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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민 님의 서재입니다.

인생 역전을 너무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주도민
작품등록일 :
2023.08.25 17:40
최근연재일 :
2023.09.14 18:3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121
추천수 :
130
글자수 :
109,578

작성
23.08.28 15:30
조회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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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4화

DUMMY

#4


“······.”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갑자기 주위가 엄청나게 고요해졌다.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네······. 후!”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았지만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다.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온 힘을 다해 정신을 붙들어 맸다.


[파트너. 초짜치곤 제법인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다급해 보였던 메피스토는 침착한 척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살짝 거슬렸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카수스를 바라봤다.


“······.”


아까까지만 해도 난리였던 카수스는 완전히 온순해졌다.

녀석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드디어 그 거지 같은 괴성을 안 들으니까 살 것 같네. 진작에 이랬어야지.”


이제 끝낼 차례다.


“너가 군단장이라고? 그러면 여기 메피스토는 국방부장관쯤 되겠네?”

[하하하하. 재밌는 비유네. 그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대답은 카수스 대신 메피스토가 박장대소하며 했다.


“고작 군단장 따위가 국방부 장관에게 개기다니. 이런 하극상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당장 할복해. 그래야 이 땅에 질서가 잡히니까.”


푸슉-! 촤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수스는 손날을 들어 자신의 심장에 꽂았다.

“끼에에에에엑!!!!”


녀석은 많이 고통스러운지 다시 그 역겨운 괴성을 토해냈다.


“아! 듣기 싫어! 입 다물고 제대로 할복해. 뭘 잘했다고 난리야.”


카수스는 내가 지시한 대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자해를 해댔다.


“끼이익······.”


아예 아무 소리도 안 내기는 힘들었는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 명령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말 1도 안 불쌍했다.


쿠오오오오오-!!!


다시 한번 카수스의 외형에 변화가 생겼다.


상처 난 곳은 싹 다 나아 버렸고 외형은 더 위협적으로 변해갔다.

등에서는 날개 두 개가 또 튀어나와 총 여섯 개의 날개가 생겼다.


“페이즈 3인가?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왜냐면 녀석의 최대 날개는 여섯 개일 테니까.”

[그것까지 파악하다니 놀랍군. 네 녀석의 말처럼 카수스의 최대 날개는 여섯 개다.]


악마와 천사의 강함은 날개의 숫자로 알 수 있다.


악마의 최정점에 있는 악마왕의 날개가 열 개.

그리고 메피스토는 날개가 여덟 개다.


“카수스가 날개 여덟 개인 너보다 지위가 낮으니까 당연히 여섯 개가 최대 아니겠어? 대단한 건 아니고 간단한 숫자놀음이지. ”

[하하. 겸손함까지 갖췄다?]

“내가 지금 한계에 다다랐으니까 일단 저것부터 마무리하고 떠들까?”


카수스는 <네오 코스모스>의 최종 보스답게 엄청난 위용을 뽐냈다.

녀석의 페이즈 3 외형을 보고 압도당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진짜 절망일 것이다.


하지만.


“너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정신 지배> 앞에서는 무의미해. 어서 다시 시작해. 아직 벌 안 끝났어.”


푸슈슉-! 촤악-!!!


카수스는 다시 손날을 본인한테 꽂아댔다.


“<정신 지배>가 이래서 최고로 사기지.”


쿠웅-!!!


신나게 자신의 몸을 헤집은 카수스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더 이상의 치유가 없는 걸로 봐 역시 내 예상대로 페이즈 3가 최종이었다.


“쿠어억-!!”


카수스는 괴로워하며 피를 토해냈다.


“네 그 끔찍한 모습 때문에 동정심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게다가 너 아까 전까지 나 죽이려고 했잖아. 덕분에 일말의 죄책감 없이 널 끝장낼 수 있겠어. ”


나는 검을 반대로 고쳐 잡아 내려찍기 좋게 자세를 바꾼 다음 쓰러져 있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마무리는 내 손으로 직접 해야지 보상 같은 것을 싹 다 받지 않겠어? 보통 이런 거대한 보스들을 잡으면 보상이 쏠쏠하잖아. 심지어 너가 최종 보스니까 보상이 제일 좋겠지.”


