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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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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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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2,290

작성
24.05.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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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2. 초호화 놀이방

DUMMY

놀이터 구석에서 냥이 가족들을 구출한 지 일주일

평소 잡초를 제거하거나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 하는 소리만 들리던 세끼 하우스에 보기 드문 소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위이잉

드드드득

쿵쿵


“완성! 도희야 이거 승완씨에게 전달해줘”

“응!”

“도진씨! 아까 주신 거 길이가 너무 길어요. 20cm만 잘라주세요”

“네!”


별관 옆


한때는 제작실습실로 쓰던 공간이었으나 이제는 텅 비어 방치되던 공간은 오전부터 찾아온 사람들로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 명이 얼마나 들락거리는지 문지방이 닳을 지경이었다.


문제는 오전부터 진행된 작업이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빠, 이거 아귀가 안 맞아! 조금 더 다듬어줘!”

“오키! 여기다 놔줘”

“도진씨, 이거 아까 어떻게 조립하라고 하셨죠? 다시 한번만 알려주세요”

“가져와 보세요. 여기를 이렇게···"


능숙하게 작업을 지시하는 도진의 말에 도희와 승완이 알겠다는 듯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에 비해 도진은 아까부터 실습실에서 나가는 법이 없었다.


대신 두 사람과 다르게 그는 손이 바빴다.


위이이이잉

그그그귿

푸쉬! 푸쉬! 푸쉬!


“후, 일단 선반 하나 더 완성”


방금 기계에서 나온 결과물을 확인한 도진이 흡족하게 웃었다.

목재 밀링은 오랜만이라 초반에 조금 헤맸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감을 잡은 느낌이었다.


초반에 만든 완성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고 깔끔하고 견고해 보였다.


“휴, 오전에 작업한 것들은 대부분 기둥이라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했겠어”


확실했다.

작업자인 도진이 장인정신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는 현재 누구보다 깐깐한 검수자가 있었으니까


바로 지금처럼


“도진씨~ 아무래도 메인 기둥을 다시 깎아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위에 구조물들을 생각하면 대칭이 잘 안 맞아요”

“네!”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도진이 나가보려 했으나 벌써 승완이 작업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양손에 자기 가슴 높이까지 오는 나무 기둥을 끌고, 말이다.


“아이고, 그냥 저를 부르시지. 이걸 직접 들고 왔어요?”

“도진씨도 바쁘신데 제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낫죠. 이거 말고도 만들어야 하는 게 한가득이잖아요”

“...뭐 그렇긴 하죠”


도진이 작업실 벽에 걸린 작업 청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남았네’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아직도 공정률이 50%도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작업속도가 더딘 이유는 도진이 이제야 밀링 작업이 익숙해진 이유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절대적인 작업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무려 교실 두 개를 테마 방으로 꾸미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크게 해야 하나요? 고양이 놀이방 하나 만드는데 너무 스케일이 큰 거 같은데”

“어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회의때도 말씀드렸잖아요. 이번 공사 컨셉은 초호화 고양이 놀이방이라니까요”

“그렇긴 한데...”

“명색에 초호화라는 명칭을 다는데 이 정도 규모는 필요하죠. 저는 사실 이것도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교무실을 고양이 놀이방으로 꾸미고 싶은데...”



완고한 승완의 말에 도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에 꺾일 고집이었으면 이미 며칠 전에 꺾였을 테니까

승완의 가져온 기둥을 다듬으며 도진의 머릿속으로 며칠 전 회의가 떠올랐다.


* * *


“도진씨! 우리 회의 좀 하죠!”


제초제를 뿌리고 돌아온 도진은 갑작스러운 승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회의요?”

“네! 콘텐츠 회의! 앞으로도 계속 잡초 제거하고 페인트칠만 할 수는 없잖아요”

“뭐... 그렇긴 하죠?”


그나마 방금 제초제도 뿌렸으니 잡초 제거도 할 수 없었다.

페인트도 당장은 더 바를 곳이 없었으니 슬슬 차기 콘텐츠를 고민할 때이긴 했다.


“그러면 여기서 할까요? 아니면 제 작업실로?”


도진이 자신이 작업실 겸 방송실로 쓰고 있는 교실을 가리키자 승완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이왕 이렇게 된 거 회의부터 제대로 각 잡고 하죠. 10분 뒤에 사무실로 와주세요”

“네, 알겠어요”


뭘 또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으나 도진은 선선히 승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거의 반백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너튜버를 하기로 한 이상 핵심 콘텐츠는 꼭 필요했다.


