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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44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2.16 22:00
조회
4,022
추천
62
글자
12쪽

62화: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62화: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2)


[그러면 빡빡이가 돌아다니지 않는 시간에 들어가면 되겠군요. 소대장님. 바로 시작하시죠.]


[저도 동의합니다. 경계병들도 그 자식이 잠드는 시간에 맞춰서 이부자리를 피더라고요.]


[게다가 그 녀석 막사로 들어간 지도 얼마 안 됐습니다. 돌발상황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입니다.]


소대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민머리 부대장이 순찰하지 않는 시간은 곧 경계병들의 수면 시간이었다.


경계병들은 막사로 돌아가는 부대장의 뒤통수에 감자를 내지르며 말없이 환호했고, 모처럼 찾아온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몰래 가져온 담요를 잽싸게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부대장의 불안 섞인 예측을 강박 또는 망상으로 치부하며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한 마디로 기습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저거 보십시오. 저 바로 곯아떨어지는 거 저거. 명색이 군인이라는 놈들이. 쯧쯧.]


[소대장님. 지금 들어가면 무난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대원들은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성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민머리 부대장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작전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성은 대원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들어가지 않을 거야. 좀만 참아.]


[예?]


[그래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어. 확실히 고생해서 교육한 보람이 있네.]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시작하기에는 약간 이르다고. 일단 이동할 준비해. 오늘은 다른 지점에서 대기할 거니까.]


[잠깐만요, 소대장님. 그럼 언제 시작하시려고요? 빡빡이가 최소한 한 번은 더 돌아다니려고 할 텐데, 그 전에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르다고 한 거야. 그놈이 언제 나올 줄 알고 부대로 들어가?]


대성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더니 비행장 시설과 멀찍이 떨어져 있던 장교 막사를 가리켰다.


[놈이 막사 밖으로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뒤통수를 훤히 내보일 때까지 말이야.]


[그 말씀은···]


[이번에는 부대장부터 저승으로 보낼 거야. 경계병들을 봐. 저들은 자기네 지휘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마지막 소원인데 웬만하면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아···]


[설명은 얼추 다 했으니까 빨리 짐 챙겨. 지금 즉시 장교 막사 쪽으로 이동한다. 최우선 표적은 적 부대장이야. 명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군장을 챙기며 몸을 일으켰다.


***


야심한 시각.


넓은 벌판 위에 자리 잡은 관동군 비행장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중간중간 보름달이 짙게 깔린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풀숲에 웅크린 자들을 다 비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막사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도통 나오질 않아서요. 무조건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어쨌든 저놈도 사람 아닙니까? 매일 두 번씩 자다 깰 수는 없지 않겠어요? 게다가 부대장만 제거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어떻게 들어가게?]


대성이 굳게 닫힌 문을 가리켰다.


[부대장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생각해봐. 저 문은 지금 잠겨 있어. 나만 본 것도 아니었잖아.]


[아 맞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서 그만··· 그럼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요.]


[삼삼오오 모여서 열쇠 구멍만 들여다보고 있기는 좀 그렇잖아. 환한 조명까지 받아가면서 말이야.]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조금만 참아. 놈은 이미 자기 무덤을 팠으니까.]


대성이 말했다. 그때였다.


‘철컥!’


[소대장님. 놈이 나오려는-]


[알아.]


대성은 눈이 휘둥그레진 소대원들의 입을 막은 뒤, 조심스럽게 소총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사격 실력이 가장 우수했던 대원 한 명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녀석이 건물을 돌아서 관용차가 주차된 곳으로 갈 때까지 기다려.’


‘알겠습니다.’


‘경계병 시야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바로 방아쇠 당기고.’


‘예.’


민머리 부대장은 대성만큼이나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는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막사 뒤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리고는 세상 모르고 자는 경계병들을 먹잇감 쳐다보듯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근무 태도가 불량한 병사들을 직접 잡아서 벌까지 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민머리 부대장은 감시탑은커녕, 자신의 관용차 차 문도 만지지 못했다.


[제거 완료했습니다. 소대장님과 제 총알 모두 녀석의 머리통으로 정확히 들어간 것 같군요. 시신은 어디에 숨겨놓을까요?]


[일단 차 안에 넣어 놓자고. 이따 기름 뺄 때 확실하게 처리하면 되니까.]


대성이 말했다. 그때였다.


-에~엥~!-


[어? 뭐야? 뭔 소리여?]


[부대 안에서 울리는 거 같은데? 이 자식들 이거 눈치챈 거 아니야?]


갑작스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대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모두 고개 숙이고 경계 태세 갖춰···! 근데 이놈들 대체 어떻게···?]


대성은 대원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사이렌 소리의 진원지를 알아내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잡음이 섞인 일본어와 함께 한 소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두드렸다.