카수스가 본인의 몸은 난도질한 덕에 나는 녀석의 심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정신 지배>를 당하는 와중에도 카수스는 죽음이 두려운지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


“너도 고통스러울 테니까 이만 끝내자. 잘 가라.”


나는 검을 높게 들어 녀석의 심장에 꽂았다.


푸슈슉-!!!!


메피스토가 카수스의 심장에 그대로 꽂히며 깊게 들어갔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크윽-!!!”


피가 파도처럼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망할! 오늘 험한 꼴 많이 당하네.”


털썩-!!!


카수스의 온몸이 축 늘어졌고 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짝짝짝-!!!]


갑자기 어디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이 소리를 낼 존재는 소피밖에 없었다.


“손도 없으면서 용케 박수 소리를 낼 수 있네?”

[하하하. 곧 죽을 것처럼 보이는 주제에 여전히 시건방지군요. 근데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별로 안 보고 싶나 봅니다? 어떻게 꾸역꾸역 잘 살았군요.]

“······.”


욕이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내가 화내면 화낼수록 녀석이 더 즐거워할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재밌다는 식으로 말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상당히 열받았다.

녀석에겐 이 모든 게 단순한 놀이 같아 보였다.


진짜 놈이 지금 내 눈앞에 보였다면 바로 달려들어서 아구창을 날려버렸을 거다.


[어이구. 저도 모르게 그만 선을 넘어버리는 말을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보상이나 내놔.”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드릴 예정입니다.]


【보상으로 <천상> 등급 아이템을 하나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10억 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한 가지 <스탯>을 최고치로 찍을 수 있습니다.】


상태창을 보니 보상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최종 보스를 잡았는데 겨우 이 정도야? 개수작 부리지 말고 더 내놔.”

[지금 당신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았는지 잘 모르는 주제에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그 어떤 플레이어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보상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소피의 목소리에서 황당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메피스토라는 엄청난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잡았으면서 당신 너무 뻔뻔한 거 아닙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쫑알쫑알 대.”


더 이상 뭘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게 확실하니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는 딱 질색이다.

어차피 소용없을 텐데 따져봤자 뭐하겠나.


【올스탯을 적용할 능력치를 선택하십시오.】

【힘】 【민첩】 【정신력】 【체력】 【마력】


올스탯에 대한 상태 메시지가 떴다.


[파트너. 어떤 능력치를 선택할 거야?]

“다 좋아 보이지만 지금 당장에는 이거 하나밖에 눈에 안 들어와.”


나는 【정신력】 스탯을 골랐다.


“이대로 좀만 더 있다가는 진짜 미쳐버릴 것 같거든.”


악마계 무기를 사용하려면 <Invitation to Hell>을 계속 버텨내야 한다.

고위 악마일수록 그 대가도 크기 때문에 메피스토를 사용하려면 정신력을 계속 단련시켜야 한다.


최초동물전의 주인공인 사이먼은 메피스토를 만질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정신력을 단련시켰다.

사이먼은 정말 이 악물고 노력해서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런 노력 없이 이렇게 시스템으로 단 한 번에 정신력을 늘려준다니······.

마다하는 게 바보다.


【정신력 스탯이 최고치가 되었습니다.】


상태창 알림이 뜸과 동시에 온몸을 쑤시던 통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후! 드디어 살겠네.”


나는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제일 탁월한 선택인 거 같네. 이 정도 정신력이면 악마왕이 쓰는 <정신 지배>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정신 공격도 통하지 않겠는데?]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지금 그 무지막지한 통증이 안 느껴진다는 게 제일 좋다.”


나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이렇게 몸을 고통 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행복할 줄이야. 아까는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갈리는 느낌이었어.”


