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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초전도체를 발명한 날, 좀비가 창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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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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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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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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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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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그거야말로 제 전공분야입니다.

DUMMY

"맙소사."


운동장까지 내려왔을 때, 무리지어있는 좀비를 보며 탄식을 터트렸다.

이제와 좀비에게 두려움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지학 교수..."


눈 앞에 있는 좀비는 평소 대머리 교수라고 놀리던 자연과학부의 이지학 교수였다.

이제는 머리가 없는게 아니라 머리가죽이 벗겨져 두개골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었고, 딸이 선물했다며 항상 하고 다니던 넥타이는 반쯤 끊어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손 끝과 발 끝의 상처는 곪을대로 곪다가 터진건지 형체를 분간할 수 없었다.

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어떻게 피냄새는 맡았는지 꿈틀거리며 권수현을 향해 다가왔다.

그건 더이상 이지학 교수가 아닌, 좀비일 뿐이었다.


"... 어쩔 수 없지."


미안하다는 말이 나올뻔 했지만, 권수현은 억지로 그 말을 삼켜버렸다.

이제와 미안하면 어쩔건가.

차라리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힘으로 찍어누르거나 휘황찬란한 기술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전기창을 가져다대는 것만으로도 좀비는 힘을 잃고 쓰러질 것이다.


콰지지직!

단 한 번 꿈틀대는 것으로 제압이 끝났다.

하지만 이 냄새는 익숙해지지 않을 듯 하다.


"망할...!"


권수현은 욕지기를 한 번 시원하게 내뱉은 후, 본관을 향한 걸음을 서둘렀다.


*****


본관까지 오는 동안 따로 떨어져다니는 좀비들을 전부 쓰러트렸다.

수는 대략 20여 개체.

그저 전기창을 끝에 가져다대면 될 뿐이었으니,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잡는 것보다 수월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또 다시 좀비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바로 어제 봤던 것처럼 특별한 좀비가 섞여있는 군체였다.


"혹시 저 녀석들, 습성이 있는건가?"


어제도 그랬다.

특별한 좀비는 혼자서 다니지 않았다.

다른 좀비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다녔다.


"그렇다면 좋은 실험대상이겠군."


모든 과정이 녹화가 되고 있는 만큼, 세세한 설명을 덧붙여 넣었다.


"2차 무기 검증실험. 슈토스벨레의 위력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한다."


아직 거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굳이 기다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위력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징."


왼 손의 끝을 좀비 무리로 향한 후, 에너지 충전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연산에 들어갔다.


"기전력의 유도 방향 특정. 거리 20. 저항값 조절. 시작은 10 부터 시작하며 5 단위로 조절한다."


화력 테스트가 아닌만큼 풀 차징이 아닌, 끊어서 차징을 한 후 연산값에 맞춰 슈토스발렌을 쏘기 시작했다.

펑!


손 끝이 가리킨 방향과 다소 어긋난 위치의 바닥이 웅웅거렸다.

아마도 충격파가 운동장 안으로 흡수된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소음과 진동을 느낀 좀비들이 권수현을 확인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재연산. 스토크스 정리의 E값을 재설정 후 저항값을 올리기로 한다."


펑!

이번에는 대기가 일그러지더니 이내 펑 소리를 내고는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충격파가 대기에 흡수된 것이다.


"재연산. 스토크스 정리의 E값을 기본으로 한 후, 변수 D1의 값을 저항수치만큼 올리도록 한다."


재연산된 식에 맞춰 다시 한 번 차징이 이어졌다.

남은 거리로 보건데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슈토스벨레의 테스트가 될 것이다.


"슈토스벨레!"


순간 달려오던 좀비의 머리 하나가 압축된 공기의 망치가 흔적도 없이 날라가버렸다.

정확하게 계산이 이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위치좌표에 대한 오차 확인 뿐이다.

심지어 오차 확인까지 마친다면 이 무기는 이와 같은 성능도 기대할 수 있게된다.


"슈토스벨레 연사!"


펑! 펑! 펑! 펑!

다각도를 통해 터지는 충격파가 대기와 지면을 뒤흔들고 좀비들의 머리와 몸통을 차례대로 날리기 시작했다.

정밀도로 보나, 위력으로 보나 간이 레일건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무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이 무기를 쓰는 것에는 두 가지 단점이 존재했다.

첫번째 단점은 부도체로 쓰는 도구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치이익.

팔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녹색의 액체.

바로 이것이 부도체로 쓰인 도구인 PET였다.


