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이것은 김칠복, 그의 좌우명이었다. 가훈이기도 했고, 인생관이기도 했다.
참 좋은 문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문장이 그의 일생에 항상 부정적으로 쓰였다는 것이 문제다.
고로 필수적으로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 할 수 밖에 없었다.
엿을 쳐 먹었으면 엿 먹인다.
한 대 맞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한 대 돌려준다.
통수를 맞았으면 어떻게든 똑같이 통수 쳐준다.
대충 이런 느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의 인생 처음으로 좌우명이 긍정적으로 쓰였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1억 골드를 받았다.
고로.... 1억 골드 값어치만큼 되돌려준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1억 골드를 준건 DK길드이긴 하지만.’
사소한 태클은 스탑.
그 골드를 양보 했다는 것이 어딘가.
1억원이면 눈이 확 돌아서 잠수를 타도 충분히 이해할 만큼의 크나큰 금액이다.
아무리 도움을 받았다한들 이러한 금액을 ‘양보한다’라는 결정을 내리다니.
기특하지 않는가!
그래서.
김칠복은 봄바일을 오기전, 파밍했었던 여러 가지 SSS급 템들 중 그들에게 알맞은 몇 가지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고대 성기사단의 명예]
-분류 : 스킬북(귀속)
-희귀도 ; SSS
-등급 : 유니크
-조건 : 카르마 수치가 악(惡)인자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여신 가이아를 위해 싸우던 그 누구보다도 성스럽고 명예로운 이들의 스킬이 담겨져 있는 스킬북. 자세한 정보는 사용해야만 알 수 있다.
-적용하는 즉시 히든 클래스 ‘고대의 성기사’로 전직합니다.
-스킬 북 사용 시 스킬북은 사라집니다.
라이너에게 준 스킬북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히든 클래스, ‘고대의 성기사’로 전직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고대의 성기사!
먼 옛날, 가이아 여신이 마왕의 침공으로 인해 가장 인간계에 많은 축복과 힘을 내렸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를 ‘고대’라 부른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가장 많이 활약했었던 성기사를 일컫는 것이 바로 고대의 성기사였다.
신성력을 바탕으로 축복과 재생력으로 탱킹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 성기사에 비해서 고대의 성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같은 스킬을 써도 두 배, 세 배가 넘는 신성력을 바탕으로 스킬 위력자체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탱킹력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혼자서 사제의 특권인 자힐도 하고 축복도 혼자 다 해먹는다. 거기에 가이아의 힘을 받아쓰는 강령스킬로 인한 무시막지한 공격력까지!!
양심 없는 새끼다.
오죽했으면 미래의 랭커들 사이에서조차 답도 없는 적폐직업이라 불렸을까!
그리고 당연히. 그 직업으로 전직하게 해준다는 스킬북 [고대 성기사단의 명예]는 검신 시절의 김칠복이라도 매물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를 얻기 위해선 고대 던전 중 SSS급 상위의 던젼을 공략하여야 했고 그런 존재는 미래의 카오스 온라인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클리어했다 한들 드랍율 자체가 극악이었으니!
‘고작’ 스킬 북 하나가 현금 1억원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여신의 성흔(聖痕)]
-분류 : 악세서리(귀속)
-희귀도 : SSS
-등급 ; 유니크
-조건 : 성 가이아 교단의 사제(메인 클래스만 유효)
-아주 먼 옛날, 마왕이 침범하던 그 시기에 성녀에게 내려졌다는 성흔을 드래곤 로드가 빼내어, 다른 이에게 권능을 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장착하는 즉시 착용자의 오른쪽 손등에 성흔이 새겨집니다.
-장착 시 다른 이에게 이 아이템을 양도할 수 없습니다.
-여신, 가이아가 직접 내린 성흔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착용하는 것만으로 일정 반경이내 모든 암흑속성의 스텟이 50% 반감되는 패시브 스킬을 가집니다
착용하는 것만으로 착용자의 신성력의 300%를 증폭시켜 줍니다.
