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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죽어도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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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工)
작품등록일 :
2013.01.10 00:30
최근연재일 :
2013.03.22 23:4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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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41
추천수 :
388
글자수 :
39,955

작성
13.01.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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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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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8쪽

죽어도 군대 - 1

DUMMY

구질구질한 화장실. 닦아도,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은 화장실에서는 오줌지린내가 눈이 시릴 정도로 솔솔 풍겨온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나는 2달선임과 단둘이 있었다. 선임은 짬의 상징이라 불리는 초록색 활동복 상의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나는 주황색 활동복을 입고 있었다.

“야, 이아미.”

“상병 이! 아! 미!”

선임은 내 얼굴을 보면서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했다. 오늘 일석점호 시간 때 당직사관이 생활관에 있던 일병 놈 하나한테 오늘의 암구호를 물어보았고, 그 일병 녀석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당직사관이 일석점호 보고하는 분대장을 갈궜고, 그 갈굼이 밑으로 내려오다가 나한테까지 도달 한 것이다. 물론 내려오는 과정에서 갈굼의 강도는 산 정상에서 굴러오는 눈덩이마냥 불어났다.

“상병 짬 달고 애들 관리를 그 정도 밖에 못하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죄송하면 군 생활 다 끝나냐?”

선임은 슬리퍼를 신고 있는 발로 내 다리를 찼다. 아픈 것은 아니었는데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다.

“너는 착실하게 잘 하면서 후임 관리는 왜 그래? 너 관리 그따구로 하면 애들이 너 무시해. 그럼 그게 군대냐? 시팔 여기가 무슨 캠핑 온 거냐고!”

“애들 관리 잘 하겠습니다.”

“시팔,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무슨 잘못이냐?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고참들한테 갈굼을 먹어야 되냐고!”

“죄송합니다.”

“야, 나 조금 있으면 상병도 꺾인다. 알아서 잘 처신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선임은 먼저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난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후~”

일, 이등병 때는 내가 선임들에게 갈굼을 먹으면서 항상 군대의 부조리에 대해 생각을 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꼬투리를 잡고, 별것도 아닌 것에 순서와 제한을 두는 그런 일들. 난 그것에 맞서 싸워보고 싶었다. 나라도 그것을 끊어버리면 그 밑에서부터는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못하는 녀석은 잘해준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나를 무시하고 같이 놀려는 경향을 보였다. 더 이상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선임들이 후임을 갈구는지 이해가 조금씩 되고 있었다. 저런 녀석들은 갈구지 않으면 전혀 개선되는 것이 없다.

나는 화장실을 빠져나와 막사 밖에 있는 흡연장으로 향했다. 거기는 병사들이 자판기 차나 음료수를 뽑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필수 있는 공간이다.

“충성!”

먼저 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후임들이 나에게 경례를 했다. 난 적당히 그 경례를 받아주고 그 무리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터 있냐?”

난 반바지 주머니 안에서 연초담배를 꺼내어 한 개피를 입에 물었고, 후임 한 녀석이 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난 깊게 빨아들였다.

“후~ 근데 최호진이 없네?”

내리갈굼의 원인. 일석점호 때 암구호를 까먹은 녀석이었다. 이젠 내가 그 녀석을 갈궈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은근히 열이 받았다.

“예. 지금 생활관에 있습니다.”

“그럼, 그 녀석 데리고 와.”

“예, 알겠습니다.”

한 녀석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근데 이내 내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부르지 말고, 오늘 최호진 근무 서냐?”

“예, 오늘 야간 4번초인데 말입니다.”

“내가 오늘 2번초이거든. 2번초 부사수 누구냐?”

“일병! 박정철!”

한 녀석이 손을 들고 관등성명을 말했다. 최호진 동기였다.

“그래, 정철아. 너 오늘 호진이랑 근무 바꿔서 서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저 담배를 피웠다.

짧은 개인정비 시간이 끝나고 취침과 함께 소등이 되었다. 어두컴컴한 생활관 안에서 난 눈을 감았다.

잠깐 자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불침번이 날 깨웠다.

“이아미 일어나라.”

“상병 이아미.”

불침번이 내 선임이었기 때문에 조용한 생활관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관등성명을 댔다.

“너 오늘 최호진이랑 같이 근무 선다며?”

“예.”

“적당히 교육시켜라. 그리고 최호진은 안 깨웠으니까, 네가 깨우고.”

