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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호 님의 서재입니다.

번개 맞은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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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호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1.31 20:5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13
추천수 :
11
글자수 :
49,267

작성
24.01.24 20:52
조회
37
추천
1
글자
12쪽

생겼다.

DUMMY

치직! 치직!


쫙 핀 손바닥 위에 번쩍이는 노란 불빛.


“거 참 신기하네.”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내 몸에 전기가 흐른다. 그것도 호신용 전기충격기 따위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전기가.


그 덕분에 나는 돌연변이에게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이후에 손발이 마비가 되어 저릿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느라 개고생을 해야 했지만.


아무튼 그래도 좋은 무기가 생긴 것은 사실.


위험한 순간에 내 목숨을 구해줄 비장의 수단이 생겼다.


“좋아.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


돌연변이의 등장으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건 주변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 돌연변이가 등장한 이상 앞으로도 계속해서 돌연변이가 등장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근처에 있을지도 모fms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 주변의 안전부터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그대로 이곳을 은신처로 삼아도 되겠지.”


지금 내가 베이스로 삼고 살고 있는 곳은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4층짜리 빌라.


이 건물을 베이스로 삼은 이유는 옥상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텃밭과 태양광 패널이 있었기 때문. 게다가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건물들이 늘어져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옥상을 통해 도망을 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은신처로는 안성맞춤.


그렇게 은신처를 정했으면 이제는 주변 도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있지만 오토바이는 많은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없다. 본격적으로 주변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도로 위를 가로막고 있는 폐차들과 잔해들부터 치울 필요가 있다.


겸사겸사 거리를 점령한 좀비들을 치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마침내 이걸 쓸 때가 되었군.”


내가 꺼내든 것은 커다란 도끼와 대형망치.


저번에 돌연변이의 습격으로 뭐하나 제대로 챙겨서 돌아오지 못한 나는 근처 철물점을 털어 도끼와 대형망치를 가져왔다.


이것으로 좀비는 물론 폐차들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두 개 모두 챙겨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밖은 좀비들로 가득.


이 녀석들을 모두 치운다는 것은 굉장한 노동이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일.


나는 가장 앞에 있는 좀비를 향해 시험 삼아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시원하게 반으로 쪼개지는 좀비.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직 변해버린 신체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뭐, 그건 차근차근 적응을 해나가면 되는 일.


어차피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것이 좀비였다. 나는 이어서 다음 좀비를 반으로 갈랐고, 차례차례 주변의 좀비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휴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오늘 죽인 좀비만 대충 백 마리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은신처 주변에 있는 좀비 밖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조금만 나가도 여전히 좀비가 한가득, 아마 오늘이 지나면 다시 원상복귀가 되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해결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을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 괜히 급하다고 무리하다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하는 것이 낫다.


장비들에 묻은 피를 씻어낸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두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래, 잘 있었어?”


왕!


호두를 안아들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우선 호두의 밥그릇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가득 채워두었던 밥그릇은 텅 빈 상태. 이어서 나는 배변패드를 확인하였다.


“아이고, 많이 쌌네.”


왕! 왕!


호두는 똑똑하게도 대소변을 정해진 위치에서만 쌌기에 뒤처리를 하기가 편했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녀석의 것이 아니라 내 것.


이미 물이 끊겼기 때문에 변기가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 그래도 부족한 물을 낭비할 수도 없는 일.


그나마 다행이라면 근처에 산이 있어 모아두었다가 그곳에 묻으면 됐다. 나는 녀석의 배변패드를 봉지에 싸서 한쪽에 치워두었다.


“그럼 밥을 먹어볼까?”


사실 배가 고프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고프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시간이 되면 꾸준히 밥을 챙겨먹었다. 특히 저녁은 최대한 푸짐하게 먹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지 않으면 깊은 밤 몰려드는 우울함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호두라도 있어 다행이지.’


정말 호두도 없었더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부대찌개를 먹어볼까?”


물론 그래봤자 결국 즉석식품.


그래도 전보다 만족스러운 것이 있다면 이제는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공사장에 발전기가 버려져있을 줄이야.’


비록 휘발유가 필요했지만 휘발유는 근처 버려진 차들에서 빼내서 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낭비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냉장고뿐.


그 외에는 태양광으로 충전한 건전지를 이용하였다.


“자, 먹자.”


즉석식품답게 식사를 준비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뜨뜻하게 데운 부대찌개와 햇반 그리고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놓은 다음 호두의 밥그릇에도 사료를 가득 담아주었다.


우걱! 우걱!


밥그릇 하나를 비워놓고서는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호두.


