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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마선(魔仙)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휘
작품등록일 :
2013.07.22 17:43
최근연재일 :
2013.08.26 14:1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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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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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0
글자수 :
42,283

작성
13.07.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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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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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선(魔仙) 8

DUMMY

“휴, 이러다가 제 명에 못살겠군.”

묵기린은 서군악 처소에 있는 서적을 들쳐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상을 입을 걸 알면서 왜 막았소?”

“노원학은 청룡대 부대주 중 하나로 황보철의 심복과 같은 자다.”

“황보철? 그 반대머리 영감 말이오?”

서군악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 황보철은 별 볼일 없는 자다. 그러나 황보성대장로의 동생이지. 그런 자와 척을 지면 앞으로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묵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로가 무서워서 나섰다는 말이군.”

서군악은 내심을 들킬 때 나오는 버릇인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무서워하긴 누가 무서워한다고 그래!”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니 맞는 모양이군.”

“으휴, 내가 참자. 참아.”

머리를 쥐어뜯는 서군악을 보며 묵기린은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데 보고는 잘 하고 왔소?”

묵기린의 질문을 받은 서군악은 급히 내력을 주위에 퍼트렸다. 다행히 호법원 장로는 전각을 각자 사용해 감시하는 자가 없었다.

묵기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는 당신 처소인데 왜 그렇게 조심하는 거요?”

묵기린의 질문에 오히려 서군악이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 강호에 처음 나왔나?”

“그런 셈이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서군악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어쩐지. 내 말 잘 듣게. 강호란 자기가 조심하지 않으면 당하게 되는 세계일세. 고절한 무공을 갖고 있어도 버텨내기 힘든 게 강호란 말이야. 오십년 전 무적선검(無敵仙劍)도 버티지 못한…….”

서군악의 입에서 무적선검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묵기린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와 서군악의 몸을 으그러트리고 말았다.

“왜, 왜 이러나?”

그제야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묵기린은 급히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아니오. 무적선검 이야기를 계속 해보시오.”

묵기린을 잠시 노려본 서군악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적선검은 신인지경(神人之境)을 넘어 반선지경(半仙之境)에 오른 고수였네. 이미 자연과 합일을 이루어 당장 우화등선(羽化登仙)하여 신선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 한데 옥갑천서(玉匣天書)사건이 터지는 순간, 강호 전체의 표적이 되어 결국 죽고 말았네. 자네의 무예가 초절한 건 알지만 항상 조심하라는 말일세.”

묵기린은 서군악이 옥갑혈사(玉匣血史)의 껍데기만 알고 있다는 걸 이미 알았으나 굳이 나서서 그가 틀린 부분을 고쳐주지 않았다.

잠시 고민한 묵기린이 물었다.

“그럼 강호에서 행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으음, 우선 자네의 그 이상한 내공심법부터 어떻게 해야 될 걸세.”

“심법말이오?”

서군악은 고개를 냉큼 끄덕였다.

“어느 정도 무공수위를 갖춘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보고 상대의 수위를 짐작하는 법이네. 한데 자네의 몸에는 내력 한 점 보이지 않으니 자네가 무공을 펼치는 걸 보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 거야. 그러니 그걸 좀 어떻게 해보란 말일세.”

잠시 고민한 묵기린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단전에 반 갑자 가량의 내력이 모였다.

서군악은 자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한 건가?”

묵기린은 되물었다.

“이정도 내력이면 충분하오?”

“충, 충분하네. 여하튼 신기한 심법이구만. 대체 사문이 어디인가?”

묵기린은 고개를 저었다.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가르쳐준 사람은 당신이오.”

“쳇, 가르쳐주지 않을 셈이군.”

시비가 가져온 술과 만두로 요기한 후 서군악이 차를 마시며 물었다.

“내가 사일련과 협상중이라는 말 했었나?”

“했었소.”

서군악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그 결과가 나왔네.”

“어떻게 말이오?”

“저들의 요구대로 비무의 승자가 모든 권리를 갖기로 결정되었네.”

서군악의 말에 묵기린은 오물거리던 만두를 천천히 넘기며 물었다.

“승자가 모든 걸 갖는다는 게 무슨 말이오?”