원래는 자신이 먼저 꺼냈어야 하는 말을 편집자가 먼저 꺼내게 했으니 이 정도 요구는 충분히 받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완씨, 이게 무슨···"


사무실에 들어선 도진의 말끝이 급격히 흐려졌다.

언제 세팅해 놓은 건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회의 테이블 위에도 카메라가 놓여 있는 것이, 입장하는 장면부터 회의까지 쭉 영상으로 만들 모양이었다.

그때 카메라 뒤에 앉아 있던 승완이 단호하게 말했다.


“PD입니다”

“네?”

“앞으로 저를 조승완 PD, 아니면 조 PD라고 불러주세요”


엄격 근엄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는 승완의 모습은 뭐랄까···

귀엽고 하찮았다.


사회 초년생이 젊은 꼰대를 흉내 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미 10년을 살다 회귀한 도진의 입장에서 이제 고작 20대 중반인 그녀가 아무리 무게를 잡아봐야 귀여울 뿐이었다.


다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맞장구를 쳐줄 뿐


"아···그러면 그냥 PD님이라고 부를게요 조 PD... 는 다른 유명한 분이 계시니까요“

“편한 데로 불러주시고, 여기 앉아주세요”

“네”


도진은 순순히 승완의 요구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뭔가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은 큰 그림을 그린듯하니 맞춰주려는 것이다.


역시나 승완은 도진이 앉자마자 분위기를 빌드업해 나갔다.


“요새 구독자분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요. 너무 콘텐츠가 정적이라고. 전원일기냐는 말도 있고”

“쿨룩, 전원...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네요. 폐교까지 사서 여태까지 한 거라곤 답사랑 잡초 제거, 페인트칠한 게 전부니까요”

“하나 더 있잖아요”

“하나 더요?”

“길냥이들도 구해주셨잖아요. 그것도 빼먹으면 안 되죠”

“어? 그거 영상으로 나가나요?”


승완의 말에 도진은 사무실에 들어온 뒤 두 번쨰로 놀랐다.

고양이 가족을 구한 영상까지 채널에 올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그냥 우연히 찍힌 건데’


체스트 캠을 달고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삼색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캠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당시 상황이 액션캠에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너무 쓸만한 영상이 없는 것 같아서 일상 Vlog나 찍으려던 목적과 다르게 굉장히 역동적인 영상이 담긴 것이다.


‘그걸 영상으로 올리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우연히 찍힌 영상이 신기해서 두 사람에게 공유할 때만 해도 승완은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삼색이 가족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마음이 아프다며...


그런 그녀가 당연하게 채널에 올리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영상을 올리자고 제안하면 제일 먼저 화를 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아픈 애들 가지고 조회수를 늘릴 생각을 하세요?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에요!]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도진의 말에 승완이 황당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럼 그걸 그냥 폐기해요?”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우리끼리의 추억으로...”

“ 그런 영상은 일부러 찍으려고 해도 못 찍어요. 아픈 고양이들을 구조해서 치료까지 하는 집주인이라니.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요?”

“그 정도까지는...”

“이 영상이 올라가면 세상 사람들이 고양이가 얼마나 연약하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지 알거라 생각해요. 고양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인간의 친구라고요”

“···"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높아지는 승완의 말에 도진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승완은 그저 이참에 고양이를 전도하는 영상 하나를 더 올리고 싶을 뿐이었다.


흥분해서 고양이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승완의 말을 무시하며 생각에 잠겼던 도진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뭐··· 크게 상관은 없겠네’


고양이를 학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구조한 영상이다.

게다가 다른 고양이도 아니고 답사 영상에 나왔던 녀석들이었으니 어느 정도 연관성도 있으니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오늘 회의는 삼색이 가족을 구했던 영상을 올리자는 내용인가요?”


삼색이는 흑, 백, 회색의 삼색 무늬를 지닌 녀석을 도진이 부르던 별명이었다.

자꾸 새끼냥, 새끼냥 하기 뭐해서 대충 부른 건데 어느 순간 승완과 도희마저 그렇게 부르면서 이름이 되어 버렸다.


