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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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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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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134

작성
18.05.0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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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1
추천
75
글자
10쪽

31화: 밑밥 깔기 (2)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31화: 밑밥 깔기 (2)


“재웅아! 그럼 오늘부터 도서실 가는 거야?”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냥 하루 더 있다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듣게 된 진성훈의 말은 재웅의 정신을 번쩍 뜨이게 했다. 사실 지금 시기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 외 시간에 공부한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진성훈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도서실, 도서실은 뭐하러 가?”


옆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던 황진호와 심영진이 말했다. 그들은 여전히 집 화장실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게 시간인 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첫번째 학창시절의 재웅도 겪었던 과정이었다. 오히려 진성훈이 비정상적으로 눈이 빨리 트인 거였다.


“재웅이가 나 영어 가르쳐준다고 해서. 끝나고 도서실에 잠깐 남아서 하기로 했거든. 너희도 할래?”


“어···. 우리는 딱히··· 나는 이따 학원도 가야하고. 재웅이 너는 이번달부터 학원 안 나온다고 그랬지?”


“응, 이번 달부터 안 나가. 강제로 교실에 갇혀서 몇 시간 동안 앉아있는 건 진짜 못하거든. 차라리 내 의지로 남았으면 모를까.”


“에휴- 우리 엄마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진짜 나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학교에서 6교시 하는 중에도 온몸이 쑤시는 데 학원에서까지 6~7시간을 어떻게 버틴다냐··· 왜 이러고 사는 지 모르겠다.”


학원 교재로 가득 찬 가방을 맨 황진호의 어깨는 그날따라 유독 더 처져 보였다. 저렇게 의자에 엉덩이 붙이길 싫어하던 애가 2학년 때 대체 어떤 깨달음을 얻었길래 모범생이 된 걸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짜 황진호 형 되는 사람이 인물이긴 인물이었나 보다. 저런 애를 의자랑 연애하게 만들고··· 대단하시네.’


심영진도 진성훈이나 재웅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재웅처럼 인생을 한 번 더 살았다거나 진성훈처럼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장소와 의지에 상관없이 공부에 정말로 관심이 없었다. 또한 3월달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이 원인이 된 건지 활동량 자체가 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뭐··· 재웅이랑 성훈이는 도서실 잘 갔다오고··· 그나저나 아까 담탱이는 왜 우리한테 김규홍 행방을 물어보고 난리냐. 어이없지 않냐?”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 줄 아나 보지 뭐. 소영이 솔직히 지난 번에 뭔 일 났었는지 하나도 모르잖아. 그래서 우리가 여전히 친한 걸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근데 김규홍 그 새끼는 오늘 학교는 왜 안 나온 거야? 재웅아, 넌 혹시 뭐 아는 거 없어?”


“나? 난 더 모르지. 걔 요즘 그냥 묵언수행하고 다니잖아. 영어 팀플, 아니 조별 활동 할 때도 한 마디도 안 해.”


재웅은 보통 극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자신의 말에 사실과 거짓을 반반씩 섞어 넣는 경향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오직 사실만 전했을 뿐이었다. 3월달이 지나면서 김규홍의 입지가 저 멀리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에, 그는 재웅의 관심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때 황진호가 대단한 걸 발견했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다.


“아! 걔 혹시 그 뭐냐, 무슨 마스크였지? 맞아, 빨간 마스크. 빨간 마스크한테 납치 당한 거 아니냐? 빨간 마스크한테 걸리면 도망도 못 간다며, 졸라게 빨리 달려온데.”


“학교에서 말해준 그 노숙자? 그 사람 남자라고 그랬어. 빨간 마스크는 여자라고 하던데.”


“그건 학교에서 그냥 그렇게 생겼을 거라고 말해준 거지, 실제로 본 건 아니잖아. 진짜 빨간 마스크 졸라 무섭다는데.”


‘지극히 멀쩡하게 생긴 건··· 아닌 거 같고, 어쨌든 그런 상상 속의 존재는 절대 아니다···얘들아.’


재웅은 말도 안되는 이론을 가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중학생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더 이상 대화 해봐야 딱히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진호야 영진아, 난 간다. 근데 그 학생들 쫓아다니는 사람은 진짜 조심하라고 하더라. 저번에 어디서 들었는데, 건물 사이 같이 눈에 안 띄는 곳에 말없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데. 너네도 조심해서 들어가.”


괴담에 빠져 있는 아이들과 헤어진 뒤 재웅은 진성훈을 데리고 도서실로 들어갔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중학교 도서실에 남아있던 이들은 사서 선생과 정말 책을 좋아하는 극소수의 아이들뿐이었다.


“자, 그럼 이왕 시작한 김에 한 번 세게 나가볼까?”


“어··· 그러면 내가 이해 못할 거 같은데?”


“공부하면서 한 번에 이해하고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은 얼마 없어, 성훈아. 모르겠으면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서 방법을 찾아내는 거지. 중간고사는 많이 남은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중1이잖아. 11월 시험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고.”


첫번째 학창 시절, 학원에서 학생들을 끌어들일 때 쓰는 전략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굳이 줄이자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학생의 현 상태를 거의 나락에 떨어지기 직전인 것처럼 묘사하여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전략과, 사실 별 가망이 없음에도 일단 칭찬과 격려를 통해 희망을 가지게 하는 전략, 이렇게 두 가지였다.


물론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린 진성훈에게는 희망을 주는 게 정석이었다. 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약간의 영업용 멘트가 더해진 재웅의 칭찬은 진성훈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어떤 열의를 깨운 모양이었다. 그는 굳이 뭘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영어책을 붙들고 한 문장이라도 더 외우려 노력했다.


“어때, 잘 읽어져?”


