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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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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11.12 18:00
조회
2,091
추천
42
글자
12쪽

184화: 해운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84화: 해운대 (1)


일본군 지휘부는 조선 해방군 병력 대부분이 결호선 인근에 집결했다고 추측했다. 이는 탈출한 포로들의 증언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일할 때마다 엔진음을 들었습니다. 단언컨대 인근 전차 부대 주둔지에서 나온 소리였을 겁니다.]

[그럼 전차가 이동하는 걸 본 적도 있겠군. 본 적 있나? 어디 갈 일이 있으니까 엔진을 돌렸을 거 아니야. 설마 가만히 있는데 돌렸겠나? 기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이동하는 모습은 실제로 못 봤습니다. 놈들이 동선 관리를 나름대로 철저히 해서···]


어떻게 보면 포로들의 증언을 곧이곧대로 들은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었다.


포로들이 내놓은 증언은 대부분 본인이 상상해서 재구성한 것이었다. 포로들은 어디선가 들은 엔진음을 전차로, 무심결에 본 연기를 지상군 주둔지로 가공했다.


증언을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 따윈 없었다. 간단히 말해 일본군은 일개 소문에 불과할지도 모를 내용을 중요한 군사 정보로 받아들인 셈이었다.


물론 일본군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일본군은 정보자산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였다. 그나마 남아있던 정보자산도 물자 부족으로 거의 쓰지 못할 지경이었다. 일본군은 정찰기를 띄울 때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오가는 격론은 덤이었다.


[정찰 계획을 취소하라니요?]

[상부에서 내린 명령이야.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 모의 훈련에만 집중하라고.]

[아니,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병사들의 증언만으로는 적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고요. 엔진음이 전차에서 난 건지 평범한 차량에서 난 건지 어떻게 압니까?]

[다수의 병사가 그렇게 증언했잖아. 그리고 그 지점은 저번에도 갔다 오지 않았어? 한 번 갔던 곳을 왜 또 가겠다는 건데? 또 가서 뭐하려고? 지금 연료가 남아도는 줄 아나?]


의식 있는 몇몇 군인들은 사전 탐색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목놓아 외쳤지만, 지휘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지휘부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지하며 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저번 보고서 안 읽어봤어? 조종사가 위장막이 설치된 걸 봤다고 하잖아. 그놈은 아무 소리도 안 하는데 왜 너만 난리냐고.]

[그 위장막이 진짜로 전차를 가린 위장막인지 속임수로 설치한 건지 알 길이 없지 않-]

[시끄럽고. 마을 돌아다니면서 기름으로 쓸만한 거나 더 뜯어와. 어쨌든 전차 잡으려면 항공기가 있어야 하니까. 정찰 관련해서 앞으로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 안 되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능력의 한계 때문이었는지 지휘부는 언제나 한 가지 관점만을 고집했다. 정찰 중 어쩌다 발견한 위장막은 그대로 전차 보관소가 되었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정찰기의 생존율은 조선 해방군의 대공 방어 체계가 형편없다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로 쓰였다.


다른 가능성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위장막이 기만전술의 한 수단일 가능성도 있었고, 조선 해방군이 결호선 인근의 대공망만 허술하게 관리하는 정황도 포착되었지만, 일본군 지휘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일본군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군은 지하 벙커에 처박힌 동맹국의 수장처럼 콘크리트 동굴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


어쨌든 적에게 닥친 불운은 아군에게 행운인 법이었다. 적의 무능한 행위 역시 아군에게는 역전의 발판이요, 승리의 기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본군이 각종 기만전술 차원에서 설치된 위장 조형물에 정신이 팔린 사이, 조선 해방군은 상륙 작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조선 해방군은 나진항에 도착한 상륙함에 각종 기갑 장비를 싣고 자체 건조한 상륙정의 안전 상태를 다시금 확인했다.


[상륙정에 파공 같은 거 없나 잘 확인해봐. 기관총 사수는 총기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연료 누출되는 문제 발생했던 거 기억하지? 점검 잘해. 그때는 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실전 때 또 그 꼴 나면 다 죽는다.]

