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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님의 서재입니다.

EX급 고유 특성으로 신화급 천재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차용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19 22: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922
추천수 :
259
글자수 :
117,025

작성
24.05.08 10:15
조회
992
추천
26
글자
20쪽

재능

DUMMY

세계는 넓어져 있었다.


등급의 체계부터 다르다.


회귀 전, 시스템의 최대 등급은 S급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SSS급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과거 보았던 영화 중 하나를 떠올리면 어렴풋이 납득이 간다.


멀티버스, 평행세계, 또다른 세계선.

뭐 그런 거라고 이해하면 되겠지.


‘그래,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천인(天人)은 회귀한다고 해도 쉽사리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기존의 세계는 좁았고,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승리할 가능성은 낮았다.


이건 엘리스의 의도대로라고 생각해도 좋겠지.


이 넓어진 세계에서라면 이전의 한계를 한껏 뛰어넘어 강해질 수 있다. 어쩌면 천인의 경지에 닿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도저히 이해 못하겠는 건······.’


철컥.


‘내가 왜 수갑에 묶여 있냐는 거야.’


나는 혀를 차며 양 손에 채워진 수갑과 버스 안의 채무자들을 살펴봤다.


다들 절망스런 표정으로 앞 좌석에 머리를 대고 있거나, 끙끙대고 있다.


SSS급 게이트 공략에 강제 동원되는 모양새니 그럴만도 하다.


설명을 듣자하니 나를 포함한 이 버스 안의 모두가 기업의 채무자라는 것 같은데.


한마디로 막대한 빚을 지고 노예로 팔려가는 상황.


21세기라는 게 믿기지 않는 횡포다.


‘세계가 뭔가 달라진 것 같으니 그럴 수도 있다만······.’


그래도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다.


자부하건데 과거의 나는 모범적인 시민이었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짓 따위 할 리가 없다.


‘······일단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해 둘 필요가 있겠어.’


나는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지만 오늘이 몇 년도입니까?”

“······예?”


옆 자리에 있던 남자가 미간을 좁혔다. 가뜩이나 심난한데 뭔 괴상한 질문이냐는 듯한 눈빛.


그래도 필요한 질문이다.

나는 재차 물었다.


“오늘이 몇 년도 몇 월 몇 일이냐고요.”


구속된 상태라 날짜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이런 정신병자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더불어 인터넷에서 현 시대의 상황을 살필 수도 있었으리라.


잠시 동안 날 빤히 바라보던 옆 자리 남자.


“기업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긴 한 모양이구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 이상자를 데려올 줄이야.”

“······.”


한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20XX년. 5월 8일.”


제대로 과거다.


본래 시간대로부터 약 15년 전. 딱 내가 각성자가 되었을 무렵이다. 과거로 돌아온 게 확실하다.


“그러면 기왕 묻는 김에······. 내 얼굴이 어떻습니까? 잘 생겼습니까?”


거울이 없어서 내 모습을 직접 보는 게 불가능하다.


세계 전체가 바뀐 마당에, 내 얼굴이라고 바뀌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이봐, 젊은 친구. 그냥 조용히 가지. 가뜩이나 심란한데.”

“······.”


남자는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서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날 상대하기 싫은 모양.


‘뭐, 괜찮아.’


그래도 필요한 답은 얻었다.


‘스테이터스 창.’


나는 시스템 창을 불러 왔다. 이건 각성자에게 제공되는 기본 능력이다.


팅!


반투명한 정보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어디보자.’


『 스테이터스 - 각성자 정보 』

이름 : 주시혁

랭크 : F

레벨 : 1

고유 특성 : 자가창제(自家創製)

보유 스킬 : 없음


능력치가 완벽히 각성 초기로 되돌아가 있다. 회귀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F급이라. 각성 당시에는 완전히 절망했었지.’


헌터의 등급은 각성과 동시에 결정된다.


나는 운이 없는 편이었다.


운이 좋다면 처음부터 고등급 헌터로 각성할 수도 있다.


