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uzirun 부지런의 서재입니다.

양치기 늑대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BUZIRUN
작품등록일 :
2019.08.29 16:48
최근연재일 :
2022.07.20 21:25
연재수 :
626 회
조회수 :
75,245
추천수 :
2,062
글자수 :
2,639,523

작성
19.09.18 12:44
조회
412
추천
10
글자
12쪽

2 부.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 2 화

DUMMY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 2







10 분. 겨우 10 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텔리는 고통스러워했다. 미치도록 끓어오르는 흡연 욕구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도 참지 못했다. 고개를 젖히기도 하고 한숨을 쉬며 손뼉을 치는 등 안절부절못했다. 10 분 후 남자 간호사가 나와서 그에게 인사하자, 텔리는 그에게 인사도 생략하고 병실에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남자 간호사는 무슨 급한 일이 있는 줄 알고 거의 뛰다시피 텔리를 병실로 인도했다.


“미스터 호세 올리베이라는 사우스 윙에 계십니다. 독방이고요. 그만큼 상태가 위중하다는 뜻입니다. 사우스 윙은 중증환자들만 모아 놓은 곳이거든요.”


“음. 음. 그렇군. 저기 미안한데 우리 여기서부터 뛰어가면 안 될까? 내가 좀 바빠서.”


“네? 그래도 그건 좀 그렇죠. 뛰다가 복도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수도 있고요. 어차피 저기 앞에 코너 돌면 바로입니다. 미스터 올리베이라는 여기 계시는 동안 단 한 명의 가족 방문객도 없어서 전 아까 데스크에서 연락을 받고 좀 놀랐습니다. 아, 그런데 미스터 올리베이라의 동생분.... 이라고... 하셨죠?”


“응. 형님과 난 어렸을 땐 사이가 참 좋았는데 나중에 같이 사업을 하면서 좀 사이가 틀어지게 되어서 이 오랜 세월을 서로 안 보고 살았지. 그런데 어떻게 내가 최근에 우리 형님이 이런 상태인걸 알게 되어서.... 아, 진짜 짜증나 죽겠네. 빨리 서두르지. 내가 좀 급해.”


남자 간호사가 어떤 방 앞에 섰다. 그는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열었다. 방은 아주 작은 창문이 하나, 그리고 침대가 하나 있을 뿐 거의 빈 방이나 다름없었다.



텔리는 침대에 누워있는 호세 올리베이라를 보고 순간 ‘아차’ 싶었다. 그는 흑인이었던 것이었다. 남자 간호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텔리를 곁눈질 하면서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까 이 환자분의 동생분...... 이라고 하셨죠?”


인종이 다른데 형제라니. 어렸을 때 자기가 입양되었다고 할까 하다가, 의심을 사게 되었을 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텔리는 생각했다. 그는 살짝 노기를 띈 얼굴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남자 간호사에게 분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봐. 남의 가족의 그런 민감한 부분은 묻는 게 아니야. 정이나 궁금하면 우리 어머니께 직접 물어보던가!”


“아!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했네요.”


텔리는 화가 나서 그의 콧구멍에선 뜨거운 김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가 화난 것은 이 남자 간호사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정보원이 그에게 미리 호세 올리베이라가 흑인이었다고 알려줬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하마터면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일이 이상하게 풀릴 뻔 했던 것이 기분 나빠서 그랬다.



순간, 좋은 생각이 났는지, 텔리는 “후후후”하고 웃었다. 다시 방긋 웃는 얼굴로 남자 간호사에게 물었다.


“이봐. 자네가 내게 실수한 것도 하나 있고 하니까,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어?”


“예? 무슨........?”


“이 방문을 닫은 다음 여기서 내가 딱 담배 한 대만 피자구.”


“아! 안 됩니다. 병원에서는 그건 안 되죠.”


“무슨 소리. 내가 알기론 주유소와 식당만 흡연 금지인 거야. 아... 아닌가? 그럼. 자, 여기. 받아.”


“그래도 병원에서는..........”


텔리는 또 수트 안 쪽 주머니에서 $200을 꺼내서 남자 간호사에게 뇌물로 줬다.


“$200 씩이나! 아... 이러시면 안 되는데....... 하아아.... 알겠습니다. 대신 빨리 피우셔야 합...”


텔리는 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클로브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담배를 빨았다.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세상에 없는 편안한 표정을 했다.


“어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텔리는 느릿느릿 움직이며 호세 올리베이라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깨뼈가 다 드러나 있을 정도로 비쩍 마른 몸에 퀭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긴 했는데 초점도 흐릿했다. 텔리가 눈앞에서 손을 휘저어도 반응이 없었다.


“아니. 우리 형님은 사람이 와도 왜 이렇게 반응이 없나.”


“형님께선 의식이 없으시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의사 말로는 반응이 없다기 보다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으신 거라고 하네요. 말도 하시는데 지난 십 년간 오직 단 하나의 단어만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남자 간호사가 대답했다. 그 때, 호세 올리베이라가 입을 열었다.


“푸....라... 글로....리아.......”


“네, 바로 저 단어에요.”