“솔직히 오늘 낮 까지만 해도 하나도 못 읽을 거 같았는데, 어느 정도 내용이 들어오는 거 같아. 근데-“


“모르는 단어 때문에 바로바로 이해하기 힘든 거지?”


“어, 어떻게 알았어?”


“어떤 언어를 배우든지 간에 단어는 가장 먼저 확실히 다져놓아야 할 기반이니까. 그렇게 직접 부딪혀야 네가 뭘 중점적으로 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제부터는 네가 모르는 단어를 공책에 싹 정리해봐. 뜻을 찾아보려 하면 더 좋고.”


진성훈이 공책 한 바닥을 영단어로 가득 채우는 동안, 재웅은 사서 선생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와서 그런지, 사서 선생은 뭔가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


“저기··· 선생님.”


“어? 왜? 지금 대출 시간 거의 다 되었으니까, 빌리고 싶은 책 있으면 빨리빨리 가져오렴.”


“저기, 대출 하려는 게 아니라, 잠깐 컴퓨터 좀 쓸 수 있을까요? 제가 친구한테 전해줄 문서가 있는데,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요. 여기서 인쇄할 수 있죠?”


“그럼 당연히 인쇄할 수 있지. 저기 컴퓨터 옆에 프린터 있잖니? 저거 쓰면 된다. 조금 있으면 도서실 문 닫아야 하니까, 그 전에 끝낼 수 있도록 하렴.”


도서실 문을 닫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학생들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사서 선생은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주의였는지, 퇴근 전 마무리 해야 할 업무를 끝내는 데 온 집중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 어디 한 번 설치 좀 해보실까.’


재웅은 사서 선생의 눈에 가장 띄지 않는 자리에 앉은 뒤, 메일함을 열고 필요한 파일들을 모두 받아냈다. 나름 성능 좋은 그물을 치는 데에는 영단어를 정리한 문서를 인쇄하는 것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다 깔아버리고 싶지만, 급하면 체하는 법이지. 수업 시간에 교수가 해준 말을 잘 기억하자고.’


“다 찾았어?”


“어, 근데 찾아놓고 보니까 거의 다 모르는 거 같아, 히히.”


“그럴 수도 있지. 자, 여기 내가 집에서 정리했던 단어집이야. 꼭 모든 단어를 알 필요는 없고, 시험에 나올 거 같은 단어 위주로 만든 거야. 이것만 제대로 외워도 시험 문제 풀 때 앞이 막막하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너가 직접 정리한 거면 엄청 중요한 거 아니야? 나한테 막 그렇게 줘도 돼?”


재웅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미소만 지었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최상급의 성적을 거둔 학생의 학습 자료, 본인에게는 실제로 도움이 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손에 넣고 싶어하는 물건이었다. 진성훈은 자신에게만 주어지는 파격적인 호의에 몇 번이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재웅아 진짜 고마워. 이거 내가 뭐라도 해줘야 하는데. 토요일날 봉사활동 끝나고 피시방이나 갈래? 너가 내준 것도 있고, 이번에는 내가 다 낼게.”


“에이, 뭘 또 그렇게 하려고 그래.”


“나도 맨날 받을 수만은 없잖아. 그래도 친구 사이인데 오가는 게 있어야지.”


“뭐, 너가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근데 이 부탁 해도 되려나?”


“아이, 재웅아, 네가 하는 부탁은 뭐든지 다 들어줄 수 있어. 솔직히 학기초에 김규홍 그 새끼한테 맞을 뻔한 것부터 해서 너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


[아! 아아아! 아야!]


“어? 방금 들었어? 누가 소리지르는 거 같은데?”


진성훈이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학교 앞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쪽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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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정대철 (1) +2 18.05.12 4,389 63 11쪽
36 35화: 학년 봉사활동 (3) +2 18.05.11 4,436 65 10쪽
35 34화: 학년 봉사활동 (2) +2 18.05.10 4,619 61 10쪽
34 33화: 학년 봉사활동 (1) +1 18.05.09 4,961 60 10쪽
33 32화: 복잡 미묘한, 하지만 괜한 걱정일 뿐 +2 18.05.07 5,142 71 10쪽
» 31화: 밑밥 깔기 (2) +3 18.05.06 5,242 75 10쪽
31 30화: 밑밥 깔기 (1) +2 18.05.06 5,564 72 10쪽
30 29화: 기억에 없는 사람 (4) +2 18.05.05 5,671 81 9쪽
29 28화: 기억에 없는 사람 (3) 18.05.05 5,788 88 10쪽
28 27화: 기억에 없는 사람 (2) +5 18.05.03 6,138 67 11쪽
27 26화: 기억에 없는 사람 (1) +1 18.05.02 6,609 85 10쪽
26 25화: 다시 일상으로 (2) +9 18.05.02 6,721 98 10쪽
25 24화: 다시 일상으로 (1) +5 18.05.01 7,012 101 10쪽
24 23화: 첫 학기, 첫 달, 그리고 마지막 날 (3) +4 18.05.01 7,246 103 10쪽
23 22화: 첫 학기, 첫 달, 그리고 마지막 날 (2) +3 18.04.30 7,164 111 10쪽
22 21화: 첫 학기, 첫 달, 그리고 마지막 날 (1) +1 18.04.30 7,458 111 10쪽
21 20화: 역전, 그 이후에는? (4) +2 18.04.29 7,501 107 10쪽
20 19화: 역전, 그 이후에는? (3) +3 18.04.28 7,554 121 9쪽
19 18화: 역전, 그 이후에는? (2) 18.04.27 7,701 127 11쪽
18 17화: 역전, 그 이후에는? (1) +3 18.04.25 7,923 121 7쪽
17 16화: 인적자원 동원 (4) +4 18.04.24 8,048 1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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