정식 명칭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비저항값은 10 X 10/20 Ωm 에 이르는 물질로서, 이는 고무의 비저항값인 10 X 10/12 Ωm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부도체로 저항값을 조절하기에는 최적의 물질인 셈이다.


단, 지금처럼 1회용으로 쓰고 버려야할만큼 내열에 취약했다.

하지만 그 단점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PET의 본래 용도는 음료용 플리스틱 병인만큼 길가의 아무 쓰레기통만 뒤져도 바로바로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단점은 권수현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 무기를 쓸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위치좌표를 계산하기 위해, 권수현은 저항값을 측정한 후 해당 저항에 맞춰서 부도체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즉, 위치좌표에 따른 저항값의 연산이 매 공격마다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계산을 계산기 없이 10초내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흔치 않았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뒤져봐도 1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즉, 권수현만의 고유무기나 다름없었다.


"연사를 포함한 모든 위력 테스트를 종료한다."


대기가 터지고 지면이 흔들린 소리에 좀비들이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장착한 건전지의 전력은 이번 공격을 통해서 고갈.

그럼에도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번 본관까지 이동을 위해 가진 모든걸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권수현은 양 손을 들어올린 후, 손을 강하게 위 아래로 흔들었다.

콰칭!

그 반동을 통해 소모된 건전지가 튕겨져나오고, 반발에 의해 다른 건전지가 교체되었다.


"지금부터 모든 테스트를 종료하고, 스트레스 해소 시간이다."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권수현이 소리쳤다.


"자, 건전지는 600개 들고왔다. 니들이 설마 그것보다 많지는 않겠지!"


*****


건전지를 200개 정도 썼을 무렵에 더이상 움직이는 좀비는 확인되지 않았다.

움직이는 건 오직 권수현 뿐.

전투는 거의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무너진 대학의 전경이 그 학살의 치열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C동 건물의 완파.

운동장의 한 구석은 포크레인 수십대가 파낸 것마냥 깊게 파여져 있었고, 강당은 지붕이 날라가버렸다.

무엇보다도 계단이 형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좀비들을 향해 간이 레일건을 쏴버렸기 때문이다.


"... 나중에 배상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권수현은 정리가 끝나면 이 부분은 삭제하자고 마음 먹었다.


"최종 보고."


마지막으로 이 영상을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까.

우선은 단점들에 대한 보완이다.


"예상대로 PET는 내열이 취약한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저항조절은 그만큼 간단한만큼 다른 소재로 대체할때까지는 계속 사용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두번째로 계산 식의 속도를 조금 더 높여야 할 필요가 보인다. 격전의 상황에서 계산이 어긋나게 되면 그만큼 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어떤 단점이 있는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오히려 오차를 넘어서는 단점이 없다는 건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권수현의 보완 보고가 이어졌다.


"간이 레일건의 경우, 화력은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소비전력이 낭비되는 측면이 보인다. 포신을 보완해서 레일건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전기창에 대해선 딱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굳이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강화 플라스틱보다 조금 더 단단한 대체재가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아차차. 늦장부릴 때가 아니지."


너무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깜빡해버렸다.

하지만 목적지는 멀지 않았다.

아니, 목적지까지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


본관 안에도 몇 마리의 좀비가 남아있긴 했지만, 전기창만으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정도였다.

그보다는 요구조자들이 어디있냐는 것이다.

어제 본 위치로는 5층의 강의실 중 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목소리가 들려야 할 것이다.


"나 권수현 교수다! 다들 어디있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혹시라도 늦은걸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살아있을 것이다.

약속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요구조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4일째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면... 이미 목이 말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겠지. 게다가 그렇게 고립되어 있었단 건... 바리케이트!'


권수현은 5층을 뒤지며 바리케이트가 쌓여진 강의실을 찾아냈다.

바로 이 안에 그 요구조자들이 있을 것이다.

펑!

슈토스벨레를 사용해 간단하게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린 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였다.

7명의 요구조자는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닥만을 긁고 있었다.


"무..."


그 중 한 명이 마지막 힘을 짜내서 말하는 것을 들으며, 배낭 속에서 즉시 물을 꺼냈다.


"천천히 마셔. 식도가 말라버린 상태에서 급하게 물을 들이키면 식도가 찢어질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식도를 적신다고 생각하며 물을 머금기만 해."


"네...에."


일곱명에게 전부 식수를 제공한 후, 바로 다음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고형분 형태의 에너지바를 으깨서 물에 섞기 시작한 것이다.


