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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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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7.26 02:50
최근연재일 :
2024.08.23 16: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8,844
추천수 :
718
글자수 :
170,442

작성
24.07.27 12:15
조회
2,579
추천
30
글자
12쪽

SSS급 공무원이 힘을 안 숨김(3)

DUMMY

교환소.


이곳은 몬스터한테 나온 부속물이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아이템과 아이템끼리 교환할 수 있는 시설이다.


주로 헌터들이 이곳에서 거래를 많이 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석두는 요원이라 빌런만 쫓았기에 이런 곳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거 감정 좀 부탁합니다.”

“네. 올려놓으세요.”


텅.


묵직한 광물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자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석두에게로 향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교환소 직원이 마석 감정을 위해 사라졌다.

그때.


“꼼짝마. 전부 손 들어!”


소란이 일어났다.


석두가 20대이던 시절에는 빌런이 넘쳐나던 대빌런 시대.

특히 국가재앙급 빌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춘추전국시대마냥 전부 자기가 정점이라며 떠들고 다니던 어중이떠중이들뿐이었다.


특히 빌런에게 좋은 먹잇감이 많은 돈이 거래되는 이 교환소다.

아이템까지 있으니 한탕을 하기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다.


“너! 돈 담아. 모조리 다!”

“형님, 출동까지 10분입니다.”

“10분? 10분이면 충분하네.”

“그렇죠··· 엥? 누구야?”


빌런들의 대화 중에 이상한 목소리가 끼어있었다.

물론 그 목소리는 석두였다.


“나다 이 씹새끼야.”

“너··· 누구세요?”

“죽기 싫으면 엎드려 있어. 우리 흉악한 빌런이다. 알겠냐? 나 손가락에서 마력탄 나온다?”


고작 2인조로 교환소를 털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아니면 그 정도로 절박하다는 뜻이겠지.


거기다 자기 능력을 친절하게 알려줄 정도의 하위 빌런이 교환소를 터는 세상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었다.


“10분 안에 정리해 줄게.”

“야! 저 새끼 제압해!”

“예! 형님!”


석두에게 손가락질하는 빌런.

하여간 동방예의지국은 다 옛말이다.

저리 예의를 밥 말아 처먹었으니.


키잉- 피융-


손가락에 마력이 모이더니 이윽고 발사됐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신우의 가슴을 치고 튕겨 나가는 마력탄.


“야, 오늘 출력이 왜 그래? 컨디션 난조야? 최대 출력으로 날려.”

“아. 그게··· 지금이 최대 출력이었는데요?”

“엉?”

“발기부전은 40대 남성한테 가장 흔한 증상이지.”

“바, 발기부전? 아, 아니거든! 아직 완전 쌩쌩하거든!”


발끈한 녀석이 다시금 마력탄을 장전했다.

티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석두의 머리를 정통으로 강타했으나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


“너 발기부전 맞는 거 같은데?”

“아이씨. 형님까지 그러깁니까?”

“따끔하잖아.”


콰앙-


마력탄을 쏜 놈의 턱주가리를 돌려버렸다.

마력탄이 따끔한 게 기분이 나빴거든.


“이, 이 새끼가? 나··· 빌런 박동명이야!”

“이 새끼들은 왜 자꾸 나한테 자기소개야? 대학 엠티왔어?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자야?”


쓱- 빡.


주먹을 날리는 녀석을 살짝 피하고 그대로 카운터.

석두가 평소 가장 좋아하는 기술이었다.

다리가 풀려 기절한 빌런.


“꼬, 꼼짝 마.”

“음?”


빌런들을 정리한 순간 때마침 경찰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손 들어!”

“아, 그게 아니라 내가 이놈들···.”

“닥치고 손 들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보기에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긴 했다.

딱 봐도 석두가 교환소털이범처럼 위압적으로 무고한 시민 둘을 제압하는 형세였으니까.


“아니. 제가 아니고요. 여기 잠든 이 새끼가··· 야야. 일어나 봐. 야!”


짝- 짜악- 짝짝.


뺨을 후리며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이놈이 안 일어나면 나만 곤란해지니까.


“마지막 경고다! 움직이지 마.”

“아니, 제가 아니라···.”


치지직-


대빌런용으로 만들어진 전기충격기.

마력의 파장과 비슷한 전기파장을 만들어 상대를 순간적으로 제압하는 기술이다.

물론 석두에게는 따끔한 정도지만.


“아, 따거.”

“경찰 양반. 쟤가 빌런들 때려잡은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봤습니다.”


