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o**** 님의 서재입니다.

리얼 인생떡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coiroi
작품등록일 :
2020.07.17 20:29
최근연재일 :
2020.08.02 18:37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20
추천수 :
2
글자수 :
12,707

작성
20.07.17 21:03
조회
93
추천
1
글자
9쪽

원래 인생은 바닥이었다 But 버뜨 그러나...

DUMMY

# 199X년, 소아과


"우리 애가 왜 이러죠? 학교에서 왕따에, 맨날 두들겨 맞고 다녔고 그걸 나한테 맨날 숨기고 있었고, 말도 못 하고 소심하고 왜 왜 왜 이런 거예요? 전 안 그런데..."


"저기 저희는 소아과라, 그런 사항은 정신과로 문의하시는게..."


"흑 흑흑...정신과로 가면 얘 인생 어떡하라구요"


어머니가 그렇게 소아과에서 내 학교 생활에 대해 한탄하시며 펑펑 우셨다. 그 때는 좀 그랬다. 애가 좀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어디에 상담 받을때도 마땅치 않았다. 정서 상담이라도 잘 못 받으면 뭔가 기록에 남아 훗날 사회 생활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보였다.


꽤 잘 참고 버텼는데 ,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성 만성 위염' 이 걸려서 크게 고생하고 나니 어머니도 내가 그동안 얼마나 학교에서 힘들게 생활을 했는지 알게 되신 거였다.


# 악운의 연속인 세기말 그 때 그 시절 , 어둠의 10대를 보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에 어머니는 그 어디에도 나를 두고 하소연 할때가 없으셨다. 그런 어머니가 안타까워 나도 그저 억울해도 참고, 부당해도 참고, 갖고 싶어도 참는 게 나의 인생이었다.


근데 잔머리는 좋은 편이었다. 체력이 좋지 않아서 책상 머리에 3시간 이상 앉아 있기 힘들었는데 요령 있게 정답으로 나올 것 같은 키워드들만 잘 외워서 국민학교(훗날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에서 5등안에는 곧잘 들었다.


어찌나 눈치 보며 사는 게 버릇 들어서 인지 공부도 눈치껏 했다. 5등 밖으로 떨어지면 괜히 아버지가 어머니만 못 살게 굴어서 최소한 그건 유지해야 했다.


그 시절엔 어느 학교나 , 어느 반이나 심지어 어느 분단이나 나같이 유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애들이 있었다. 특히, 여자로 인해 인생은 더 심하게 꼬이곤 했다.


국민학교 1학년에서 4학년까지는 주로 덩치 큰 애들이 괜히 날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는 수준이었다. 뭔가 약점이 잡힌 건 아니었다. 그런데 5학년 때부터 집중적인 약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바로 '여자 아이'를 '여성'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소위,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겉잡을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었다.


# 흰 바지의 민주 , 사춘기의 시작 아니 바닥 인생의 시작


"안녕! 난 박민주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전학생 민주는 인상적이었다. 국민학생 주제에 키가 남자인 나보다 컸고 , 무엇보다 흰색 긴 바지를 자주 입고 다녔다. 원래 국민학생(훗날 다시 말하면 초등학교)까지는 서민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옷차림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좀 어두운 색 계열의 옷을 많이 입힌다. 맞벌이를 하거나 생계가 바쁘면 애들 옷도 세탁하기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옷도 좀 어둡게 자주 안 갈아입어도 되는 옷으로 사주기도 한다.


나도 주로 그랬고, 그래봐야 진한 노란색, 네이비색등의 옷들이었다. 근데 , 자주 빨아야 하는 흰 바지를 민주는 입고 있었다. 사실 흰색 치마나 바지는 다른 아이들도 입곤 했다. 그런데 민주는 명확히 다른 점이 있었다.


바지가 타이트했다. 그 전까지는 몰랐다. 여자의 둔부가 남자보다 크다는 걸. 우리 엄마가 마른 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여자의 힙이 그렇게 크다는 걸 인식 못 했다. 민주는 키도 크고 엉덩이가 큰 편이었는데 상체는 또 크지 않았다. 호리병 같은 느낌이었다. 흰색의 바지가 유독 그 아이의 신체적 특장점을 부각시켰다.


그 때부터였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


처음 전학온 민주는 내게 선뜻 손을 건네 악수를 했고 그 아이는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뜰때마다 내 옆을 지나쳤는데 그 때는 한 반에 학생이 많아서 그 아이의 책상과 내 책상을 너무 가까웠다. 옆을 지나칠때마다 내 팔꿈치로 그녀의 엉덩이가 닿을때가 잦았다.