통증으로부터의 자유에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정신력에 투자하다니. 당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군요. 하지만 제가 봐도 그 선택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좋은 것 같네요.]


저 재수 없는 목소리를 듣자 기분이 좋아졌던 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정말 그 거지 같은 말투 어떻게 안 될까?”

[당신은 참 이상하군요. 이렇게 제가 굳이 당신 같은 하찮은 존재에게 존댓말까지 써가는데도 불만이 있다니.]

“됐다. 더 말했다가는 널 정말 죽여버릴 것 같으니까 그만하자.”

[하!]


소피는 호쾌하게 비웃는 소리를 냈다.


[정말 당신은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날 죽여버리겠다라······.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소피는 완전히 나를 얕잡아보고 있었다.


“실컷 비웃어. 나중에 다 합산해서 갚아줄 거니까.”

[기대하겠습니다. 대단하신 박도민 씨.]


[짝짝짝-!!!]


소피는 또 저 재수 없는 박수 소리를 냈다.


[그럼 네오 코스모스의 최종 보스인 카수스를 최초로 잡았으니 공지를 해야겠네요.]


띵동-!


알림음과 함께 상태창 메시지가 떴다.


【사용자 박도민 님(Level.1)께서 카수스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최종 보스 카수스가 잡힌 관계로 네오 코스모스는 대규모 업데이트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업데이트에 들어간다고?

그것도 대규모로?


소피 이놈.

카수스 클리어는 핑계고 이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짜 의도인 게 분명하다.


지이이이잉-!!!!


갑자기 주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마포대교는 사라졌고 주위는 사막으로 바뀌었다.

멀리 보이는 빌딩들은 목조건물로 변해갔다.


나는 순식간에 서부극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었다.


“······.”


발아래 있는 모래를 만져보았다.


“진짜 모래야······.”


모든 감각이 살아있었다.

이것은 허상이 아니라 실제였다.


저 멀리 표지판 같은 게 하나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베스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베스타.

최초동물전에 나오는 사막 지방의 이름이다.


띵동-!


공지가 다시 떴다.


【지금부터 네오 코스모스의 스토리가 새롭게 시작됩니다.】

【무료한 여러분의 삶에 활력을 주기 위해 네오 코스모스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각자 역할에 맞춰 잘 살아남기를 바라겠습니다.】


소피 그 미친놈이 진짜로 이 현실을 최초동물전의 세계로 만들어버렸다.


“하, 하핫.”


이상하게도 난 웃음이 나왔다.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던 최초동물전.

그게 지금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파트너. 놀라긴커녕 이 상황에서 웃다니. 상당히 적응력이 빠르군.]

“재밌잖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 거라고.”


메피스토가 내게 말을 걸자 더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뭐, 뭐야?!!!”

“맙소사······.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 말고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로그아웃이 안 돼. 아예 창이 사라져 버렸어.”

“망할. 진짜 공지처럼 네오 코스모스가 현실이 된 거야······?”

“스토리는 대체 왜 바뀐 건데?”


다들 멘붕에 빠진 상황이었다.

정확한 정황은 나만 알고 있는 듯했다.


“다들 난리네.”

[이 상황에서 침착한 너가 더 이상한 것 같은데?]

“그런가······?”


나는 인터넷을 통해 현재 상황이 어떤지 보려고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핸드폰은 사라져 있었다.


어느새 옷도 바뀌어 있었다.


나는 판초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진짜 다 바뀌어버렸네. 옷까지······.”

[그게 바로 사이먼의 옷이다.]

“아 그래? 이런 스타일이었구나······. 난 좀 다르게 생각했었는데.”


사이먼의 옷을 보며 나는 잠시 감상에 취해 있었다.


“형님. 저거 박도민 아닙니까?”

“어디? 정말이네!”


그때 나를 두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쪽을 쳐다봤다.


“어이! 박도민!”


김주남과 빚쟁이 녀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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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23.09.06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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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23.09.04 1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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