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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스마트폰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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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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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12.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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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아르투아의 일상 - 1.

DUMMY

아르투아로 돌아온 나는 잠시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딱히 할 일이 없었던 탓이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콩농사는 어려움이 없는 만큼 점점 더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콩의 이모작을 개시하게 되었다.

덕분에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확량을 거둘 수 있을거라 예상된다.


그렇게 수확된 콩은 된장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된다.

지금 이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건 에올의 부인, 라그레아였다.

라그레아는 워낙에 말이 없는 성격이라 그녀와는 제대로된 이야기는 나눠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아내와 길게 이야기하는건 그리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고.

하지만 오늘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던 이유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게 되었다.


"라그레아, 미노입니다. 혹시 뭔가 도와드릴 일은.."

"괜찮아. 요."

"그래도 아무거라도... 아, 그래도. 저기서 콩자루를 가져올까요? 힘 쓰는 일은..."

"괜찮아. 요."


어느새 라그레아가 다가와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방해하려는건 아니고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아악! 라그레아!"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숫기없는 성격이란게, 꼭 수더분하고 얌전해보이는 인상이라는 이야기인건 아니다.

그녀는 에올보다 더욱 근육질이다.

머리 하나가 차이날 만큼의 키와 어깨.

거기에 소매를 거두면 보이는 우락부락한 이두박근까지.

그런 그녀의 어깨짓누르기는 사실상 하나의 기술이나 다름없다.


"아악! 방해안할테니까!"

"괜찮아. 요."

"가만있을테니까! 진짜 아파!"

"알겠어. 요."


... 탈골되는 줄 알았어..


"에올에게 가봐. 요."

"사실 에올도 필요없다고 해서 말이죠.."

"여기도 그래. 요."


흐윽. 뭔가 여기저기서 다 필요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스마이즈의 대장간이었다.

대장간이라고 하지만 철을 두들기며 주조하고 제련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본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철 주괴라는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싸다.

무게에 따라서, 혹은 순도에 따라서 거래되는 철 주괴는 기본적으로는 금화로만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금화로만 거래되는 또 다른 이유는 농민들이 쉽게 무기를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은화라면 모를까, 금화라면 농민들도 쉽게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설령 한푼, 두푼 모아 금화를 가진다 하더라도 알고자 한다면 금세 그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철 주괴는 오직 금화로만 값을 매겨 거래했다.


또한 철 주괴를 단조하고 주조하고 제련하고 정련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기술과 설비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흔히들 생각하는 '무기를 만드는 대장간'은 도시 내에서만. 그것도 높은 신분의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성의 안 쪽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울타리가 없는 마을의 대장간은 보통 한 구석에 농기구를 쌓아두고, 대장간에 놓인 간이설비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수선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아르투아의 대장간도 그런 일반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건 아니다.

철을 주조하기 위한 설비는 없지만, 도기를 굽기 위한 가마는 잔뜩 있었다.

원래는 화로로 쓰기 위해 만들어둔 가마를 스마이즈가 자신의 입맛대로 개량한 것들이다.

바로 여기서 만들어진 도기가 된장을 발효하기 위한 항아리로 쓰이는 것이다.


우선 대장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나는 지금 너무 심심하다!

그래서 무작정 스마이즈를 찾아가 뭔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스마이즈는 나를 본 척도 안하고서 도기를 두드리며 그 강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땡. 소리가 나는건 말 그대로 탈락이다.

스마이즈는 탈락한 도기를 바닥에 내리치며 소리쳤다.


"이것도 아니야!"


뭐지, 저 익숙한 소리는.

고향의 소리냐.


"저기, 스마이즈. 혹시 일손이 필요하지 않나요?"

"저 놈도 아니야! ... 아, 미노였나."


... 상처받았어.


"뭔가 잔뜩 깨졌네요. 도기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나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걸로 보이지?"

"어. 그러니까 도기를 망치로 두들겨 소리를 확인하고 있죠."

"그래. 이 소리가 중요한거다."


스마이즈가 다시 한 번 도기를 망치로 두들기며 소리를 확인했다.

대앵.

조금 전보다는 청아하고 깊이가 있는 울림이다.


"이런 소리가 나야 해. 왜냐하면 점토가 공기를 품으면 안되거든. 공기가 들어간 항아리는 쉽게 결손되고, 물기가 안쪽에 고이면 금방 금이 가버린다. 점토를 구워내는 과정에서 그 안에 공기가 생기느냐 마느냐로 품질을 결정하는거지."


호오라.


"그러면 그 소리만 구분해내면 되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지. 소리도 중요하지만 망치로 두들겼을 때, 망치의 반동이 적당하느냐도 하나의 구분법이다. 망치로 쳤을 때, 도기가 그것을 튕겨낼 정도의 탄력을 보여야 해. 탄력이 없는 도기는 죽은 녀석이나 다름없지. 그렇다고 탄력이 너무 좋아도 안돼. 그런건 쉽게 공팡이가 슬어버린다."