“흐음.........”


텔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세 올리베이라를 관찰했다. 손을 환자의 이마에 올려 보았다. 텔리는 잠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내 손을 머리에 올려놔도 이 자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아예 마음이 죽어있어. 겉모습은 그럭저럭 사람 같은데 속이 텅 비었군.’


텔리를 보고 남자 간호사는 환자 가족이 면회를 온 것 치고는 너무 분위기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기 눈앞에 있는 이 괴상한 게스트는 장례식장에 온 것도 아닌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고 행동도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담배 한 대를 피기 위해 자기에게 $200이나 뇌물로 주는 등 돈의 씀씀이도 보통 사람과는 영 달랐다.


‘뭐야. 이 이상한 놈은. 돈도 물 쓰듯이 막 쓰고. 말투도, 겉 모습도 영 껄렁한데 호.... 혹시 갱인가?’


간호사는 텔리가 갱이라고 생각하니까 덜컥 겁이 났다. 빨리 이 사람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면회 시간이 다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저기 미스터 올리베이라? 여기 사우스 윙은 워낙 중증환자들이 많아서 원래 면회 시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면회 시간이 종료되었는데요.”


“응응. 잠깐만.”


텔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호세 올리베이라의 왼쪽 팔뚝에 있는 타투를 눈여겨보았다.


“이봐. 간호사. 형님의 이 타투, 어떻게 생각해?”


호세 올리베이라의 왼쪽 팔뚝에는 손바닥만 타투가 있었는데 한 바싹 마른 나무가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세 개의 뿌리가 있었고 나뭇잎이 없는 마른 가지들 위에는 큰 별이 그려져 있었다.


“와우. 이거 완전 심볼릭한데!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아. 어때, 간호사. 이게 무엇처럼 보여? 혹시 갱 타투 아닐까?”


‘개..... 갱? 타투? 갱 타투?’


텔리를 갱의 멤버로 착각하고 있던 간호사는 ‘갱’이란 단어를 듣자 이 이상한 남자의 정체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 그래, 이 사람은 갱이다!


“그... 글쎄요. 나무 아닌가요. 저... 전 그냥 나무처럼 보입니다. 저, 미스터 올리베이라, 이젠 진짜 여기서 나가셔야 합니다. 그나저나, 어휴. 그리고 이 담배냄새. 빨리 가셔야 남들이 오기 전에 제가 이 방문을 열고 환기를 좀 시키죠. 그러니 어서....”


“알았어. 이것 사진 좀 찍고.”


‘찰칵.’


텔리는 스마트 폰을 꺼내어 재빨리 호세 올리베이라의 타투의 사진을 찍었다. 문을 나서면서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 한 가지만 더. 형님이 여기서 10 년이나 계시는 동안 가족이 나밖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병원비는 누가 낸 거지? 앞으로는 내가 부담할까 하는데.”


“글쎄요. 비용은 맥케이 재단에서 내는 것 같던데요. 미스터 올리베이라는 발병 전에는 거기 계열사에 고용되었다고 들었어요. 지난 10 년간 가족은 몰라도 어쩌다 한 번씩 회사 동료들은 찾아오곤 했으니까요.”





* * *





텔리는 맥케이 새너토리움의 입구를 나와서 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화를 했다.


“안녕. 앤디. 잘 있지?”


“아, 텔리. 저야 잘 있죠. 일은 어때요? 잘 돼가나요?”


“아, 덕분에........ 제대로 일을 망칠 뻔 했지. 이 자식아! 너 왜 나한테 호세 올리베이라가 흑인이라는 걸 미리 안 알려줬었어? 내가 여기 병원 사람들한테 그 녀석 동생이라고 했다가 지금 의심을 살 뻔 했잖아! 아니, 이미 의심을 샀지. 내가 올리베이라를 직접 만나서 얼마나 놀랐는데. 그래서 아까 얼마나 화가 났던지. 너가 만약 내 옆에 있었으면 죽여 버렸을지도 몰라.”


“네? 뭐에요.... 전에 저한테 말씀하시길, 친구는 안 죽인다면서요. 전 당신의 친구 아니었나요?”


“친구가 맞긴 한데 화나면 죽일 수도 있어. 누가 내 친구라면 내가 좀 더 참겠다는 거지 날 너무 화나게 하면 죽일지도 몰라.”


텔리는 얼굴의 웃음기를 싹 지우고 앤디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얼굴엔 웃음이 슬슬 돌아왔다.


“어후...... 알겠습니다. 조심할게요. 그리고 전 호세 올리베이라에 대해 다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그때 당신이 자꾸 웃으면서 그 이상한 한국 드라마 얘기만 하느라고 제 얘기를 집중해서 안 들었잖아요.”


“음. 내가 그랬어? 그 드라마가 빨리 끝나야 나도 제 정신을 차리겠군. 그거 이번 시즌이 언제 끝난대?”


“그건 일일 드라마라서 여기처럼 시즌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한 100 편 넘으면 끝날 거예요. 아마 다음 달쯤? 그리고 다신 한국 일일 드라마는 보지 마세요. 사람이 폐인이 되더구먼요.”


