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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물산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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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23.03.24 17:00
최근연재일 :
2023.03.31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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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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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35

작성
23.03.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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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DUMMY

#002화






여신에게서 마를 멸하는 준엄한 신력이 느껴졌다.


“이런···”


“여기까지입니다.”


늦어버린 건가?


마석의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명백히 패퇴해버린 마왕성. 그로 인해 나와 마신 또한 힘이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인간과 용사, 그리고 천사들의 신앙심을 받는 빛의 여신의 힘은 차원이 달랐다.


시간 정지의 마법을 뚫고, 이곳에 들어온 빛의 여신은 금빛의 신력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우리 마신의 마신력조차도, 그 앞에서는 강풍 앞에 부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느껴진다.


“늦었지만 빠르네. 언제나 그랬지만.”


“당신 또한 언제나 빠르지만 늦었었죠. 그 순환의 굴레를 끊어낼 때가 왔습니다.”


이중적인 선문답.


마신에게는 자신이 행할 최후의 마법 시연 전에 빛의 여신이 도착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의미였고.

빛의 여신에게는 최후의 카드를 예상보다 빠르게 시전한 건 알겠지만 본인이 시작 전에 도착했으므로 끝이 났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 마신은 빛의 여신에게 콧방귀를 ‘팽’ 하고 끼며 본인의 마신력을 높였다.


빛의 여신에게 강한 압박감을 받는 나를 위한 듯했다. 덕분에 나는 그 압박을 이겨내고 빛의 여신을 직시할 수 있었다.


“내 쫄따구한테 패배할 뻔했으면서, 잘도 말하는구만.”


“그런 훌륭한 부하의 공적마저도, 결국 윗선의 무능으로 모래알과 같이 무너져버리는 것. 그 정도의 대업을 아무런 가치가 없게 무산시킬 정도로, 무능한 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로군요.”


두 존재의 눈빛에서 불꽃이 튄다.

몇 천 년. 아니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어둠과 빛의 대립. 항상 평행선을 달리는 두 존재였다.


그리고 빛의 여신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왕 이클립스 에실리우스. 그대는 훌륭했습니다. 제가 직접 오지 않았더라면 어둠의 승리로 끝이 났었겠지요.”


“······”


“하지만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하십시오. 이 싸움은 우리 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시간을 정지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것. 이 시간 봉인 마법이 끝나는 순간 용사와 제 군세가 이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준엄한 선고.


나는 한 발짝 앞에 나서며, 공손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빛의 여신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우리 마신은 이 새끼가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쳐다봤지만.


“지고하며 모든 생명에게 활력을 내리시어, 세상 만물의 그림자를 걷어내시는 빛의 여신이여. 정녕 저희가 패배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의미가 없습니다. 옆에 있는 마신 또한 봉인 당한 반신체. 지금의 전국에서 큰 의미를 지니진 못할 것입니다.”


“오오··· 저의 능력의 대단함을 인정해주시어,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이 있사옵니다.”


빛의 여신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다 끝나버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제안이라는 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이라는 건 모름지기 만물을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가장 근원적인 힘이 아니겠사옵니까. 한낱 벌레부터, 저 수많은 인간들에게까지 빛의 여신의 자비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그대들에게 승리할 수 있었지요."


난 그 말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이라도 저도 그쪽 편으로 투항···”


끄악.


마신이 내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쳤다.


“······”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진심을 담은 신의 일격을 맞으니 뒤통수가 터질 것 같이 아파왔다.

난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서 우리 마신에게 삿대질을 했다.


“야이, 썅. 잠깐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남의 뒤통수를 그런 식으로 후려 까냐? 아무리 마왕이라도 골 깨지는 줄 알았네.”


아닌 게 아니라 마신이 전력을 담아 때린 주먹질에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내 육체는 마의 극한 체이다.

인간의 소드마스터가 전력을 다해서 검을 휘둘러야 생채기가 나는 수준이다. 마력을 두르면 그것조차 힘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내 강인한 육체마저도 두개골이 깨질 뻔했다.


“농담 좋아하시네. 진짜 진심으로 고민한 얼굴이 보였거든?”


