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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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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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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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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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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회귀하다.

DUMMY


도진이 아는 이 시기 승완은 갓 출산한 어미 고양이와 같았다.


어미 냥이 자기 새끼를 보호하듯 그녀도 도희를 싸고돌았다.

도진조차 한때 너무 오지랖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뭐, 나중에는 승완씨가 왜 그래야 했는지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랬기에 아무런 신뢰도 쌓지 못한 지금은 이렇게 안심을 시키는 게 맞았다.

그러지 않는다면 승완의 성격상 그대로 도희의 손을 잡고 이 자리를 떠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런 도진의 예상이 맞았는지 그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승완의 눈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승완아, 나 괜찮아. 조금 놀라긴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고”

“그게 말이야 방구야? 당연히 아무 일도 없어야지.”

“아, 그러네? 푸훗, 말이 좀 이상했다. 아무튼 괜찮아. 일단은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

“넌 쫌! 아휴, 이 푼수를 어떻게 하지”

“헤헷!”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도진은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관리했다.


저 둘의 만담이야 이미 익숙한 그였으나

혹시라도 두 사람을 비웃었다고 오해라도 산다면 가뜩이나 나쁜 첫인상이 최악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 도희에게는 무슨 볼일이시죠? 아까 들으니까 이름도 알고 있던 거 같은데, 혹시 예전에 만난 적 있어요?”

“아냐, 내 스타일이라니까? 예전에도 봤으면 내가 그대로 놓쳤을 리가 없지”

“아, 쫌! 주접 그만 떨고 저쪽으로 좀 빠져있어 봐”

“오키!”


한 마디로 도희 처리한 승완이 도진을 바라봤다.

마치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모습


그에 도진이 아까부터 정리한 말을 꺼냈다.


“오늘 처음 본건 맞아요. 친구분을 데리고 사라진 건 죄송합니다. 너무 제 스타일이신데 그 자리에서는 차분히 얘기할 수가 없을 거 같아서...”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아신 건데요?”

“아까 편의점에서 두 분이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사실 그때 보고 첫눈에 반해서 따라갔죠”


없는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과거의 도진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도희가 또 한 번 폭주하기 시작했다.


“어머, 그때부터? 참···나라는 여자는 죄도 많다니까. 의도하지 않아도 저렇게 훈남을 홀려버리다니”

“···"

“알았어, 조용히 할게”


눈빛으로 친구를 제압한 승완이 불만 어린 시선으로 도진을 바라봤다.

꽤 오랜 시간 승완을 겪었던 도진은 그 눈빛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왜 남의 얘기를 엿들어? 이거 변태 새끼 아니야?]


단어의 수위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틀림없이 그녀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이런 때 도진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오해하실만한 상황인 건 알지만,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제 신분증도 맡길 수 있어요. 저는 정말 순수하게 도희씨가 너무 아름다우셔서 끌린 겁니다”

“꺅! 아름답데! 승완아, 나보고 지금 아름답다고 그랬어”

“···"

“진짜예요. 저도 원래는 이런 성격이 아닙니다만, 도희씨를 보니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더라고요.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어머,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남자라면 그런 용기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도진의 해명과 혼잣말치고는 큰 도희의 말이 이어질수록 승완의 표정은 점차 썩어들어갔다.

물론, 도진은 저런 표정의 의미도 잘 알고 있었다.


[진짜, 둘이 똑같이 주접을 떨고 있네. 아주 천생연분이다 천생연분이야]


아마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과거에도 도진과 도희가 꽁냥거리고 있으면 승완이 딱 저런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 부부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곤 했는데···


‘그때가 그립네’


과거의 기억은 늘 빛바랜 사진과 같다.

추억을 떠올릴 때는 행복해도 현실로 돌아오면 초라한 현실에 다시금 마음이 아파지는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이 상황이 환상이나 꿈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무엇보다 찬란한 현실이었다.


그랬기에 도진은 과거보다 한 걸음 더 용기를 냈다.


“도희씨,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와 사귀어주세요!”

“···"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야! 정말요? 저한테 지금 고백하신 거 맞죠?”

“네! 받아주신다면 누구보다 도희씨를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머 어머, 저도 좋... 아니, 이건 너무 빠른가? 음···그래도 너무 좋은데 어쩌지”

“···하아···씨발”


도진의 고백 공격과 그것을 만끽하는 친구의 사이에 낀 승완이 짜증 어린 욕설을 내뱉었다.


