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28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1.09.01 15:26
조회
77
추천
2
글자
9쪽

19. 영웅이 만든 희망

DUMMY

정제된 마력

용사는 몸 구석구석 흐르는 마나를 느끼고 있었다. 예리하면서 터질 것 같은 마력이 용사의 핏줄을 타고 흘렀다. 그는 이것을 하나로 압축해 성검에 흘려보냈다. 그 덕분에 성검에서는 하얀 빛이 아닌 푸른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반면 오레스에게 불안정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붉은 마력은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처럼 위태로웠다. 오레스는 두 쌍의 단검을 휘둘러 그 마력 폭풍을 용사에게 휘둘렀다.


바닥에 거대한 흉터를 남기며 붉은 폭풍이 용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도 푸른 불꽃이 담긴 성검을 휘둘렀다. 푸른 검격이 폭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불안정했던 마력이 다듬어지면서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점점 폭풍의 세기가 약해지더니 결국 소멸하였다.


오레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음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이프 룰렛]

그의 뒤로 수십개의 차원의 틈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단검들이 용사를 노리고 있었다. 화살처럼 단검들이 용사를 향해 쏟아졌다.

그는 성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푸른 불꽃이 칼날을 타고 흐르며 폭발하듯 발산되었다. 불꽃이 마치 채찍처럼 길어졌다. 그의 눈에 단검의 경로가 물 흐르듯 보였다.

용사는 곧장 단검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푸른 칼날이 날아오는 단검을 태워버렸다.


화려한 비무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내며 무녀의 비무를 보듯 황홀한 자태였다. 그의 자태를 보고 홀린 듯 오레스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푸른 불꽃이 그의 코 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크헉"


그의 어깨를 타고 몸까지 푸른 불꽃이 그를 태워나갔다. 세포 하나하나 고통을 지를새 없이 타서 사라지고 있었다. 오레스는 털썩 주저 앉았다. 어깨와 몸에 대각선 방향으로 큰 절단면이 생겼다. 피는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몸이 타들어가 절단면의 혈관이 막힌 것이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그것은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절망으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행운은 여기서 끝난 것이었다.


5번째 용사, 행운의 용사

태어날 때부터 그는 위대한 귀족 가문이었다. 그 덕분에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풍족한 먹을거리. 화목한 가족들, 귀족 계열의 고귀한 교육, 등등 그는 모든 것을 익히고 배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하려는 일들은 너무 쉬웠다. 심지어 용사의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용사가 되고 나서도 그 어렵다는 모험은 그에게 껌이었다. 행운의 축복. 그것은 그를 보듬어주고 있었다.


제 5대 마왕. 칼레로를 만났을 때도 그의 축복은 변함이 없었다. 그 강력한 마왕도 행운 앞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오레스가 던진 단검이 우연하게 마왕의 깊은 상처에 박힌 것이다. 몇 초만에 그 흉물스러운 몸뚱이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오레스는 감격스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 쉽다. 그의 마음에 자만심이 가득했다. 이후로도 그는 자신이 다른 용사보다도 선택받은 자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힘든 여정을 가볍게 마무리하지 못했을 테니까. 허영심이 그의 마음속에서 흘러내렸다.

그렇게 수백년이 지나고 다시 그가 이 세계에 돌아왔을 때는 너무 늦은 후였다. 그의 행운으로도 세계는 고쳐지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행운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불행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생각이 계속 그의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다른 사람 때문에 이 세계가 멸망한 거야. 나만 있었어도.'


결국 그는 타인에 대한 혐오증으로 번져나갔다.

어찌보면 행운이 그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 걸지도 모르겠다.


"켁. 케헥. 네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인과성, 행운에 의지한 네놈 탓이야."


용사는 예리한 칼날로 그를 노리고 있었다.


"하... 하...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


호흡이 가빠져 오고 있었다. 타들어간 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네 녀석들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말했잖아. [새로운 세계 ] 그것만이 답이다."


오레스의 눈에 불이 꺼져갔다.


"너도 우리와 다를바 없어. 곧 깨닫게 될거야."


그는 한 손으로 검은 안개를 가르켰다.


"아니..."


용사는 서늘한 칼날로 오레스의 목을 내리쳤다. 배신자의 최후. 목과 몸이 분리되어 그의 눈은 하늘로 향했다.


'그것이 네 녀석이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겠지."


5번째 용사는 그렇게 죽었다. 점차 그의 몸이 빛으로 바뀌더니 용사의 성검에 흡수되었다. 또다른 용사의 축복.


하지만 용사의 마음은 찝찝했다. 그가 사용한 검은 안개는 불안정한 마력 덩어리였다. 정확하게는 불길한 마력이었다. 세계의 지혜로 그것에 대한 느낌은 어느 정도 이해했으나, 아직도 모르는 부분은 많았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또 다른 용사들이 복수를 위해 돌아올 것이다.