그 선임이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생활관 밖으로 빠져나갔다. 난 최호진이 자고 있는 자리를 쳐다보았다. 괜히 성질이 난다.

난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서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야, 일어나.”

하지만 녀석은 일어나지 않았다. 빠져가지고는…….

“야, 최호진 안 일어 나냐?”

녀석은 잠시 미적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씨구. 고참이 깨우는데 관등성명도 안대냐?”

“죄송합니다.”

“너 조금 있다가 보자.”

난 내 관물대로 가서 경계근무 복장으로 환복 했다. 우리는 당직실로 가서 다른 초소 경계근무자들과 함께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하고 초소로 나갔다.

“야 이아미. 너 호진이랑 같이 근무 서냐?”

경계근무 초소에 도착하자 전번 초 사수인 김재선 상병이 물었다. 나보다 4달선임이다.

“상병 이아미, 옛습니다.”

“적당히 해라.”

김재선 상병은 웃으면서 근무교대를 해줬다. 그리고 잠시 후 초소에는 나와 최호진 이렇게 둘만 남았다. 난 초소 안에 있는 인터컴으로 근무교대 보고했다.

“7초소 경계근무자 상병 이아미입니다. 근무교대 이상 없이 하였습니다.”

보고를 마치고 슬슬 최호진 옆으로 다가갔다. 녀석은 자기도 갈굼을 먹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몸이 약간 움츠러들었다.

“야, 최호진.”

“일병 최! 호! 진!”

녀석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까고 있네……. 네가 일병이냐?”

“일병 맞습니다.”

녀석이 대답하자마자 난 전투화를 신은 발로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다. 녀석의 인상이 약간 일그러졌다.

“일병이? 일병이 암구호도 몰라? 시팔 그러고도 네가 일병 맞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냐? 다시 한 번 부른다. 야, 최호진.”

“일병 최호진.”

난 다시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다.

“최호진.”

내 목소리는 저기압이었다.

“일병 최호진.”

“야, 한번만 더 일병이라고 해봐라. 최호진.”

그리고 다시 걷어차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병 최호진.”

“아나, 이런 십새끼를 봤나. 너 일병 아니야. 넌 이등병이니까 이병이라고 말해라.”

“싫은데 말입니다.”

녀석은 나에게 반항을 했다. 가뜩이나 날도 덥고, 모기도 날아다녀서 짜증나기만 했는데 이 녀석이 내 화를 돋우고 있다.

“싫어? 너 미쳤냐? 네가 무슨 잘못을 한 줄 몰라?”

“잘못은 알고 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병이라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아냐? 아나, 이 새끼가 스팀 오르게 만드네.”

난 K-2소총은 등 뒤로 매고 녀석에게 다가가 뺨을 갈겨버렸다.

“너 군생활 하기 싫냐? 무슨 깡으로 개기냐? 뒤질래?”

그리고 수차례 녀석의 뺨을 갈겨버렸다. 녀석이 묵묵히 내 구타를 받아주며 맞아도, 맞아도 자세를 바로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녀석도 폭발했는지 뺨을 때리려 했던 내 손목을 낚아채고 날 밀쳐냈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누군 암구호 외우기 싫어서 안 외운지 알아!”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끝까지 반성 안하네. 한번 해보자는 거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자신의 K-2소총을 나에게 겨누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잠깐! 너 지금 왜 그래? 야 임마! 다 너 잘하라고 하는 소리잖아.”

난 잠시 뒤로 머뭇거렸다. 실탄이 장전된 총. 손가락 하나 잘못 놀리다가는 그냥 가버리는 것이다.

“호진아. 알았어. 내가 그만 갈굴 테니까. 일단 총 내려놔.”

최호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잡은 듯 했다.

“그만 갈군 다고? 이미 늦었어. 내가 총을 겨눈 순간 이미 늦어버렸다고!”

그리고 울려 퍼지는 단발의 총성. 왼쪽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 난 총알의 힘에 뒤로 밀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이미 심장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단지 머릿속에 고여 있는 여분의 혈액으로 내 기억이 잠시나마 이어지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

그렇게 난 눈을 감게 되었다.



작가의말

조숙한 아이 재 연재 했을때 모작품보다 먼저 나온 글 임에도 비교되는 댓글이 있어서 미리 언급을 하겠습니다.

죽어도 군대 역시 문피아에서 연재하다 출판된 XXXX글과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죽어도 군대가 그 글이 연재된 시점보다 1년 먼저 완결 난 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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