“아뇨, 삼색이 영상은 이미 올라가기로 결정 된 거고요”

“아... 결정됐구나···"


‘대체 언제?’ 라는 표정의 도진을 무시하고 승완의 말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구해줬으니, 아이들이 머물 곳이 필요하잖아요”

“머물 곳... 이요?”


도진이 ‘그게 왜 필요하지?’라는 표정을 짓자 카메라 뒤에 있던 승완이 또 한 번 급발진을 시작했다.


“그러면, 그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시게요?”

“굳이 표현하자면 방생이 맞겠죠? 원래 야생에서 살던 아이들이잖아요”


삼색이가 귀엽고 어쩌다 보니 구하긴 했지만 도진은 길냥이들을 냥줍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새끼냥이들은 몰라도 어미 고양이는 이미 들고양이가 되어서 사람 손을 거부할 게 뻔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애들을 어미와 떨어트리는 것도 못 할 짓이고’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집고양이로 들어온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도진은 굳이 녀석들을 집 고양이로 키울 생각은 없었다.


집 고양이가 안전은 하겠지만 고양이들 중에는 자유롭게 사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승완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더백님의 말은 잘 들었어요. 확실히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잠깐만요. 더백? 그게 누구예요?”

“도진씨요. 계속 영상에 도진씨라고 쓸 수는 없잖아요. 일단 임시로 성으로 부를만한 이름으로 했는데,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면 다른 예명 생각하신 거 있나요?”

“어... 아니요. 그냥 그걸로 하죠”


순간적으로 휘황찬란한 너튜버 이름들을 떠올린 도진이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백이면 무난하면서도 기억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아무튼 더백님의 말도 일리가 있는데, 삼색이 가족은 임시 보호가 필요해요. 나중에 다시 길냥이가 되더라도 병이 다 낫고 건강해질 때까지는 돌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PD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그러면 PD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도진의 말에 승완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도진은 왠지 그 미소가 꺼림칙했다.


승완이 저렇게 웃고 나면 항상 광기의 결과물이 나오곤 했던 것이다.


“더백님이 사용하고 계신 이 폐교에는 아직 비어있는 공간이 많잖아요. 저는 삼색이 가족들을 임보하는 김에 고양이들 전용 방을 만드는 게 어떨까 싶어요”

“고양이 전용 방이요?”

“네, 캣 타워나 캣 휠처럼 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으로 꾸미는 거죠. 아무래도 길냥이들이니 실내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심할 거 아니에요? 그걸 해소할 수도 있으면서 운동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캣 타워랑 캣 휠이라...”


승완의 말에 도진의 얼굴에도 흥미가 떠올랐다.

그도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장마당에서 키우는 고양이 간식을 챙겨줄 정도로 좋아했다.


‘그리고 보니, 공장 구석에도 녀석이 오를 수 있는 구조물이 몇 개 있었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다른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재료로 만들어준 것들이었다.

처음에 관심 없어 하던 녀석도 몇 번 이용해보더니 심심하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즐겼었다.


“그거 좋네요. 그럼 교실은 1-6으로 하시죠. 그곳이 복도 제일 끝 방이라 녀석들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예요”

“복도 끝, 좋네요.”

“캣 휠이랑 캣 타워는 어떻게 구입하죠? 제가 알아볼까요? 아니면 PD님이? 아무래도 저보다는 그쪽에 더 관심이 있는 PD님이 알아보시는 게 더 좋을 듯도 한데”

“아, 그거에 관해서 말인데요”


도진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아까부터 불안했던 승완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기왕이면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게 어떨까 싶어요”

“우리가... 직접?”

“네. 구조상 어쩔 수 없는 걸 제외하고 우리가 직접 만들면 의미도 있고 구조물을 만드는 거 자체가 콘텐츠도 되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거 몇 개 만든다고 콘텐츠까지는...”


오싹!


말을 하던 도진은 서늘함을 넘어 섬뜩해지는 감각에 순간 입을 닫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 늦은 대처였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했죠”


말과 함께 승완은 테이블 밑에 숨겨놨던 도면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도진에게는 저 도면이 사신의 낫처럼 보였다.


실제로 도면의 내용도 비슷했고


“짠!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초호화 놀이방 도면입니다!”

“···"

“제가 이거 구상해서 설계도 짠다고 아는 인맥을 얼마나 뒤졌는지 더백님은 상상도 못 하실걸요?”

