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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포차

개미굴 속 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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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루
그림/삽화
한보루
작품등록일 :
2024.03.21 19:22
최근연재일 :
2024.04.13 17:51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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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8,896

작성
24.03.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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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대분화림大盆馥林

DUMMY

“넌 이제 내 아들이 아니다! 내 집에서 나가거라!!”


크라우트의 기대를 저버린 댓가는 내 생각보다 가혹했다.

아들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이유 하나로 집에서 내칠 줄은 몰랐던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으니까.


“네?”

“듣지 못 하였느냐? 너는 이제 크라우트 가의 자식이 아니라고 했다! 파양이다! 이 머저리같은 불효 자식!”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당신. 애가 어려서 뭘 몰라서 한 일 가지고 내쫓을 것 까지는 없잖아요!”

“뭘 몰라서 한 일? 그대는 저 아이가 그런 것도 모를 아이로 보이시오? 엘은 비상한 머리를 타고난 아이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고, 백 리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천재! 그런데 그런 아이가 뭘 몰라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아버지······.”

“넌 다 알고도 내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엘. 내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기사가 되지 못 할 것을 다 알고서 그런 짓을 벌인 거야. 그렇지 않으냐?”

“······.”


난 크라우트의 추궁에 변명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물론, 내겐 부득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건 타인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었다.

남은 이해할 수 없는 일.

현생에서도 그랬고, 전생에서도 그랬다.

그러니 크라우트가 지금의 날 낳아준 부모라 할지라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엘, 니가 그렇게 했던 데에는 분명 너 나름대로의 연유가 있었던 것이겠지. 난 알 수 있다. 넌 똑똑한 아이니까.”

“아버지, 전ㅡ”

“하지만 난 그런 것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너에게 그 어떠한 이유가 있든, 니가 나의 기대를 저버린 그 순간, 나와 그리고 우리 가문을 배신한 것이다. 넌 날 속이고, 우리 가문을 조롱한 거란 말이다! 그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붉게 얼룩진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경멸어린 실망감이 결코 주워담을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으므로.

그는 진심으로 내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나가거라, 머저리같은 녀석!”

“여보! 여보!! 기다려봐요, 여보!!”


크라우트의 두툼한 손아귀에 이끌려 문밖으로 내쫓혀진 나는 생각했다.


‘왜 난 이해받을 수 없는 거야, 대체 왜!!’


그냥 좀 냄새 때문에 고통받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고약한 악취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큿!”


나는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대로 뒤돌아 집을 뛰쳐나왔다.


“어디 가는 거니, 엘! 엘!! 엘라이오솜! 돌아오거라!!!”


그리고 등 뒤에서 어머니, 델라가 애처롭게 아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발을 멈추지 않았다.


“엘!!!”


***


불과 7살의 나이에 집구석에 쫓겨난 충격은 그리 쉽게 가시지 않았지만, 내게 그런 것에 연연할 여유는 없었다.


꼬르르륵······.


집에서 쫓겨났다는 감정보다도 먼저 배고픔이 찾아왔으니까.


‘뭐라도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어야 해.’


다행히 이 세계에는 아동착취를 금지하는 법따위는 없었으므로 일자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일하고 싶다고?”

“네! 제가 요리에는 좀 소질이 있는ㅡ.”

“안 돼. 안 돼. 요리는 아무나 하는 건 줄 아느냐? 딴 데를 알아보거라.”

“아······.”


물론, 이 세계에서도 원하는 일자리에 들어가는 건 힘들었다.


“아마 탄광같은 곳에서는 너같은 어린아이라도 좋다고 일을 시켜 줄 게다.”

“중노동은 싫은데······.”

“탄광이 싫다면, 모험가 길드는 어떠냐?”

“전 검도 없는데요.”

“싸울 수 없어도 몬스터 토벌에 나서는 헌터들의 짐을 들어주면 몇 푼이라도 받을 수 있을 걸? 요새 대분화림의 곤충형 몬스터들이 극성이라, 토벌 의뢰가 많다고 하더구나.”

“······.”

“왜, 그것도 싫으냐? 쬐깐한 게 가리는 것도 많군!”


그냥 좀 평범한 일자리를 가고 싶은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할 수 없었다.

씨알도 안 먹힐 말일 걸 아니까.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디서도 일을 시켜주지 않을 게다. 몸도 호리호리한 녀석을 어디에 써먹을까!”


그런데 그때.


“몸에서 분내가 나는 걸 보니, 어디 창관같은 데서 남창이라도 하던 것이냐? 크크큭!”


‘분내?’


나는 내 몸에서 분내가 난다는 가게 사장의 말에 흠칫 놀라 그 자리에서 킁킁 냄새를 들이켰다.

그리고 그제야 내 몸에서 달콤한 향기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뭐냐, 정말 남창이었던 거냐?”

