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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죽어도군대2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4.03.23 15:04
최근연재일 :
2014.04.14 15:2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5,802
추천수 :
995
글자수 :
63,049

작성
14.04.11 12:23
조회
2,193
추천
40
글자
6쪽

죽어도군대2 - 19

DUMMY

다시 하루가 지나고 전지태는 생활관 안에서 눈을 떴다. 탈영을 해서 동생을 만나기까지의 모든 일,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모든 상황이 꿈처럼 지나가는 듯 하다. 혹시나 지난 날 했던 모든 약속들까지 시간과 함께 리셋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게 걱정하며 그는 침구류를 정리했다. 일조점호를 하고 소식을 마친 이후에 잠깐 짬되는 시간을 이용하여 공중전화 박스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혁이냐? 형이다.”

-어, 형.

동생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밝아보였다.

“지금 뭐하냐?”

-뭐하긴 나 지금 도서관에 가는 중이야. 공부해야지.

지혁의 말에 그가 피식 웃기 시작했다.

“짜식~ 정말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거구나. 그래 열심히 해서 일 년 뒤에 꼭 수능대박치자.”

-응. 형 나 도서관 다 왔어. 그만 끊을게.

“그래. 열심히 공부해라.”

전지태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수화기를 내리고 공중전화박스를 나서는 순간 깊은 한 숨이 나와 버렸다.

“말이 쉬워 일 년이지 어떻게 그리 긴 시간을 버티지?”

이미 수많은 날들이 반복되면서 이 생황에 지쳐버린 그였다. 창고에 짱 박혀 시체놀이를 하고 자신의 선임을 놀려먹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더 이상 다른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어떻게 그리 긴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암담할 뿐이다.

“이 생활이 끝나면 또 어떻고? 아유 정말~”

전지혁이 수능대박을 치더라도 그의 군 생활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로소 반복된 군 생활만 끝나는 것. 이런 일만 아니었어도 진작 전역했어야 했을 그는 일병부터 다시 시작하는 꼴이다. 기간으로만 3년 이상 거의 단기하사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만 할수록 더욱 더 괴로워지는 것을 아는 그이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흘러 일과시간이 되자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그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행정의 기본 업무인 일일결산을 치고 있었다.

“전지태 일일결산 다 되었으면 한 부 출력해서 줄래?”

“예, 알겠습니다.”

그가 마저 결산내용을 정리하고 한 부 출력해서 보급관에게 내밀었다. 보급관이 천천히 그 내용을 살폈다.

“오늘 군량곡 수령 했고, 장비 정비입고 시켰고……. 근데 이거 뭐야? 예정 사항에 2중대가 보수공사로 필요한 시멘트와 자제를 수령해야 한다니.”

“그게…….”

분명 결산 안에 넣어야 할 내용이지만 아직까지 몰라야 할 일 또한 맞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뭐라 대답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통신보안. 보급관입니다. 예 충성! 예, 행보관님 2중대에 창고 보수를 해야 합니까? 예, 시멘트 10포랑 9미리 합판. 2×4각목. 예. 알겠습니다.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충성!”

보급관이 전화를 끊고 의아한 표정으로 전지태를 쳐다보았다.

“너 이거 어떻게 알았어? 2중대 행보관님은 지금 처음 말하는 것 같았는데?”

“아, 그게 아까 2중대 행정반 앞에서 지나가는 길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래 뭐 결산은 이렇게 하면 될 것 같고. 하던 일 봐.”

“예, 알겠습니다.”

그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무미건조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과시간이 끝나고 개인정비 시간이 왔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그는 자신의 관물대 앞에서 멀뚱히 앉아 TV를 쳐다보았다.

‘이젠 대사까지 다 외우겠어.’

재미도 없는 나날이 지겨워 그는 한 숨을 내쉬었다.

‘좀 있으면 박재호 상병이 또 갈구려 들 텐데 잠깐 자리나 옮길까?’

뭔 짓을 해도 갈구는 선임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자 그가 몸서리쳤다. 그가 침상 밑에 있던 슬리퍼를 신었다.

‘아니야. 그래도 생활관 정리는 좀 하고 나가야 뒤탈이 없지.’

그가 다시 슬리퍼를 벗고 침상 위로 올라와 생활관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선임의 관물대에 고등학생들이 보는 두꺼운 수학교재가 눈에 들어왔다.

“김인성 상병님도 수능 준비하시나?”

그가 무심결에 그 교재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살피는데 예전 공부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머리는 아직 안 죽었단 말이야.”

그러다 문득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예상 한 것보다 수능을 망치고 재수는 죽기보다 싫었던 그는 대충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학점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자 쫒기 듯이 군에 입대했다. 암울했던 과거에 그가 한 숨을 내뱉었다.

“나도 그냥 수능공부 해봐?”

지난 날 동생에게는 군인이 공부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했지만 현재의 그의 상황으로는 충분히 공부가 가능하다. 어차피 무의미하게 흘러간 1년의 세월. 더 이상 할 것도 없었던 그에게 공부를 한다고 해도 전혀 손해가 될 일이 아니었다. 그가 교재를 들고 그 주인인 김인성에게 다가갔다.

“김인성 상병님. 저 이거 좀 봐도 되겠습니까?”

“뭐? 그거 내 꺼였나? 보고 싶으면 봐.”

김인성이 TV를 보다가 관심 없다는 듯이 내 뱉었다. 전지태는 생활관에서 교재를 보다가 박재호가 자신을 갈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교재를 들고 불이 꺼진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 조용히 교재의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조금 가물가물하긴 한데 이렇게 공부하면 금방 예전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 이렇게 일 년하고 내년 수능까지 2년을 공부하다보면 나 역시 수능 대박칠지도 몰라.”

그가 그렇게 다음 수능을 기대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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