‘아니, 정확히는 재능이 없는 편이었다.’


헌터의 각성 등급은 무작위가 아니다. 재능있는 자가 높은 등급의 각성자가 된다.


그걸 알게 된 건 나중의 일이었다.


‘더럽게 재능이 없는 편이었지.’


그런 내 저주받은 재능을 보충해주는 것이 고유특성이었다.


‘자가창제(自家創製) - 만들어진 재능’


이게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낮은 등급에서 빌빌거리다 죽었겠지.


‘이전 삶에선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었고.’


자가창제는 재능을 만들어내는 힘.


그런 사기적인 고유 특성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S급이 된 건 자그마치 10년 뒤였다.


그때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이번에는 다를 거다. 아니, 달라야만 한다.’


자가창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키워나가는 방법도 모두 잘 알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이 넓어진 세계에서 재능을 찾고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뭐, 이 상태에선 어림도 없지만.’


나는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며 혀를 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잠깐, 근데 이 세계에 천인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려던 그때였다.


끼이익······!


채무자들을 태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느 거대한 빌딩의 아래였다.


“도착했다. 내려라!”


사나운 인상의 중년 남성이 소리쳤다. 채무자들이 천천히 줄을 맞춰 버스에서 내렸다.


채무자들의 양 옆으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늘어서 있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땅에 발을 내디뎠다.


우우웅······.


왠지 모를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훑는다. 이 익숙한 느낌은 잘 알고 있다. 게이트. 그것도 고등급 게이트를 마주한 감각.


저벅, 저벅.


채무자들의 앞으로 버스에서 보았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섰다.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힌 남성이 입을 열었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팀장 고영수라고 한다. 여기서 너희들이 할 일은 별 거 없다. 그냥 머릿수를 채우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영수 팀장은 눈짓으로 빌딩을 가리켰다.


“너희도 헌터니까 뭔지 알 거 아니야. 뭐, 경우에따라 조금 할 일이 생길 순 있지만. 하여간 SSS급 게이트라고 쫄 거 없단 거다.”


팀장은 손목의 고급 시계를 살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아마 이번 게이트 공략의 주인공 되시겠지.


고영수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S급 게이트에 F급이 들어가는 걸 나는 자살이라 부르거든.


그런데 그보다 두 단계 높은 SSS급에 F급을 던져 넣어?


그런 의문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닌 듯 했다.


“SSS급 게이트에 머릿수 채우기? 지금 우리 더러 죽으라는 거 아닙니까?”

“갚을테니까, 돈은 갚을테니까! 제발!”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채무자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막상 SSS급 게이트가 있는 장소까지 오고나니 위압감이 다르다. 얌전하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젠장, 난 안 되겠어! 이딴 미친 짓은 못해! 비켜!”


채무자들 중 하나가 검은 양복을 밀치고서 무리에서 뛰쳐나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가 도망치는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고영수 팀장이 어느샌가 꺼내든 리볼버가 불꽃을 내뿜었다. 마력이 담긴 탄알은 도망친 채무자의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했다.


털썩.


남자는 즉사했다. 붉은 피가 아스팔트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설마 정말로 죽일 거라곤 생각치 못했던 걸까. 다른 채무자들이 일시에 굳어졌다.


“미, 미친.”

“진짜로 죽였어······.”


고영수 팀장이 손짓하자 검은 양복들이 일사불란하게 시체를 들고 날랐다.


‘······.’


정신 나간 광경이다.


대체 무슨 놈의 기업이길래,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건지. 정말 어떻게 되먹은 세계인 건지.


“또 도망가고 싶은 사람 있나? 뭐, 걱정마라. SSS급 게이트 내부에서 죽은 걸로 처리해줄테니.”

“······.”


그 말에 입을 여는 인원은 없었다. 애시당초 여기에 모인 건 흉악한 범죄자들이 아니라 채무자들이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더 미친거고.


‘돈을 얼마나 빚 졌으면 이런 대우를 받는건지.’


