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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배꼽잡고 웃거나 추억이 잠기거나

웹소설 > 자유연재 > 시·수필

bok920
작품등록일 :
2020.08.20 13:24
최근연재일 :
2021.01.16 20: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16
추천수 :
15
글자수 :
28,716

작성
20.08.21 12:45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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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제1화 엇나간다는 것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패싸움을 했다. 그리고 재판까지 받아야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추억은 역시 추억으로써 아름답다.




DUMMY

6월이 무르익고 있었던 아침이었다.


동편 산머리를 끼고 펼쳐지는 태양의 붉은빛 파발로 맑은

일기가 예고되고 있었다.



각성의 순간이 확실시되면 내 눈은 버릇처럼 창가로 당겨

졌다. 어김없이 엄지보다는 조금 큰 청개구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 그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억측일 뿐 녀석이

그곳에 온 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방충망의 아주 작은 틈에 가녀린 발가락을 걸고 있는

녀석을 볼 때면 시각적으로 우선 아슬아슬했다.

앙증맞음으로 시작된 감상은 전신의 살갗을 타고 흐르는

간지러움으로 스멀거리곤 했다.



먹구름의 기운이 예고 없이 창을 엄습했다.


내 방안을 동경하는 녀석으로 상쾌한 하루를 마중하다

말고 하늘을 두리번거렸다.


공존할 수 없는 명암의 대치는 동과 남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곧 눈부신 얼굴을 내밀며 일정에 오를 태양의

길을 검회색의 떠돌이가 가로막고 있는 셈이었다.



출근길 걱정이 앞서고 있어서 떠돌이의 눈치를 살폈다.


한줄기 소나기이면 태양의 길이 훤히 터일 것 같았다.


청개구리로 눈길을 거둬들였다.


때맞추어 동심이 자극되고 만 나는 녀석들에게 얽힌

이야기를 떠올렸다. 비가 올 기미만 있어도 울어 젖히는

그 특성에서 비롯된 동화였다. 엇먹기만 하는 아들을

청개구리로 등장시킨 지은이의 상상력은 녀석들로

하여금 물가에 묻어달라고 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은

지키도록 설정해 버렸다.




초록색 턱 선에 면한 미색 목 밑에 초점을 고정했다.


그곳이 불룩해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녀석들의

울음으로 예보한 비의 소식은 틀린 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통곡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접이식 우산부터 하나 챙겨두었다.


더는 청개구리 사연에 집착할 여유가 없었다.

길 위에서 만나는 갑작스런 빗줄기는 차량들을 당황하게

하기 마련이었다.


하루의 엇나감은 지각에서 시작한다고 믿고 있었다.


명세기 서부경남의 수재들만 갈 수 있다는 명문

J고등학교에 입학하던 그해 나는 ‘정글세븐’이라는

서클에 가입했다.


말이 동아리였지 사춘기의 멋모르는 흥분을 주먹으로

뒤풀이하려는 한심한 놈들의 모임이었다.


하라는 공부를 하기보다 J고등학생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주먹을 불끈거리며 앞장서 달려가선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는 패싸움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여름날 저녁이었다.


저녁을 막 끝내고 있는데 친구들이 불러냈다. D고

놈들한테 J고 친구들이 맞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뒤따라 나온 아버지는 무조건 안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친구들하고 몰려다닐 때부터 천지 분간이

되지 않는 아들로 여기고 있었던 터였다.



옳고 그름의 분간이 되었거나 착하기만 한

아들이었더라면 순순히 집안으로 발길을 돌렸을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친구들이 당하고 있다는 그 생각만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체하다간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패싸움 장소로 몸을 날린 것이었다.



어떤 경우에서건 싸움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하는 법이었다.


아버지의 화난 목청을 따돌리고 예의 장소에 도착했을 땐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일순간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주먹이 펄펄 끓고 있었으면 전봇대라도 한 대 쳐야

했을까. 발길을 집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빵집 유리창으로 D고 놈들 몇 명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반가웠다.

더욱 반가운 것은 그들의 우두머리도 있었다는 것이다.


레슬링선수였던 놈은 딱 벌어진 두 어깨와 함께 체구가

당당했다. 주눅이 들었으면 나의 일기는 살짝 엇나갔던

내용으로만 채워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나보다 좀 더 커

보였다는 그것이 도전의욕을 자극했다. 찐빵을 우거적우거

적 씹고 있는 놈 앞으로 다가가 일대일 싸움을 신청했다.



놈과 내가 합의해서 정한 싸움장소는 N강 모래밭이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웠다.


왜 그렇게 싸워야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둘은 너무

열심히 싸웠다. 코피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훔치면서도

놈은 계속 덤볐다. 물론 내 사전에도 항복이라는 말은 허용

되지 않았다.



지은이의 상상력이 청개구리를 비 오는 날의 울보로

이끌어내 버렸다.


싸움,

그것만을 위한 맹목적인 싸움을 얼마나 길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급기야 놈이 피범벅이 된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는 바람에 주먹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다음날 고소장이 날아왔다.

이빨이 나가고 턱뼈가 깨지고 등의 진단서까지 첨부되었다.



교칙이 엄격하던 시절이었다.


경찰서 호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번갈아 놈의 부모를 만나러 다녔다.

까딱 잘못하면 퇴학 맞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고소를 취하해 주십사 하는 간절한 부탁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철없는 아이들의 싸움이었다.

그 놈의 철이 덜 들어서 힘자랑을 해본 것인데

강력범 취급을 할 수는 없었다.



급기야 S시 법원까지 들락거려야 했다.


놀 거 다 찾아 놀면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한 편이었고

실형을 받지 않았기에 퇴학은 면할 수 있었다.



비를 예보하는 청개구리에게 정말로 엇나가는 기질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녀석은 습도 높은 날을

피부로 느끼고 오직 자연의 섭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엇나감은 사람의 전유물이다.


또한 엇나감의 유혹은 사춘기에만 발효하는 것일까.


삶을 구속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엇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었다. 고독한 몸부림 끝에 성숙한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어서.



아직도 청개구리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최소한 내가 방문을 나설 때까지는 방충망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어제를 꺼냈으면 오늘의 이야기도 엮어볼까 한다


작가의말

명문고 다닐때 주먹자랑 하다가 큰코다쳐서 명문대 미끄럼탔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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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앗, 실수! +2 20.11.06 21 1 3쪽
9 약속 +2 20.10.24 16 1 4쪽
8 난데없는 복통 +2 20.10.16 14 1 3쪽
7 구사일생Ⅱ +2 20.10.09 19 1 3쪽
6 구사일생1 +2 20.09.26 16 1 5쪽
5 거머리 사건 +2 20.09.18 16 1 4쪽
4 레슨비는 고구마 +2 20.09.11 20 1 4쪽
3 만남 +2 20.09.04 17 1 6쪽
2 굴렁쇠 +2 20.08.28 21 1 4쪽
» 제1화 엇나간다는 것 +3 20.08.21 4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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