"그렇다고 주먹에다가 마신투기까지 담아서 때리냐. 이 자식아!"


나와 마신이 투닥거리자 빛의 여신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지금은 장난칠 시간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저를 몰아세운 마왕 이클립스 당신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이미 모든 게 결정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다툼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나는 삐딱하게 서서, 한 쪽 귀를 파서 ‘후’ 불고는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


“그래서 다 처 망했으니까 얌전히 배때기 들이밀고, 니들이 찔러주는 칼 맛있게 먹으라는 거야?”


“······”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니 능력으로 이겼냐. 반칙 써서 이긴 주제에 뭘 그리 당당해. 정의를 집행하는 신이라는 게, 지 혼자 불법을 다 저지르고 ‘정의는 승리한다’ 이러고 자빠졌네. 애당초 동네 애들 싸움에 어른이 직접 나오는 게 말이 되냐?”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빛의 여신을 보며, 나는 더욱 분노하며 말했다.


“설사 니네가 진다고 하더라도. 법칙의 수호자답게,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끝내게 하도록 만드는 게 빛의 진영의 일 아니었냐고. 맨날 애들한테 '규율을 지켜야 합니다' 이러고 다니면서 젤 윗 대가리가 지 먼저 규율을 어기네. 집안 꼴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내 속사포 같은 말을 들은 빛의 여신은 화를 내기는커녕, 눈을 감고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죠. 당신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우주의 대인과율 앞에서, 저의 사소한 잘못 같은 것은 먼지보다 작은 것. 저는 세상을 수호하기 위해서 제 자신에게 티끌을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지랄하고 있네. 세상을 수호? 세상을 수호한답시고 니네 천계 쪽은 쭉 빠져있다가 인간이랑 마족이랑 치고 박다가 양측 힘 다 빠지니까. 마지막에나 참전했냐? 거기다가 인간 용사가 뭐야, 인간 용사가.”


난 내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난 마족이다. 마왕은 마족이라고, 니네도 니네 천사 중에 데려다가 니 용사를 삼던지 해야지. 인간을 용사로 만들어서 몸빵을 시켜? 그래 놓고 니네가 빛을 수호한다고 해?”


그래. 빛의 진영이 열 받는 건 이거다. 지들은 피해 하나 없이 끝까지 쏙 빠져있는 데다가, 자신의 직속 수하라 할 수 있는 존재까지 인간을 이용해 먹는다. 바닥부터 끝까지 구르며 우리와 투닥거린 건 인간인 용사 일행이었고, 빛의 여신은 그들에게 가끔가다 장비나 던져주면서 힘내라 응원하는 식이었다.


그리고는 끝에서야 참전해서, 본인 진영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한다.


영악하고 효율적이다.


이게 인간계의 전쟁이라면야 매우 칭찬받을 만한 행위이다.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제3국을 시켜 양 나라를 상잔시킨 후 과실만 다 처먹는 방식.


하지만 그건 이해득실을 논하는 인간들에게나 매우 적합한 방식이지, 세상을 수호한다는 존재들이 할 짓은 아니다. 수호자가 왜 수호자인가. 본인을 희생하여 남을 지켜내기에 수호자라 하는 것이다.


저 빛의 여신이 하는 행동은 지극히 위선적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지적했음에도, 빛의 여신에게는 별다른 부끄러움이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냉엄한 어조로 나를 꾸짖는다.


“뭐라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은 이 세계를 위한 일입니다. 대우주를 알지 못하는 당신에겐 아마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우주? 그게 뭔데?”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마왕인 당신으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 그것을 말해줄 수 없는 것은 마신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슬쩍 우리 마신님을 쳐다보자, 그 말이 맞는지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이제 와서도 비밀이라는 게 있는 것이 좀 미안했던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분전한 그대에 대한 후예(厚禮)로서 그대에게 자비를 베풀려 하였으나, 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이제 끝···"


빛의 여신이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우리 마신에게 말했다.


“야, 아직 멀었냐?”


“다 됐어. 그리고 난 너네 신이다. 존칭을 좀 하도록. 다른 데라면 몰라도 저 빛의 여신 앞에서는 좀 해주면 안 되냐?”


