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스마트폰 1330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완결

매일글쓰기
작품등록일 :
2018.11.25 16:42
최근연재일 :
2019.02.01 03:36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97,029
추천수 :
2,319
글자수 :
311,297

작성
19.01.14 14:01
조회
762
추천
28
글자
10쪽

세작전.

DUMMY

보고서 : 1332년 아르투아의 상장 및 세력 견제를 위한 1차 보고서.

작성자 : 베렌 데어몰드

작성시기 : 1332년 1월 ~ 1332년 4월

작성근거 : 직접적인 관찰 후 근거추정.


*영국의 왕과 의회에 무한한 축복과 영광이 있으리*


현재 아르투아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명서의 판매를 통해 얻은 모든 이익을 전부 아르투아의 건물 신축 및 개축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건 슈첼아우어가 직접 주도하며 석회석을 파내던 동굴의 초입에 설치된 기관장치입니다.


석회석이 모두 깎여나간 동굴 안에서 발견된건 석탄이었습니다.

이는 당연한 흐름입니다. 자연과학자들이 이미 입증하였다시피, 석회석과 석탄은 각각 동물과 식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광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갱도의 깊이가 가파르고 채굴한 석탄을 지상으로 끌어오기위해 쓰이는 인력이 크게 소모될 것으로 예상하여, 석탄이 채굴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설령 석탄을 채굴한다고 하더라도, 그 쓰임새는 기껏해야 겨울철 난방, 혹은 요리를 하기 위해 쓰이는게 전부입니다.

다른 용도로는 철의 제련을 위해 쓰이곤 하지만, 여기 아르투아에는 변변찮은 대장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석탄을 전부 캐내고나면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채광업자도 일단 파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산에서 타고 흘러내리는 강에서 무엇이 발견되었는가.

산의 높이는 어떠하고 그 깊이는 어디까지 예상이 되는가.

석탄에 함유된 다른 불순물은 무엇이 있는가.

그런 것을 포함하여 채굴사업을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미노는 그 예상을 깨버렸습니다.

아무런 사전조사도 없이 슈첼아우어와 협약하며 채광사업을 시작해버린 것입니다.

그 자신감은 마치 무엇이 나오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보여질 정도였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게 기관장치였습니다.


제 주인에게 고하되, 그 흐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결코 단 한 줄의 생략이 없었다고 증언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는 저의 증언마저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미노는. 그 간악한 아르투아의 시민은 그 기관을 단 한 장의 설계도도 없이 그 거대한 기관장치를 만들어버렸습니다.


본래 그런 기관장치를 만들기 위해선 수십장의 설계도가 필요하며, 설계도와 관련해 수십명의 기술자들의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르투아에는 그 어떤 기술자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노는 단 한 장의 설계도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것처럼, 필요한 부품을 지시만 할 뿐이고 조립과정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주인이여. 대체 그 자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있다는 겁니까.


가끔 입가를 가리는 그 은색철판에 뭐라도 적혀져있는 것일까요.

혹시나 몰라서 그 철판을 엿봤지만, 그곳에 있는건 단순해보이기만 하는 숫자였습니다.

아마도 간단한 셈을 위해 쓰이는 휴대용 판이 아닐런지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그 철판은 하등 쓸모가 없어보일 뿐이었습니다.


기관장치를 만든 미노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채광한 석탄을 매개로 하여 기관장치를 돌리기 시작했고, 기관장치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기관장치를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단할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미노는 그 기관장치의 동력을 근거로, 깊은 탄광까지 들어가는 움직이는 방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렛대로 삼는 부분을 원으로 하여, 그곳에 배의 돛대를 잡을 때 쓰는 튼튼한 밧줄을 수십개를 묶어놓았습니다.

밧줄의 끝에는 움직이는 방이 매달려있었고, 기관은 지상에서 방을 끌어올리거나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관의 힘을 낮추면 밧줄은 탄광 깊은 곳으로 내려갈테고, 기관의 힘을 높이면 밧줄은 당겨지면서 방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놀랍게도 기관이 끌어당길 수 있는 무게는 1톤에 육박했습니다.

