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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모 님의 서재입니다.

스크린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군모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29 11:02
최근연재일 :
2019.12.30 00:0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803
추천수 :
94
글자수 :
199,129

작성
19.10.09 23:02
조회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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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4회

DUMMY

담임선생님의 호명에 앞으로 나갔다.

“자~ 집중. 여기 민후에게 박수 쳐주도록. 민후가 우리 반 2등이자. 전교 3등이다. 입학 때 성적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성적이 제일 많이 오른 건 맞다. 열심히 공부했구나. 수고했다. 민후야.”

“오~~~대박~”

“우리 반에 전교 2, 3등이 있는거네.”

“운동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고 세상 참 불공평하다.”

“형제가 둘 다 잘하네. 쌍둥이면 다 그런가?”

“말도 안돼. 민후가 전교 3등이라고? 이건 조작이야~”

조작? 마지막 말을 생각없이 내뱉은 홍승우군은 좀 맞아야 정신차리겠지?

“아무리 친구가 잘돼서 배아프다고 해도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면 되겠니? 승우야.”

그렇지 우리 여름이는 참 옳은 말만 하는구나. 축하를 해줘야지. 상품권도 다 주고.

성적서를 받아 자리로 돌아오는데 여름이가 대견하다는 듯 엄지를 척하고 세워준다.

그런데, 짝꿍이라는 녀석은 눈물만 흘리지 않을 뿐이지 거의 통곡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

“상품권이 그리도 아깝더냐? 돈도 많은 녀석이”

승우가 못난 얼굴 더 구겨가며 답을 했다.

“누가 상품권 때문에 그러냐?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

상품권이 아니야?

“그럼 뭐 때문에 그러냐?”

“지금까지 내가 키와 운동에서는 너에게 밀렸지만 얼굴과 공부에서는 너보다 훨씬 앞서고 있었는데 이젠 얼굴만 남았잖아. 잘 생긴 깡통이 된 기분이란 말이야. 엉~엉~”

뭐라는거야? 이 미친놈은...

난 집에 오는 동안 단체톡방에 내 성적서를 찍어 올렸고 당당하게 승우의 상품권까지 나에게 보내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단톡방은 난리가 났고 역시 조작이 아니냐며 잠시 시끄러웠었지만 승우의 양심적인 증언으로 나의 성적은 인정됐다.

다들 이번 주내로 보낸다고 했으니 이제 할 일은

“여름아, 보고 싶은 뮤지컬 있어?”

“음, 지금은 없고 다음 달에 하는 <캣츠>를 보고 싶어. 어렸을 때 한 번 본적 있지만 그 때 너무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서 꼭 한번 더 보고싶다 생각했거든.”

<캣츠>? 고양이떼가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그래? 잘 됐다. 마침 나도 <캣츠>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보자.”

네가? 언제부터?란 의문을 띄고 있지만 무얼 보든 정말 보고 싶다.

“같이 보면 좋은데 뮤지컬이란게 자리도 중요하거든 그거 좋은 자리는 정말 비싼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걱정하지마, 마침 공짜 도르상품권도 생겼고 좌석은 내가 구할 수 있어.”

누가 들으면 허풍이라 생각할만한 말이지만 여름은 믿는다는 얼굴로 말해줬다.

“응!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께. <캣츠>를 네가 보여주면 그 날 밥은 내가 살게.”

“좋았어~”

집에 도착하면 얼른 예매부터 해야겠다. 제발 자리가 남아있기를... 그 날 여름이와 멋진 데이트를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저녁식사 전에 DOR에 들어가 공연 예매 사이트에 접속 <캣츠>를 예매하려 했지만 남아있는 좌석이 제일 구석진 B석뿐이라 하지 못했다. 티켓 값은 또 왜 이렇게 비싼건지. 제일 안 좋은 B석도 8만원이었다.

살면서 영화말고는 내 돈 주고 극장을 가본적이 없었던 나이기에 발생한 실수였다.

‘이거 큰일이네. 큰 소리는 쳤고 대책은 없으니 여름이에게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는데.’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이런 체면 걱정에만 빠져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요쿠르트를 먹으며 내 어깨에 앉아 함께 사이트를 보던 쁘띠가 말을 걸었다.