“이기는 단체가 운남 밀무역의 모든 권리를 갖게 되는 거네.”

묵기린은 강호가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비무 방식은 어떻소?”

“다섯 번을 겨루어서 세 번 먼저 이기는 단체가 승리하는 방식이네.”

차로 입가심한 묵기린이 물었다.

“사일련은 점창파가 주축이라고 하지 않았소? 점창파가 비록 중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 백도십대문파에는 속해있지 않으나 그에 필적하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흑상회가 이길 수 있겠소?”

서군악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차를 치우고 술병에 손을 뻗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점창파가 속한 사일련에는 초인지경(超人之境)의 고수가 둘이나 있고 절정고수는 열 명이 넘는다고 들었네. 그에 비해 우리 흑상회는 절정고수 대여섯 명이 다일세. 사일련에서 초인지경 고수 둘만 나와도 우리는 이패를 안고 시작해야하니 나머지 세 판에서 한 판을 지는 순간, 사일련의 승리네. 대장로에게 다른 수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솔직히 불안하네.”

묵기린은 차를 홀짝이며 물었다.

“그 신인지경이니, 초인지경이니 하는 말은 뭐요?”

서군악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물었다.

“헙, 자네 그것도 모르는가?”

“모르니 묻지 않소?”

서군악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 대체 자네 사부님은 그런 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뭐 했나 모르겠군. 잘 듣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무인의 성취를 짐작할 때 삼류, 이류, 일류, 그리고 절정, 초절정, 초인지경, 신인지경으로 나누기 시작했네. 나누는 기준은 보통 갖고 있는 내력에 따르지. 다시 말해 삼류는 시작해서 십년의 내력을 채우지 못한 자, 이류는 십년에서 삼십년, 일류는 삼십년에서 일갑자, 절정은 일갑자에서 이갑자, 초절정은 이갑자에서 삼갑자, 초인지경은 삼갑자에서 오갑자, 신인지경은 오갑자 이상이지.”

“그렇게 복잡하게 나누는 이유가 따로 있소?”

서군악은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잘난 체를 하며 가르쳐주었다.

“수십 년 동안 뼈 빠지게 연공해서 하산했는데 자기보다 고수인 걸 몰라보고 덤비다가 골로 가버리면 그거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나? 하여 상대의 무위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네. 청광삼도와 노원학이 자네를 우습게보고 덤벼든 이유가 자네 몸에서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 거와 같은 이치지. 일종의 선입견에 당한 셈이랄까. 그들은 자네를 삼류로 생각한 거야.”

차를 다 마신 묵기린은 빈 잔을 내려놓았다.

“흑상회에 청룡대말고 다른 단체가 더 있소?”

“음, 청룡대 말고 금위대, 백호대, 주작대, 현무대가 있지.”

“그들이 사용하는 연무장의 위치를 가르쳐주시오.”

서군악의 표정에 살짝 의문스런 빛이 지나갔다.

황보성에게 보고할 때 묵기린은 절대 첩자가 아니라고 했었다. 한데 다른 단체를 알려달라고 하니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건 왜 알고 싶은가?”

“확인할 게 있소.”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서군악이 물었다.

“무엇을 확인하려는가?”

“나중에 알려주겠소.”

서군악은 머리를 긁적였다.

“첩자라면 그들이 어느 연무장을 사용하는지 정도는 이미 알고 있겠지. 알겠네. 알려주지. 단, 내가 알려주었다고 해서는 안 되네.”

“걱정 마시오.”

묵기린은 서군악이 알려준 대로 먼저 현무대의 연무장을 찾았다.

현무대는 총인원이 천명이며 이류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표물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상관 근처에 있었다.

현무대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묵기린은 다음으로 주작대를 찾았다. 주작대는 오백 명으로 이루어졌고 외곽에 연무장을 두었다.

주작대는 총단을 적에게서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주작대가 수련하는 모습을 본 묵기린은 고개를 젓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주작대 다음은 백호대였다.

백호대는 삼백 명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무력을 투사할 일이 있을 때 동원되는 조직이었다. 백호대 역시 그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맨 처음 보았던 청룡대는 호법원에 속해 있으며 흑상회가 내부의 반란이나, 존폐의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나서는 법이 없었다.

