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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새야

The systemat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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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새야
작품등록일 :
2018.11.13 14:37
최근연재일 :
2018.12.01 19:12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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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0,039

작성
18.12.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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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어나더홀

DUMMY

7화


바둑이.

트럼프로 하는 게임으로 포커와 아주 비슷하지만 완전 반대인 게임이다.

총 4장의 카드를 받고 시작하는 이 게임은 포커와 반대로 4장 카드의 무늬와 숫자가 모두 다르고 숫자가 낮으면 낮을수록 높은 패인 것이 특징이다.

즉, 각기 다른 무늬와 A, 2, 3, 4 카드가 들어왔을 때가 가장 좋은 경우의 수이다. 이를 ‘골프’라고 하며 포커와 비교하면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와 같은 패이다. 아침, 점심, 저녁이라고 해서 한 게임에 3번 바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에 비해 뜰 확률은 높았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세븐포커와는 다르게 단 한 장의 카드도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3번의 기회 동안 몇 장을 바꾸는지, 혹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지 만을 상대에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완전히 낮은 패로 소위 말하는 뻥카를 칠 수도 있고, 높은 패를 가지고 낮은 패인 척 할 수도 있다. 전혀 예상할 수 없기에 이런 전략이 가능한 게임인 것이다.



바둑이라는 단어에 순간 관심을 보인 것은 재식이 그 게임과 은근 많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 복구하려면 얼마 남았어?”


인도자가 내준 이번 미션엔 재식을 파티원으로 끌어들이라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사실 재식과 함께 하라는 인도자의 주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문자 메시지 내용 중 바둑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재식이 제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억...정도?”

“형 알바나 해볼래?”


몇 달 전 재식이 재호에게 했던 말은 입장이 뒤바뀌어 되돌아왔다.


“뭐?”


한 마디 말에 자존심 상한다는 표정이 역력한 재식의 되물음에도 재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형 자본금 1원도 필요 없이 도움만 주는 조건으로 1억. 성공해도 1억, 실패해도 1억. 기간은 정확히 2주일 내로. 단, 형 독단적인 행동은 절대 안 돼.”


자존심. 자존심도 때와 상황에 맞춰 부려야 한다는 것을 재식은 알고 있었다. 충분히 먹고 살만하긴 했지만 1억은 그에게 적은 돈이 아니었다. 투자를 위해 빌린 대출금과 이제 곧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 학원비를 생각하면 절대 자존심을 먼저 세울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더욱이 1억을 2주일 만에 벌 수 있다는 말은 그 누구라도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이었다.


“뭐.. 뭘로 하는 건데?”

“바둑이. 어때? 할거야?”

“바둑이? 흠... 1억. 확실해?”


연륜이라고 할까, 이전에 재호는 재식이 제안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급여를 재식에게 전적으로 맡겼었지만 재식은 달랐다. 재호는 씁쓸함을 느꼈지만 애초에 재식에게 약속한 금액은 줄 생각이었기에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나와 형.”


딜 성립. 결정이 났으면 행동을 미를 이유가 없었다. 재호는 침대에서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재식을 재촉했다.


“어?”

“이체 한도 올리러 가야해.”


큰 금액을 가져본 적 없는 재호의 은행 이체한도는 기껏해야 몇 백 만원 수준이었고, 이를 올리려면 은행에 가야했다. 별개로 몇 가지 사야할 것도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나가야 했다.


재식 차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재호는 4번에 걸쳐 비트비트 계좌에서 2억 원을 출금했다. 은행 어플을 통해 실제로 입금된 2억여 원이 들어가 있는 화면을 보니 순간 현실감이 없었지만 무언가 비장함이 느껴졌다. 불과 며칠 전 다 털어도 채 만원이 되지 않는 전 재산을 갖고 있던 본인이 이런 금액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면서도 무겁게 느껴졌다.


“흠..”


막상 억 단위가 통장에 들어오니 행복함보다도 무거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말도 안 되는 행운이 혹여나 달아나진 않을까? 그 행운이 계속 이어질까?


