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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27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1.09.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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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추천
2
글자
10쪽

38. 광기 속의 대립

DUMMY

유르토아, 생명의 수호자.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치유하는 존재.

그것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용사는 두려움없이 수호자를 마주보았다. 유르토아의 흰색 털은 검은 진흙이 묻어 더러웠고, 나뭇가지 같은 뿔들도 잘리거나 부러져있었다. 이것은 신성한 존재가 아니다. 모든 생명을 증오하는 흉측한 괴물이었다.


“유르토아님...”


에릴은 안쓰럽게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찬란한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엘프들의 구원자.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었다.


입은 썩어 혀가 밖으로 나와있었다.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적대감만큼은 뚜렷했다. 유르토아의 뿔에서 보라색 빛이 새어나왔다. 비명과 같은 포효가 방안을 덮었다. 점차 방안의 벽과 바닥이 검게 물들더니 복도에서 보았던 그림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그림자들은 일제히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용사는 성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불꽃이 퍼지며 그들 주변을 보호막처럼 감쌌다. 그가 다시 성검을 들어올리자, 불꽃이 폭발하면서 앞 열의 그림자들을 태워버렸다.


이어서 다르고스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솟아올랐다. 유성처럼 그녀는 그림자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그녀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전장 한가운데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용사는 에릴과 함께 남아있는 그림자들을 차례로 쓰러트렸다. 용사의 총알과 에릴의 화살이 그것들의 머리를 뚫고 날아갔다. 총신을 따라 푸른 마력이 흐른다. 용사의 눈에 모든 것이 느려보였다. 아무 느낌 없이 이 죽음의 존재들을 학살했다.


하지만 이 그림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아무리 썰고 태워도 결국 다시 깊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뿐 만이 아니라 유르토아도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수호자가 발을 구르자 그들의 발 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금단 마법!’


용사는 재빨리 에릴을 발로 차서 마법진 밖으로 밀어냈다. 다르고스도 하늘 위로 날아 범위에서 가까스로 도망쳤다. 그러나 용사는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순식간에 마법진에서 붉은 번개가 내리쳤다. 에릴의 코앞에 번쩍이는 빛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법진이 사라지고 번개가 만들어낸 불길 속에서 한 존재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용사님!”

기적적으로 용사는 살아있었다! 아니 그는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의 갑옷 틈 사이로 푸른 불꽃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불꽃이 바닥의 불길에 옮겨붙더니 용사의 것처럼 푸르게 변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불은 바닥을 따라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림자들을 갉아먹었다.


유르토아의 발밑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수호자는 주춤거리며 그 불꽃들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에릴은 멍하니 용사를 바라보았다. 불길 속의 그 남자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점차 에릴의 곁에도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용사에게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그렇게 불꽃이 에릴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곧이어 그녀의 몸이 붕 뜨더니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야 꼬맹이! 정신 차려!”


에릴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다르고스가 거대한 앞발로 그녀를 잡고 있었다.


“저 녀석, 상태가 이상해.”


에릴은 다시 용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불꽃이 다른 색으로 점차 변질되어갔다.

보라색.

마치 다르고스의 것처럼 진한 보라색 계열로 바뀌었다. 이전보다 사납게 불꽃은 유르토아를 노리고 있었다.


용사는 유르토아를 향해 걸어갔다. 타락한 수호자는 처음으로 가장 두려운 존재를 마주했다. 그의 위압감이 수호자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불쌍한 존재는 용사를 향해 포효했다. 두려움을 잊고 맞서기 위해. 그러나 이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유르토아는 용사의 그림자 아래에 서 있었다. 자신의 어둠을 집어삼킬 더 깊은 어둠.


용사가 손짓하자 바닥에 불꽃들이 그의 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에릴과 다르고스에게도 그 열기가 느껴졌다. 살을 쑤시는 듯한 강렬한 열기가 그들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용사는 주먹을 쥐었다. 응축된 불꽃이 그의 팔과 손을 타고 흘러들었다. 유르토아의 주변으로 수십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마지막 발악.

수호자는 자신의 마력을 모두 소모해서라도 용사를 소멸시키려 했다. 용사는 아무말 없이 수호자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모든 불꽃이 담긴 손으로 성검을 쓸어내리자, 거대한 열기가 옮겨가기 시작했다.