"맛으로 먹는다고 생각하지말고, 천천히 먹어. 지금 바로 고열량을 먹으면 몸이 견디지 못해. 앞으로 더 먹기 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고 생각해."


"네..."


그렇게 한 명씩 구조를 하는 동안, 한 여학생이 눈물을 터트렸다.


"흑... 으흑!"


"왜 그래. 어디 아픈건가?"


"아, 아뇨... 이,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해서... 친구도... 교수님들도... 그리고 부모님도 연락되지 않고... 저, 전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흑..."


울음은 한 명, 한 명에게 빠르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염은 그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위로받기 위해 필요한 전염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교수님이신거죠?"


"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계실 수 있었던거에요?"


봇물터지듯이 쏟아져나오는 질문들을 받으며, 권수현은 한 명,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니들이야말로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잘했어. 하루동안 잘 버텼어."


"꼭... 와주실거라고 믿었어요."


"그래. 약속했으니까. 나는 물리학부의 권수현 교수다. 너희들은?"


각자 자기 소개의 시간이 돌아왔다.


"저는 호텔경영학부의 채진혁입니다. 4학년이고요."


"저도 같은 학부에요. 심지훈이고, 3학년입니다."


"영양조리학과의 성윤아에요. 4학년이에요."


"건축학부 대학원생 유동혁입니다."


"기계공학부 대학원생입니다. 임수재라고 합니다."


"실용음악과 이인나고 4학년이에요."


거의 3,4학년과 대학원생이었다.

아마도 졸업과제때문에 학교에 남아있거나, 연구와 공부를 위해 남아있다가 고립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확인차 질문해보니, 역시나 전부 같은 이유였다.


'그렇다는 건 각자의 학과와 학부에 대한 지식은 있다는거군. 의지할 수 있겠어.'


권수현은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고, 모두를 대신하고 모두를 구한다는 거창한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며, 필요한 지식은 다른 사람들에게 구할 생각이다.

그러고도 정 안된다면 어제처럼 필요한 지식만을 빠르게 습득할 것이다.

마지막 학생 소개를 들으며 권수현은 더더욱 그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저, 저는 전자기학부 조교수 김호영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어쩐지 한 명이 유독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다.

랩실이 같은 건물의 전자기학 조교수가 있었다니.

지금만큼은 그 어떤 매력적인 여자보다도 더욱 탐이나는 인재가 바로 여기 있었다.


"오늘부터 날 의지해도 좋아. 하지만 나 역시 자네들을 의지하게 될거야. 특히 김호영 조교수...! 앞으로 잘 부탁하네!"


*****


하루정도 안정을 취하면 좋을테지만, 가능한 본관 건물에는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너무 많은 출입구를 가진 탓에 경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에 비해 랩실이 있는 건물은 출입구가 단 하나뿐인데다가 물자도 충분했다.

그런 이유를 설명하자, 모든 학생들도 동의하고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랩실로 돌아온 후, 권수현은 김호영을 따로 불렀다.


"아직 제대로 몸을 추스리지도 못했을텐데, 갑자기 먼저 불러내서 미안하네. 꼭 한 가지 확인받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야."


권수현은 자신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만일 초전도체라는게 존재한다면, 혹시 자네는 그것을 이용해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겠나?"


"네? 초전도체요?"


"그래, 전기저항값이 0 에 수렴되는 전도체 말야. 그것을 통해 배터리를 제작한다면 지금보다 확실히 다른 배터리가 나올테지. 어떤가. 자네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에이, 교수님."


김호영이 쑥쓰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거 제 전공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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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를 발명한 날, 좀비가 창궐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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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개의 역에서 총 8대의 차량이 부딪히지 않는 수식을 구하시오. +1 23.09.24 39 0 12쪽
10 브러시리스 모터 23.09.20 49 1 11쪽
9 업그레이드 ver.2 23.09.14 61 0 13쪽
8 23일동안 좀비에게서 피해서 살아남기. 23.09.14 49 0 12쪽
7 이론파 김호영 23.09.13 61 2 12쪽
6 거짓말. 23.09.13 65 2 15쪽
» 그거야말로 제 전공분야입니다. 23.09.12 83 0 13쪽
4 23.09.12 180 1 11쪽
3 내가 뭘 만든거지? 23.09.12 156 2 12쪽
2 비상시국 선언. 23.09.11 110 1 13쪽
1 초전도체를 발명한 날, 좀비가 창궐했다. +1 23.09.11 15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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