“재호야. 근데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냐?”


오랜만에 사촌동생을 만나고, 만나자마자 궁금했던 질문이 이제야 나왔다.


“뭐. 그냥.”


재호는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순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을 재식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와 별개로 사실성 없는 얘기로 들릴게 분명했다. 괜히 실없어 보이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단타로 계속 치고 빠지고 한 거야.”


사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일반적인 단타와는 다르게 손실 없이 높은 수익률을 단기간에 셀 수 없이 성공시켰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었다.


“그.. 음..”


재식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말을 삼켜버렸다. 아무래도 더 이상 부탁하기엔 양심에 찔릴 수밖에 없었다.

은행에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침묵은 계속됐다. 그 후로도 재호는 재식에게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었고, 재식 역시 재호가 원하는 장소로 태워다주는 운전사 임무에 충실했다.


“형. 이제 가 봐. 여기서 헤어지면 되겠네.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일 약속 시간 안 잊었지?”

“어? 어. 그럼! 늦지 않게 준비해서 갈게.”


재호는 새 차 같은 중고차 운전석에 앉아 재식에게 내일 약속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재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재호가 운전하는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봤다. 시야에서 차량이 사라질 무렵 재식은 뒷자리에 잔뜩 실려 있는 백화점 쇼핑백을 멍하니 쳐다봤다.


‘형수한테 애들 옷이랑 형수 옷 맘에 안 들면 바꾸라고 해. 자 영수증 여기.’


자신의 수트 한 벌만 해도 200만원이 훌쩍 넘어갔는데 아이들과 와이프 옷까지 하면 500이 넘어가는 금액을 아깝다는 기색도 없이 결제 하던 재호를 생각하니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분명 얼마 전까지 단 돈 몇 십만 원이 없어 빌빌대던 재호 모습과 몇 달 전 재호에게 했던 본인행동을 생각하니 얼떨떨함과 미안함의 감정이 올라오는 재식이었다.


“휴..”


멍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은 재식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반갑습니다. 506님. 저는 오늘 506님을 모시게 된 어나더홀 매니저 민주태입니다.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순간 506이란 명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리바리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손님506이란 본인의 닉네임이 떠올랐다.


“아? 아...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내를 위해 정중한 태도로 손짓하는 민태식과 슈트를 쫙 빼입은 재호와 재식이 있는 장소는 행동과 의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재호야, 우리 각목 당하는 거 아니냐?”


겁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재식조차도 불안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칙칙했다.

폐 공장. 그것도 산길로 한참을 올라온 뒤에 나온 인적 없는 폐 공장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폐 공장 주변엔 강남 고급 음식점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급 차량들이 세워져있었다.


“아무래도.. 노름 하는 곳이니깐.. 흠..”


민태식이 문을 열자 기계하나 없는 허름한 공장부지가 나타났다. 재호도 경계심을 바싹 올리고 재식과 한 몸인 것처럼 꼭 붙어 태식 뒤를 따랐다.


“계단 내려가시면 철문이 나옵니다. 여기 이 카드로 출입 가능하시구요.”


단단한 몸과 날카로운 인상과는 상반된 친절한 표정으로 태식이 금색으로 장식된 카드 두 장을 재호와 재식에게 건넸다.


“홀에 대한 안내는 밑에 있는 직원이 해드릴 겁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태식에게 재호 역시 목례로 인사를 하고 재호는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아직도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던 재식도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재호를 따랐다.


“삑. 출입문이 열립니다.”


카드를 대자 자동 유리문이 열리듯 조용하게 철문이 옆으로 움직였다.


“와?!”


재식의 눈이 커지며 감탄사가 나왔다.


“반갑습니다. 506님. 홀 매니저 민초희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단정하지만 섹시하고, 단아하지만 도발적으로 보이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매니저 민초희의 인사에도 재호와 재식은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홀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평생 카지노는커녕 고급호텔 로비에도 들어 가본 적 없던 둘에게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모든 시설은 각 재료에 맞는 세계 최고 재료들로 만들어졌으며 관리 또한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백제호텔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관리를 하는 곳이었으니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입을 벌리고 있는 둘은 누가봐도 우스울 정도로 바보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초희는 그 모습을 보고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직원이었다.