[확인하고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상륙 작전 준비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고, 군종을 가리지 않았다. 육군과 해군 장병들은 한데 어우러져 장비를 살피고 지휘부에서 배포한 작전 지침을 같이 들여다보았다. 공군 역시 빠지지 않고 어느 시점에 항공 지원을 하고 어느 지점을 박살 낼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해방군은 미 해군과도 밤새도록 회의를 벌였다. 미 해군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상륙 작전을 향후 진행할지도 모를 일본 본토 상륙 작전의 교본으로 삼고자 했다. 미군은 대성과 함께 공군이 보낸 사진 자료를 보며 전반적인 작전 내용을 점검하고 토의를 나누었다.


[자, 그럼 다시 한 번 점검해봅시다. 사령관님은 이번 작전을 통해 일본군의 시선을 한 차례 더 돌리겠다는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부산은 경성, 평양에 이은 조선 제3의 도시입니다. 더불어 일본 본토와 조선을 이어주는 관문이기도 하지요. 일본군은 병력을 안 빼려야 안 뺄 수가 없을 겁니다.]

[하긴, 부산에다 비행장을 짓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악몽이 따로 없겠네요. 게다가 대마도까지 먹히면···]

[못해도 몇 주 동안은 밤잠 설칠 겁니다. 고향이 언제 잿더미가 될지 모르니까요.]


대성은 지도 위 결호선 부근에 놓여있던 일본군 팻말 중 일부를 부산 근처로 옮겼다. 그리고는 일본군과 대치하고 있던 조선 해방군 팻말을 슬그머니 위로 뺐다.


[이렇게 병력을 조금 빼는 움직임을 취해주면 더 몰려들 겁니다. 물론 결호선을 완전히 비우진 않겠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공백은 어떻게 수습이 안 될 겁니다.]

[쉽게 말해 경성 주둔군을 지원할 병력이 사라진다는 뜻이겠군요.]

[그렇지요. 일본군은 아마 부산에 상륙한 병력을 본대라고 생각할 겁니다. 분명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 거에요.]

[그 전에 항복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정도로 몰렸으면 솔직히 항복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그렇긴 한데 이놈들이 어디 보통 독한 놈들입니까?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까진 절대 항복 안 할 겁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우리가 놈들 목에 칼을 들이대는 수밖에.]


대성이 지휘봉으로 서울을 짚으며 말했다.


***


‘일본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항을 이어 나가려 할 것이다.’


대성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머지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일본군은 원래 역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세에 몰려 있었다. 사실 수세에 몰렸다고 하기에도 부족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특정 전역만 사정이 안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일본군이 전쟁에서 승리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군은 패색이 짙은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항전만 부르짖었다. 일본군은 어떤 석상(席上)에서도, 어떤 발표 자리에서도 항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였다. 항복 따윈 없었다. 줄기차게 항복을 요구하는 연합군에 대응해 일본군 대본영이 내놓은 답변은 옥쇄와 결전이었다. 대본영은 별다른 대책도 없이 항상 옥쇄와 결전만 강조했다.


[이 자리를 빌려 귀축영미와 그 하수인에게 고한다. 우리 앞에서 다시는 항복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마라. 대일본제국은 최후의 1인이 죽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

[항복은 정신이 죽은 놈들, 특히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대일본제국은 신이 다스리는 나라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무의미한 다짐과 맹세는 전역을 가리지 않았다. 정찰기 한 번 띄우는 일도 버거워했던 조선 주둔군 역시 항전을 고집했다. 조선 총독부는 사실상 대본영 조선 지부나 다름없었다. 총독부는 되려 조선 해방군에게 항복을 종용하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망언을 퍼붓기까지 했다.