유르토아가 한 발을 바닥에 내딛자, 수십개의 마법진에서 우레와 같은 폭풍이 쏟아졌다. 다르고스가 날개로 에릴을 감싸고 있지 않았다면, 둘 다 벽에 처박혔을 것이다. 그만큼 폭풍의 바람은 매서웠다. 수호자가 서있는 바닥의 벽돌들이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폭풍 한 가운데 서있었다면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용사를 향한 증오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용사가 성검을 휘둘렀다. 강력한 폭풍속에서도 그는 손쉽게 성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다음에 일어난 일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불꽃이 폭풍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유르토아 마저 집어삼켜버렸다. 비명을 지를 새 없이 타락한 수호자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마치 그것의 발악이 하찮다는 듯이 불꽃은 유르토아를 비웃고 있었다.


다르고스와 에릴이 바닥에 내려왔을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벽과 바닥에 그을린 자국이 전투의 양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체...”


다르고스는 용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용사의 눈에는 보라색 불꽃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봐... 우리라고.”


그는 에릴과 다르고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마룡의 직감이 위험하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야! 젠장!”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야! 꼬맹이, 일어나!”


에릴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용사를 보는 순간 공포가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 몸이 굳어갔다. 다시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두려운가? 도끼를 잡아라. 그럼 해결될 것이다.]


“도끼...”


그녀의 손이 등에 있는 도끼로 향했다.


“너 뭐하냐?”


다르고스는 에릴과 용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에릴의 손에 도끼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곧이어 뜨거운 무언가가 도끼로부터 전해져왔다. 손, 팔, 가슴... 그녀의 머릿속으로 강렬한 열기가 올라와 공포를 태웠다.


[잘했다. 가서 싸워라! 전장의 공포를 이겨내라!]


에릴이 몸을 일으키자 전쟁의 광기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야.. 야 그거 당장 내려놔!”


다르고스는 조급했다. 가뜩이나 용사도 저 모양인데, 에릴마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크아아악!”


다르고스는 에릴을 피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녀의 타겟은 용사로 바뀌었다. 곧바로 그녀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도끼날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용사를 공격했다. 투박하지만 거센 공격이 이어졌다. 용사는 이를 가볍게 피했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도끼날이 그의 갑옷을 피해갔다.


텅!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

용사가 손으로 도끼날을 잡자 경쾌한 쇳소리가 방안을 울려퍼졌다. 에릴은 끙끙대며 도끼를 다시 빼내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용사의 보라색 불꽃이 옮겨붙으며 에릴의 오른팔을 태웠다.


“크으으윽”


용사가 손을 놓자 에릴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오른팔이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곧바로 다시 새 살이 돋더니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다르고스는 위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를 선택해야 되나? 아니 그냥 도망칠까?

누가 이기든 간에 다음 공격은 자신에게 이어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도망치자니 용사와 맺은 계약이 발목을 잡았다.


“아이 진짜! 나도 모르겠다.”


다르고스는 자신의 마력을 응축시켰다. 어둠의 마력이 그녀의 핏줄을 타고 폭발하듯 발산되기 시작했다.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 거다.”


그녀의 마력에 용사와 에릴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흑공]

그녀가 주먹을 내지르자 검은 마력이 그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에릴과 용사는 이를 피했지만, 그 마력이 바닥에 닿는 순간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졌다. 용사와 에릴은 그 검은 구멍 속으로 끌어당겨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릴은 용사를 노리고 있었다. 날아가면서 용사를 향해 도끼날을 휘둘렀다. 그는 에릴의 손을 잡아 저지시켰다. 그리고 작은 불꽃을 블랙홀 안으로 집어던졌다.


콰과광!


그 불씨가 타오르며 블랙홀이 터져버렸다. 다르고스는 허무한 표정으로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서로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갔다.


‘강력한 일격이 필요해!’


다르고스는 몸을 웅크렸다. 오르아에게 했던 것처럼 유성처럼 그 둘에게 돌격했다.


“에라 모르겠다.”


엄청난 속도로 용사와 에릴에게 몸을 던졌다. 용사도 손에 다시 보라색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에릴도 몸 속에 있던 전쟁의 의지가 도끼를 달구었다. 그렇게 모두의 마력이 한데 모이려는 순간.


“이제 그만!”


거대한 빛줄기가 이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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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3. 외로운 존재 21.10.06 58 2 8쪽
44 42. 어둠의 씨앗 21.10.05 61 2 8쪽
43 41. 푸른 파도와 검은 폭풍 21.10.04 58 2 7쪽
42 40. 진실을 추구하는 자 21.10.01 58 2 8쪽
41 39. 승리의 여신 21.09.30 58 2 8쪽
» 38. 광기 속의 대립 21.09.29 59 2 10쪽
39 37. 깊은 어둠속의 여신 21.09.28 59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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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 궁전 안의 숨바꼭질 21.09.24 65 2 8쪽
36 34.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21.09.23 6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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