“아니.. 야 여기 그냥 하우스 아냐?”

“어? 몰라. 난 하우스도 안 가 봤어서..”


재식은 바둑이를 하러간다는 재호 말에 그냥 사설 하우스에 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고 이곳에 왔다. 그래서 재호가 어제 산 수트를 입고 오라고 했을 때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했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나서보니 200만 원 짜리 수트도 이 곳과 비교하면 싸구려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안내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아 네네”


어느 정도 감정이 진정된 것으로 보이자 그제야 초희가 입을 열었다.


“저희 어나더홀은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겜블하우스가 맞습니다. 다만, 다른 곳과 여러 부분에서 차별 점을 두고 있으며 고객관리, 시설관리, 게임관리에 있어 최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고객님들이 방문하시는 만큼 보안관리는 세계 유수의 카지노와 비교를 해도 저희만큼 완벽하게 되는 곳이 없을 거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으며 최고의 서비스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진행하실 수 있게 여러 부분에서 편의를 봐드리고 있습니다.”


청산유수라고 할 정도로 매끄러운 설명이었다. 설명에 둘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먼저 저희 쪽으로 예약을 주신 분은 506님의 대리인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대리인님께서 8억 현금으로 저희 쪽에 입금해 주셨고, 506님과 동행자 분께는 4억씩 칩을 나눠 자리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칩은 저희 직원이 계속해서 운반해 드릴 예정입니다.”


어제 저녁 집에 도착했을 때 비트비트에 남아있던 금액 중 8억은 본인이 알아서 출금하겠다는 인도자의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재호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분 다 닉네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설정을 원하시지 않는다면 그냥 506님과 506동행자님으로 설정해드리겠습니다. 따로 원하시는 닉네임 있으신가요?”

“호동이삼겹살”


순간적으로 재식이 말을 뱉었다.


“어?”


재호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곳에서 호동이삼겹살이라니..


“풋.. 어.. 음.. 죄송합니다.”


덤앤더머 같았던 모습에도 표정 변화 한 번 없었던 초희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의 황당한 닉네임이었다.


“아니.. 그.. 그 아이디로 게임할 때 제일 잘했었단 말야..”


본인도 조금은 창피한지 재식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럼 동행자님 닉네임은 호동이삼..겹살로 설정해드리겠습니다.”


초희는 힘들게 감정을 컨트롤했지만 닉네임을 얘기하면서 다시 감정컨트롤을 해야만 했다.


“저는 파랑새로 하겠습니다.”


재호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단어였다.


“그럼 506님은 파랑새로 설정해드리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초희는 앞장을 서며 각 위치별 게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쪽에 보이는 1구역은 홀덤 구역이고, 바로 앞쪽에 있는 2구역은 로우바둑이..”

“저기서 하겠습니다.”


재호는 다른 설명은 필요도 없다는 듯 2구역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럼 로우바둑이 구역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로우바둑이 구역은 a구역과 s구역 p구역 총 3구역으로 나뉩니다. a구역은 시드머니 1만원에서 10만원, b구역은 시드머니 10만원에서 100만원, c구역은 시드머니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입니다. 물론 스페셜 구역이 있지만 그곳은 vip이상 등급 고객님들만 입장 가능합니다. 그리고 모든 로우바둑이는 넌플러시깜깜이 3타임 룰에 따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로우바둑이 룰입니다.”


“학교가 1000만원? 허....”


충분히 놀랄만한 액수였다. 시드머니가 1000만원이라면 한 판당 몇 십억 원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스페셜 구역이라면 그것보다도 판돈이 큰 게임도 있다는 얘기였다.


“띠링”



긴장된 재호 마음이 편안해질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선작 추천은 다음편을 더 빠르게 올라오게 만듭니다^^


작가의말

전업작가가 아닌 관계로 연재가 많이 늦을 수 있습니다.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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