“하, 하하, 하하하! 성공이다!! 정말로 성공했잖아!?”

“성공?”


크라우트의 기대를 저버리고, 내분비계를 길로 삼은 코어를 단전에 깃들게 한 성과가 드러난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달콤한 냄새가 전신에서 풀풀 풍겨오르고 있었다.


“뭐 때문에 그리 길길이 날뛸 정도로 좋아 죽는 지는 몰라도 더 볼일 없으면 그만 내 가게에서 나가줬으면 좋겠구나.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ㅡ”

“빵 살게요!”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양 그에게 소리쳤다.

빵 한 조각 살 정도의 돈은 갖고 있었다.

아무렴 집에서 쫓겨났다지만, 빈털터리로 쫓겨날 만큼 크라우트는 야박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거금은 아니고, 일주일 정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돈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겐 돈보다도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음?”

“빵 달라고요!! 제일 싼 걸로!!”

“어, 그러냐? 빵이라면 얼마든지 있지. 가장 싼 건······. 통밀빵이면 되겠느냐?”

“아무거나 괜찮아요! 제일 싼 걸로! 빨리!”

“허, 녀석 참. 정신없는 아이구나.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에게 던지듯이 동전을 쥐어주고는 빵을 쥐고 거리를 내달렸다.

거리를 질주하는 내 얼굴에는 한가득 미소가 떠올랐다.


‘아, 좋은 냄새!’


거리변의 오물 냄새도, 누군가가 집밖에 걸어놓은 마른 생선의 비린내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에 찌든 냄새조차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단내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헉! 헉! 헉!”


전력질주하며 마을 밖으로 나온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숨을 돌렸다.

분명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어 있음에도 불쾌한 악취는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으으으읍!! 후우!!”


한껏 숨을 들이쉬면, 행복감이 밀려든다.

잠시 후, 유감없이 그 짜릿한 향기를 만끽한 나는 벅찬 감정 그대로 손아귀에 있는 빵을 들어보였다.

가게에서 사온 통밀빵은, 정말 통밀빵인가 싶을 정도로 검고, 딱딱했다.

심지어 냄새도 없다.

보통의 사람보다 몇 배는 민감한 내 후각으로도 이 빵에서는 그 어떤 냄새도 맡아지지 않았다.

무색무취의 딱딱한 철빵.


하지만.


그거 아는가?

과자에도 향 첨가제가 들어간다는 거?

그게 왜 들어가는 지는 아는가?

사람이 아무리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라도, 후각은 무시할 수 없는 감각이다.

왜냐면 냄새 하나만 바뀌어도 음식 맛이 변하거든.


‘할 수 있을까?’


크라우트는 내게 마나는 신의 권능과도 같다고 했다.

그 마나를 몸에 깃들게 하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 내 아랫배에는 단단하게 자리잡은 코어가 있다.


꾸욱!


크라우트는 그건 ‘실패작’이라며 삿대질 했지만, 역시 내게 이건 절대로 실패작같은 게 아니었다.


꿈틀!


코어를 자극하자 반응이 되돌아왔다.


꿀렁!


점차 길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마나의 감각.

머릿속으로 원하는 향기를 떠올렸다.

전생에서 그랬던대로.

레시피라면 있었다. 노트도.


‘일단 기본적으로 시나몬은 빠지면 안 되고, 그 다음엔 입맛을 돋우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의 사과향······. 메인은 멜론향. 그리고 코코넛, 퍼퓸, 피니쉬는 약간의, 기름향.’


원하는대로 결과가 나와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조금만이라도 비슷하게라도 향이 만들어주기만 하면······. 그렇게만 된다면······!’


단전에서 뿜어진 마나가 이내 한껏 들이 쉰 폐를 통해 콧속을 맴돌았다.


화아아악!

“흡!”


그래, 이거다. 이 냄새다!

나는 몸속에서 만들어진 향을 그대로 손끝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이내 검지에 맺히는 투명한 이슬.

나는 그 이슬을 천천히 철빵에 가져갔다.


스윽.


그렇게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향기, 아니, 기적이 무미건조한 빵 속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빵을 들어 코앞에 가져갔다.


킁킁.


그리고 입안으로.


뿌득!


단단한 빵을 씹는 건 고역이었지만, 나는 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뿌득! 빠득! 까드득!!


왜냐면 이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철빵이 너무나도 맛있었으니까.


“그래, 씨발, 이거지······.”


십여년만에 느껴보는 달달한 멜론빵의 냄새에 눈꺼풀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존나 맛있다.”


***


그렇게 악취 지옥에서 벗어난 나는 각성한 능력을 적극활용했다.


“빵 주세요.”

“오~ 오늘도냐? 일은 안 하는 주제에, 돈은 어디서 나는 게야?”

“일자리 구했어요.”

“응? 무슨 일인데? 정말로 창관에라도 다니는 거냐?”

