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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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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工)
작품등록일 :
2013.01.10 00:30
최근연재일 :
2013.03.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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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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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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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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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55

작성
13.01.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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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죽어도 군대 - 5

DUMMY

“야, 근데 나 몇 살 같이 보이냐?”

김대원 병장의 물음에 재혁이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실 김대원 병장은 군대를 약간 늦게 들어와서 26살. 얼굴에도 26살인 티가 좀 난다. 재혁이는 김대원 병장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야, 잘 생각해서 대답해라.”

“에헤~ 아미야, 재혁이 소신 것 대답하게 그냥 놔둬라.”

내가 재혁이에게 으름장을 놓자, 김대원 병장이 그걸 또 제재했다. 사실 어리게 봐줬으면 하면서…….

“스……. 스물 둘 같아 보입니다.”

보통 남자가 군대 가는 나이 스물하나. 그러므로 보통 병장이 되면 스물 둘에서 스물 셋. 그래서 더러 병장은 무조건 스물 둘로 말하는 녀석들이 보이긴 했다.

“야, 너 지금 내가 병장이라고 스물 둘로 말한 거지? 괜찮아 난 다 이해하니까 솔직하게 말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미 입은 귀에 걸려버렸다.

“아, 아닙니다! 정말 스물 둘처럼 보이십니다.”

“오호 이 녀석 봐라? 벌써부터 고참 똥꼬 빨기 시작하네?”

옆에 있던 김무연 상병이 핀잔을 주었다.

“정말 그런 거야?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아닙니다! 정말 스물 둘로 보이십니다.”

재혁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김대원 병장은 낄낄 웃었다.

“녀석,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어. 신병아, 우리 오늘 PX가서 냉동 먹을까?”

“괘……. 괜찮습니다.”

“야, 그럼 내가 더 잘생긴 것 같냐, 아니면 김대원 병장님이 더 잘 생긴 것 같냐?”

그때 김대원 병장에게 질투심을 느낀 김무연 상병이 재혁이에게 물었다. 어쩌면 이게 신병들에게 제일 곤혹스러운 질문 일 수도 있지. 비교 대상 중 더 많이 짬 먹은 고참이 잘생겼다고 대답하기에는 다른 고참과의 남은 군 생활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그 고참이 더 잘생겼다고 말하기에는 당장 군 생활이 어려워 질 테고.

“두, 두 분 다 잘생기셨습니다!”

재혁이가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대답을 용인할 김무연 상병이 아니지.

“야, 내가 그런 대답 듣고 싶어서 물어본 것 같냐? 그냥 양자택일해. 누가 더 잘생겼어? 나야? 아니면 김대원 병장님이야?”

“재혁아. 너 누구랑 군 생활 오래할지 생각해봐.”

그 옆에 있던 나도 거들어 주었다. 재혁이의 얼굴은 점차 우울해 지더니 살짝만 건드려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정말 두 분 다 잘생기셨습니다. 김무연 상병님은 동양적인 측면에서 잘생기셨고, 김대원 병장님은 서양적인 측면에서 잘생기셔서 두 분을 비교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아나 이 새끼, 요리조리 빠져 나가려고 그러네? 너 입대하기 전에 미리 예상 질문 뽑아 놓고 연습하고 들어왔니?”

“야, 무연아 그만해라. 이러다 애 잡겠다. 그리고 아미야, 재혁이 관물대 정리해줘야지.”

기분이 업 된 김대원 병장이 김무연 상병이 하는 장난을 이쯤에서 그만두게 하고 나에게 말했다.

“옛습니다. 야, 영민아.”

난 고개를 돌리고 근처에서 양말을 게고 있는 영민이를 불렀다. 이 달에 일병으로 진급한 후임 녀석이다.

“일병! 권영민.”

영민이는 양말 게는 것을 적당히 마무리 짓고 잽싸게 날아왔다.

“이제 저녁 먹어야 하니까, 샤워는 조금 있다가 하고 일단 재혁이 더블백 풀어줘라.”

아무래도 호진이랑 정철이는 휴가 준비 때문에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영민이에게 모든 일을 전임시켜버렸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영민이 녀석이 침상위에 올라가 재혁이의 더블백을 풀고, 생활관 문 쪽에 남는 관물대에 정리해서 넣어 주었다.