마지막은 열 명으로 구성된 금위대였다.

금위대는 흑상회 회주 이천삼의 호위를 맡고 있어 일류고수를 상회하는 고절한 무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천삼의 무예가 떨어지는 관계로 회주를 호위하기 위해 금위대의 실력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금위대 역시 묵기린이 찾는 사람은 없었다.

묵기린은 풍신으로 신형을 숨긴 채 장로의 연공장면을 훔쳐보았다. 서군악은 이미 확인했기에 나머지 장로 일곱 명이 목표였다.

풍신은 신형을 감추고자 할 때 한 줄기 미풍으로 변할 수 있어 아주 자그마한 틈이라도 있으면 그곳으로 스며드는 게 가능했다.

황보철을 포함해 장로 여섯 명을 확인한 묵기린은 마지막으로 대장로 황보성의 개인 연공실을 염탐했다. 그러나 황보성 역시 뛰어난 검법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흑상회에는 없나 보군.’

바람으로 변한 묵기린이 나가려는 순간.

가부좌를 한 채 내력을 수련하던 황보성이 벌떡 일어났다.

‘들켰나? 설마?’

움찔한 묵기린은 연공실에 있는 기둥 뒤에 숨었다.

그 순간, 문 뒤에서 발자국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무슨 일이냐?”

“그곳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가장 좋은 객실로 안내해 드려라. 내가 곧 가마.”

“예, 대장로님.”

연공실을 나가는 황보성을 보며 묵기린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자국소리조차 감지하지 못해 지레 겁을 먹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물론, 묵기린의 실력이라면 감지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나 황보성의 연공장면에 집중하다보니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묵기린은 황보성을 따라 연공실을 나왔다.

한편, 연공실을 나온 황보성은 앞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 찬물로 목욕재개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총단에 있는 객청으로 달려갔다.

객청은 찾아온 손님의 재력과 무력등급에 따라 몇 개로 나뉘어 운영되었다. 황보성은 그 중 가장 화려한 삼층 전각으로 올라갔다.

‘서두르는 걸 보니 중요한 손님이 왔나보군.’

원래는 연공실을 나와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황보성이 신법을 펼치는 걸 보고 뒤를 몰래 따라갔다. 묵기린이 삼층 전각에 도착했을 때 황보성은 흑의를 입은 남녀 세 명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 명은 분칠한 여자처럼 얼굴이 하얀 사내였고 그 옆에 있는 사십대 장한은 눈썹이 굵고 인상이 강퍅한 사내였다. 그리고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의자에 갸름한 턱만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묵기린이 들어가는 순간,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팔을 급히 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십대 장한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여자가 고개를 젓자 사십대 장한이 황보성에게 물었다.

“기일은 정해졌소?”

황보성은 상대의 말투에 미간을 찌푸렸으나 바로 신색을 회복했다.

“내 달 그믐입니다.”

“한 달 보름 남았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소는 곤명(昆明) 외곽에 있는 들판입니다.”

장한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으음, 나는 괜찮은 선택으로 보이오. 사일련의 본거지는 대리고 흑상회는 적토평이니 곤명이라면 중립적인 장소에 해당하는군.”

황보성이 조심스런 어투로 물었다.

“혹 더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총단에 있는 객청 말고 여기와 가까운 장원을 하나 구해주시오.”

황보성이 기겁하여 물었다.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으십니까?”

장한은 손을 저었다.

“아니오. 우리가 여기 있어보았자 하등 좋을 게 없어서요.”

“그럼 속히 준비해놓겠습니다.”

황보성과 사십대 장한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묵기린은 여자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방금 묵기린이 전각에 들어서는 순간, 여자는 분명 자신의 기척을 느끼고 손을 움직이려 하였다.

묵기린이 급히 풍신을 극한으로 펼치지 않았다면 들켰을 것이다.

‘풍신을 감지한다는 건 내가 찾는 자들 중 하나이거나, 그들에게서 무예를 배운 자가 분명하다는 말인데. 주시할 필요가 있겠군.’

묵기린은 잠시 염탐하다가 서군악의 처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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