* * *


까톡


[잘 들어가셨어요? >.< 저는 승완이랑 이제 집에 왔어요. 오늘 너무 놀랐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으흐흐흐”


톡을 확인하는 도진의 입에서 빙구같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방에는 그 혼자라 아무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예전보다는 진일보한 거겠지?”


결국 도희의 입에서 사귀자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본 자리에서 사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대신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데이트를 몇 번 해본 후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서로 합의를 본 것이다.


과거 썸만 6개월을 타고 연애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했다.


“후아, 그럼 이제 남은 건 앞으로의 계획인데”


톡을 보며 실실거리던 도진의 표정이 급 진지해졌다.

과거로 돌아와 도희를 만난 건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뿐이었다.


“우선, 도희의 가족들을 어떻게 해야 해”


과거, 도진 부부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도희가 이혼을 요구한 이유는 전적으로 비정상적인 처가 식구들 때문이었다.


알코올 중독인 장인과 도박 중독인 장모

거기에 반달도 안 되는 첫째 오빠와 그냥 양아치 그 자체인 둘째 오빠까지


가족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결혼을 고민해야 할 식구가 전부 모여있었다.

저 식구들 사이에서 밝고 올바른 도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거리를 두는 걸로는 안돼. 그 거머리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한테 빨대를 꽂으려 들 테니까”


그 방법은 이미 과거에 실패한 방식이었다.

처가 식구들 이야기만 나오면 진저리를 치는 아내의 뜻에 따라 연락도 피하고 만날 일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끈질겼다.

도진이 일하고 있는 공장까지 찾아오더니, 거기서 만나주지 않으면 대놓고 진상을 부렸다.


나중에 공장장이 돈 몇푼 주며 쫓아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도진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자 그때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쓰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마음 같아서는 청부로 사지를 부러트려서라도 접근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방법이 되질 못했다.


"도박쟁이랑 알코올 중독자가 고작 팔다리 부러졌다고 돈줄을 놓을 리가 없지“


그건 두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유일하게 돈 나올 구멍이 도진 부부라는 것은 그 쓰레기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멀리 떨어져서 살까? 해외라도 가면 못 쫓아올 텐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국내라면 땅끝이라도 쫓아올 거머리들이니 해외로 도망을 가야 하는데 그들 부부는 외국어도 못하고 이민을 갈 만큼 재산도 없었다.


“도희를 설득하는 것도 문제야. 자기 가족들을 피하려고 이민을 간다고 하면 미안해서 결혼을 안 하려고 할지도 몰라”


도희라면 충분히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위해 불확실한 이민 생활을 선택한다고 하면 그를 위해 이별을 택할 여자였으니까


“그래도 일단은 공장은 그만둬야겠네. 그 인간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공장에 민폐를 끼칠 테니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아직 둘은 결혼은커녕 연인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여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도진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기적 같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결혼할 생각이었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거머리들이 주둥이를 들이밀 테니까


“...너튜브는 어떻게 하지? 예전처럼 그만 해야 하나”


도진이 책상 한 켠에 덩그러니 올려진 고프로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는 이맘때 너튜버를 하고 있었다.


거창하게 투잡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인생이 너무 공장과 기숙사만 오가는 것 같아서 겸사겸사 기록도 남길 겸 찍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너튜버보다는 브이로거에 더 가깝달까?

처음에는 퇴근 후 가벼운 일상을 찍던 것이 점차 분야가 넓어졌다.


공장 근처에 자리 잡은 고양이가족

가끔 가는 맛집

여행 가는 마음으로 찍은 외근 영상까지


어느 순간 잡탕이 되어버린 채널에 도진조차 자신의 채널의 정체성을 놓고 있을 때 축복을 받았다.

알고리즘의 선택이라는 축복을


덕분에 섞어 찌개와 같았던 그의 채널은 구독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몇몇 영상의 경우 시청자의 수가 10만을 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도희를 만나게 된 원인도 너튜브 때문이었는데”


구독자가 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많아지자 도진도 너튜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소에 사람 많은 곳은 가지도 않던 그가 벚꽃놀이를 가게 된 이유도 새로운 그림을 찍기 위해서였으니까


“도희가 내 영상을 참 좋아했는데...”