“민후님, <캣츠> 보시게요? 여름님이랑 둘이서?”

“어,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했는데 좋은 자리가 없네. 있어도 큰일이야. 가장 잘 보이는 VIP석이나 R석도 한 장에 몇 십만원이나 하네. 뮤지컬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어.”

함께 고민해주는 쁘띠

“돈은 튜토리얼 끝나고 받으신 BOD(가)를 필요한 만큼 BOD(현)으로 바꾸시면 충분하실 것 같고, 좌석은 제가 대신 구해볼테니 식사하고 오세요.”

대신 구해보겠다고? 내가 밥 먹는동안? 어떻게?

“그런 것도 가능해? 정말 내가 DOR에 없어도 내가 원하는 일을 대신 해주겠다고?”

당연한 일인데 정말 몰랐냐는 듯 물어본다.

“네~ 당연하죠 제가 누구에요? 민후님의 슈퍼 AI 쁘띠에요. 뮤지컬 티켓을 구하는 것쯤은 앉아서 식은 피자 먹기죠. 피자 하니까 아~ 피자 먹고 싶다.”

잉? 피자?

“피자 먹고 싶어? 그럼 사줘야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피자 구매에 동의한다고 말씀만 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티켓 구매시 BOD(가) 환전도 동의해주시구요. 그럼 제가 다 알아서 해 놓을께요.”

“동의할게. 100% 동의할게. 요쿠르트도 더 시켜먹어. 정말 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민후님도 식사 맛있게 하고 오세요.”

쁘띠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왠지 안심이 된다.

풋-, 가만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오네. 사람도 아닌 AI의 호언장담에 마음이 놓이다니, 아니지 AI라서 더 믿고 안심이 되는건가?

저녁 식사시간, 난 가족들의 놀라움과 축하를 받았다. 아무리 아들을 믿고 기다리신다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만 들었지 실제로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신적 없는 부모님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지금의 성적만 유지해도 DOR캡슐에 대한 부모님의 불안감은 앞으로도 쭉 안 나올 것 같다. 민서가 자기도 캡슐 사달라고 자기는 전교 1등하겠다며 떼쓴건 여담이다.

DOR로 돌아온 내 앞에 쁘띠가 티켓 두 장을 손에 쥐고 흔들며 공중에 떠있었다. 설마...

“설마 그거 <캣츠> 티켓이야?”

한껏 높아진 콧대를 세우며 거만한 자세로 말하는 쁘띠

“당연하죠. 제가 구한다고 했잖아요. 마침 <캣츠>가 DOR 프로덕션에서 수입, 기획해서 VIP들을 위해 남겨놓은 좌석을 빼올 수 있었습니다.”

VIP? 엄청 비쌀 것 같은데

“정말 다행이다. 근데 많이 비싸겠지?”

“가격이 조금 높긴 했지만 민후님이 충분히 감당하실만한 금액이었습니다. 아니 보상으로 이 펜트하우스도 받으셨으면서 너무 자린고비처럼 구시는거 아니에요? 이러면 여자들한테 인기 없는데.”

그래야겠지? 100억 달란트나 하는 펜트하우스도 받았는데 이 정도 금액에 손을 떨면 없어보이겠지? ‘아깝지 않다. 여름이와의 데이트를 위해서라면야 전혀 아깝지 않아.’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본다.

“그럼 오늘도 <반지의 황제>를 어제에 이어서 체험하시겠어요?”

“체험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몬스터들이 레고 블록으로 나와? 다른 건 다 실사인데 왜 몬스터랑 싸울때면 레고블록으로 변하는 건데? 실감이 안나니까 긴장감도 재미도 떨어지는 것 같아.”

어느새 꺼내든 요쿠르트를 한 모금 마시며

“어제도 설명 드렸지만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여서 현실과 혼동이 될 수 있는 모든 부분은 자체 검열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몬스터를 베게 되면 실제 살아있는 생명체를 칼로 죽이는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심하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 19세 전까지는 이런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들은 모두 삐~처리나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는 거잖아. 싸우기전에 갑자기 몬스터들이 장난감으로 변하니까 몰입도가 급격히 낮아지던데.

