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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35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4 17:00
조회
414
추천
8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3화

DUMMY

- 제 3화 -




“갑니다.”


날 부르는 건 위생병 햄스였다.


그는 다른 스텝(도움주는 이들)과 함께 컴프레션(compression:흉부압박)중인 카트를 밀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위급한 상황인데, 그 옆에 서있는 첵 교수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달려가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었다.


‘저놈의 줄타기······.’


이동 중 컴프레이션을 하고 있다는 건 초응급상황(코드블랙)상태란 걸 말하고 있다는 거다.


급히 그쪽으로 향했고 이내 카트 위 환자를 스캔하기 위해 미간에 힘을 줘야 했다.


남들이 보면 이상한 행동이라 하겠지만, 나에게만 있는 유용한 능력이다.


‘그 날이 없었다면, 이런 능력은 하늘의 별 따기였겠지.’


잠시 나성병원 근무 당시의 기억이 되새겨졌다.


‘그날만 생각하면···.’


검사를 마친 것처럼 환자의 속사정이 다 보이는 능력은 말 그대로 스캔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쓸데없을지도 모를 능력이지만, 내게 있어선 신의 능력 그 자체였다.


그만큼 활용도도 높고, 사용빈도도 높단 거다.


특히 병원 외부에선 더더욱이나 더.


뭐, 이런 능력이 있다 말한들 믿을 이는 없겠지만.


“어떻게 된 겁니까?”


“사고 차량 안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한자입니다.”


대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스캔은 멈출 수 없었다.


뭐든 원인이 있을 테니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이송도중 호흡부전(respiratory failure) 발생해 인투베이션(Intubation :기도삽관) 실시했고, 도파민 (Dopamin:강심제) 아트로핀(Atropine:기관지 확장제) 줬습니다.”


“바이탈은?”


“현재 BP(혈압) 60. 리듬(심박) 55.로 매우 약합니다. 피버(체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츄레이션(Saturation:산소포화도) 은?”


“SP 65였는데 현재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원과 햄스의 노티를 들었지만, 그보다 시선에 보인 환자의 상태였다.


호주머니에서 펜 라이트를 꺼내들어 라이트 리플렉스(Light Reflex:동공반사)를 실시했다.


역시 동공 반응은 미약했다.


아니, 없다가 맞을 정도였다.


스캔결과 환자는 두부열상이 보이는 상태로, 두개골 안쪽엔 출혈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미간에 힘을 줘 두개 영상을 봤다.


‘지주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


* 지주막하 출혈이란?


뇌 실질을 감싸고 있는 막을 경막, 지주막, 연막들을 말한다.


이 중에 거미줄 모양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걸 지주막(arachnoid) 이라 하는데 이 막 아래에 출혈이 생긴 걸 말한다.


물론 뇌혈관에서 생긴 출혈은 대부분 연막과 지주막 사이 공간으로 흡수된다.


이 공간은 뇌 혈류나 뇌척수 액이 교통하는 곳으로, 출혈에 인한 혈액이 이 공간을 차지하게 되면 전신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


시선에 보이게 사실이라면 시간이 없었다.


“이송 시간이 얼마나 됐죠?”


“약 35분 정도요”


“35분이라···. 젠장.”


한국에선 미친 시간으로 들렸을 35분이란 소리에 새삼 여기가 미국인 게 와 닿았다.


워낙 넓은 땅덩어리니 이송하다 죽는 환자가 허다하지.


“예?”


“잠깐만요.”


다시 환자의 두개골을 스캔했고, 정확히 두개골 안쪽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골절부위가 보였다.


저기라면 지주막 아래에 고여 있는 혈액을 밖으로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햄스, 메스.”


“예?”


“메스!”


햄스는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허리 가방에서 메스를 꺼냈다.


손에 메스가 들리는 순간 황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세요?”


“뭐 하겠습니까. 사람 살리려고 하죠.”


“예?”


놀란 표정의 대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살려야 한다.’


미간에 힘을 준 상태로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두개골 골절 쪽 두피 한쪽을 메스로 절개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두피 사이로 지주막(arachnoid:경막과 연막사이 반투명 막) 공간에 고여 있던 검붉은 선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양은 상상 외로 많았다.


‘이러니 호흡 부전이 오지.’


이런 모습에 보고 있던 대원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시술을 처음 본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처음이지만.


“선생님, 바이탈이······.”


“······.”


“정상으로 오릅니다.”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뭔지 모를 불안함은 가시지 않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라면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였다.


경험적 확률로 말이다.


“선생님!”


“뭡니까?”


“바이탈이···.”


