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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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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21,467
추천수 :
3,561
글자수 :
282,290

작성
24.05.23 13:00
조회
5,202
추천
87
글자
12쪽

1. 아내가 자살했다.

DUMMY

과거, 결혼 전

도진은 도희와 작은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다.


도진은 고아였다.

그래서 그런지 늘 화목한 가정을 꿈꿨고 결혼하게 되면 처가 식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도희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오빠, 나랑 결혼하기 싫어?”

“어? 아니, 당연히 하고 싶지”

“그치? 나도 오빠랑 결혼하고 싶거든. 그래서 말인데, 나랑 결혼할 거면 우리 가족은 신경 쓰지 마”

“어?”


도진은 맹세코 이제까지 도희가 이런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연애 전 반년, 연애 기간 1년 동안 늘 밝고 건강한 웃음만 짓던 아이였는데...


‘차, 차가워’


인상을 쓴다거나 노려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표정이 사라졌을 뿐이었는데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 되어버렸다.


“도희야, 왜 그래?”

“절대로, 절대로 우리 집과는 연관되지 마. 관심도 갖지 마, 그냥 나 혼자만 있다고 생각해줘. 알았지?”

“으, 응. 알겠어”


약간의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도희의 말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내가 그토록 자기 가족과 선을 그으려 했는지 도진이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 * *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도진은 힘없이 집으로 향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내가 사라지고 5년 

그동안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건만 도희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과거의 추억이 떠올라 버렸다.


20년도 봄에 처음으로 벚꽃 거리에서 만났던 순간

살면서 처음 썸이라는 것을 경험했던 6개월이라는 시간


떨리는 마음으로 한 고백을 받아준 아내의 수줍은 얼굴

너무나 행복했던 2년 반의 연애 기간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결혼생활까지

그러나 영원할 거라 여겼던 결혼생활은 겨우 2년을 넘기고 끝났다.


“보고 싶다 도희야...”


집에 들어온 도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신혼집이었던 이 집 곳곳에 그녀와 쌓은 추억이 남아있는데

정작 그녀의 흔적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아내를 만난 이후 지겹도록 사진을 찍었는데도

그 흔한 인생 네컷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집을 구석구석 살피던 도진의 시선이 거실 선반에 올려진 인형에 닿았다.


“...이건 내 거라는 거야? 이것도 그냥 가져가지"


인형은 아내의 절친이 러시아 여행 선물로 사 온 마트료시카였다.

소녀가 그려진 인형 안에 그보다 작은 인형이 들어가 있는


[이건 네 거 아니고 도진씨한테 줄 거야]

[엥? 그걸 왜? 그거 원래 결혼한 여자한테 주는 거 아냐?]


인형을 자신이 아닌 남편에게 주자 도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 또한 퉁명스럽게 답했고


[다산을 뜻하니까 그것도 맞긴 한데, 꼭 여자한테만 주는 건 아니야]

[그럼 남자한테 주는 건 뭔데?]

[그런 거 없어. 그냥 다복, 행운, 부유함 이런 거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기어코 마트료시카를 도진에게 쥐여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거 받고, 제일 복 많은 사람이 돼서 꼭! 도희를 행복하게 해줘야 해요]

[아, 네]


당시에는 그냥 결혼한 친구를 부탁한다는 의미라 생각했었다.


“···결국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네요. 미안해요 승완씨”


자신에게 몇번이나 신신당부하던 아내의 절친에게 사과하며 도진이 마트료시카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작은 인형 잊어버렸다고 도희가 참 슬퍼했는데”


원래 도희는 이 인형을 전부 꺼내서 장식했었다.

그러나 우연히 열린 거실 창으로 들어온 길냥이가 제일 작은 인형을 물어간 이후로는 이렇게 하나로 모아 놓고 있었다.


대신에 그녀는 잃어버린 인형 자리에 하나의 부적을 넣어놓았다.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던 부적을


[이거 되게 영험한 거야.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간 불국사에서 만난 스님이 주신 건데, 평생에 3번 소원을 들어준 데.]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그래서 도희 너는 소원 이뤄진 거 있어?]

[응! 있어!]

[어? 있다고? 소원이 뭐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도진이 놀라 묻자 아내는 손가락을 펼쳐 그를 가리켰다.


[여기 내 눈앞에 있잖아. 백도진]

[엉? 나?]

[응. 오빠가 내 소원이었어]


말과 함께 도희는 행복하다는 듯이 도진의 가슴에 머리를 비볐었다.


도진도 그런 도희의 행동이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대로 끝내면 너무 재미가 없었기에 일부러 더 모른 척 말을 이어갔다.


[그게 뭐야? 그럼 다른 소원 두 개는 뭐였는데?]

[응? 오빠가 소원 2인분인데?]

[엥?]


어이없다는 듯한 도진의 말에 도희가 손가락 두 개를 쭉 내밀어 보였다.


[첫 번째 소원은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날 오빠를 만났고]


내민 손가락 두 개 중 하나가 접혔다.


[두 번째 소원은 오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빌었는데 이렇게 결혼했잖아!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소원 달성 100%짜리 부적이야]

[하하하]


남은 손가락을 접으며 해맑게 웃는 도희의 모습에 도진도 더는 태클을 걸 수 없었다.


“바보같이. 그때 평생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야지.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거 아니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도진이 자연스럽게 인형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뽀각 뽀각 뽀각 


“···"


5단, 4단, 3단까지 인형은 천천히 분리되었다.