“아참, 재혁아. 너 아직 집에다가 전화 안 했지?”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후반기교육을 다녀왔기 때문에 전화할 기회가 조금 있었다 해도, 새롭게 자대가 배치된 상황이기 때문에 집에다 전화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이걸 챙겨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병 조재혁. 예 그렇습니다.”

“일단 전화부터 하고 저녁먹자.”

저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공중전화박스는 막사 밖 흡연장 근처에 배치되어 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공중전화 박스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자리가 없는 박스에 바로 재혁이를 집어넣었다.

“밥 먹어야 되니까 딴 데 걸지 말고 딱 부모님한테 걸어,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공중전화에 있는 전화기의 대다수가 콜렉트콜 전용 폰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튼 하나에 콜렉트콜이 걸려버리며, 대다수의 군인이 콜렉트콜을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혁이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잠시 뒤로 물러서 기다려 주었다.

“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헤어지자니?”

재혁이 옆 박스에서 심상치 않은 말이 흘러 나왔다. 누군가 싶어서 쳐다보니 안석훈이라는 후임 녀석. 백일 휴가를 갔다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등병 녀석이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건가? 휴가 갔다 왔을 때만 해도 아무문제 없었던 것 같았는데…….

“왜 그러는 건데? 딴 남자 생겼니?”

에휴……. 왜 그러긴 네가 군바리라서 그러는 거지……. 군대에서는 하도 흔한 일이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조차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은 또 그게 아니었었던 것 같았다.

“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 왜 그래? 나 너 밖에 모르는 것 잘 알잖아. 내가 자주 콜렉트콜로 전화 걸어서 그래? 그럼 내가 카드사서 전화 걸게. 아니면 내가 네 기분은 몰라주고 군 생활 어려운 것만 투정부려서 그래? 아니면 수시로 네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봐서 그래? 매일 면회와달라고 졸라서 그래? 안 그럴게, 안 그럴 테니까 이러지마. 나 너 밖에 없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녀석이 아주 울기 직전이다. 알고 보면 저거 다 부질없는 짓인데 말이야……. 고참 된 입장에서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 것일까? 하는 수 없지.

난 석훈이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라도 토닥여 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하기식……. 빠빠빰 빠빠빰~~~

(일과가 끝나는 시간에 하기식을 한다. 하기식이 시작되면 영내에 있는 모든 군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경례를 해야 하고,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 위치라면 태극기가 있는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건물 밖에서만 해당되고, 건물 안에 있는 군인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하기식이 시작되기 전에 짬되는 군인들은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길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난 본격적인 애국가가 시작되기 전에 부리나케 달려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건 성공적이었다.

“휴~ 하마터면 못 들어갈 뻔했네.”

내가 건물 안에 들어오고 난 후에도 몇몇의 타 중대 아저씨들이 하기식을 피해서 건물 안으로 속속들이 들어왔다. 난 바깥을 두리번거리며 애국가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애국가가 끝이 나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 전화박스에 있는 재혁이와 석훈이를 찾았다. 두 명 모두 통화는 끝낸 상태였다. 녀석들이 나를 보자마자 경례를 했다.

“그래? 부모님한테 전화는 드렸고?”

“이병 조재혁! 예, 그렇습니다.”

“그래. 여긴 훈련소가 아니라 자대이고 하니까 부모님한테 전화 자주 드리고 그래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난 석훈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녀석의 안색이 참으로 어둡다.

“여자친구랑 통화하는 것 같던데……. 괜찮냐?”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가 않다.

“그냥 잊어 임마. 그깟 2년 못 보는 게 힘들다고 고무신 거꾸로 신는 여자는 오래 생각 할 것도 없어.”

물론 이 말이 이 녀석에게 현재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참으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사람 마음 하나 돌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21시 50분 일석점호 끝. 22시까지 전원 취침에 들어간다. 22시부터 30분까지 유동병력 없다. 취침!

“취침!”

저녁을 먹고, 여분의 개인정비 시간을 갖고, 청소를 하고, 일석점호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취침시간이 왔다. 모두가 일제히 매트리스와 모포를 펴고, 흡연자들은 급하게 흡연장으로 나가버렸다. 나 역시 취침 준비를 위해 침구류를 펼치고 담배를 태우기 위해 슬리퍼를 신었다. 그 옆에서는 침구류를 이미 핀 안석훈이 경계근무를 나가기 위해 활동복에서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있었다.

“석훈아, 근무 나갈 만하겠어?”