바이탈이란 소리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다시 들린 햄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BP 75, 70. 선생님!!”


시선에 들어온 모니터엔 데이터의 파형이 좁아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지만 내 시술엔 문제될 게 없었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환자를 다시 스캔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발적 늑골 골절뿐 아니라 대퇴골 골절까지.


이건 전신이 산산조각이 난 거라고 봐도 무의미할 정도였다.


미간에 힘을 더 주자, 이번엔 물이 가득 찬 듯 출렁거리는 복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잠깐!’


본 게 맞다면, 이건 헤모페리(hemoperitoenum:복강 내 출혈)이었다.


이런 식으로 체내 출혈이 많다면 바이탈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이해가 됐다.


내 실수였다.


외상환자나 TA 환자의 경우엔 전신을 스캔했어야 했는데.


서둘러 출혈점을 찾기 시작했지만, 시선에 들어오는 건 하나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정확하게 보일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고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장비를 사용했는데도 이랬다면, 판독 미스다.


내가 본 영상을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미스는 미스란 거다.


뭔가 잘못됐단 생각에 환자의 복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고, 등쪽을 보기 위해 상체를 움직이려는 순간 한발 물러서야 했다.


“뭐야!!”


등을 카트에서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카트에선 검붉은 혈액이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메시브 블리딩(massive bleeding:대량 출혈)에 모두의 동공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미간에 힘을 주고서야 출혈점(bleeding Point)을 찾을 수 있었고, 대원을 째려봤다.


근무자들은 현장 상황을 알 수 없어 대부분 대원의 노티를 중심으로 처치 맵(치료방법)을 결정한다.


그런데 지금 이 환자 같은 경우는 대원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환자의 상태부터 살펴야 했다.


신장과 함께 보이는 신장 동맥과 정맥이 뭔가 날큼한 걸로 절단된 상태였다.


구조 당시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환자를 움직인 게 분명 했다.


출혈량만 봐도 이송 도중 알 수 있었을 텐데 몰랐다니.


물론 대원이 컴프레이션(흉부압박)을 하면서 일시적 지혈이 됐었다면, 몰랐다는 것도 말이 된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내 눈은 이미 출혈점(blood position)을 찾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출혈점인 손상된 혈관은 바로 보였다.


‘잡을 게 있어야 되는데.’


눈을 이리저리 돌리자, 햄스 가운 주머니에 들어있는 포셉이 보였다.


어디에 쓰려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게 최선이었다.


“햄스 포셉줘! 라인 연결해서 펙드셀 걸고.”


“네?”


“펙드셀(수혈용혈액) 연결하라고!!”


“네, 네!”


빨리 출혈을 잡고 트랜스퍼(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


이 이상 지체했다간, 여기서 사망선고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거였다.


“햄스, 포셉(클램프가 달린 가위형 집게)! 플루이드 (fluid:수액) 짜.”


“예.”


위생병 햄스가 포셉을 건넸고, 이내 라인에 연결된 플루이드를 짜기 시작했다.


그사이 대원은 새로운 플루이드를 들고 왔다.


시선에 들어온 플루이드라면 이리게이션(세척액)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선혈의 온기와 미끈거림에 인상을 찌푸린 체 플루이드 팩을 이빨로 찢었다.


그 뒤, 자상(contusion)부위에 부으면서 선혈을 닦아냈다.


출혈량(blood loss)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정도 출혈이라면 환자 체내에 잔류하고 있는 혈액량이 걱정스러웠다.


체중의 1/12밖에 없는 혈액을 이 정도나 쏟다니.


“뭐해. 펙드셀 걸지 않고.”


“그게······.”


“뭐! 또 뭔데.”


당황한 표정의 햄스를 보자,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았다.


애당초 모두 라인을 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경험이 많은 대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C- 라인(중심정맥) 잡아, 펙드셀 두 개 걸어서 풀드립(full drip:수액을 최대로 줌) 해줘요.”


“아, 네.”


“서둘러요.”


역시 구조대원.


재빨리 오더대로 움직여주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에도 출혈(blood)은 연속적이라, 마음이 급했다.


미간의 힘을 주고 포셉(집게)을 자상 부위로 넣어야 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라 포셉이 들어가는 것조차 힘겨워, 이제 남은 건 손의 감각뿐이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온정신을 손끝, 아니 포셉 끝에 모아야 했다.


‘잘돼야 할 텐데.’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선생님! 바이탈이.”


“······.”


“선생님!!”


“시끄러.”


“BP 50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리듬도 약하고요.”


햄스의 노티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움직임 하나까지도 신중을 기하고, 집중력을 총동원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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