[불령선인들에게 고한다! 조선은 총독부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똑똑히 기억해라. 우리가 무너지면 조선도 무너질 것이고, 우리가 죽으면 조선인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무너지는 날, 조선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아무도 살지 못하는 지옥 말이다! 그러니 알아서 잘 판단하도록 해라. 항복은 우리 몫이 아니다. 바로 너희 몫이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식, 너 죽고 나 죽자 식 행보였다. 총독부 선언문을 접한 조선 해방군 장병들은 기가 찼는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일부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개자식들이 주둥아리만 살았네! 전투 하나 똑바로 못 치르는 놈들 주제에.]

[애당초 멋대로 나라 빼앗은 놈들이 누군데. 지옥으로 만들어?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

[자기들이 죽인 사람들은 생각 안 하고. 나쁜 놈들. 어디 한 번 잡히기만 해봐. 저놈의 주둥아리를 갖다가 아주 재봉틀로 봉해버릴 거야.]


모든 사람이 분노를 터뜨리는 가운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 사람은 대성밖에 없었다. 물론 일본군의 행태에 대해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역사적 지식이 없었다면 그 역시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을 터였다.


그만큼 일본군은 답이 안 나오는 광기 어린 집단의 전형이었다. 일본군과 대화로 어떤 합의를 본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산에서 만난 호랑이와 대화하는 게 더 현실성 있어 보였다.


일본군은 협상할 마음이 없었다. 일본군은 특히 조선 해방군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조선 해방군의 전력이 일본군을 뛰어넘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군은 과거 노예로 삼았던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남은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일본군이 강제로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었다.


조선 해방군은 나진항에 줄지어 정박한 상륙정에 차례차례 몸을 실었다. 대성 역시 태극기와 성조기가 같이 걸린 군함에 올라탄 뒤, 지휘부를 소집했다. 그는 각 군이 해야 할 역할을 다시금 강조하며 작전 계획을 마지막으로 되짚었다.


[해군은 이번이 첫 임무이니만큼 정신 바짝 차려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이번 상륙 작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하세요. 다음 작전 때도 같은 실수가 나와선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해상 보급로가 확보된 다음에는 보급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고요. 보급이 잘 되어야 오래 버틸 테니.]

[명심하겠습니다.]


육군과 공군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대성은 지도에 표시된 낙동강 인근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누이 말하지만, 육군은 이번 작전의 핵심축입니다. 작전 지역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셔야 해요. 적의 발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작전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놈들이 인천과 경성, 아니, 서울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겠습니다.]

[공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군은 분명 많은 병력을 보낼 겁니다. 놈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일이 없게끔 꼼꼼하게 신경 써 주세요.]

[염려 마십시오. 사령관님. 놈들은 아마 낙동강을 영영 떠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었다. 이제는 정말 실전뿐이었다.


[그럼 출발하시죠.]


나진항에 정박한 군함들은 일제히 고동을 울리며 홋줄을 걷어냈다. 그리고는 해안가를 벗어나 남해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목적지는 해운대, 이른바 부산 수복 작전의 시작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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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화: 마지노선은 정면돌파로 무너지지 않았다 (1) +3 20.11.03 2,076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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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8화: 철벽방어 (1) +4 20.10.27 2,241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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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173화: 저항의 불길 (3) +3 20.10.19 2,282 51 13쪽
173 172화: 저항의 불길 (2) +2 20.10.16 2,336 41 13쪽
172 171화: 저항의 불길 (1) +2 20.10.15 2,396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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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69화: 스노우볼 (2) +1 20.10.13 2,295 47 13쪽
169 168화: 스노우볼 (1) +3 20.10.12 2,334 53 13쪽
168 167화: 나진(羅津) 공략 (6) +6 20.10.09 2,437 47 13쪽
167 166화: 나진(羅津) 공략 (5) +2 20.10.08 2,276 46 13쪽
166 165화: 나진(羅津) 공략 (4) +4 20.10.07 2,270 45 12쪽
165 164화: 나진(羅津) 공략 (3) +3 20.10.06 2,271 47 12쪽
164 163화: 나진(羅津) 공략 (2) +3 20.10.05 2,348 5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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