심지어 이런 미친 놈들 상대로 갚지도 않았다는 건데. 과거의 내가 이렇게 간 큰 놈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


살벌한 침묵이 가라앉은 가운데.


뒤쪽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벌써 한 놈 죽였네. 조금 늦게 왔다고 이러깁니까? 다리를 쏴도 됐잖아요. 예? 고영수 팀장님.”


뒤늦게 도착한 고급 스포츠카 안에서 젊은 남성 한 명이 손을 흔들며 내렸다.


그를 향해 검은 양복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고영수 팀장도 그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해야 게이트에 들어가서도 헌터님한테 고분고분하다는 거.”

“그래도 다음부터는 주의 좀 해줘요. 야만스럽게 이게 뭡니까?”


남자는 능글 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영수 팀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가 이번 게이트 공략의 주축이 될 헌터인 모양.


그럼 그렇다.


SSS급 게이트에 채무자들만 던져 넣을 리가 없지.


······그런데 어쩐지 새로 나타난 헌터의 얼굴이 낯익다.


‘잠깐, 저 녀석은.’


내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S급 헌터 검귀(劍鬼) 신이준.


회귀 전 대한민국에서 한때나마 이름을 날린 헌터다.


‘좋은 의미로도 안 좋은 의미로도 유명한 인물이었지.’


귀신 같은 검술 실력.

그에 반비례하는 쓰레기 같은 인성.


‘내가 본격적으로 S급이 되었을 때는 신이준은 죽은 뒤였지만.’


신이준은 게이트 공략 도중 사고에 휘말려서 죽었다.


지금에 와선 천인(天人)과 관련된 사고였을 거라고 어림잡아 추측하고 있을 뿐.


‘여동생도······. 천인에게 살해당했었나.’


천인과 어렴풋이나마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저 사람 신이준이잖아.”

“SSS급 헌터? 그나마 다행이네.”

“신이준이 있으면 해볼만 할지도······.”


신이준이 나타나자 채무자들의 동요가 조금은 줄었다.


이 세계에서도 신이준은 유명한가 보다.

거기에 더해 SSS급 헌터라.


‘······별로 마음이 놓이진 않는데.’


이런 수상쩍은 기업과 손을 잡고 있는데다가, 우리를 소모품처럼 보고 있잖냐.


저 놈이 나를 포함한 채무자들을 지켜줄 리가 없다. 마수의 미끼로 주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자고로 자기 목숨은 자신이 챙기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괜히 시간 끌지말고 다들 들어가시죠. 저도 공략 이후에 개인 스케쥴이 있어서요.”


채무자들의 수는 23명.


그 모두가 신이준을 따라 빌딩 내부로 들어갔다.


빌딩 내부는 아주 고요했다. 게이트가 생성되었으니 빌딩 전체가 통제되는 건 당연지사.


게이트는 1층 로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원형의 게이트.


‘SSS급 게이트······. 숨 쉬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야.’


내가 아는 최고등급의 게이트보다 추정컨데 두 단계나 높다.


그에 비해 지금의 내 능력치는 F급.


원래대로라면 이런 식으로 게이트를 마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신이준이 어느 정도 게이트에서 나오는 기운을 막아주고 있는건가.’


나는 슬쩍 자리를 옮겨 신이준의 뒤쪽으로 섰다. 확실히 숨 쉬는 게 편해진다.


“장비는 제대로 준비 해놨죠? 난 계약대로만 해요.”

“물론입니다, 신이준 헌터님.”


검은 양복들이 철제 가방을 늘어 놓았다. 신이준은 까다로운 눈빛으로 내부에 있는 아이템들을 챙겼다.


“뭐,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 내가 이래서 기업이랑 일하는 걸 좋아한다니까.”


철컥, 철컥.


신이준은 은은한 빛이 나는 아이템들을 하나둘씩 몸에 착용했다.


『 대상 아이템과의 격차가 지대합니다. 』

『 아이템의 정보를 읽어내지 못합니다. 』


슬쩍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전부 천문학적 가치를 가진 최고등급의 아이템들이다.