그러나 2단 인형을 손에 쥔 도진은 차마 그 인형을 분리하지 못했다.


인형의 틈 사이에 익숙한 종이가 끼어있는 게 보였기 떄문이었다.


색이나 재질이 기억에 남아있는 그 부적이었다.

몇번이나 망설이던 도진이 결국 마지막 남은 인형에 힘을 가했다.


뽀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분리된 인형 안에는 역시나 아내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부적이 있었다.

집에 있는 모든 짐을 가져갔을 때 당연히 챙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보같이... 그렇게 소중한 거면 챙겼어야지···마지막 남은 소원으로 네 행복을 빌었어야지!”


꼼꼼하게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겨간 도희가 소중히 여기던 부적을 실수로 두고 갔을 리가 없었다.

이건 떠나가는 자신을 대신해 남겨놓은 선물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도진이 부적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딴 게! 이딴 게! 무슨 소용이야! 네가 없는 세상에 무슨 소원이 있다고! 이거 다 가져가고 도희 데려와. 다시 예전 그때로 돌려놓으라고!”


잘게 찢은 부적을 던져버린 도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너무 큰 충격에 멈춰있던 눈물샘이 드디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내리 몇시간을 울던 도진은 한순간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몸과 마음이 한계까지 몰려 기절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도진은 그대로 굳었다.


“···밖?”


밝은 햇살과 선선한 바람

무엇보다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그가 집 안이 아닌 밖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의식을 잃기 직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언저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살한 아내를 추억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기절


그게 도진이 기억하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깨어나니 밖인 걸까?


심지어 지금 보니 그는 서 있었다


‘내가 몽유병이 있었나?’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러지 않는다면 집에서 쓰러진 그가 길거리에 서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도진은 그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저기··· 왜 부르셨어요?”

“...어?”


도진의 입에서 얼빵한 소리가 나왔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까르륵 웃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그토록 그가 바라던 아내가 서 있었으니까


“이... 이게 무슨...”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머리가 굳어버린 도진의 눈꺼풀에 하나의 꽃잎이 떨어져 내렸다.

무심코 꽃잎을 치우던 도진은 그것이 벚꽃임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맑은 날씨에 이쁘게 핀 벚꽃

거기에 많은 사람까지


이 상황을 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까


도진이 황급히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확인했다.


[2020. 04. 04]


‘시간이 왜···정말로 과거로 왔다고?’


아무리 확인해도 시계의 날짜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10년 전 그날, 그와 도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이었다.


도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있는 여인, 아내였던 이에게 향했다.


“도...희? 도희 맞아?”

“? 네, 맞아요”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도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미 도진은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꺅!?”


도희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도진의 급발진에 놀란 것이다.


그러나 비명을 들었음에도 도진은 포옹을 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평생을 있을 기세였다.


만약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몰랐다.


“어머 어머! 대박!”

“ 저 사람 완전 박력 있는데?”

“박력은 무슨? 여자가 천사네. 내가 저 여자였으면 곧바로 귀싸대기에 신고각이다.”

“응, 현실은 고백 한 번 못 받아본 모쏠아다죠?”

“닥쳐 만우절 고백했다가 차인 년아”


점차 소란스러워지는 주변에 도진은 할 수 없이 포옹을 풀었다.


아무래도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차분히 재회를 나누기는커녕 서로의 목소리도 안 들릴 지경이었다.


“이쪽으로!”

“어? 네?”

“야, 나도희!”


도진이 도희의 손을 잡고 사람이 적은 쪽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도희를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은 듯 했으나 사람들을 뚫는데 집중하다 보니 금방 잊고 말았다.


“죄송해요”


한적한 곳에 도착한 도진은 우선 도희에게 사과했다.

아직도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지만 정말로 과거로 회귀했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휩쓸린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도 손은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손을 놓으면 그녀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오히려 꽉 붙잡고 도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도진의 간절함을 느낀 것일까?

의외로 도희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어라?’


도희를 살피던 도진은 묘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불편한 상황일 텐데도 그녀가 생각보다도 차분 아니, 오히려 살짝 반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순간 도진의 머리로 과거 도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날 오빠를 만났어]


분명히 부적에 처음 소원을 빌었을 때 자신을 만났다고 했었다.

그 말은 자신이 도희의 이상형과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래. 처음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지금부터 다시 잘 만들어가 면 돼. 괜찮아. 과거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과거에도 이때부터 둘이 사귄 게 아니었다.


이날은 그저 연락처만 교환했을 뿐

그렇게 차근차근 관계를 좁혀가다가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었다.


과거를 떠올리며 용기를 얻은 도진이 조금 더 당당하게 말했다.


“저기, 너무 갑작스럽겠지만 너무 제 스타일이라서 그런데. 연락처 좀...”

“야! 나도희!”


용기가 무색하게 도진의 번따는 시도도 전에 보기 좋게 무너졌다.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방해자 때문이었다.


도진도 잘 아는 방해자는 다가오자마자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어···승완아”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도진을 째려보는 여인의 눈빛에 도진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한걸음 물러나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아내의 절친이자 이 시기, 유일한 아내의 보호자였으니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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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모교를 사다. +2 24.05.24 3,977 86 17쪽
3 2. 회귀하다. +4 24.05.23 4,533 83 12쪽
» 1. 아내가 자살했다. +9 24.05.23 5,203 87 12쪽
1 0. 프롤로그 +4 24.05.23 5,623 8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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