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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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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1126
작품등록일 :
2021.01.04 23:26
최근연재일 :
2021.03.25 20: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5,365
추천수 :
140
글자수 :
366,131

작성
21.01.04 23:41
조회
377
추천
6
글자
11쪽

소환 당했다 (1)

DUMMY

“오늘도 지긋지긋한 부모님의 잔소리 정말듣기 싫네.···.”


나의 이름은 박학준 나이 27살 직업은 없다.

물론 가진 것도 없다.

그래도 과거에는 나름 엘리트 복싱선수 출신에 전국체전 메달까지 휩쓸고 다녔는데, 지금은 한낱 과거를 연연하는 백수가 되었다.


‘내 미래가 정말 멋지게 될 줄 알았는데···.’


항상 똑같은 패턴 오늘도 2시쯤에 일어나서 씻고 운동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간다.


“역시 백수는 운동을 하면 안 돼. 운동 후 만족감 때문에 직장인 보다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주제에 집에 돌아와선 누워서 폰이나 만지작거리는 게 일상이다.

실행력 없는 자식.

실천력 없는 자식.

주먹은 빨라도 몸짓은 굼벵이보다 느린 자식.

주라곤 침대의 수호자가 되어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 뿐.

간신히 떨어진 발걸음은 운동하러 헬스장에 갈 때 빼곤 없다.

몸 건강은 어지간히 챙기면서 정신건강은 걱정도 안되는 게 내 삶이다.

눈앞에 보이는 신호등처럼 내 인생의 초록불은 그리 길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인생 너무 싫다. 내가 죽거나 세상이 멸망해야 이런 고민도 사라지나···.’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운동을 하려고 나는 집 밖으로 나가 항상 지나가는 사거리 신호등을 대기 타고 있었다. 변함없는 일과 후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굼벵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일 뿐이었을 텐데.

뭔가 쎄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술에 취한 느낌이었다.

주마등?

시간정지?

아니면 자다가 침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뇌에 들어갈 수분이 부족했나?

이런 허접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찰나 갑자기 발밑에서부터 빛이 감싸이더니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 사라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자형의 긴 공간에 여러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그 양 너머로 몇세기전의 유럽풍의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인들이 모여 있다. 몇세기의 복장인진 내 지식이 부족해서 알 수 없지만 높은 신분임이 틀림없었다. 중앙에 서있던 보다 화려한 복장의 여자와 로브를 입고 있는 두 남녀가 내게 다가왔다.


“공주님 성공했습니다!”


“성공한 거를 떠나 이일을 어쩌죠.”


나는 그 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가··· 어디죠?”


어리둥절했다.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내말을 무시하고 입은 쫙 벌어지며 한편으론 당황 한 듯이 혼잣말을 계속 하고 있었다.


“아······ 혹시 여기에 제가 있는 이유나 알 수 있을까요!? 저기요? 듣고 계세요? 여보세요? 여보!?”


무심코 미모에 넋이 나가 헛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사파이어를 끼워 넣은 듯한 푸른빛의 눈동자, 잘록한 허리, 동양인으로 볼 수 없는 체형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 드레스 입은 여인이 정중한 인사를 한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제가 곧 왕위를 탈취할······. 아니, 다스릴 나라 셀로이아 왕국이며 제3공주 엘리쉬 브리델피스 셀로이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소환한···.”


“아, 네. 무슨 말씀 하실지 대충 예상이 가는 군요. 왕 퇴치나 드래곤 퇴치입니까? 전형적인 클리셰인데 저는 평화주의적 사람이라 절대 살생을 하지 못합니다.”


“네?”


“요컨대 동물 또한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저에게는 전투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클리셰는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완강히 거절했다. 절대 마왕 퇴치, 드래곤 퇴치 등등 겁나 저렇게 말한 것도 아니다.

‘내’ 몸은 ‘내가’ 챙기고 ‘나’ 자신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는 홍삼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아 젠장! 오늘 한 포 못 빨았는데······.’


여인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클리셰가 뭐죠? 그리고 용사님을 소환 한 이유는 왕성 마법사들과 장난 반 진담 반 내기를 하다 실수로 소환한 것뿐이에요.”


“네, 네. 실수였단 말이죠? 그럼 조만간 실수로 드래곤을 베라거나 하진 않겠네요. 네? 잠깐만요. 실수라고요?”


“그러니까 내기를 하다 실수로 당신을 소환 한 거예요······.”


너무도 어이가 동공도 커지며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한 마디로 장난으로 다른 차원에 있던 사람을 소환했다는 거니까.


“아···그렇군요. 그럼 저를 제가 있던 세계로 다시 보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요. 보낼 수가 없어요. 한번 소환한 이 세계인은 마왕을 퇴치해야 원래 세계로 갈 수 있는데···.”


역시나 하는 마음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마왕퇴치 하기 전, 이 여자를 한 대 때리고 싶다. 드래곤의 멱을 따진 못해도 마왕의 목은 따야했다. 이래서 이런 건 지긋하다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면 저보고 마왕을 퇴치하라고요?”


“아니요. 마왕은 이미 퇴치가 돼서 퇴치를 못해요. 그러니 돌아갈 방법이 없어요······.”


“······.”


“······.”


“······네?”


이건 무슨 논리인가 소환은 해놓고 마왕은 퇴치 못하면 돌아갈 수 없다니···.

이 불합리한 곳을 경멸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살기가 계속 나를 꾹꾹 누르고 있다.


‘저 로브 입은 애들부터 줘 패버리고 싶네.’