‘왜 그걸 그렇게까지 준비했는데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말을 억지로 집어삼키는 도진의 귀로 더 충격적인 승완의 말이 들렸다.


“아, 참고로 이건 교실 두 개를 합친 내용이에요. 교실 하나는 초호화라고 하기에는 초라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1-6 말고도 1-5까지 고양이 방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


 * * *


그렇게 승완의 광기로 진행된 고양이 놀이방 공사는 장장 일주일이 걸려 완성이 되었다.


완성품을 사서 조립하거나 설치했으면 하루 만에 끝났겠지만 일일이 기구와 선반을 만들고 조립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심지어 도진은 이번 공사를 위해 목재 가공이 가능한 각종 공구와 기계, 합판을 따로 구매해야 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지만 의외로 도진은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이거 은근히 콘텐츠로 뽑을 게 많겠네’


공사에 걸린 시간만큼 영상도 많이 나왔다.

게다가 이번 고양이 놀이방 공사처럼 목제 가공은 쓸데가 꽤 많았다.


당장 야외 테이블과 의자도 필요한 상황이니 말이다.


‘이 정도면 고양이 방 꾸민다고 들어간 돈값은 했겠네’


그리고 다음 날


퇴원한 고양이들이 세끼 하우스로 돌아왔다.

도진이 발견해 입원한 지 3주째의 어느 날이었다.


일행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차에서 케이지를 꺼내 들었다.


냐야!


밖으로 나오자 어미냥이 날카롭게 울기 시작했다.

케이지에 갇혀 있는 상황과 새끼 냥이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원장이 몇번이나 도진에게 당부했기 때문이었다.


[어미 고양이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같은 케이지에 넣었다가는 오히려 새끼들을 죽일 수가 있어요. 일단 새끼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 케이지에 따로 구분해주세요]


 원장의 당부에 따라 어미 냥이의 케이지는 승완이 새끼냥이들만 들어가 있는 케이지는 도희가 들고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어미냥의 반항은 그녀들의 생각보다 심각했다.


니야야야!

이야아아앙!


“...승완아, 걔 정말 괜찮을까?”

“잘 모르겠어.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졸도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계속해서 울어대며 케이지 안에서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어미냥을 두 사람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혹시나 들고 움직이다가 떨어트릴까 봐 케이지도 아예 바닥에 내려놓은 채였다.


“내가 들어볼까?”

“오빠가?”

“엉. 혹시 모르니까 장갑 끼고 내가 케이지 들게”


차를 주차하고 돌아온 도진이 장갑을 끼고 케이지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냐아···

냐···


“응? 얘 왜 갑자기 얌전해졌어?”

“어? 정말? 신기하네?”


두 사람의 말에 도진은 들고 있던 케이지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케이지 안에서는 어미냥이 얌전하게 빵 굽는 자세로 도진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까암빡 까암빡 까아아암빡

냐···


천천히 눈을 몇번 깜빡인 어미냥이 조금 진정이 됐는지 그대로 고개를 다리 사이로 파묻었다.

그 모습에 두 여자 입에서 호들갑이 터져 나왔다.


“어머어머! 이게 뭐야? 오빠 고양이 조련사 자격증 있어?”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야! 아니, 진짜 어떻게 한 거예요?”

“우씨, 바보라니···근데 진짜 오빠! 어떻게 한 거야?”

“글쎄? 나도 잘...”


냐야···

냐···

냐앙···


두 여자의 질문에 도진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도희가 들고 있던 케이지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세 사람의 얼굴에 전부다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어미냥과 다르게 귀엽고 얌전한 새끼냥이들이 꼬물거리며 케이지 앞으로 몰려왔다.

하나같이 쪼그만 발을 케이지 밖으로 뺴서 내밀고 있었는데 그 방향이 하나같이 도진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이 다시 한번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날 세끼 하우스에 새로운 가족들이 합류했다.

원장의 우려와 달리 많이 얌전해진 어미냥과 다섯 새끼냥이들은 도진의 우려와 다르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놀이방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1.jpg


새끼 고양이2.jpg


새끼고양이1.jpeg


새끼고양이1.png


삼색이를 구상하면서 참고했던 이미지입니다.

이런 애가 길가는데 나한테 달려오면... 그냥 갈수 있을까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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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너 해라 +1 24.05.24 3,827 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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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아내가 자살했다. +9 24.05.23 5,204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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