소년의 심장이 생애 처음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었다. 민주가 같이 도시락도 먹자고 했었고, 같이 등하교도 하자고 했지만 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살면서 여자에게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반에서 날 괴롭히던 뚱뚱한 녀석이 있었는데, 괴롭힘을 당하다보니 그녀 앞에서도 당당하기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내 뒤통수를 때리는 뚱보녀석에게 왜 나를 괴롭히냐며 당당히 뚱보를 막아주기도 하던 그녀였다.


그 때 ,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뚱보 녀석은 돼지 같은 몸에도 불구하고 눈치는 빨랐던 것 같다. 내가 민주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놈이었다. 민주에게 핏잔을 듣고 나서 민주의 자리에 끈적끈적한 꿀을 발라놨고 민주는 흰 바지를 입은 체 , 꿀 위에 앉아버렸다.


엉덩이에 꿀이 묻자 민주는 수치심에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갔다. 게다가 뚱보는 소문까지 퍼뜨렸다.


'민주의 엉덩이 꿀을 00는 너무 좋아해'


00은 말할 것 없이 내 이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뚱보의 안면을 강타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던 나는 그냥 책상에 대가리를 박고 숨죽여 있을 따름이었다.


뚱보를 주축으로 한 못된 애들이 계속 민주를 괴롭혔고 민주는 결국 담임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다른 반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반을 떠나면서 혼 빠진 눈으로 날 흘겨보고 떠나던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았다.


사실 그녀가 떠나고 나서 뚱보에게 반항을 해봤고 , 그 반항으로 인해 난 육신이 더 고달파졌다. 뚱보와 그 집단들에게 2년여를 괴롭힘 당하다가 졸업 직전에 가을 운동회 행사때 급성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쓰러지면서 어머니는 내가 국민학교 시절 6년을 괴롭게 학교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되셨다.


그 후 , 어머니는 나를 돌봐주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시고 장사를 하셨지만 장사는 사실 직장보다 더 바빴다. 어머니도 가게 장사를 하면 날 챙겨줄 시간이 더 많아질줄 아셨겠지만 큰 착오셨다. 어머니도 나 때문에 삶이 꼬이시고 스트레스는 점점 많아지셨다.


그러다가 난 중학교를 갔고 , 뚱보를 벗어나나 했는데 이번엔 비쩍 마른 애가 등교 이틀차부터 내 뺨을 후려갈겼다. 중학교는 국민학교와 또 다른 학원폭력이 난무하던 곳이었다. 레벨이 좀 더 높다고 할까?


결국 난 14살 ,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얻어맞아서 병원까지 실려갔고 어머니는 날 데리고 사주를 봐주는 점쟁이를 찾아가셨다.


"가혹하긴 하네. 사주가 근 10년은 더 힘들거야"


어머니의 울음이 그치질 않으셨다. 어머니가 어찌나 우시는지 오히려 내가 울음이 나오질 않았다.


"벗뜨 그러나!"


엥? 뜬금 없이 영어 but을 외치는 사주 점쟁이 아저씨. 반전 어린 얘기를 해주셨다.


"광명이 올게야. 10년만 참아봐"

"네에?"


어머니도 울음을 그치고 뒷 이야기를 더 집중해 들었다. 사주 아저씨는 인자하게 웃으며 내 눈을 바라봤다.


"짜슥, 지금은 흐리멍텅해보이지만 아주 똘똘해. 이 놈은 세기가 바뀌면 세상을 바꿀 녀석이야. 삶이란게 말이다. 밑바닥에 지하실까지 추락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바닥에 바닥까지 가다보면 로켓처럼 우주로 날라가버린단다. 떡상! 떡상 한다는 거야. 껄껄껄"


축 쳐진 어깨, 게슴츠레한 눈으로 난 그 아저씨를 멍하니 바라봤다. 뭐가 좋다고 저리 신나게 웃으실까! 근데 그 순간 마법 같이 내 심장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말을 해준 적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난 이미 어린 나이에 내 삶을 포기하고 살았었다. 누가 때려서 얻어터져도 그게 내 운명이려니 , 길가다가 넘어져도 내가 이 모양이지라며 나를 탓했다.


근데, 그 넘어짐이 10년 뒤의 떡상을 위해서라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앞으로는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아저씨! 정말 10년만 참으면 되나요? 10년 뒤에 여자친구도 생기나요?"

"말해 뭐하누!? 포기만 하지말고 10년만 버텨봐. 내 말이 틀리나 내기하자꾸나"


<본편에서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얼 인생떡상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처음 사귄 친구, 그리고 처음 배운 시련 (1) +1 20.08.02 57 0 10쪽
2 어떻게 성장하느냐 , 계획도 중요하다 20.07.18 70 1 10쪽
» 원래 인생은 바닥이었다 But 버뜨 그러나... 20.07.17 94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