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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82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10 20:00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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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여름방학 -용기없는놈-

DUMMY

그녀는 서서히 버스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고 그녀와 잠깐 눈이 마주친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리며 버스의 2인석 바로 앞에 있는 1인석(여기도 내가 선호하는 자리이다)에 앉았다.

다시 버스가 출발하고 난 계속 그녀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를 보며 순간적으로 예쁘다는 말이 떠올랐으나 다시 자세히 봐야 할 것 같았다.

여태까지 머릿속에서 예쁘다는 말이 떠오른 사람은 꽤 있었으나 그녀를 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단지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자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려 했다.

그녀가 창밖을 보려 살짝 고개를 돌릴 때마다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제대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그녀가 어디서 내릴까?’ ‘내릴 때 다시 한 번 얼굴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번호를 물어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용기가 많은 놈이 아니라 속으로 계속 갈등을 한다.

그러는 동안 버스는 계속 가고 있었고 내가 내릴 곳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내쯤 내릴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아직까지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점점 내리는 곳이 가까워지자 ‘만약 저 여자가 내가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리면 번호를 물어봐야지’하고 소심한 결심을 한다.

만약 그녀가 나와 같은 곳에서 내린다면 우리는 운명일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가 날 것 같았다

이제 내려야 할 정류장을 두개 남겨두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고 한 정거장을 앞둔 상황에서 문이 열렸다

닫히고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그녀는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버스의 벨을 누르고 일어서서 내리는 문 앞으로 갔다.


아 역시 그녀는 운명이었던 것인가?


머리에서 온갖 잡생각을 하며 나 역시 내리기 위해 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서서 조심스레 그녀를 훔쳐보았다.

힐끗 힐끗 보다가 얼굴을 보기 위해 잠깐 그녀를 응시했는데 그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시선을 돌렸고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해 그녀보다 먼저 버스에 내렸다.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가며 그녀가 날 앞질러가길 바랬으나 그녀는 느리게 걷는 나보다도 걸음이 느린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차마 뒤돌아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앞만 보고 내적 갈등을 하며 길을 따라 갔다. 내리기전에 그렇게 다짐했지만 막상 진짜 상황이 닥쳐서 행동으로 하려니 쉽지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따라가다 코너를 돌면 세 갈래의 큰 길이 나온다.

그중 두 갈레는 우리 동네로 연결된 길인데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뒤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다.

그러다 집 쪽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와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갈래길 쪽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잠시 동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초나 흘렀을까?


계속 뒤돌아보고 있기 민망해 다시 고개를 돌리고 갈 길을 갔다.

하지만 몇 걸은 못 가서 그녀가 과연 어느 쪽으로 갈까 궁금해져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녀는 우리 동네로 가는 2갈레길이 아닌 나머지 한 개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지나쳐갈 것인가?

갑자기 그 언젠가 들었던 만약 오늘 그녀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거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대뜸 달려가서 번호를 물어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놓치기는 싫었다.

그래서 일단 무작정 그녀를 따라나섰다.


이게 뭔가... 드라마 같은 운명적 진행은커녕 스토커마냥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말은 못 걸지만 적어도 그녀가 사는 집만이라도 알고 싶었다.

그녀가 눈치 채지 못 하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그녀를 조심히 따라나섰다.

그녀는 정류장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동네로 접어들었다.

이 동네에서 거기까지 버스를 타기엔 좀 멀다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들키지 않게 조심스레 따라 가려다 보니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나?

골목으로 들어선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서 놓쳐 버린 것인가....


그녀의 집은 정확히 못 알아냈지만 이 근처에서 사라진걸 보니 아마 그녀의 집은 이 근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그녀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확실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과연 그녀는 집에 갔던 것일까?

오히려 살던 곳은 버스를 탔던 정류장 쪽이고 이쪽에는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어쩌면 이대로 그녀는 한 순간의 기억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에게 느꼈던 느낌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것들이었다.


그녀를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일단 그녀가 간 곳이 집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집이 아닌 곳으로 간 것이라면 다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버스정류장에 가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왠지 그녀를 또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도록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 사는 걸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제와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는 것 밖에 없다.

그래 3시쯤 수영장에서 나와서 3시 20분쯤에 정류장에 도착했었나?

내일 그 시간에 그녀가 버스에 탔으면 좋겠다.



다음 날도 보충수업을 마치고 수영장으로 갔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수영장 가는 길에 땀을 잔뜩 흘려도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물 적시는 걸로도 땀이 식어서 계곡처럼 풍덩 빠졌을 때의 시원한 감동 같은 것은 없다.