“아저씨 빵을 팔아요.”

“뭐?”


향은 인간에게 은근 중요한 감각이다.

그리고 그건 음식을 먹을 때 특히 중요한 것.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철빵이라도 약간의 향만 입히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물건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먹어 보실래요?”

“그건······. 어제 내가 너한테 판 통밀빵이 아니냐? 아니, 내가 판 물건을 왜 내가 다시 사?”

“사는 건 나중에 하셔도 되고요. 먹어 보시라고요.”

“으잉? 이 당돌한 꼬맹이가 대체 뭐라는 거야? 설마 내가 만든 빵 맛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서라~ 그건 납품용으로 만든 거라 맛은 버린 빵이다. 그런 걸 뭐하러······. 응?”


그때, 가게 주인이 내가 내민 빵에서 나는 달달한 냄새를 맡았는지 말을 멈추고 내게서 그 빵을 채갔다.


킁킁.


“이 냄새는······?”


그러더니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빵을 한 입 베어 먹었다.


콰득!


물론, 빵 자체는 딱딱하기 때문에 씹기는 힘든 것 같았지만, 남자의 얼굴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건 그 때문은 아니리라.


으득! 으득! 으드득!! 꿀꺽!


고작 빵을 한 입 베어물었을 뿐이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빵 맛에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애송아. 너, 내 빵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마법을 좀 부렸죠.”

“너, 마법사였느냐?”

“정식 마법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거라고 해두죠.”

“흠······.”


그리고 나 또한 의자에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일자리, 남았나요? 일 잘 할 자신 있는데.”


그날, 남자는 날 자신의 가게에 고용했다.

당연히 다음 날부터는 손님들이 쏟아졌다.


“크으~ 역시 여기 스프는 끝내준다니까! 대체 뭘 하면 이런 맛이 나는 거야?”

“그러게나 말일세! 심지어 여긴 철빵도 맛있다니까? 딱딱한 건 여전하지만······. 맛이라도 좋은 게 어디야!”

“여기 한 그릇 더 부탁하오!!”


음식점 ‘므두셀라’는 마을의 명물이 되었고.

가게 주인이자, 주방장인 플로이는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나?

나는······.


짤랑!


“짭짤하네.”


돈이나 좀 벌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곳에서 7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


대화국, 두셀바프.

대분화림 지역의 산악마을, 갈레포드.

그곳에 자리잡은 음식점 ‘므두셀라’는 7년 간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지난 7년 동안, 나는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도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곳, 갈레포드는 동쪽에 있는 대분화림이라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대분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라서 많은 모험가와 헌터들이 찾아오는 집합소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알아낸 정보는 이 세계와 내가 사는 이 지역, 대분화림에 관한 정보였다.


대분화림에는 거대 식물이 자생하는 거대한 분지로, 그곳에서 사는 곤충형 몬스터들은 100년에 한 번씩 ‘대황재’라는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킨다.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100년 즈음에 한 번씩 개체수가 조절이 불가능 할정도로 늘어나는 시기가 있다는 모양이었다.


“흠~ 그런데 그 시기가 벌써 30년이나 지났다고요?”

“그게 다~ 우리가 미리미리 놈들 머릿수를 줄여놓은 덕분이지! 안 그랬으면 너희같은 일반인들은 진즉에 수도로 피난을 가야 했을 걸~?”

“크하핫! 그럼! 그렇고 말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라고, 엘!”

“외상값이나 갚고서 그런 말을 하시죠, 나리. 지난달에만 12은자화나 외상이 밀리셨던데요?”


므두셀라에서 일한지도 어언 7년.

14살이 된 나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내가 가게 주인인 플로이 아저씨의 제자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가게의 단골들과는 이젠 거의 호형호제하는 사이.

덕분에 정보를 얻기도 수월했다.


‘흠~ 이 근방은 역시 계속 머무르기엔 위험하다는 거네, 역시.’


하지만 알면 알수록 하루라도 빨리 이 지방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100년만에 찾아오는 몬스터 웨이브······. 하지만 벌써 지난 웨이브로부터 130년이 지난 상황······. 대분화림 안에서는 여전히 몬스터들의 대체수가 증가 중······.’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돈도 충분히 모았으니, 슬슬 여길 뜰 때도 됐나. 더 늦기 전에 떠나는 게 좋겠어.’


그동안 신세진 플로이 아저씨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놓고갈 뿐이었다.


‘이번 생에서야 말로 평범한 인생을 보내고야 말겠어!!’


7년 전의 각성으로 악취 문제는 해결했다.

그뒤로는 줄곧 행복한 기억 뿐이었지만, 나는 더 격렬하게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

아무런 고통도, 걱정도 없는 여생을 말이다.


딸랑~


“본점에 어서오십쇼~ 무엇을 도와드릴까ㅡ”

“자네가 엘라이오솜인가?”


그러니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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