착용하는 것만으로 착용자는 가이아 교단 내에 주교(Bishop)의 위치를 갖습니다. 모든 사제들이 전설로만 내려오던 성흔을 지닌 착용자를 우러러 볼 것입니다.
-착용자는 모든 독(毒)에 당하지 않습니다.
-착용자의 모든 축복효과가 300% 증가합니다. 다만 광범위 축복효과는 150%로 효과가 반감됩니다.
안나에게 선물한 아이템 역시 유니크 등급의 악세서리!
여신의 성흔.
이 역시 답도 없는 십사기 템이다. 모든 가이아 교단 사제들의 워너비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빠방한 옵션! 심지어 주교의 등급까지!
무엇보다 이 중 가장 사기적인 옵션은, 바로 모든 축복효과의 300% 증가이다.
축복효과 300%라니! 이 무슨 정신 나간 수치인가!!
고작 악세서리 계열 아이템 하나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비인기직업인 사제계열 전용이라 그 값어치가 내려간 것이지, 성능만 따지고 보자면 이 역시 1억원의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아이템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 아이템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귀중한 템들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받은 만큼 돌려준다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자고로 아이템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
위의 두 아이템들의 현금 가치는 칠복이가 ‘검신’시절로 활동했을 때, 즉 약 3년 이후의 미래에서 ‘1억원’ 만큼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은 그 어떤 금은보화를 주고서라도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인 것이다!
현재 랭커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는 아이템이라는 것!
드랍하는 몬스터와 그 몬스터가 출현하는 사냥터.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은커녕 아이템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
아마 게시판에 이러한 정보가 올라온다면 그야말로 세계가 뒤집어 질것이다. 물론, 그 점을 감안하고 메시지에 남겨두었기에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뭐, 이런 사실을 그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것은 스스로 1+1 이벤트였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치관이 처음으로 긍정적이게 쓰이게 된 것에 대한 보답!
기특한 자들에게 내려주는 김칠복의 선물! 마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느끼는 모성애와 비슷한 느낌!
‘무럭무럭 자라렴...!’
화이트 울브즈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아빠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소가 옆에서 본다면 기분 나쁘다는 것을 김칠복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아이템을 넘겨준 것은 감정적인 측면뿐만이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화이트 울브즈는 좀 더 성장해줄 필요가 있었다.
반드시 봄바일이란 지역 자체는 젖과 꿀이 흐르는 교통의 중심지가 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필수적으로 수많은 외세의 위협들이 있을 것이다.
그 위협에 맞서 화이트 울브즈를 지키기 위한 것.
바로 힘!
그리고 이 아이템들로 인해 조금만 성장한다면, 웬만한 랭커들은 털끝조차 못 건들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큭큭...”
이제 김칠복은 아빠미소에서 사악한 웃음으로 변했다.
곧 일어날 일들이 뻔하기 때문에!
내기해도 좋다. 확률 100%로 DK측에서 봄바일에 애들 몇 명을 보낼 것이다. 자객이던, 아니면 스파이던 간에.
그리고 아마 화이트 울브즈만 남아있다는 것이 판단된다면 어떻게든 다시 시비를 걸 것이다.
하지만 저 아이템으로 성장하게 된 화이트 울브즈를 건드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꼴뵈기 싫은 DK길드 새끼들이 어떻게 역관광 당하게 될지 참으로 기대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인 디쉬.
민희의 아이템.
사실 그녀에게 줄 선물을 가장 많이 고심했다. 마법사란 직업은 가장 인기가 많은 직업 중 하나이고, 그만큼 관련된 아이템의 바리에이션 또한 다양했기 때문이었다.
온갖 악세서리들과, 로브계열, 스태프, 완드, 스킬북. 악세사리 하나하나 모두가 마력을 깃들게 만들 수 있기에 가장 아이템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군이다.