[소대장님. 전 부대원 비상소집이랍니다···!]


[뭐라고?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장교 사병 할 거 없이 전부 무장해서 통제실 앞에 활주로에 집합··· 잠시만요. 놈들이 또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


[왜. 뭐라고 하는데?]


대성이 물었다. 그러자 소대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그게··· 야간에 비상소집···? 야간비상소집 훈련···! 야간비상소집 훈련이랍니다. 부대장 지시로 하는 거라네요.]


[빌어먹을. 그걸 왜 하필 지금··· 뭐 어쨌든 최악은 면했군. 적어도 들킨 건 아니니.]


대성은 방송이 들려오는 쪽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비행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잠에서 덜 깬 장병들이 게슴츠레한 얼굴로 사병 막사를 나서고 있었다.


[그 외 다른 말은 없던가? 저 자식들 비몽사몽이긴 해도 나름대로 무장은 하고 나오는 거 같은데.]


[조종사들은 나올 필요가 없다는 말 외에는···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군. 좋아. 전투 준비해라.]


[예?]


대성의 말에 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대장님. 녀석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상황입니다. 구태여 전투를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왜 전투를 치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일단 적의 수가 많습니다. 전 장병이 나올 것 아닙니까? 정면 대결은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려울 게 뭐가 있어?]


대성은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는 대원들이 지켜보는 방향을 보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털썩!-


[나는 애당초 자는 놈들만 골라서 상대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어. 지금까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 지나치다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말이야.]


대성은 담력이 센 대원 두 명에게 부대장이 갖고 있던 열쇠를 건네주었다.


[조종사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빠져 있을 거야. 병사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다 싶을 때 안으로 들어가서 처리하도록 해.]


[소대장님은 어떻게 하시게요?]


[어떡하긴. 다른 병사들 시선 끌러 가야지.]


대성은 부대장과 휘하 장교들의 시신을 뒤로 한 채 비행장 장병들이 모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관동군 병사들은 여전히 꿈나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반쯤 감긴 눈을 끔뻑거리며 민머리 부대장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사람이 모습을 드러낼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병사들이 뒷사정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니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끌려 나온 병사들은 좀처럼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장교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아니, 오밤중에 불렀으면 본인도 빨리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답니까?]


[말조심해.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고.]


[나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하십시오. 이럴 바에는 그냥 다른 일 찾고 말지. 잠도 못 자고 이게 뭐하는 짓거리입니까? 명색이 장교라는 인간이 귀신한테나 홀려서는 참.]


[그러게 말이다. 본인만 잠 설치면 됐지, 우리까지 괴롭힐 필요가 있나. 눈앞에 보이는 놈들이나 빨리 처리하지.]


[전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애들 보내시죠? 날밤 까는 것보다 욕 몇 마디 먹고 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대성은 조준경으로 장병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선임으로 보이는 인원 일부가 어리바리하게 생긴 병사를 세워둔 채 장교 막사를 가리키며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성은 그들을 보며 저격 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 같이 있던 대원들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감시탑부터 처리한다. 전등은 그냥 놔둬. 이번에는 놈들이 봐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교 막사나 관제시설로 가려는 병사들은 반드시 사살하도록 해.]


[근데 놈들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 줄까요?]


[그럴 거야.]


대성이 말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일 테니까. 사격 개시.]


성인 손가락만 한 총알은 강선을 타고 그대로 감시탑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목표물의 살점을 꿰뚫어버렸다.


고통에 찬 경계병의 비명은 동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으아악!]


경계병은 붉게 물들어가는 바지를 붙든 채 살려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당장 그를 도와줄 동료는 주변에 없었다. 활주로에 모인 장병들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감시탑 당장에 걸쳐 있는 또 다른 경계병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저···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저놈 저거 설마 죽은 거야··· 지금?]


귀신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 관동군은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누군가 기습당한 것 같다고 말을 꺼내기 전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장병들은 말 그대로 얼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금쪽같은 초기 대응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렸고 살짝 벌어져 있던 빈틈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혀버렸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기는 인마. 빠, 빨리 저쪽으로 가야지. 아, 아직 한 놈 살아있잖아. 저, 적도 분명 저기 어딘가에 숨··· 숨어 있을 거다···! 빨리 가봐!]


[저, 저 말입니까?]


[그래···! 네가 병사들 사이에서는 고참이잖아. 나, 나는 관제시설 가서 다, 다른 부대에 알릴 테니까. 너, 넌 저쪽으로 가서 쟤, 쟤 빨리 구해. 어서···!]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고참 아닙니다. 참새 그 자식이 계급상 상급자란 말입니다···!]


부사관은 병사의 말을 무시하고 곧장 관제시설로 달려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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