물론 그 누구보다 잘 팰수 있는 자신도 있고 나에게는 훌륭한 대화수단인 두 주먹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안심은 했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없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렇지만 전생으로 못 돌아간다는 것은 최악이었다. 잠시 생각하면 뭐 최악이란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어차피 백수인데 공주라고 했고, 이 공주라는 여자에게서 돈이나 닦달하면서 기생충처럼 살면 오히려 호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못 돌아간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간 갈고 닦아왔던 단순한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럴 땐 이 무식한 회로가 참 맘에 들었다. 긍정적이잖아. 포지티브.


“그러면 당신이 날 여기로 불렀으니 당신이 책임져. 뭐 공주라 했으니 나 한명정도는 책임져 줄 수 있잖아?”


이제 드디어 내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무례한 놈 한나라의 공주에게 말하는 태도가 무엄하도다!”


딱 봐도 삐쩍 꼴아가지고서는 붉은 로브를 입은 멸치 같은 남자가 화를 낸다. 분명 저 지팡이는 자기 몸도 가눌 수 없어 쥐고 있는 게 분명하다.


“거기 멸치 아저씨는 조용히 좀 하세요! 몸도 약해 빠져가지고서는 말하다 힘 빠져 지팡이나 재대로 쥘 수 있겠어요?”


“저런 상놈!”


“참나! 제 3자는 빠지세요!”


“그만 하세요. 두 분!”


엘리쉬가 말을 하니 바로 멸치가 꼬리를 내린다. 역시 전생으로 따지자면 대통령의 딸쯤이니까. 어딜 가나 집안의 배경은 중요한가보다.


“용사님 무례한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 실수로 용사님이 소환된 것이니 넓은 제 아량으로 넘어가드리고, 셀로이아 가문의 이름으로 남은 인생 책임져 드리겠습니다!”


아니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드린다고? 내가 해야 될 말 아닌가. 실수를 한 주제에 말이야!


“그러면 제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인생의 몫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 상의를 한 후에 용사님에 처우에 대해 말 해드릴 테니 이 방에 잠시 있으세요. 셰일리와 머스틴은 용사님을 좀 봐드리세요.”


공주가 실내를 떠나자 지팡이를 든 두 명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까 전부터 공주님에 대한 태도가 무엄하도다! 용사만 아니었으면 네 놈에 사지를 찢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용사님 저희에 실수 때문에 이런 곳까지 오게 되어 그렇지만 용사라는 사람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뭔 영광이야 셰일리! 저 몰상식한 놈이 용사라고!”


“머스틴 자제 하세요. 실수를 한 것은 우리고 용사님은 이 세계의 대해 아무것도 모르신다고요!”


머스틴과 다르게 셰일리는 확실히 태도가 좋아보였다. 물론 제일 맘에 드는 거는 저 로브 속에서도 미모가 잘 보인다는 것이다.

아 물론 21세기 한국에 비해 화장의 힘은 떨어졌지만 그 민낯은 나의 눈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박학준 아마도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제가 소환이 되어 당신을 만나게 된 것 같군요. 이것이야말로 인연!”


“아······ 저는 셰일리 엘 입니다. 용사님 근데 이 손 좀 놓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용사! 용서 못한다. 내 여자에게 감히 뭐하는 것이냐!”


음··· 멸치에 여자였나 보다. 손등에 키스를 한 게 그렇게 열 받아할 줄이야 덩치도 작아서 마음 씀씀이도 작은가 보다.


“아 미안 몰랐지······ 쩨쩨하긴.”


“용사 네 이놈! 전의 세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네 행실을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툭 쓰고 있던 장갑을 내 앞에 던진 멸치 화나서 물건 던지는 행동은 고금동서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왕성마법사 머스틴 필의 명예를 걸고 결투를 신청한다.”


‘여자친구 앞이라 있는 폼은 다잡네, 왼손으로만 해도 이길 것 같은 놈이······.’


말했다시피 나름 복싱선수로서 잘나가는 몸이다. 오른손의 별명은 ‘무왕 임페르노’, 왼손은 ‘꺼지지 않는 고통 다이달로스’다. 다이달로스의 미로에 갇히면 하루 종일 전신 마취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머스틴 아무리 용사님이 이런 행동을 했다지만 이제 막 소환된 용사님이 뭐를 아신다고······”


“셰일리······. 손등에 키스 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저 주먹만한 코로 셰일리의 냄새를 그렇게 맡아야했냐, 이 변태 같은 놈아!”


“들켰으니 할 수 없군. 그래 뭐 좋아 결투 받아주지.”


“흠! 쉽게 받아들이다니 그 담력은 용사로써 인정해주마!”


운동을 배우고 나름 평범하게 살았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고.

나를 무시한다 해도, 그를 똑같이 무시하지 않고 대우해 주고.

또한 그렇게 살다보니 주변사람들은 나를 호구 대하듯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마치 호위가 계속되면 권리인 마냥 말이다.

뭐 손쉽게 훌륭한 대화수단인, 이 두 주먹으로 몇 번 얘기 하면 끝나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분명 그렇게 했다가는 이 물리적인 힘이, 물질적인 대가로 변하는 연금술의 기하는 마법이 벌어지니까 항상 참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보다 나이는 좀 나가 보이지만 먼저 결투를 걸어왔으니 말이다!


“오늘은 홍삼을 먹지 않고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10초 안에 끝내주지.”


이어 나는 두 다리를 벌리며 스탠스를 잡고, 두 주먹을 올려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이는 전형적인 복싱자세를 취했다.


‘흥! 넌 이제 죽었다.’


“파이어 볼!”


콰앙!

실내의 한구석에서 폭음과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내 눈앞에 실로 마법이라는 권능이라는 것이 펼쳐졌다.

하지만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작디작은 화염의 구체를 날려 보냈다.


‘이 녀석 생각보다 많이 맛이 갔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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