좋은 뜻으로는 템빨을 가장 많이 받기에 시간투자대비 쉽게 강해 질수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그만큼 전 직업 중 돈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칠복이가 준비한 아이템은 바로 스태프였다.
마법사들의 핵심이자 상징이며 꽃인 무기!
[스태프 오브 원]
-분류 : 스태프(귀속)
-희귀도 : SSS
-등급 : 유니크
-조건 : 마법사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태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주 먼 옛날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대마법사의 마력이 깃들어 있는 스태프입니다. 그 의외에 모든 정보는 불명입니다.
-장착 시 다른 이에게 이 아이템을 양도할 수 없습니다.
-착용 시 사용자의 주된 마법 속성의 마나 소모력을 50% 감소시켜 줍니다.
-착용 시 사용자의 주된 마법 속성의 위력을 30% 증가시켜 줍니다.
이 무기는 사실 김칠복 그도 그 기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무기다.
그는 사실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카오스 온라인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아무것도 모를 정도니, 말 다했다.
'아주 먼 옛날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대마법사'라.
대마법사의 칭호를 가진 자가 흔하지 않은만큼 그 이름 하나 안 알려진 이 없다. 다만 이 스태프의 주인은 예외였다.
대체 뭐하는 자길래 이런 정신 나간 무기가 탄생한 것인지.
마나 소모력 감소 5%만으로도 충분히 답없는 무기라 할지언데 50%라니, 그야말로 정신 나갔다.
거기에 속성 위력 30%는 어떻고.
제일 무서운 점은 이게 아직 본 위력이 개방이 안된 상태의 스태프라는 거다. 민희가 이 스태프를 제대로 다룬다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러지 않음에도 충분한 위력의 무기!
이 유니크 아이템을 장착한 세명의 위력이 어떻게 될지, 김칠복은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
*
화이트 울브즈는 럭키세븐이 두고 간 아이템을 보았다
그리고 옆에 놓여있는 쪽지.
자기만 아는 곳에서 양보해주신 1억 골드로 샀다고, 부담 없이 받으라고. 다만 이 아이템들은 정말 귀중하기에 스스로 사용 및 착용만 하고 어디 알리지 말라고.
얼마나 대단한 템이길래 이런 말까지?
이런 생각으로 정보를 확인해본 아이템들은 말 그대로 참으로 귀중한 템들이었다.
사실 얼마나 대단한지 와 닿진 않았다.
다만 분류된 등급을 보는 것만으로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희귀도 SSS급!
유니크 아이템!
희귀도는 현재 ‘카오스 온라인’에서 동일한 아이템이 몇 개나 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동일한 아이템을 가진 자가 얼마나 작다는 뜻.
고로 최고등급인 SSS란...
‘전 세계에 단 하나.’
오직 지금 존재하는 단 하나 뿐인 아이템이라는 것.
거기에 유니크 등급이라니. 희귀도 SSS의 유니크 등급이라니...!
라이너의 아이템 중 가장 높은 등급은 레어였다. 그것도 단 하나. 방패.
그러고도 용병들 사이에서 장비로 꿀린 적이 없었다. 그만큼 레어라는 아이템은 희귀했고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유니크라니!! 대체 몇 단계를 뛰어넘은 것인가!
이렇게 허들이 높아져버리면 실감조차 안 난다.
이 상황이 지금 진짜일까?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아이템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아이템 하나하나가 화이트 울브즈에게 대칭되는 것을 깨달았다.
라이너는 탱커. 그리고 그 역할군에 걸맞는 스킬북을.
안나는 사제. 그리고 그 역할군에 걸맞는 악세서리를.
그리고 민희는 마법사. 그리고 그 역할군에 걸맞는 스태프를.
정말 우리 생각을 많이 해줬구나. 럭키세븐님에게 또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화이트 울브즈, 그들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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