저 자그마한 몸 어디로 다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 잘 먹는 것이 낫지. 이제는 아프면 고쳐줄 사람도 없는데.


치이익!


맥주를 까자 거품 빠지는 소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마침 목이 말랐던 나는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캬아. 좋다.”


원래 나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술이 그렇게 맛있다.


아무래도 술을 마시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잠을 잘 수 있기에. 사람이 할 것이 없다보면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싫어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돌연변이의 공격을 받아 집에 돌아온 그날 나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내 손으로 친구의 머리를 부수는 꿈을.


나와 친구는 같이 사는 사이였다. 없는 돈을 모아서 자그마한 방에서 함께 자취를 하던 사이. 그럼에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녀석은 보통 늦게까지 일을 했고, 나는 야간 알바를 했었기 때문.


그럼에도 쉬는 날이 겹칠 때면 같이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즐겁게 보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날도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야간 일을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뭐지? 오늘은 일찍 끝났나?’


어차피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것은 나하고 친구뿐. 종종 녀석이 일찍 돌아오는 날도 있기에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 씻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제야 슬슬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설마 강도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번에 친구와 재미로 샀던 야구방망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문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렸고, 강도가 아닌 친구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놀랐잖아!”


나는 안심을 하며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친구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했다. 녀석은 어째서인지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자꾸만 몸을 비틀며, 알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준영아?”


“...”


겁에 질린 나는 조심스럽게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녀석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본다.


흰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충혈된 눈. 무거운지 자꾸만 옆으로 기울어지는 머리. 그리고 입가를 따라 흐르고 있는 침.


“...살려...”


“뭐야? 너 왜 그래?”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녀석. 나는 녀석을 도와야겠다는 생각보다 두려움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아아악!!!”


그때, 열려진 문을 통해 들려오는 누군가의 비명소리. 그뿐만이 아니다. 어째서인지 창 바깥에서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꿀꺽!


“주, 준영아, 괜찮아?”


지금 내 감이 말해주고 있다. 어시 이 자리를 벗어나라고. 그럼에도 몸이 굳어서 말을 듣지가 않는다.


“끄아아악!”


그때, 녀석이 괴로운지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어쩌면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녀석을 피해 문으로 달렸고, 다행히 녀석은 도망치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누군가가 열려있던 문에 부딪치며 넘어졌다. 반쯤 닫힌 문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옆집에 살던 여자가 넘어진 모습. 아무래도 아까 전 비명은 그녀의 것이었는지 그녀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으으으.”


넘어졌던 여성은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을 기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려는 간절한 몸부림. 그러나 그런 그녀의 몸부림에도 무색하게 그녀는 결국 이 건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콰직! 콰직!


“아아악!!!”


어느새 여성의 몸 위로 겹쳐지는 정체모를 괴한. 그 순간, 괴한은 여성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복도에 피가 흩뿌려지기 시작한다. 나는 허겁지겁 문을 닫아버렸다.


“허억! 허억!”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정말 현실이기는 한 걸까?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그러나 잠금화면을 풀기도 전에 나는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어느새 내 쪽을 바라보며 뜨거운 숨을 내쉬고 있는 준영이. 그러고 보니 녀석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바깥에는 사람을 죽인 괴한이 있었고, 안에는 어딘가 이상해진 준영이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준영아. 왜 그래? 정신 차려!”


“크으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준영이를 부르는 것뿐. 그러나 준영이는 완전히 정신을 놓았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결국 내 앞까지 다가와 내 어깨를 붙잡는 녀석. 그런데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벗어날 수가 없다.


“주, 준영아...”


점점 더 강해지는 녀석의 힘. 동시에 녀석의 머리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이대로라면 아까 전 옆집 여자처럼 녀석에게 물릴 것만 같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녀석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찍기 시작했다.


퍼억!


머리를 맞은 녀석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른다. 그럼에도 나를 붙잡고 있는 녀석의 힘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몇 번이고,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건 그야말로 살기 위한 발버둥.


그렇게 얼마나 내리쳤을까?


녀석은 드디어 나를 붙잡고 있는 손을 놓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여전히 떨리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가장 친했던 친구를.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


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 준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나 아직 슬퍼하기에는 일렀다. 분명 머리가 깨져 쓰러졌던 준영이의 다시 몸이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


아마 이대로 내버려두면 녀석은 다시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야구방망이를 줍고, 녀석의 앞에 가서 섰다.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허우적거리는 녀석.


나는 두 손으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시 녀석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고, 녀석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야구방망이를 내려놓았다.


“허억! 허억!”


나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쿵쿵쿵!


밖에서는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쩌면 아까 전 그 괴한이 집까지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세상은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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