“그러면 바깥에서 헌터 일을 할 때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몬드터들이 순화되서 나와?”

“당연하죠.”

에고, 심장이 조여올 만큼 박진감 넘치는 몬스터와의 싸움은 해보지 못 하겠군.

“<반지의 황제> 시작해줘.”

빛의 터널도 익숙해지는 건가? 터널의 줄기들이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며 가 줄기들로 부터 따뜻한 기운, 차가운 기운 등이 느껴진다. 그냥 기분이겠지?

오크 무리와 대치 중인 주인공 일행이 보였고 그 중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굳건히 서있는 아르곤을 향해 날아갔다.

빙의 되며 내게 이입되는 감정과 생각들

친구, 보호, 오크, 복수, 증오, 반지, 연인 등등

「지킨다. 나의 친구들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호빗족 주인공대한 불신이 컸지만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친구로서 한 명의 믿음직한 전우로서 생각하게 되었다.

대치 중인 오크 진형을 살펴봤다. 어제의 덩치는 어린아이로 보일 만큼 근육 빵빵 돼지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데 수가 너무 많다.

이 돼지들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건데, 제일 약한 부분이자 최소한의 피해로 이 포위망을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오크 너머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가파르고 좁은 오솔길이 보였다. 호빗 친구들과 마법사 영감을 먼저 보내고 보로무루와 둘이서 어느정도 시간을 벌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길을 뚫는다. 보로무루는 후방을 맡고, 간돌푸. 적들 앞에 라이트 한 방 싸줘요. 엘프 넌 앞에 3마리만 처리해주고. 셋을 세면 모두 나를 따라 저 오솔길로 들어간다. 하나, 둘, 세~엣.”

간돌푸의 라이트 마법이 터지며 미리 눈을 감고 있던 우리를 제외한 레고블록으로 변한 오크들은 눈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고 그 중 길을 막고 있던 3마리의 오크는 목과 눈에 화살을 한 대씩 맞고 쓰러졌다.

“뛰어~”

난 전속력으로 뛰었고 당장 오크들을 죽이는 것보다 몸으로 밀며 길을 만들고 우리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다리를 공격하는데 힘을 썼다.

어느새 오솔길 앞에 도착했고 난 길 한쪽을 막고 돌아 보로무루와 함께 오크들을 막아섰다. 오직 명령과 본능에 따라 한참을 우리에게 달려들던 오크들이 멈추었고 우리 둘은 잠시 숨 돌릴 시간이 생겼다. 옆에서 파란 블록이 잔뜩 묻어 더러워진 투핸드소드를 지팡이 삼아 기대는 보로무루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쯤이면 죽음의 계곡에 거의 도착했겠지? 우리도 더 늦기전에 합류하자. 아르곤.”

“좋아, 먼저 출발해. 뒤 쫓아가마.”

나를 빤히 쳐다보는 보로무루.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내가 뒤에 갈테니. 네가 먼저 가라. 달리기 느린 사람이 먼저 가야지.”

쓸데없는 고집 부릴 시간 없는데. 이 미련한 녀석.

“됐어. 그럼 셋 세면 동시에 뛰는거다.”

우리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왜 안 뛰어?”

“넌 왜 안 뛰는데”

우리의 낌새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오크 대장이 고함을 질렀다.

“크라~~알~~~”

그게 신호가 됐는지 얌전히 쉬고 있던 오크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 달려들었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돌아 도망쳤다.

헉~헉~

얼마나 올랐을까? 심장이 터질 듯 숨이 가빠온다.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도 너무 무거워서 집어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옆을 보니 보로무루 또한 나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더 안 좋았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큰 투핸드 소드를 들고 다녀. 나처럼 바스타드 소드를 갖고 다녀야지.

“빨리 와요. 어서 빨리.”

저 멀리 죽음의 계곡 다리 앞에서 엘프가 활을 쏘며 재촉하고 있었다. 누군 빨리 안가고 싶나?

뒤를 쫓아오는 오크 몇 놈이 엘프의 화살에 당했는지 더 흥분했고 좀전보다 더 빨라진 오크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가깝게 들리는 건 엘프의 다급한 표정을 보니 착각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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