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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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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군모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29 11:02
최근연재일 :
2019.12.30 00:0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804
추천수 :
94
글자수 :
199,129

작성
19.12.12 23:1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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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39회

DUMMY

분명 반장 목소리도 들었는데.

“빨리 온다고 온거야. 근데, 반장은 어디갔어? 옆에 그 분은 누구셔?”

싸~ 하~ 아~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사람을 눈앞에 두고 모른척 하다니, 너무 실례아냐?”

“엥? 반장? 정말 반장이야?”

“그래 반장이다. 왜 불만이냐?”

“헐~”

안경을 벗으니 좀 더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교복 속에 저런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니, 승우가 평소 안 쓰던 썬글라스를 쓰고 반장 옆에서 졸졸 따라다닌 이유가 있었다.

‘보나마나 썬글라스에 가려진 눈동자는 반장 쪽으로 돌아가 있겠지.’

“김민후, 넌 왜 날 부를 때 반장이라고만 말해? 어떻게 놀러와서까지 반장이라고 부르냐?”

“내가 그랬나? 우리 반 반장이니까 그렇게 부른 거였지. 이제부터는 이름으로 부를게.”

“지금 한 번 불러봐. 혹시나 하는데 내 이름은 알아?”

“그야 당연히...”

뭐였더라, 반장 됐을 때 들은 것 같은데. 지...진...전...

어이없어 하는 반장과 승우, 여름의 눈총이 느껴졌다.

“정말 내 이름을 몰라서 반장이라고 불렀던 거였어?”

“어떻게 반장의 이름을 모를 수가 있어? 이렇게 이쁜 애를”

“민후야, 아니지? 장난이지?”

이거 참, 난감하게 됐다. 우리 반 애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반장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니.

“나도 내가 모를 줄은 정말 몰랐다고~”

“그거 변명이라고 한거냐?”

“아니.... 미안.”

빠르게 사과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내가 죽일 놈이니.

“후우~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반장이라고 불러준 것만해도 감사해야지.”

한 숨을 쉬더니 내 어깨를 툭 치며 가버렸고, 승우는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내며 반장을 따라갔다.

“민후야, 넌 가끔 보면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노력하는 거로 보여. 그리고 나나 승우 말고는 관심도 없는 것 같고. 같은 반이고 더군다나 반장인데도 이러면 반 친구들은 거의 모른다는 얘기잖아.”

유치원 때 비슷한 얘기를 듣고 나 나름대로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절히 대한 거였는데 ... 여름의 눈에는 다 보였던 거구나. 서로를 안지 얼마되지 않은 여름의 눈에도 다 보인거 보면 가족들도 알고 있다는 말인데.

“그 곤란하단 표정 좀 짓지마. 걱정도 그만하고. 이 세상에 흠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난 오히려 더 좋은데. 짧은 시간 동안 점점 완벽해져 가는 너를 보며 불안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네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왠지 내가 보살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

천사다. 이런 내 모습조차 좋아해주고 감싸주겠다니. 평생 옆에 붙어 있어야지.

“그런 표정도 짓지마. 부담스러우니까. 그리고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나중에 알고 나무라지 말고 네가 잘 메꿔줘.”

“걱정하지마 넌 부족한 부분도 이쁠거야. 히~”

“제발~ 바보처럼 웃지마.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면서 어떻게 나랑 함께 있을땐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으이그~, 그리고 지금 당장 선화한테 가서 사과해. 반장이름은 ‘오선화’야, 다시는 잊어버리지말고.”

“그래~ 오선화. 이제야 기억나네. 하하하. 얼른 가서 사과할게.”

난 반장... 아니 선화에게 사과하다가 옆에서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엄마와 아빠에게 또 혼나야만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너무 했다는 표정이셔서 점수가 깎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마 이 얘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화와 서로 다른 대학교에 입학할때까지 계속 회자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고달픈 미래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바로

여름의 수영복~~. 내가 혼나고 있는 동안 여름은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왔고 그 모습은 정말 선녀가 따로 .......있다.

‘따로 있네. 선녀는 어디가고 해녀가 있는거지.’

민트와 검정색이 섞인 래쉬가드로 위아래 온 몸을 감싼채 탈의실에서 나오는 여름은 정말 예쁜 해녀 같았다.

‘내 비키니는 어디로 사라진거야~~~~’

이건 배신이고 실망이다. 내가 몇날 며칠을 이 순간 하나만 보고 기다려왔는데,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지만 난 얼굴에 나타난 서운함과 실망감을 얼른 지울 수 밖에 없었다. 장인어른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흘깃거리고 있었으니. 내 생각을 들킬까 재빠릴 표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안타까운 내 심정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나름(?) 즐거웠던 해변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막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항구로 이동했다.

좀 더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도 또 놀러 오고 싶단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배에 올랐다.

다들 물놀이에 피곤했는지 2층의 휴게실에 뻗어있는데

“내 핸드폰... 어떡해, 어디서 흘렸나봐. 아앙~~”

여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 여름, 승우, 선화 이렇게 4명은 배를 뒤지기 시작했고 찾지 못했다.

배를 이잡듯 뒤졌지만 찾지 못했고 관광버스와 해변을 의심한 우리는 2명씩 나누어 왔던 길을 되돌아 보기로 했다. 승우와 선화는 항구의 옆에 세워진 영업이 끝난 관광버스들을, 나와 여름은 산호해변을 찾아 보기로 했다.

전동 자전거를 빌려 뒤에 여름을 태우고 산호 해변으로 가던 중 승우에게 찾았다는 전화가 왔고 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핸들을 꺾었다.

모터와 바퀴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빠르게 운전해 도착한 항구에는 우리가 타고 가야할 배가 없었다.