개중에는 내가 잘 모르는 아이템도 있었다.


‘SSS급이 존재하는 세계이니,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고등급 아이템일지도······.’


과연 천인(天人)과 대적할만큼의 위력일까?

몹시 궁금하지만, 무의미한 망상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되거든.


‘어쩐다.’


이대로 있다간 SSS급 게이트 공략에 강제로 참여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지금 도망치면 머리에 곧장 바람 구멍이 뚫릴테지. 고영수 팀장이란 사람도 꽤 높은 등급의 각성자 같고.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회귀를 해서는······.’


단순히 회귀를 시켜준 장본인인 엘리스에게 여유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SSS급 게이트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 온다.’


이거 하나가 전부다.


신이준이 준비하는 동안, 검은 양복들이 채무자들의 수갑을 풀어줬다.


“자, 너희들도 받아라.”


싸구려 무기도 하나씩 쥐어주었다. 나는 심하게 녹슨 검을 받았다. 부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수갑도 풀어주고 무기도 받았지만, 이미 한 명이 죽는 걸 목격해서일까.


다들 고분고분하게 검은 양복들의 말을 따랐다.


“휘이, 그럼 출발입니다.”


은색의 갑주와 여러 장신구를 착용한 신이준이 대검을 등에 지고서 게이트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채무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르려 할 때였다.


“잠깐.”


고영수 팀장이 채무자들을 불러세웠다.


“이걸 말하는 걸 까먹었네. 이번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기업에서 너희들의 부채를 전액 탕감해 줄 거다. 그러니 너무 죽는 시늉하지 말라고.”


공략 성공시,

부채 전액 탕감.


팀장 고영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오······.”

“그래, 해봅시다.”

“그런거라면 목숨 걸고 해볼만하지.”


뜻밖의 조건에,

한 두 명을 제외하고선 다들 얼굴이 밝아졌다.


얼굴이 밝아지지 않은 한 두 명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


김영수 팀장의 말에 오히려 간담이 서늘해진다.


‘빚을 전부 없애준다고······?’


이렇게까지 형편 좋은 제안.

보통 이런 경우에 답은 정해져 있다.


‘빌어먹을.’


이 놈들, SSS급 게이트에서 우릴 살려 보낼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하다.


* * *


『 SSS급 게이트 - 하늘 아래 피어난 허(虛) 』


게이트 내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잿빛의 유적 동굴.

잘 관리된 유적의 통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우우웅—!


마지막 채무자까지 게이트 내부에 들어오자, 바깥과 이어진 게이트가 사라져버렸다.


“뭐, 뭐야?”

“닫혔어. 이러면 어떻게 나가?”

“특수 게이트라 그런 겁니다. 괜한 짓거리 하지 말고 다 여기서 기다려봐요. 알겠죠?”


당황한 채무자들을 신이준이 진정시켰다.


과연. 이 자리의 유일한 SSS급 헌터 신이준의 말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괜히 죽지들마시고요.”


콰앙—!


신이준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강한 돌풍이 몰려 왔다.


“윽.”


결과적으로 유적 통로의 한가운데 채무자들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끌려오긴 했어도 채무자들은 엄연한 헌터들이다.


자연스레 23명의 채무자끼리 서로 통성명을 하고 능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전체적인 등급은 D 랭크 언저리.


‘······여긴 힘을 맞댄다고 극복 가능한 수준이 아니야.’


S급 게이트만 해도 대비 불가능한 재앙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여기는 SSS급이다.


나는 잠시 유적의 벽면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과거에 공략했던 게이트와 동일한 유적이야.’


회귀 전의 경험에 따르면 이 유적에서 나오는 마수들은 그리 강하지 않다.


기이잉—! 철컥!


벽면에서 잿빛 석재로 이뤄진 미니 골렘들이 굴러나왔다.


두 기체 뿐이기는 했지만, 헌터들을 패닉에 빠뜨리기엔 충분했다.


“나, 나왔다! 마수가 나타났어!”

“큭,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는 헌터들.