그것을 노예의 도움없이, 오직 기관의 힘으로만 당긴 것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그것이 깊은 곳에 있다 하더라도 상관없었습니다.

움직이는 방은 노예들과 달리 쉴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방은 하루에 열두차례도 넘게 탄광을 오갔습니다.

당연히 생산량은 1톤에 열 두배를 곱한만큼의 양입니다.


그만한 양의 석탄을 대체 어디에 쓰려는걸까요.

슈첼아우어가 손을 댄건 채굴한 석탄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그 이상 손을 대면 틀림없이 석탄의 가격은 변동이 올 테니까요.

하지만 남겨진 석탄이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저는 미노가 베네치아의 이름높은 상인인 레폰톨이 방문한 날, 석탄의 탑차가 옮겨지는 곳으로 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노를 따라다니는 어린 여자아이가 레폰톨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생긴 틈을 놓치지 않은 겁니다.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탑차에서 옮겨진 석탄이 도달한 곳은 어느 농장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작물이 가득 쌓여져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물이기에, 저는 그것을 묘사로만 설명하려고 합니다.

저의 주인이여.

감히 말하건데 그것은 옆으로 놓이면 악마의 누런 이빨과도 같아보였으며, 세워놓으면 고름이 가득 찬 문둥병자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물이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과연 이 작물의 정체가 무엇일지, 저는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태양의 충만한 은혜를 받은 것처럼 따뜻했습니다.

힘을 줘 그것을 꺾자, 고름같던 그것의 알맹이가 톡톡 튀어나왔습니다.

한 알을 들어 맛을 보니, 과즙처럼 달콤한 맛이 터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양이 작은 만큼 맛의 감동은 금세 사라져버렸습니다.


아. 그제야 저는 이 작물의 섭취방법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횡으로 눕혀 이빨로 갉아먹는 음식입니다.

품격이 전혀 없는 이 음식에 달콤함이 담겨져있다니.

이것은 실로 귀족을 시험하는 작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석탄과 이 작물이 무슨 연관이 있는걸까요.

감히 추측하건데, 저는 이 작물의 맛에서 가장 비슷한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


쾅!

어두운 골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원인이었을까.

등불도 꺼놓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휘갈겨적던 소리도 멈춰버렸다.

하지만 멈춰버린건 펜을 놀리던 소리뿐이다.

이어지는 소리는 격하기 그지 없었다.

챙! 쾅! 퍽! 챠챡. 쉭!

날붙이가 오가는 소리, 혹은 둔기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

아마도 저 어둠 속에서는 적어도 둘, 혹은 셋 이상의 인원이 심하게 다투고 있는게 분명했다.

이윽고 누군가 입을 열며 소리쳤다.


"잠깐! 잠깐! 이렇게 많단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정체를 밝힐 필요가 있어? 너희들이 영국의 뻐꾸기라는건 이미 다 들통이 났다고."

"... 뭐? 그럼 너희들은 뻐꾸기가 아니라는건가?"

"니들이야말로 뭐야!"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불을 키겠다. 서로 정체를 확인하지."

"뭐, 좋아. 상관없지."


촛불이 두어번 술렁이며 커졌다.

그것만으로도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편지를 적고 있던 사람은 벌써부터 죽어있었다.

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불을 껐다.


"우리는 한자동맹으로부터 옥수수밭의 정보보호를 요청받은 펜켈레어다. 너희들은?"

"휘유. 펜닐의 앞발톱이라. 북유럽 최고의 은밀조직까지 부릴 줄 알아? 슈첼아우어씨, 대성했구만."


높은 음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린 당신네들이 진작에 아르투아에 잠입한건 알고 있었지. 그렇다는건 당신들도 우리 정체는 눈치채고 있었단거 아냐?"