앞으로 한 달. 그 중독성 있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릴 것을 생각하니 텔리는 마음이 답답했다. 아니, 어쩌면 그 재밌는 걸 한 달밖에 더 못 본다고 생각하니 그것 때문에 마음이 서운한 것을 답답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새 딴 생각을 하다니. 텔리는 머리를 몇 번 흔들어 잡생각을 지우고 자신의 정보원인 앤디라는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앤디. 후안 마르티네즈 사건의 두 명의 범인들 중 또 하나는 찾았어?”


“아... 그게. 음. 너무 늦었어요. 파블로 갈시아란 놈인데 뉴욕 오티스빌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온 뒤, 한참 자기 인생을 잘 살다가 재작년에 이미 세상을 떴네요.”


텔리는 아쉬워했다. 이미 후안 마르티네즈 사건의 재조사는 예전에 해결했어야 할 일이었는데 오랫동안 진행을 시키지 않았더니 범인들이 모두 죽거나 정신병자가 되어버려서 사건의 진상을 알기가 어렵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갈시아, 그 놈의 사인은 어떻게 되지? 혹시 알고 있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었다고 알고 있어요.”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


“예. 락스타처럼요. 밥 먹다가 수프에 코 박고 죽었데요. 약 때문이겠죠. 뭐.”


“두 가지만 더 물어볼게. 혹시 ‘푸라 글로리아’라고 알아?”


“네. 그건 길거리에서 애들이 파는 것 중에 하나잖아요. 모르셨어요?”


“그렇군. 난 그런데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건 나온 지 엄청 오래된 물건인데 요즘은 잘 안 돌아요. 요즘 애들은 아예 모를걸요? 제가 현역일 때나 어쩌다 한 번 들어봤을까. 그게 부작용, 후유증 이런 게 심해서요. 뭔가 성분이 불안전해서 OD가 날 확률도 크고요. 또 잘못하면 진짜 평생 정신병자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예 뇌가 다 타버려서 말도 못하는 껍데기만 남는 수준으로.”


“껍데기..... 껍데기라?”


텔리는 ‘껍데기’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정신병원에서 봤던 호세 올리베이라가 딱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가 궁금하다면서요. 나머지 하나는 뭔가요?”


“아, 다른 한 가지는...........”


텔리는 호세 올리베이라의 팔뚝에 그려진 타투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주차되어 있는 자기의 차로 가는 도중 맥케이 재단 새너토리움의 표지판에 그려진 맥케이 재단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 앤디. 아... 아냐. 됐어. 나 혼자 해결했어. 뉴욕에서 보자구. 훗훗훗.”


텔리는 잠시 서서 표지판을 바라보고 웃음 지었다.



맥케이 재단의 로고에는 별과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양치기 늑대소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 부.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 3 화 19.09.19 390 12 15쪽
» 2 부.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 2 화 19.09.18 413 10 12쪽
25 2 부.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 1 화 19.09.18 489 14 14쪽
24 1 부. 검은 방 - 23 화 19.09.17 651 14 15쪽
23 1 부. 검은 방 - 22 화 19.09.16 470 15 22쪽
22 1 부. 검은 방 - 21 화 19.09.15 466 14 15쪽
21 1 부. 검은 방 - 20 화 +4 19.09.14 514 13 17쪽
20 1 부. 검은 방 - 19 화 19.09.13 485 12 15쪽
19 1 부. 검은 방 - 18 화 19.09.13 530 13 13쪽
18 1 부. 검은 방 - 17 화 +2 19.09.12 552 13 15쪽
17 1 부. 검은 방 - 16 화 19.09.12 593 10 13쪽
16 1 부. 검은 방 - 15 화 +2 19.09.11 627 16 21쪽
15 1 부. 검은 방 - 14 화 19.09.10 686 15 19쪽
14 1 부. 검은 방 - 13 화 +4 19.09.09 765 15 21쪽
13 1 부. 검은 방 - 12 화 +6 19.09.08 780 16 14쪽
12 1 부. 검은 방 - 11 화 19.09.07 817 17 20쪽
11 1 부. 검은 방 - 10 화 19.09.06 918 18 23쪽
10 1 부. 검은 방 - 9 화 19.09.06 1,018 19 15쪽
9 1 부. 검은 방 - 8 화 19.09.05 1,130 22 12쪽
8 1 부. 검은 방 - 7 화 19.09.04 1,134 22 14쪽
7 1 부. 검은 방 - 6 화 19.09.04 1,235 24 15쪽
6 1 부. 검은 방 - 5 화 +2 19.09.03 1,391 26 20쪽
5 1 부. 검은 방 - 4 화 19.09.02 1,497 27 18쪽
4 1 부. 검은 방 - 3 화 +2 19.09.01 1,650 28 18쪽
3 1 부. 검은 방 - 2 화 +6 19.08.31 2,047 30 17쪽
2 1 부. 검은 방 - 1 화 +4 19.08.30 2,978 41 12쪽
1 프롤로그 +6 19.08.29 4,051 4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