특히 고양이 영상과 여행으로 둔갑한 외근 영상을 좋아했다.


“추억도 되살릴 겸, 당분간은 너튜브를 계속해볼까? 이후 트랜드도 대충 알고 있으니까”


얼마 안 되는 수익이긴 하지만 공장을 그만두면 그조차도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도진의 머릿속에 예전에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도 나중에 이런 콘텐츠 해보자]


초밥라면이라는 이름을 쓰는 너튜버 영상을 보며 했던 말이었다.

폐교를 산 너튜버가 전동차를 타고 폐교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주는 영상은 몇십번이나 돌려볼 정도였다.


“폐교라··· 나도 시도해볼까?”


사실 꼭 폐교를 살 필요는 없었다.

초밥라면이야 실험을 위해 넓은 부지가 필요해서 산 거지만 그의 채널 영상은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도진의 귀에는 자꾸만 도희의 그 말이 맴돌았다.


“지금 내가 가진 돈이면 하나 살 수도 있겠는데”


폐교를 산다고 하면 엄청나게 큰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큰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몇십년이나 지속된 저출산 덕분에 폐교 매물은 꾸준히 나왔고 경매 물건을 잘 찾아보면 서울의 원룸보다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폐교도 꽤 있었으니까

게다가


“폐교라면 마침 괜찮은 물건도 알고 있으니까”


생각난 김에 도진은 휴대폰으로 학교 이름을 검색했다.


토도도독


[정아초등학교]


검색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다만 아무리 페이지를 내려도 정아초등학교로 검색되는 내용은 없었다.

그나마 나온 결과라고는 지역뉴스란의 한 토막 뿐이었다.


[45년 전통의 정아초등학교, 결국 폐교]


뉴스를 클릭해 들어가 봐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제목은 정아초등학교지만 기사 내용은 저출산에 관련된 것과 다른 지역에서도 폐교가 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 전부였으니까


“···알고 있긴 했지만 역시나 씁쓸하네”


정아초등학교


바르고 아름다운 어린이로 자라나라는 이름을 지닌 이 학교는 도진이 나온 모교로 이미 5년 전에 폐교된 상태였다.


도진의 채감으로는 15년 전에 폐교한 곳이지만 이곳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아련함에 잠기곤 했었다.

고아인 그에게도 초등학교 시절은 너무도 행복했으니까


짝!


학교를 떠올리며 고민하던 도진이 손뼉을 쳤다.

뭔가를 결단하거나 결정을 내릴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그래, 사보자“


짧았지만 깊은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장을 다녔던 덕분에 모아놓은 재산은 제법 됐다.


폐교를 산 이후로 시설을 관리하는데 또 돈이 들어가겠지만 그 정도라면 퇴직금으로 어떻게 가능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모교를 산다면 꽤 큰 돈을 벌 방법이 있었다.


“우선 경매부터 알아봐야겠네”


인터넷을 검색하는 도진의 손길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늦게 참가한만큼 공모전의 최소 조건을 맞출때까지는 당분간 연참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9 하양이라구
    작성일
    24.06.14 19:27
    No. 1

    왜 헤어졌는지 초반 설정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7 몽환이월영
    작성일
    24.06.20 19:52
    No. 2

    설정을 이렇게 짜면 뒤를 안보고 싶어요...이미 앞에 두어편으로 신파를 극도로 찍어둬서 벌써 지치고 질리는데...앞으로 나올 나용이 전부 예상이 되는데다 상상만 해도 피곤한 전개라...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76 삭쩨
    작성일
    24.06.22 14:52
    No. 3

    처가식구들 개차반인데 그래서 잘살다 이혼요구하고 급 짐빼고 오래지않아 자살? 조금 다 그럴듯했으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ch******
    작성일
    24.06.28 09:30
    No. 4

    코인으로 돈 벌꺼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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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농사가 쉬워? +1 24.05.26 3,588 86 13쪽
6 5. 왕혜석 원장 24.05.25 3,735 90 15쪽
5 4. 너 해라 +1 24.05.24 3,817 96 12쪽
4 3. 모교를 사다. +2 24.05.24 3,969 86 17쪽
» 2. 회귀하다. +4 24.05.23 4,523 83 12쪽
2 1. 아내가 자살했다. +9 24.05.23 5,193 87 12쪽
1 0. 프롤로그 +4 24.05.23 5,611 8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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