"물랑 루즈로군. 그렇다면 네 녀석이 바로 도둑고양이걸음의 쟈크인가."

"나도 이름 좀 날렸나본데? 정답. 그러면 서로의 목적은 같은거지?"

"너희는 누구의 의뢰를 받고 아르투아의 첩보전에 끼어든거지?"

"그건 니들이 알아서 캐봐. 우리랑 당신네들이 적이 아니란건 이미 알고 있잖아?"

"계약상에는 당신들과 싸우라는 주문은 없었으니..."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러면 서로 일 보자고. 아차차. 일이 같았지."


두 남자 사이에 불이 다시 한 차례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누가 처리할래?"

"우리가 처리하지."

"시체는?"

"그건 장의사에게 맡기는게 옳겠지. 우리는 편지를 수거해, 그것을 위조해서 영국 상회에 보내겠다."

"좋아. 분업이 확실하구만."

"확인차 묻지. 그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거지?"


쟈크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파리 뒷골목에 이런 시체가 한 두개인지알아? 거기 갔다놓으면 아무도 몰라."


*****


전쟁이란건 첩보전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정보의 취득, 통합, 그것을 분별하고 이용하는 것.

상대 세력의 병사와 무기의 수, 군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의 파악.

내부자의 모집, 상대 세력의 주요인사의 실각. 혹은 제거.

보유중인 병량의 수. 그리고 무기의 개발과정까지.

첩보가 쌓이고 쌓여 이윽고 전쟁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노는 그 전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가장 든든한 조력자들이 결코 미노에게는 그 불씨가 닿지않도록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옥수수의 수확까지는 앞으로 한 달.

그리고 상장심사까지는 두 달.

역사가 바뀌기 까지는 앞으로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마트폰 133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미노에게. (완) +12 19.02.01 766 28 14쪽
67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2. +4 19.01.23 707 22 8쪽
66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1. +4 19.01.22 641 19 9쪽
65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2. +3 19.01.21 586 21 9쪽
64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1. +6 19.01.21 599 18 10쪽
63 미노를 위하여. +9 19.01.20 641 20 8쪽
62 테이블 전쟁 - 4. +1 19.01.19 636 21 8쪽
61 테이블 전쟁 - 3. +4 19.01.18 646 25 9쪽
60 테이블 전쟁 - 2. +1 19.01.17 683 20 8쪽
59 테이블 전쟁 - 1. +3 19.01.16 735 24 7쪽
» 세작전. +8 19.01.14 763 28 10쪽
57 마리의 케이크. +6 19.01.12 902 28 12쪽
56 에노에서 머리깎아주는 부인 썰. +5 19.01.11 844 22 9쪽
55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2/2. +8 19.01.10 846 29 11쪽
54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1/2. +11 19.01.10 814 20 12쪽
53 베네치아의 상인 - 중편. +7 19.01.09 837 25 12쪽
52 베네치아의 상인 - 전. +4 19.01.08 891 22 9쪽
51 산타할아버지는 알고계신대.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6 19.01.07 932 30 9쪽
50 두개의 달. +5 19.01.06 991 26 13쪽
49 말 한 마디의 가치. +10 19.01.05 955 28 12쪽
48 M&A - 2. +1 19.01.04 941 26 10쪽
47 M&A - 1. +1 19.01.03 991 28 8쪽
46 병들어가는 사자 - 2. 19.01.02 980 29 10쪽
45 병들어가는 사자 - 1. +1 19.01.01 1,044 31 8쪽
44 파리의 창녀들 - 4. +6 18.12.31 1,087 32 17쪽
43 파리의 창녀들 - 3. 18.12.30 1,144 25 12쪽
42 파리의 창녀들 - 2. +3 18.12.29 1,239 26 10쪽
41 파리의 창녀들 - 1. +1 18.12.28 1,300 29 12쪽
40 아르투아의 일상 - 2. 18.12.27 1,262 26 15쪽
39 아르투아의 일상 - 1. +2 18.12.26 1,286 2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