다 식은 몸으로 수영장에 들어가 끝에서 끝으로 헤엄친다.

내 뒤를 석재가 바로 따라온다.

석재 녀석은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아직도 호흡이 안 되는지 25m채 못가 멈추곤 한다.

그래도 난 25m까지는 안 쉬고 갈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 정말로 아시아의 물개가 될 것만 같았다.

백록이 녀석이야 그대로 정규교육 받은 몸이라고 우리 둘이 쉴 때 혼자 몇 번을 더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우리가 장난치고 있으면 재밌어보였는지 하던 걸 멈추고 같이 껴서 놀곤 한다.

놀다보니 어느새 2시 50분이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10분 빨리나가는 게 좋을 듯싶었다.

얼른 나와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아직 15분이었다.

어제는 20분에 도착해서 거의 바로 버스가 왔으니까 이번에 오는 버스를 타면 되겠지.

저 멀리서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제보다 좀 더 빨리 도착해 20분도 채 안 되었다.

역시 맨 뒷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어제 그 정류장에서 타길 기도했다.

버스가 그 정류장에 가까워지자 창밖으로 정류장에 그녀가 있나 바라봤다.

하지만 앞차 때문에 정류장 좀 못 미치는 곳에 버스가 서서 누가 타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이 버스에 오를 때까지 그녀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앞문이 열리고 한명씩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아줌마....

두 번째는 아저씨....

세 번째는 역시 아줌마....

네 번째는 어? 젊은 여잔데...... 음..... 아니고

다섯 번째는......... 아 젊은 총각.....

그리고 여섯 번째는.......없었다.

결국 버스는 그대로 출발하였다.


하아~ 그녀와 인연이 아닌 걸까.


그녀가 어제 버스에 탔던 건 그냥 어쩌다가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돌아간 것뿐이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그녀가 또 그 근처에 볼일이 생기길 바라는 것밖에 없나?

참 씁쓸한 기분이었다.

다시는 누굴 처음보고 그런 감정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현실에선 드라마처럼 첫눈에 반한 여자와 맺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가 보다.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보며 버스가 이 몸뚱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응? 잠깐?


그러고 보니 버스를 탔을 때 어제완 달리 20분이되기 전이었다.

아무리 1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지만 항상 10분 간격으로 오는 건 아니지 않나?

가끔은 13분이 지나서 오기도하고 가끔은 8분이 지나서 오기도 하지 않은가?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버스가 도착한 것은 아니었을까?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어쩌면 그녀는 단지 이 버스를 놓쳤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녀가 과연 이 시간에 이 버스를 타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내렸던 정류장에서 그녀가 버스에서 내리길 기다려봐야겠다.

버스에서 내리고 그대로 서서 다음 버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에 한 대있는 버스라 다음버스를 기다리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1시간정도 기다려 보자라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처음 10분이 지나고 버스가 왔다.

과연 그녀가 타 있을 것인가?

버스가 멈추고 뒷문이 열리기전에 유리사이로 버스 안을 봤다. 유리가 더러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치이익 하고 뒷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내리는데......


아.... 역시...


이대로 끝나지 않으려나보다.

그녀는 내려서 날 봤는지 못 봤는지 묵묵히 갈 길을 갔다.

그녀가 이 시간에 이 버스를 탄다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이대로 집에 갈까 했지만 그녀에 대한 확실한 무언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미행을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스토커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난 순수한 감정이 아닌가?

혹시나 어제처럼 놓칠까봐서 이번엔 좀 더 거리를 좁혀서 미행을 시작했다.

따라가면서 혹시나 그녀가 뒤돌아볼까 금방 숨을 수 있는 곳을 탐색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혹시 따라가고 있는 것을 눈치 챘나?


같이 뛰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쫒아 가는데 앞쪽에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빨간불로 바뀌었고 나는 꼼짝없이 횡단보도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또 놓칠까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려 했지만 차가 워낙 많이 다녀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파란불로 바뀌고 나서야 건넜지만 그녀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또 미행실패.

하지만 그녀가 매번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탄다는 사실을 안 것 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에휴 용기없는 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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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름방학 -니전화번호- 17.12.13 154 1 7쪽
4 여름방학 -정면돌파- 17.12.12 154 0 8쪽
3 여름방학 -시나리오- 17.12.11 141 1 8쪽
» 여름방학 -용기없는놈- 17.12.10 126 1 11쪽
1 여름방학 -첫만남- 17.12.09 25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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