아를 보다 안전한 곳에 맡긴 것이다.


게다가 최준혁과 그의 부인 오연희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최진아를 만날 수 있었다. 최준혁은 보고를 핑계로 매일같이 우리 집에 드나들었고, 오여사는 식사를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우리 집에 드나들었다.


‘요리라는 것은 참 심오해.’


밀키트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미 요리가 된 상태에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만들 때하고, 오여사가 만들 때하고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최준혁의 꾀를 알아차렸지만 굳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뭐가 됐든 최진아가 두 사람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 최진아가 내 손에 있는 한 두 사람이 배신할 일은 없었다.


‘게다가 얘가 얌전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최진아는 혼자서 눈물을 훔칠지언정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을 찾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인질이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왕! 왕!


“아하하!!”


지금도 호두와 잘 놀고 있는 최진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호두에게도 최진아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나는 놀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집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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