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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물산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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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23.03.24 17:00
최근연재일 :
2023.03.31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62
추천수 :
7
글자수 :
77,435

작성
23.03.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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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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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화

DUMMY

#001화






나는 울고 있었다.


넘쳐나는 강대한 마력. 무한한 군대. 그리고 저 위용을 뿜어내던 마왕성까지.


이제는 걸레짝이 되어 무너지고 있었다.


병장기 소리와 마법이 부딪히며 폭발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초토화된 마왕성의 꼭대기에서, 마왕군 사천왕마저 쓰러진 후에 곧이어 닥칠 용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나의 최정예 마왕근위대가 막고 있지만, 시간 벌이일 뿐.


애당초 사천왕조차 무너진 상황에서, 근위대가 용사 일행을 막아낼 리는 만무하다.


아직 마왕으로서의 힘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이미 몰릴 대로 몰린 상황은 역전의 가능성이 1%조차 없었다.


“이미 진 건 진 거잖아. 마왕이면 대범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이런 상황에서 나의 속을 박박 긁으며 염장을 지르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 신(神)이다.


마(魔)의 신. 데미셀리오프. 내가 모시는 신이다.

보라색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의 어린 소년의 모습이지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심연의 구멍 같은 검은 눈은 신답게 끝없는 마력을 품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종족을 미치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봉인된 채로 혼만이 움직일 수 있는 아주 멋지신 분이다.

그런 마신이 내 머리위에서 머리에 팔을 괸 채로 나태로운 얼굴로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상황이 이 모양인데도, 저렇게 한가로운 우리 마신을 보며 난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뭐가 어째? 내가 진 게 아니라, 우리 신님 덕분에 진 거잖아.”


“뭐?”


“내가 할 역할은 다했다고! 전 세계 대륙을 전부 점령한 데다 용사 일행도 다 처발라 버렸는데, 댁이 빛의 여신을 견제해주지 않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 아냐!”


열받은 나의 직언을 들은 마신이 눈을 꿈벅꿈벅 거렸다. 본인 생전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는 얼굴이다.


“이 새끼가 지네 신한테 말하는 꼬라지 보소.”


분노한 신의 신력까지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마당에 난 더 세게 나갔다.


“신이면 신이지! 역할을 다하지도 못한 신을 내가 왜 챙겨주냐! 다 말아먹고 망하게 생겼는데, 니가 한 게 도대체 뭐냐고!”


그렇다. 나는 정말 마왕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승승장구하며, 인간계 전력을 패퇴시키며 세계의 90%까지 점령을 했다.

물론 인간계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고, 저 용사 일행을 필두로 온갖 저항을 해왔기에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대전에서 나와 사천왕은 용사와 대륙연합군에게 승리했고, 덕분에 마왕군의 전력이 대폭 감소는 하였지만, 그래도 인간계 정복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뒤통수만 맞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쩔 수 없었어. 인류의 대규모 희생으로 발생한 인과율이 여신강림의 정당성을 만들어버렸다. 그러게 적당히 좀 죽이지 그랬냐.”


“이봐 그걸 막으라고 우리 마신님께서 있는 거 아니었나. 그리고 애초에 댁이 무력으로 정복하라고 해서 이렇게 한 거 였잖아!”


“낸들 알았냐. 그렇게 개인적인 인간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빛의 여신을 찾을 줄은. 내가 개입하고 싶어도 우린 인과율이 부족하더라고.”


“뭐 이 자식아!!!”


마지막 최후의 전투, 인류 연합군에 대한 마무리 공격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절망에 빠진 인간들이 다같이 소원을 빌자, 여신이 현세로 직접 강림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악전고투 끝에 몰살시키는 데 성공했던 용사 일행이 최강의 형태로 부활했다.

인간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난 반대로 망해버린 것이고.

덕분에 내가 소중히 키워온 사천왕도, 부하들도 모두 한 줌의 재로 돌아 가버렸다.


억울했다.


반칙이지 않은가. 신이 직접 강림해서 지다니.


원래 신은 본인이 관여하는 세계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여신과 마신이 용사와 마왕이라는 대리전을 펼치는 것은 본인들이 직접 세계에 강림할 경우, 상대 신 역시 직접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의 신이 개입하면 마신이 당연히 개입할 권리가 생긴다.

반대로 마신이 현세에 강림하면 빛의 여신 또한 개입할 수가 있다.


신과 신이 부딪히면 그 세계는 파멸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가호를 받은 마왕과 용사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것.


만약 직접 강림이 현실화된다면 그 사태는 어떻게든 이 앞에서 꼬장부리고 있는 우리 마신님이 막아줘야 하는 것이다.


"뭐 어쩌겠어. 진 건 진 거지."


남의 일처럼 말하는 우리 마신님을 보면서 난 어이가 없어 입을 벌렸다.


"이게 누구 때문···"


하지만 내 말을 자르는 마신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너가 그렇게 미련이 남는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기회를 준다고···? 어떻게?”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절체절명. 여신이 직접 강림한 데다 여신의 직속호위군 13의 천사를 위시한 1억이 넘는 천사 부대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거기에 최강의 형태로 부활한 용사 일행까지 쳐들어오고 있는 상황에 무슨 수가 있는 걸까.


아무리 봐도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마신님의 얼굴은 꽤나 자신만만했다.


“애당초, 난 등장도 못 하고 패배했으니까. 한 번 무를 수가 있어. 시간을 돌리는 거지.”


마신은 쉬운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나 또한 마의 극한에 도달해서 반신의 경지에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저 말이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돌린다고?”


“그래. 나까지 등장해서 한바탕 했으면 안 되겠지만 등장도 못 해서 마의 측이 패배한 지금 내 모든 인과율을 소모하면 한번은 시간을 돌릴 수가 있다."


