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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2:43
최근연재일 :
2019.05.04 00:2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1,072
추천수 :
361
글자수 :
171,630

작성
19.04.15 01:43
조회
559
추천
12
글자
11쪽

16화 소녀들 (1)

DUMMY

***


새로 생길 랄프포션상점 2호점 오픈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금? 넘쳐나진 않지만 그건 이미 어느정도 가지고 있고.

생산시설? 랄프상점 1호점에서 만들어 낼 거라 문제 없다.

유통체인? 그것도 이미 확보되어 있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가게를 운영 할 수 있는 직원.

그 최적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잘 차려입고 고오급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쾅 -


그리고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 것은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문을 박차며 다인씨의 손을 잡고 끌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치마나 바지 같은 옷이 아닌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상의, 하의 나뉨이 없이 한 벌로 된 옷에, 허리춤에는 두꺼운 띠를 감아 고정한 듯 하였다.

옷의 재질은 맨들맨들한 재질에 꽃문양이 그려져 있어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전통의상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녀 역시 다인씨처럼 다람쥐 같은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지만 멀리서 본 둘의 분위기는 달랐다.

다인씨는 외모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발랄함이 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소녀라면, 다인씨를 끌고 가는 이 수인은 옷 때문인지는 몰라도 귀여운 겉모습과 다르게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소녀였다.


귀여운 수인 소녀 둘이 손을 잡고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에 목이 메었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고 이년아!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야?“

”아 엄마! 아파! 손 놓고 말해여!“

”그러니까 너 나이 먹을 대로 먹어서 신랑감 하나 제대로 못 구하잖니? 그만하면 됐다. 마을로 돌아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아수라장의 예감에 나는 숨을 삼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학생 둘이 티격태격 싸우는 것 같았지만, 다인씨의 어머니의 포스는 멀리있는 나까지 숨이 막히게 했다.


”엄마 아냐! 나 일도 잘 하고 있고 만나는 남자도 있다구여!“

”거짓말 하지마! 저번에도 남자 만난다더니 애인 대행 알바였잖아!“

”이번엔 진짜. 며칠 전에도 우...우리집에서 자고 갔어여!“


털썩...


연달아 들려오는 충격적인 정보가 나를 덮쳐오고 나는 그 충격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귀여운 다인씨가 남자가 없어서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생까지 구했었다니.

거기에 지금은 집에서 같이 잘 정도의 남자친구까지 있다고?!


아! 분명 며칠 전에 만나서 술 마셨을 때 다인씨는 최근 발정기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나랑 같이 술 마실 때 까지만 해도 없던 남자친구가 며칠 전에 자고 갔다...


그렇다는 건!


다인씨가 한참 발정기 때문에 정신 차리지 못할 때!

저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귀중한 소녀의 몸만을 노리고 다가온 파렴치한 로리콘 자식이 다인씨랑 자고 갔다는 건가!


네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찾을 것이고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죽일 것이다.


퍽-


딸을 납치당한 아빠의 마음처럼 원통한 마음을 곱씹고 있을 때 갑자기 들린 묵직한 소리에 둘을 보았다.

어머님은 다인씨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고 다인씨의 다리가 풀리며 양 무릎이 바닥에 닿으려는 순간 다인씨의 어머니는 배를 친 반대쪽 손으로 다인씨의 머리칼을 잡아챘다.


나는 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말려야 한다는 별다른 생각 없이 뛰쳐나갔다.


”잠시만요! 다인씨!“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춰선 다인씨의 어머니는 잡았던 다인씨의 머리채를 놓으며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 짓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아까 고함치던 목소리와는 달리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어머. 누구세요? 혹시 우리 다인이 친구인가요?“


다인씨가 가드도 못 하고 한방에 쓰러지는 걸 보지 못했더라면 이 소녀 같은 웃음에 두근거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포감의 짓눌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인이라고 합니다.“

”카인...카인... 아~ 들어본 것 같네! 그 눈이 찢어져서 귀엽다던 그 친구!“

”하...하하... 예전에 같이 일했었던 직장 동료입니다.“


대체 누가 누구보고 귀엽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날 알고 있다니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런데 여긴 무슨일로?“

”이번에 가게가 2호점을 내서, 다인씨와 같이 일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아하. 2호점 오픈이라니 축하드립니다.“

”뭘요. 더 열심히 해야죠.“


”그런데.“


다인씨의 어머니 입에서 나온 한 단어에 주변의 공기가 5도씨는 내려간 듯 차갑게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카인씨. 다인이 저랑 오늘 마을로 돌아갈 거라서. 카인씨랑 같이 일은 못할 것 같네요.“


쓰러져있던 다인씨는 급하게 일어나서 내 팔짱을 꼈다.


”아~아~엄마. 아까 말했던 남자친구가 카인이에여!“


응?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래? 아닌 것 같은데?“

”진짜라니까여?“

”카...카인이 부끄러움을 잘 타서 그래여!“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어머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맞아! 카인 며칠전에 자고갔다는게 카인이야.“

”그게 자고 가긴 했지만...“


아까 말한 자고 갔다는 사람이 내 얘기였어?