빌런이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묵묵히 침묵만 지키던 각성자들이 하나둘 증언하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에 괜히 호의를 보였다가는 낭패를 보는 일이 많으니 이해는 하지만.


“저, 정말입니까?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여기 밑에 기절한 애랑 발기부전 새끼. 둘이 공범입니다. 잡아가세요.”

“그나저나 이놈들 흉악범인데 어떻게 잡으셨어요? 어디 소속이시죠? 사설 헌터? 아님 대형 길드?”

“아. 저는 그냥 공시생입니다.”


이런 실력으로 공시생이라니 놀랄 만도 하다.

그저 공시생의 신분으로 교환소를 털러 온 빌런을 제압했으니.


“하, 하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역시나 말 못할 사정이 있으신 거죠?”

“사정이요?”

“이해합니다. 특수요원. 뭐 그런 거?”


눈을 찡긋거리는 경찰.

그리고 주변에서도 수군댄다.


“아무튼. 수고 많으십니다. 저희는 이만.”

“일어나.”

“음냐음냐.”

“빌런 새끼가 처맞고 자고 있네? 허허.”


경찰이 빌런을 연행해 나가자 영문을 모르는 직원이 감정이 끝난 마석을 들고 나왔다.


“감정가가 나왔습니다.”

“예. 얼만데요?”

“2천만 원 정도입니다.”

“예? 그거밖에 안 됩니까?”


분명 던전에서는 족히 4천만 원은 받을 거라 했는데.

물론 그 사람들 말을 더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차이가 너무 극명해서 당황했다.


“저기요. 이 사람 특수요원입니다. 당신 잘못 걸린 거야.”


아까 전투 때는 구석에서 꼼짝도 안 하던 각성자 한 명이 직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덩달아 주변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이 X됐음을 알렸다.


“아앗! 죄, 죄송합니다. 감정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나 봐요! 진짜요.”

“예?”

“그··· 사실. 이거 한··· 5천만 원. 네! 5천만 원 정도로 교환 가능하십니다.”

“통장으로 넣어주세요.”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개꿀.

천만 원이나 더 받았다.



*



“이놈들 누가 잡았다고?”


경찰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김 경위. 이거 일반 시민이 한 일이라고?”

“예. 아마 CCTV에도 잡혔을 겁니다.”

“맨손으로?”

“예···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요.”


손 경감은 적잖이 당황했다.

각성자 등록도 안 되어있는 일반인이 그것도 맨손으로 빌런을 때려눕혔다니.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등록도 안 된 이 각성자가 나쁜 길에 빠져 빌런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저기. 손 경감님. 제 생각에는 그 사람··· 요원인 거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특수요원.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국정원이요.”

“예끼 이 사람.”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놈들 흉악범들이에요. 등급도 높은 빌런인데. 어떻게 맨손으로 잡습니까?”


손 경감과 김 경위의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누군가 들어왔다.


“어? 어떻게 오셨습니까?”


대낮부터 선글라스를 쓴 사내는 검정 코트를 휘날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기절한 빌런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을 건넸다.

국정원 신명호 팀장.


“허업. 김 경위. 이분이 진짜 요원이셔.”

“헉!”

“이놈들. 잡은 사람은 어딨습니까?”

“그냥 갔는데요?”

“그래요? 생김새라든가. 기억나는 건?”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겼어요.”

“흐음.”


버스에서 봤던 그 사내가 분명했다.

흥미가 생겨 뒤를 캐던 와중에 사건이 발생해 직접 확인차 온 신명호 팀장.

그는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저··· 그럼 저희는 국정원에 이 사건 이양하면 되겠습니까?”

“네. 이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경찰 둘은 자리를 떴다.

신명호는 빌런 하나를 깨웠다.


“이봐.”

“으음~ 명숙아. 살살. 아이~ 오빠 발기부전 아니라니까.”


짜악.


“끄아악!”

“일어나라고.”

“누, 누구십니까?”

“국정원 요원이다. 물어볼 게 있다.”

“구, 국정원이요? 히익!”


마력탄을 쐈던 빌런이 정신을 차리고는 벌벌 떨었다.

빌런으로서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국정원 소속 요원들이었다.

최정예 각성자로 구성된 이 팀은 그야말로 빌런에게는 공포나 다름없었다.


“어땠냐?”

“뭐가··· 요?”

“그놈 말이야. 강하더냐?”

“아.”


순간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자기를 조루라며 놀려대던 무지막지한 녀석.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에.