“신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빛의 여신 또한 시간을 돌리는 걸 차단하거나 같은 짓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내 의문에 마신 데미셀리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신이라면 누구나 할 수는 있지. 하지만 하지 않는다. 시간을 돌리는 것 자체가 해당 신이 속한 세계에서 개입을 포기할 만큼의 거대한 인과율을 필요로 한다. 기껏 시간을 돌린다 하더라도 본인의 개입권이 날아가 버린다면, 의미가 없지.”


“그럼 어떻게 시간을 돌린다는 거지? 댁은 애당초 봉인까지 되어서 그 모양일 텐데.”


나의 비아냥에 마신의 마체가 빠직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봉인이 되어있으니까 반대로 가능한 것이다. 저쪽은 직접 강림. 나는 봉인돼서 미개입. 그러니까 인과율이 남아도는 것이지.”


과연 그렇군. 저쪽은 현세에 등장하는 사기적인 개입을 했지만, 이쪽은 방관자에다가 더해서 봉인까지 되었으니 극 유리 VS 극 불리의 상황인 셈이다. 마신과 빛의 여신이 동등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세계의 균형. 즉 균형추를 맞추기 위한 여력이 엄청나게 많다는 소리다.


“그 말은 초기의 상황처럼 다시 대치해서 시작한다는 말인가?”


마신은 고개를 젓더니, 이제까지 반 농담처럼 느긋하게 말하던 얼굴을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상황은 동일하지만, 이쪽이 몇 가지 제한을 받게 된다. 저 여신의 직접 강림은 꼼수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야. 우리가 패배한 걸 무르기 위해선, 불이익을 전제로 해야 한다.


“불이익이라면?”


“가장 큰 게 내가 봉인된다. 조건을 찾으면 해제되는 봉인이 아니라 아예 판에서 나올 수가 없어. 내 모든 인과율을 희생해야 하니까. 내가 없는 상황에서 빛의 여신과 한판을 떠서 이겨야 하는데, 가능하겠냐?”


그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나는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의 직접 개입이 가능하냐 안 하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재시작하는 것이고, 다시 한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한없이 낮아진다.


그렇기에 마왕이라는 고위 존재인 내가 기억을 가지고 회귀하는 것보다 빛의 진영 측엔 여신강림이라는 카드가 더 강력하다는 뜻이다.

하긴 나오면 내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든 간에,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조커니까.


하지만 애당초 지금 망한 판에서 1번 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물론이다. 니가 신은 간섭을 못한다고 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초기 전제부터 틀려서 마지막에 진 거라고. 신조차 참전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면 처음부터 전략을 다시 짰을 거고 저 망할 년이 강림한다고 했더라도 이겼을 거다. 아니 강림 자체를 내가 사전에 차단 시켜 놨었겠지."


"······"


존경 따윈 엿 바꿔먹은 말투였지만 우리 마신님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누가 마왕 아니랄까 봐. 잘난 척하고 자빠졌네. 말하는 싸가지 보소."


심술 가득한 말투였지만 난 오히려 콧방귀를 꼈다.


“잘난 맛이 아니고. 난 잘났다. 나의 우수함은 너도 알지 않은가. 애당초 평범했던 나를 마왕으로 선택한 건 네놈이다. 그리고 너만 아니었음 승리했다.

난 그냥 잘난 체하는 게 아니고 실적을 가지고 나의 우수함을 증명한다.”


점점 병장기 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전투가 끝나간다는 신호였다.


“더 이상 말싸움할 이제 시간이 없다. 마를 위해 희생해다오. 마신이여. 내가 꼭 책임지고 마의 승리로 이끌어주마. 빨리 전생 마법을 시전 해라”


내가 재촉하자, 마신은 떪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휴. 어쩌다 저딴 것을 마왕으로 선발해서··· 다 내 업보이지.”


마신이 손을 휘젓자 갑자기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투 소리마저 멎어가며, 마왕성 밖에서 불던 바람. 매연. 먼지마저 멈추기 시작했다.


시간이 정지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신은 신인가보다.


시간을 멈추는 것은 마왕인 나조차도 결코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마왕으로서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세계 그 자체에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오직 신만이 가능한 영역.


그런데 문제는 지평선 너머에서 황금빛 빛이 시간이 멈춰서, 회색빛으로 물든 세상을 조금씩 침범하는 게 보였다.


그걸 보고 마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망할, 빛의 여신이 개입하려 하는군.”


개입을 막기 위해 마신도 힘을 더 끌어내는지 황금빛과 회색으로 변한 세상이 맞닿는 부분이 스파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빛이 다가오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이윽고 마신의 몸에 수천 개의 마법진이 겹쳐서 발동하기 시작한다. 하나하나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마법의 마력이 느껴진다. 단순히 복합 마법이라면 나도 저 정도는 흉내 낼 수 있지만, 그 하나하나에 세계의 흐름을 조정하는 인과율이 섞여 들어가는 걸 보자 나조차 전율이 일어났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뭔데, 이거 하려면 나도 집중해야 한다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중요한 거다. 시간이 돌아간다면, 다른 신들도 알 수 있나?”


“아니. 다시 말하지만 시간을 돌린다는 건, 신이 본인을 희생하는 자기희생 주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급의 신조차 알지 못해. 그리고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나와 빛의 여신뿐이니까, 둘만 영향을 받는다.”


“이 세계?”


“그 이상은 네 정보 권한을 넘어선다. 뭐 그냥 빛의 여신은 모른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넌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알았어.”


“시작한다.”


파츠츠츠-!


하지만 그때, 빛의 여신이 기어코 어둠의 마신이 정지한 시간마법을 뚫고 이곳에 강림했다.


금빛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적인 미를 가진 여신.

순백의 법의를 입고 태양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든 채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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