배는 이미 바다 한 가운데 떠 있었고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안돼~ 돌아와요~~ 우리 태우고 가요~”

“엄마~ 아빠~”

목청 껏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들릴 리가 있나.

‘망했다. 이런 말도 안돼는 일이....아니지! 이게 바로 그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남녀가 섬에 놀러갔다가 막배를 놓쳐 둘만 섬에 남아 만리장성을 쌓게 되는 환상의 전개인가. 오~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난 손을 모아 평소에 찾지 않던 신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엄마한테 전화부터 해야겠어. 민후야, 뭐해? 빨리 전화해봐.”

그래, 전화해서 우리는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일 보자고 말씀드려야겠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미 우리가 했어. 여름아 여기 핸드폰.”

“참, 빨리도 왔다. 조금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때라 배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시네. 마침 아시는 분이 계셔서 전화 해놓을테니 그 집에 가서 하룻밤 신세 좀 지라셔.”

선화와 승우가 나타났다. 그런데, 둘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반장은 골치 아프게 됐다는 표정이고 승우는 나와 같은 표정이다.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은 얼굴.

우리는 여자애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눈빛을 교환했고

‘커플끼리 찢어지자.’

‘넷 말고 둘씩.’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 이런 음흉한 놈.

여름은 그새 장모님과 통화 중이었고 꾸중을 듣고 있는지 풀이 죽어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석양아래 텅빈 항구를 바라보며 10분쯤 흘렀을까, 덜덜덜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여든은 되어 보이시는 어두운 기운의 할머니가 경운기를 끌고 나타나셨다.

우리 앞에서 경운기를 멈추시고 인상을 찡그린채 우리를 한참을 보시더니 선화에게

“네가 지연이 딸이구나. 지 애미 어렸을 때랑 똑같이 생겼네. 그려.”

아무래도 노안으로 인해 시력이 많이 안 좋아 지신 것 같다.

“저희 엄마가 지연이란 이름을 쓰세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제가 한여름이에요.”

“안녕하세요,”×3

오늘 밤 우리의 양식과 숙박을 책임져 주실 분이기에 최대한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아~ 네가 지연이 딸이야? 이쁘게도 컸네. 목장의 영감탱이랑 할망구는 잘 있냐? 여기서 이럴 게 아니지. 얼른 타라. 이 할미가 맛있는 거 해줄테니.”

“감사해요. 할머니.”

“와~ 내가 경운기를 타보다니. 그것도 제주도에 와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경운기를 타 볼일이 뭐가 있었겠냐, 자동차는 물론이고 항공기까지 전기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는 시대에 기름으로 가는 경운기라니. 이제는 TV에서도 보기 힘든 유물이 되어버렸다. 우도에서는 주유소를 보지 못했는데 기름은 어떻게 구하시는거지?

할머니께 양해를 구한 우리는 출발하기 전 경운기를 배경으로 만족할 만큼의 사진을 찍었다.

어제 말들과 찍은 사진도 이처럼 많지는 않았을꺼다.

즐거운 사진 촬영을 마치고 할머니가 모시는 경운기를 타본 나의 심정은 ‘아프다’였다. 짐칸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가는 중인데 노후화가 심학게 진행된 엔진의 탓인지 얼마가지 않아 덜컹덜컹 거리는 충격을 엉덩이로 흡수하자니 너무 아팠다.

나만 아픈 건 아닌지 할머니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에 인내란 단어가 떠올라 있었다.

참을성에 한계를 느낄 때쯤 우도 할머니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운기는 박물관이나 TV처럼 보기만 하는 거로.’

서로의 눈빛에서 하나 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간단하게 씻고 나오니 할머니의 정성으로 거하게 차려진 밥상이 우리를 반겼다.

하얀 국물에 다량의 채썬 무와 생선 한 마리가 들어간 옥돔지리, 보는 것만으로 매콤함이 연상되는 제육볶음, 가닥가닥 얇지만 탱글탱글해 보이는 한치회, 태어나서 처음보는 대왕 문어 다리 숙회 등등 밥상이 부러지면 이 맛있는 음식들 못 먹어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상을 가득 채운 음식들.

“.......대박.”

지금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단어를 떠 올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환상적인 밥상이다.

“급하게 한다고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밥은 많으니께.”

“차린 게 없다니요. 할머니, 저 여기서 한 달만 살다 가도 될까요?”

승우의 뜬금없는 말에 당황하기도 전에 이미 나, 여름, 선화의 고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우리 4명의 마음을 하나로 묶다니 우도 할머니의 밥상은 평화와 화합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어 토하고 다시 와서 먹어야 되나 라는 더러운 생각을 할 만큼 맛있고 배터지게 먹었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움직이는 게 힘들정도로 배가 불렀지만 지성과 예를 갖춘 고등학생으로서 맛있게 먹은 보답으로 여름과 선화는 허리와 다리가 안 좋으신 할머니 안마를 해드렸고 나와 승우는 설거지를 깨끗이 했다.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 부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드리며 TV 시청을 했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날 때쯤 이미 어두워진 밖에서는 물방울로 세상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더운 여름을 식혀줄 한 밤중의 비는 배가 부른 우리를 노곤하게 만들었고 저절로 잠에 빠져들게 했다.

잠결에 느껴지는 불안한 기운에 눈이 떠졌다.

불안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들 세상모르게 곤히 자고 있었고 건너 방에 계신 할머니 또한 고른 숨소리를 내시며 잠들어 계셨다.

모두 무사한 걸 확인했지만 불안감은 여젼했고 난 밖으로 신경을 돌렸다.

아직도 내리는 빗줄기는 잠들기 전보다 오히려 더 굵어졌고 빗소리 또한 더 커졌다.

소리가 이상하다. 빗소리 말고 잡음이 들려왔다.

누군가의 절박한 외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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