청각와 촉각.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냄새도 중요하지. 가끔 보면 썩은 흙이 들어가서 이상한 냄새를 내는 녀석이 있거든. 그런 것들은 다른 항아리까지 썩게 만들어버리지. 제일 먼저 버려야 한다."


후각. 마지막으로 남은건 시각이다.


"잘 구워진 녀석은 표면이 부드럽고 광택이 나야한다. 봐라. 이런 녀석 말야. 이렇지가 않으면 겉에 물기가 묻었을 때, 까끌한 표면이 쉽게 깎여져나가버리거든. 오오! 그래, 이 녀석이야! 이 녀석이 딱 좋아!"


장인의 모습을 보며 내가 설 자리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런. 그러면 어디를 가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말없이 걸음을 돌리는 날 향해 스마이즈가 소리쳤다.


"일이 필요하면 그 돼지상인에게 가봐! 안그래도 널 찾던데!"

"내가 싫어요!"


슈첼아우어한테 가면 틀림없이 그 시멘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겠지.

조금 더 품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혹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캐물을거란 말야.

아직 그건 돈줄인데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슈첼아우어를 만나는건 일부러 미루고, 피하고 있었다.

애가 타면 타는 만큼 가격이 오를테니까.


휴. 그러면 대장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앞서 나는 무기를 만드는 대장간은 도시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기를 금지하는 건 아니다.

현대로 말하자면 '총기류 소지금지'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자격을 따고 신분이 확인된 자유시민정도라면 등록을 해서 무기를 가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장간은 오직 마을의 중심부, 혹은 관리가 닿는 곳에서만 허락을 맡고 건설할 수 있었다.

못이나 걸쇠같은 사소한 금속류 공업품을 도시에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대장간을 도시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주조권'. 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권한.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봐야한다.


철을 제련하고 주조할 정도의 기술을 갖춘 대장간이라면, 당연히 금과 은을 녹이는 일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설비를 아무 마을에서나 둔다고 해봐.

틀림없이 화폐를 아무렇게나 만들어내서 그것을 유통시키려고 하는 녀석들이 있을걸.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해, 철을 녹일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대장간은 오직 영주의 허락이 있을 때만 만들 수 있었다.

영주라고 해서 무조건 화폐의 주조권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 가짜 화폐가 시장에 유통되었을 때 그것을 누군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보통 대장간의 옆에는 꼭 환전소가 자리매김하곤 한다.

길드도 환전소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길드의 옆엔 대장간을 세우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은행 옆에서 화기류 판매를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심심하다..."


아아. 대장간이든 환전소든간에 뭐든 얼른 생겼으면 좋겠다.

마을에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있다보니 갈만한 곳이 없어.

결국 내 걸음이 향한 곳은 밀의 노래.

어느새 같은 마을 내에서 분점까지 가질 정도로 명소가 되어버린 이 마을 최초의 여관(겸 술집)이었다.


그러고보니 밀의 노래를 담당하고 있는 리안테가 말했지.

방문하는 상인들을 접대하기 위해 여급을 두었다고.


"... 바람은 아니고. 심심해서니까.


그렇게 나의 걸음은 밀의 노래로 향했다.

루룰루, 잇희!


작가의말

미스터강님, 후원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늦잠잤어요.

... 솔직함을 모토로 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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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1. +4 19.01.22 641 19 9쪽
65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2. +3 19.01.21 586 21 9쪽
64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1. +6 19.01.21 599 18 10쪽
63 미노를 위하여. +9 19.01.20 641 20 8쪽
62 테이블 전쟁 - 4. +1 19.01.19 635 21 8쪽
61 테이블 전쟁 - 3. +4 19.01.18 646 25 9쪽
60 테이블 전쟁 - 2. +1 19.01.17 683 20 8쪽
59 테이블 전쟁 - 1. +3 19.01.16 735 24 7쪽
58 세작전. +8 19.01.14 762 28 10쪽
57 마리의 케이크. +6 19.01.12 902 28 12쪽
56 에노에서 머리깎아주는 부인 썰. +5 19.01.11 843 22 9쪽
55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2/2. +8 19.01.10 845 29 11쪽
54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1/2. +11 19.01.10 814 20 12쪽
53 베네치아의 상인 - 중편. +7 19.01.09 837 25 12쪽
52 베네치아의 상인 - 전. +4 19.01.08 891 22 9쪽
51 산타할아버지는 알고계신대.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6 19.01.07 931 30 9쪽
50 두개의 달. +5 19.01.06 991 26 13쪽
49 말 한 마디의 가치. +10 19.01.05 955 28 12쪽
48 M&A - 2. +1 19.01.04 941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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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병들어가는 사자 - 1. +1 19.01.01 1,044 31 8쪽
44 파리의 창녀들 - 4. +6 18.12.31 1,087 32 17쪽
43 파리의 창녀들 - 3. 18.12.30 1,144 25 12쪽
42 파리의 창녀들 - 2. +3 18.12.29 1,239 26 10쪽
41 파리의 창녀들 - 1. +1 18.12.28 1,300 29 12쪽
40 아르투아의 일상 - 2. 18.12.27 1,262 26 15쪽
» 아르투아의 일상 - 1. +2 18.12.26 1,286 2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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