"···..?"


"빨리 시작해. 시간 충분히 끌어줬잖아."


우리의 말을 다 들은 빛의 여신은 순간 당황해하며 신력을 전개하려 했지만, 우리 마신이 더 빨랐다.


이 의미 없는 말싸움을 한 것은 다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이었다. 마신이 준비하는 것은 거대한 마법이었고, 그것은 신에게도 시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간에 적당한 눈치로 빛의 여신에게 말을 걸어서, 시간을 지연 시킨 것이다.


헤헹. 이 마신 놈이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수천 개의 마법진이 순식간에 작동하며, 우리가 있는 공간을 형형 색깔의 빛으로 물들인다.


이미 막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빛의 여신이 주변의 공간을 서둘러 둘러본다.


“이게 무슨 도대체 무슨 마법을···?”


빛의 여신은 마신의 마법을 막기 위해 자신의 신력을 전력으로 뿜어내보지만, 이미 발동하기 시작한 마법은 그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오히려 빛의 여신의 힘을 받아 더욱 빠르고 가열차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 압도적 밀도의 마력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한 채 서 있었다. 입조차 열고 닫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 마력은 내 몸을 허공에 띄우기 시작했다.


마의 극한에 달한 마체. 마왕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마력이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말 그대로 시계 축처럼 꺾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법의 본 모습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빛의 여신은 경악해서 소리를 지른다.


“이건···! 당신, 이 세계의 개입을 포기하는 건가요?”


“아마추어 같이 놀라기는. 망한 거 한 번은 물러봐야지 다음 판에도 열심히 해보라고.”


“그럴 수는··· 이 싸움은 최선의 결과로 끝이 났습니다. 비록 대립하는 진영이나 이 세계를 수호하는 신(神)으로서 이 싸움의 뒤를 알면서도 굳이 이렇게 해야겠다는 건가요?”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너만 좋은 일을 시켜줄 순 없지. 또 이기면 돼. 잘해 봐.”


“아··· 안 돼!!”


다급한 빛의 여신의 절규가 들려왔고 그 순간 세상이 깨져버렸다.


쨍그랑-!


깨져 버린 차원. 오색 빛깔로 빛나는 형형색색의 공간에서 나는 부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유하던 몸은 갑작스럽게 어디론가 급격하게 빨려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시야로 강한 인력을 발휘하는 듯 보이는 거대한 싱크홀이 보였다. 통로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했고 허공에 생긴 게 아주 불길했지만... 선택지는 없는 듯했다.


이내 쏙- 하고 몸이 골인하자 감각이 사라졌다.

.

.

.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 통로를 통과하고 나자 검고 검은 거대한 우주가 보인다.


‘섬···?’


거대한 섬 위에 거대한 바퀴가 있으며 수레바퀴처럼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바퀴 자체가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천천히 천천히 돌고 있지만, 나를 주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보고 있나···?’


점차 선명해지는 의식.

그리고 이제야 난 이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재수 없게 누굴 쳐다보는 거야, 확 그냥.’


너무도 강렬한 시선.

바퀴 하나가 보고 있음에도 그것도 수천 개의 시선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이다.

그나저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이 상태가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난 이곳에 이렇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능력 계승이 완료되었습니다.]


[마신의 인과율에 따라 원하시는 전생 특성 지정이 가능합니다]


아무런 대상이 없었지만 머리 속에 명확한 메시지가 새겨진다.

세계의 근원의 목소리.

그리고 난 다시없는 선택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신은 인간으로만 전생이 가능하다고 했어.

그렇다면 어떤 대상이 가장 좋을까.


왕가의 자손으로 태어나면 권력다툼 때문에 시간 다 보낼 수가 있다. 재수 없게 유아 때 살해당할 확률도 높고.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로 태어나봤자, 기존의 마왕보단 다 덜떨어진 수준이다.

게다가 무력으로 점령해봤자 이미 지난 세계정복 때 경험해보았다. 결론은 실패.


그렇다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지.


‘부잣집 아들로 전생한다!’


[대상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전생이 시작됩니다]


그와 동시에 내 의식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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