그때 옆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부딪혀 기절해있던 마리에가 깨어난 것이다. 용사는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해주었다.


"어떻게 된거야?"

"모두 끝났어."


마리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 광산의 벽들에 흠집들은 그 전투를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진짜로 이긴거야?"


그녀는 믿기지 않는듯 다시 되물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마리에, 이 갑옷이 아니었다면 큰일날 뻔 했어."


그녀는 용사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잘 어울리네. 다행이야."


그녀는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마리에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자유.

길고 길었던 속박이 풀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 다른 용사들이 다시 찾아올지 몰라."


용사는 마리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위로와 안도가 담긴 손길이었다.


"이곳 사람들을 데리고 빠져나가자."


마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

도레스는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아주었다. 수십명을 이끌고 온 용사는 말 그대로 모두의 영웅이었다. 그의 자태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오라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 깡통같던 용사가 아니었다.

라비에는 자신의 오랜 친구와 포옹했다. 지옥같은 시간에서 벗어나 모두 자유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사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에게 축복을 노래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들의 환호. 용사는 마음 한쪽이 찡해졌다. 그간의 고통이 씻은 듯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해냈구만! 그 노인의 말이 사실이었어!"


도레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마을 광장에 울려퍼졌다.


"혹시 몰라서 그 지팡이도 넣어뒀는데 도움이 됐나 몰라?"

"큰 도움이 됐어요."


용사는 감사하다는 의미로 도레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더 고맙네."


도레스는 용사의 손을 잡았다. 기쁨으로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죠?"

"우리 모두 여기서 떠나야지. 아무도 못 찾는 곳으로 갈거야. 최대한 빨리 옮길 생각이네"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이상 그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원했다.


"마리에, 너도 인사해야지."


마리에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쑥스러운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용사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고마웠어 마리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수고했다는 악수.


"흠..흠.. 처음 일은 잊어줘."


처음 일이라면 그에게 총을 겨눴던 일이었을 것이다.


"괜찮아. 나도 네 손을 꺾었으니까."


마리에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도레스가 용사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거. 자네가 의뢰한 무기일세."


그의 손에 기다란 엽총이 들려 있었다. 푸른 빛깔의 개머리판과 총열에 새겨진 작은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총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고맙습니다."

"자네의 마력량을 버틸수 있도록 만들었네. 총알은 필요없고 오로지 마력으로 발사되는 총이지."


용사는 엽총을 등 뒤에 매었다. 찬란한 갑옷과 무기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도 고개 숙여 작별 인사를 했다. 그의 뒷모습에 사람들은 프린시피아의 축복을 기도했다.

용사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두렵지 않았다. 이 세계에는 고통만 있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용사는 굳게 다짐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46. 속죄의 기한 21.10.11 54 2 9쪽
47 45. 복수는 행복을 만들 수 없다. 21.10.08 57 2 9쪽
46 44. 자신이 바라는 것 21.10.07 55 2 10쪽
45 43. 외로운 존재 21.10.06 58 2 8쪽
44 42. 어둠의 씨앗 21.10.05 61 2 8쪽
43 41. 푸른 파도와 검은 폭풍 21.10.04 58 2 7쪽
42 40. 진실을 추구하는 자 21.10.01 58 2 8쪽
41 39. 승리의 여신 21.09.30 58 2 8쪽
40 38. 광기 속의 대립 21.09.29 59 2 10쪽
39 37. 깊은 어둠속의 여신 21.09.28 59 2 7쪽
38 36. 이 몸 등장! 21.09.27 56 2 9쪽
37 35. 궁전 안의 숨바꼭질 21.09.24 65 2 8쪽
36 34.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21.09.23 62 2 9쪽
35 33. 하나가 아닌 셋 21.09.22 60 2 7쪽
34 32. 신들의 결정 21.09.21 74 2 9쪽
33 31. 어둠이 빛을 삼키다. 21.09.20 67 2 8쪽
32 30.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의지 21.09.17 66 2 8쪽
31 29.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하나다. 21.09.16 71 2 8쪽
30 28. 신들의 잔재물 21.09.15 71 2 9쪽
29 27.잠자는 엘프의 여왕 21.09.14 73 2 9쪽
28 26. 사막 속에서 바늘 찾기 21.09.13 68 2 9쪽
27 25.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21.09.10 77 2 9쪽
26 24. 신들의 명분 21.09.09 74 2 8쪽
25 23. 신들이 만든 무기 21.09.08 74 2 8쪽
24 22. 용의 웃음소리 21.09.07 80 2 7쪽
23 21. 가장 불안한 동료 21.09.06 79 2 8쪽
22 20. 마을 안의 목소리 21.09.03 75 2 8쪽
» 19. 영웅이 만든 희망 21.09.01 78 2 9쪽
20 18. 행운은 우연일 뿐이다. 21.08.31 89 2 9쪽
19 17. 라이르가 본 것 21.08.30 85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