주륵.


‘이, 이놈. 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신명호는 더는 듣지 않았다.

팀원에게 이 사건을 인계하고 곧장 본부로 향했다.


“어쩌면. 동진이랑 비슷할 수도 있겠어.”



*



빵빵.


밖에서 경적 소리가 울렸다.

석두의 아버지는 시끄러운 소리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안 그래도 직장에서 상사한테 한 소리 들은 터라 인내심의 한계가 이미 다다른 상태.

평소와는 다르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아니, 누가 이 시간에 시끄럽게. 쯧.”

“당신이 참아요. 요즘 젊은 애들이 뭐 그렇지.”


빵빵!


더 큰 경적에 석두의 아버지는 이성이 끈이 뚝- 하고 끊어졌다.

아무리 흉흉한 세상이라도 이런 건 죽어도 못 참는다.


“내 한 소리 하고 올게.”

“여보!”


아내의 만류에도 씩씩대며 밖으로 나온 석두의 아버지.

그의 집 앞에는 최신형 세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까맣게 썬팅까지 된.


“크흠. 이보슈.”


처음엔 홧김에 나왔지만.

지금은 고가의 세단을 보자 약간은 주눅이 들었다.


똑똑.

차체에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혹 이조차도 트집이 잡히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창문 좀 내려보지?”


하지만 더 강하게 나갔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잘못된 걸 고치는 건 어른의 책임이니까.


지이잉.


창문이 내려가고.

정의의 외침이 전파되려던 찰나.


“아버지.”

“오잉? 아들?”


있지 말아야 할 곳이 자기 아들이 앉아 있었다.

마치 화려한 목걸이에 돌멩이가 끼워진 듯이.


“네가 어떻게···?”

“말했잖아요. 차 한 대 뽑아드린다고.”

“어?”

“뭐해요? 얼른 어머니 모시고 와요. 드라이브 가야죠.”



*



“끄아악!”


촤악-


선혈이 튀고.

피가 낭자한 곳.


폐공장에 검신이 번뜩이는 명검을 들고 서 있는 사내.

검은 목폴라 티에 가죽 코트를 입은 사내는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발아래에는 피로 범벅이 된 빌런 하나가 벌벌 떨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쇼. 제, 제발!”

“강모. 어딨어?”

“지, 진짜 모릅니다요. 진짜요. 저는 그냥 하청일 뿐인데 그걸 어떻게 압니까?”

“정말 몰라? 모르면 살려둘 필요가 없는데?”


푸욱.


검으로 빌런의 허벅지를 찔렀다.

통곡과도 같은 비명이 들렸다.


“제, 제발··· 전 진짜 모릅니다.”

“그래? 그럼 시간 낭비했네. 잘 가라.”


서걱.


목을 긋자 그대로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드럼통 뒤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빌런 하나.

그는 도망치지도 그렇다고 용기 내 싸우지도 못한 채로 여기 숨어 있었다.


“이제 나와.”

“···.”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니길 바랐다.

아무리 블랙요원이라고 해도 기척조차 숨긴 자신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아님 내가 직접 가지 뭐.”


오들오들 떨며 귀를 막은 빌런.

그냥 무시하면 이 상황이 지나갈 거라 현실도피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는 달리 곧 어두운 그림자가 그를 에워쌌다.

도무지 볼 용기가 나지 않지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든 빌런.

위에는 푸른 눈과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저, 정동진. 도대체 왜 우리한테 온 거야. 왜!”

“강모. 어딨어?”

“그, 그만해. 우린 진짜 아무것도 몰라.”

“아는 놈이 나올 때까지 죽이면 되겠지. 그럼 언젠가는 나오겠지.”

“미, 미친놈. 살인귀 새끼!”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촤악-


빌런의 피가 얼굴에 튀었다.

손으로 스윽- 닦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치익-


깊게 한 모금 들이켠 정동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도 허탕이네.”


띠리리릴-


촌스러운 벨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꺼낸 정동진.

호출이었다.


“예, 정동진입니다.”

- 어. 동진아.

“예, 선배. 무슨 일인데요?”

- 좀 와야겠어. 재밌는 일이 있거든.

“재밌는 일이요? 지금 강모 찾고 있는데요?”

- 너 새로운 파트너 생길 수도 있겠다.

“파트너? 저 그런 거 안 키우는 거 아시잖아요. 파트너 되면 전부 죽어 나가는데. 이번에도 3개월 봅니다.”

- 이번에는 다를걸? 어쨌든 본부로 들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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