좀 전의 일이 약간 걸려서 석훈이에게 지금 상태를 묻고 안색을 살폈다. 석훈이는 어두운 안색에도 환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병 안석훈. 근무 나갈 만합니다.”

“그래? 그럼 수고해라.”

그렇게 고개를 돌려 흡연장으로 향한 나는 취침까지 남은 짧은 시간 안에 흡연을 하고 생활관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많은 인원이 잠자리에 누웠고, 영민이가 형광등 스위치 앞에 섰다.

“취침소등 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영민이가 말하자 그 위 짬 안 되는 애들이 복창했다. 불이 다 꺼진 생활관. 곧 이어 복도 쪽에서도 불이 꺼지고 잠시 암흑 속에 휩싸였다.

“야 근데 오늘 무슨 드라마 하냐?”

우리 생활관 왕고. 다음 달에 전역하는 신우민 병장 말했다.

“오늘 가인이 누나 나오는 드라마 하지 말입니다.”

“오? 그래? 그럼 드라마 보자!”

“신병장님. 유부녀 봐서 뭐합니까?”

김대원 병장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야간에 TV를 보다가 당직사관에게 걸리게 되면 분대장인 자신의 책임이 될 수 있고, 워낙에 드라마 같은 것보다 헬스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아~ 왜 그래? 분대장? 우리 함 보자! 오늘 당직사관도 당직실에서 짱 박혀 있는 스타일이잖아.”

“걸려도 제 책임 아니지 말입니다?”

“아, 새끼. 그래 네 책임 아니니까 드라마 본다. 야, 영민아.”

“이병 권영민.”

“TV보게 불빛 좀 가려라.”

“예 알겠습니다.”

영민이는 생활관 앞 편에 국방일보를 모아 놓은 수거함에 다가가서 신문 한부를 뽑고, 출입구로 가서 TV불빛이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에 달려 있는 유리창을 가려버렸다. 영민이의 행동이 끝마쳐지자 리모콘을 들고 있던 신우민 병장이 전원을 켰고, 드라마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우와~ 역시 가인이 누나가 예뻐.”

생활관 안에 있는 인원 중 어느 정도 짬 되는 병사는 TV를 시청하고 짬 안 되는 것들은 수면제를 먹은 것도 아니고 바로 골아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마음 놓고 TV시청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복도 쪽에서 ‘푸다닥.’하는 발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당직사관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우민 병장이 리모컨으로 TV를 꺼버렸고, 그 선택은 적절해 보였다. 잠시 후, 생활관 문이 열리면서 어두운 형상이 나타났다.

“후우~ 후우~ 후우~”

생활관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거친 호흡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뭐야? 당직사관이 아니나 보네? 너 누구야?”

당직사관이 아닌 것을 알게 되자 주변이 웅성거렸다.

“야, 너 석훈이 아니야? 경계 서야 할 놈이 네가 지금 여길 왜 온 거야?”

신우민 병장이 석훈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다그치자 역시 주변에서도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때…….

“이소연! 너 똑똑히 봐! 이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야. 다 너 때문에 일어나게 되는 일이야!”

그리고 울려 퍼지는 크고 날카로운 총성. 여자 친구의 이별통보로 인해 이성을 잃은 녀석은 팀킬(?)을 감행하였고, “새끼야 나 쏘지 마!”란 비명 같은 울림이 논산 입소대대에 울려 퍼졌다.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주변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죽은 것이 아니라 다시 훈련소로 돌아온 거야? 이, 이게 최소 생존 날짜의 의미란 건가? 아무튼 전역을 보장해준다는 거잖아? 졸지에 2년의 군 생활이 3년, 그리고 다시 4년으로 불어나며 부사관 단기복무 짬밥을 먹게 생겼으나 어쨌든 다행이라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과 4주간 같이 생활할 분대장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25연대 1대대 3중대에서 생활할 것이며, 입소를 위해 도보로 이동하겠습니다. 막사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입소 시 걸음은 작은 걸음으로 이동할 것이며, 첫발은 왼발. 왼발을 내딛을 시 오른손은 45도 각도로 올리면 되겠습니다.

선두~ 앞으로~ 갓! 왼발! 왼발! 왼발! 거기 좌측 선두 훈련병! 왼발을 내딛을 시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을 올리는 겁니다!(이 소리는 이아미 훈련병이 3번째 훈련소 입소를 위해 도보로 이동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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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어도 군대 - 3 +8 13.01.11 6,118 2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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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어도 군대 - 1 +12 13.01.10 9,834 3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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