그건 잠만 잔 거잖아!


꽈-악


다인씨는 내 오른팔에 팔짱을 낀 채 어머님께 보이지 않는 각도로 내 오른쪽 옆구리를 꼬집었다.


후...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맞춰달라는 건가...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해 보면, 남자친구가 없는 다인씨를 어머니가 마을로 끌고 갈 예정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말을 좀 맞춰 줘야하나...


”어머님.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카인이라고 합니다. 여기 서서 얘기하는 것도 좀 그렇고, 우리 다인이 주려고 케이크를 사 왔는데 같이 드시면서 얘기하시죠.“


다인씨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미끼로 가져온 케이크를 내밀면서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생각보다도 더 기분이 풀린 듯이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머 이런 걸 다 사 오고.“

”어머님이 오시는 줄 알았다면 더 좋은 걸 준비했을 텐데.“

”센스있는 남자친구라니. 다인이 참 좋겠네.“

”다음에 오시기 전에 꼭 말씀해주세요. 몽블랑을 참 잘하는 곳을 알고 있어서요.“


어머님의 기분이 풀어졌는지 케이크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얘 다인아 뭐하니? 빨리 들어와서 차라도 준비하지 않고.“


***


향긋한 차와 함께 마시는 달콤한 케이크는 평소와 달리 그다지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선과 정신은 눈 앞에 있는 수인 모녀의 비위를 맞추며 혼신의 연기를 하는 것 뿐.

잠깐만 버티면 된다.


”그래서 둘은 언제부터 사귀게 된거야?“

”에이 엄마 뭘 그런 걸 물어봐여?“

”오래 사귀었으면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지. 옆집에 걔 누구니 브릴리시아쪽으로 나간다고 했었던 애.“

”에이미여?“

”그래 에이미. 걔도 몇 년 연애만 하고 동거하더니 결국 남자가 도망갔다더라. 그런 무책임한 녀석들도 있으니 너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지?“

”흠흠. 어머님. 제가 다인이랑 사귀긴 하지만 아직 그렇게 오래 만난 것도 아니고...“

“카인씨. 우리 딸아이랑 잤다면서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죠? 사람이란 것들은 그렇게 쉽게 여자를 버리고 그러나요? 우리 수인들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냥 술취한사람 데려다 주고 잠만 잤다구요! 아니 심지어 나는 그날 자지도 못했어!’


변명은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참아야 했다.

내 오른쪽 팔을 잡은 작은 동물같이 떨고 있는 다인씨를 보니 지금 와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고...


“우선 두 사람이 먼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다인이랑 결혼 생각은 안 했었지만, 두 사람이 지금부터 시간을 가지고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올해 안에 결혼하는 걸로 해서 부모님들 뵙고 얘기하죠.”


시간을 가지고 얘기해보겠다는 나의 말이 무색하게도 어머님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혼은 기정사실인 것 같았다.


“제가... 기억을 잃어서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물론 결혼할 정도로 모아둔 돈도 없고...책임감도 없고... 뭐 그런 별로 써먹지 못할 사람이라...”


몇 년간 알아온 다인씨를 정말 좋아한다.

외모, 성격, 분위기.

그녀는 정말 함께할수록 기분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행복해져야 한다.

나같은 사람 옆이 아니라.


그래서 남자친구 역할까지는 해줄 수 있지만, 결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인씨가 끌려가는 것을 막고,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게 말을 맞추긴 했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돌이킬 수 없어 어떻게든 거절 당해야 했다.


“아냐! 카인은 써먹지 못할 사람이 아니야! 항상 열심히 하고 다정하고. 가족이 없으면 어때! 내가 가족이 되면 되는걸!”


어? 거기서 그러면 안되죠 다인씨?

왜 다인씨가 그래요?

진짜 결혼할 기세인데? 몰입하셨어요?


그리고 바로 다인씨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요. 우리 딸 아이가 좋다네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엄마 그럼 돌아가는거야?”

“일단은 돌아갈게. 둘 사이가 그렇게 좋고, 너도 여기에서 잘 생활한다는데 강제로 데려갈 수는 없지.”


오른쪽 주먹을 꽉 쥐고 해냈다고 느끼는 듯한 다인씨에게 어머니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올해까지야. 두 사람 결혼 안 하면 너 강제로 데려갈 거니까.”

“아...알고 있다구!”

“그리고 카인씨도. 우리 다인이에게 책임질 짓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져 주시길.”


나도 모르게 등으로 식은 땀 한줄기가 흘러 내렸다.

잠깐 이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알겠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돌아가고 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바로 돌아갔다.

나에게 한마디 말만 남긴 채.



“만약 우리 딸을 장난으로 가지고 논 거라면. 편히 죽지는 못 할거에요.”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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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소녀들 (1) +4 19.04.15 560 12 11쪽
15 15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5) 19.04.14 588 9 11쪽
14 14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4) 19.04.14 576 8 7쪽
13 13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3) 19.04.13 624 10 11쪽
12 12화 칼라마타의 나무 다람쥐 (2) +3 19.04.12 639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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