그도 그럴게 SSS급 게이트에 등장하는 마수다. 제정신이라면 맞설 엄두조차 못 내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괜찮다.

놈들은 특이한 성질을 가진 골렘이다.


놈들의 특징은 ‘등급 복사’.


‘골렘들은 싸우는 대상과 동일한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다.’


만약 우리가 S급이라면 골렘은 S급이.

SSS급이라면 골렘은 SSS급이 되는 거다.


이 유적 전체가 그런 식으로 이뤄져 있을 거다.


‘그래서 저등급 헌터인 채무자들을 던져 넣은 거구만.’


아무 의미 없이 채무자들을 데려 온 게 아니란 의미다.


‘오히려 다행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유적의 서늘한 공기가 폐부에 가득 들어찬다.


‘충분히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어.’


참으로 미친 세계다.

SSS급 게이트에 F급을 던져 넣는 그런 세계.


하지만 언제는 정상이었던가.

회귀 전에도 세계는 미쳐있었다.


마수를 잡으면 레벨업을 하고,

게이트를 공략해서 돈을 벌고.

사람이 쉼없이 죽어나가고.


마치 게임처럼 변해 버린 세상이다.


살아 남기 위해선 특별해져야 한다.


‘······고유 특성 발휘.’


그 순간 내 주위로 은은한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F급 헌터 주시현이 고유 특성을 발휘합니다. 』

『 자가창제(自家創製) - 만들어진 재능 』


고유 특성이란 헌터가 각성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


대마법사 천위에게는 ‘마력지체(魔力之體)’.

무적의 방패였던 데니스에겐 ‘철벽(鐵壁)’.

시간 능력자 엘리스는 ‘미래 예지’.


그리고 나에겐 자가창제.


『 최초의 재능을 선택하십시오. 』


고유 특성 자가창제의 첫번째 능력은 ‘재능의 발현’이다.


『 첫번째 재능이 발현됩니다. 』

『 선택 가능한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육체의 재(材)

- 심상의 재(材)

- 마력의 재(材)


세 가지의 초기 재능 중 하나를 골라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다.


회귀 전에는 마력의 재능을 골랐었지.

마법사는 헌터 중에서도 귀했기에. 헌터계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멍청한 짓이었지.’


마력에 대한 재능은 마법과는 별개였다. 덕분에 나는 쓸데 없는 재능에 몇 년을 허비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무엇을 골라야할지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이 되는 재능으로.


『 육체의 재(材)를 선택합니다. 』


『 육체의 재능을 획득하셨습니다. 』

『 육체 활동 전반에 대한 재능을 소유하게 됩니다. 』


“큭!”


잠깐 동안, 몸을 짓이기는 듯한 강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몸이 재능에 적응하며 생기는 통증.


그러나 고통은 잠시 뿐이다.


“후우······.”


이내 부자유스럽던 몸에 활기가 깃든다. 손에 들린 싸구려 검은 바닥에 던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마리의 미니 골렘이 천천히 거리를 좁혀 온다.


“우리 중에 제일 등급이 높은 사람이 뭐라도······!”

“뭐요? 그래봤자 D등급이야. SSS급 마수를 상대로 뭐가 되겠어?!”


타앗.


나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골렘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어이, 잠깐······!”


몇 사람이 반사적으로 소리쳤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어느새 미니 골렘이 눈 앞에 서 있다. 나는 미니 골렘을 향해 있는 힘껏 발을 뻗었다.


『 육체의 재능이 발휘됩니다. 』


후웅-!


재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재능이 있어도 죽어간 수많은 천재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게 있다면.


재능만이 이 미친 세계를 구원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거다.


촤르륵!


『 스킬 ‘발차기 Lv.1’를 습득합니다. 』

『 스킬 ‘발차기 Lv.2’를 습득합니다. 』

『 스킬 ‘발차기 Lv.3’를 습득합니다. 』

『 스킬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육체의 재능이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발차기’라는 스킬을 빚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콰드드득—!


내 발차기가 골렘의 안면을 박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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