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블랙라임입니다

D등급 고양이와 세계 최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블랙라임
작품등록일 :
2022.09.02 09:57
최근연재일 :
2022.10.15 22:28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690
추천수 :
3
글자수 :
181,709

작성
22.10.01 17:47
조회
31
추천
0
글자
11쪽

베키, 그녀 (4)

DUMMY

오크와의 전투 후로 이틀, 발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여정의 6일째 되는 날 아침


“으윽”


처음으로 신체 강화를 시도해봤을 때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뜬다.

마치 온 몸의 혈관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루에 두 번을 기절해버렸네’


내가 무사한 걸 보니 상황은 무사히 종료된 것이 분명했다.

까망이 또한 품 속에서 잘 자고 있었다.


‘베키는 괜찮을까, 얼마나 지난 거지’


이제 관건은 다른 인원들도 무사한지 확인하는 것

그녀를 필두로 부상 당했던 용병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녀석을 처리했던 시점에도 여전히 오크는 400마리 이상이 남아있었으니까 만만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움직이지 마”


두 번째 보는 익숙한 마차의 짐칸 천장 아래에서 몸을 일으키는 나를 막아서는 자가 있었다.


“너···”


계속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베키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힐이 참 쓸모가 없다니까, 회복이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그녀가 내 오른팔을 쓰다듬었다.


“들었어, 애썼다고”


“오빠 덕분에 다들 산 거나 다름 없다던데? 고마워”


씨익-

미소를 보이는 그녀

역시 멍청이란 말보단 감사 인사가 훨씬 낫다.


“다 차려진 밥상에 한 숟갈 얹었을 뿐이야”


이럴땐 겸손을 떨어주는 게 제맛이었다.


“이걸로 빚은 없는 거다?”


서로 한 번씩 생명을 구한 사이라니, 세상에 이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푸하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웃기네”


미소를 넘어 그녀의 웃음이 터졌다.

완전히 기운을 회복한 듯한 그녀의 모습에 온 몸의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이걸 위해서 그 난리를 쳤던 거지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


아직은 주변 인물의 죽음을 경험하고 싶진 않았다.


“응, 오빠 덕분에”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모양이다.


“···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하하,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해줘야 고마워할 맛이 난다고”


그녀의 눈이 장난스러운 빛을 띄었다.


“나도 고마웠어”


생각해보면 나도 그녀를 왜그랬냐고 나무라기만 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었다.


“앗”


한 방 먹었다는 듯이 눈이 커지는 그녀


“그런데 이건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있어”


그동안은 그저 그녀의 성격이 뒤에서 힐을 해주는 것보다 앞장서서 싸우는 게 맞는 것이라 납득을 했었지만 뭔가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그래, 여차하면 본인이 희생할 것을 미리 전제로 깔아놓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살았지만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어”


“··· 미안”


그녀가 고개를 떨구며 분위기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같이 상대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잖아, 왜 그런 거야? 내가 못 미더워서?”


죽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혼자서 살아남느니 같이 마지막까지 버텨보는 게 나았다.


“그건 아니야! 그저···”


내 눈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외치는 그녀


“그저?”


이유가 뭔데


“난 고아야,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지내고 있었어”


“기억이 날쯤부터 쭉 같이 있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가족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쯤 나라가 온통 시끌시끌할 적에··· 그렇게 나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알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은 거”


“그 친구랑 뭐 대단한 거 하는 마냥 나가서 놀았어”


진한 후회를 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


“그런데 마을까지 내려온 고블린이 한 마리 있더라, 나는 겁을 먹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 그런 날 지키겠다고 친구가 그 녀석을 막아선 거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친구한테 힐을 해줬는데, 결국··· 흑”


빌어먹을 10년 전의 전쟁이 그녀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때··· 결심했어, 다음엔 내가 지키겠다고”


또륵-

그녀가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닦아내며 말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이라고 생각하던 친구의 죽음을 겪은 그녀, 인생이 바뀔만한 사건이었다.

나였다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한 치의 망설임없이 오크들에게 뛰어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소원 성취한 거네?”


그래도 더 이상 그녀가 과거에 갇혀서 죽을 고비를 겪는 건 보지 못 하겠다.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그녀


“맞잖아, 이번엔 진짜로 지켰으니까”


“하,하하··· 맞긴 하지”


눈물 자국을 뒤로 하고 쓴 웃음이 자리를 잡는다.

좋아, 우는 것보단 이게 나아


“그러니까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싸우자, 난 네가 희생하는 꼴 더 이상 못 봐”


누가 희생하니 그런 거 없이 같이, 이겨도 져도 같이

서로 온전히 대등해진 이 관계는 이제야 비로소 파티를 넘어서 진정한 친구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래”


그녀와 나의 얼굴엔 어느새 밝은 웃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날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을 멈춘 후

다수의 용병이 다치는 바람에 일정이 늦어져,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을 시작한 날이었다.


“··· 이렇게 된 겁니다”


마차의 짐칸에 나와 베키, 까망이, 아리엘 그리고 하킨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앞에 있었던 ‘정화’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한 자리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베키, 아리엘과 다르게 하킨은 양팔을 부목으로 고정하고 있었고 나는 안정을 취하며 누워있는 상태다.


“그래서 나한테 그런 걸 물어봤구나, 이제 이해됐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하고 있는 아리엘이었다.

지난 날, 우리 에스테로트 왕국의 마인의 소재를 찾기 위해서 그녀를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 다행이야, 섣부르게 일을 벌리지 않아서”


그녀는 나에게 진지한 눈빛을 보내왔다.


“응?”


정화에 관한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온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잠자코 들었던 그녀가 다행이라고 말한다.


“아리엘이 마인이었다면 자네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걸세”


그녀 대신 대답하는 하킨

그의 표정 또한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아···”


내가 정화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던 이유가 명백해졌다.

단순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일 지라도 협력을 구하기 위해 떠벌릴 수 있는 것인데 그조차도 조심했던 이유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행히 나도 별 생각없이 넘겨서 어디다 네 얘기를 한 적은 없어”


아리엘은 기억을 곱씹는 듯이 집중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겐 말하지 말게, 내가 알아서 둘러댈 테니”


“까망이의 색적능력은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것인가?”


하킨이 까망이를 바라보며 예리하게 눈을 빛냈다.


“네··· 라고 하고 싶지만 의문이 드는 일이 없는 건 아니예요”


“뭔가? 사소한 거라도 다 말해주게”


“왕국 기사단을 확인해 봤을 때, 이상하게도 전원 꺠끗한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약하게나마 감염된 게 당연한 상태였는데 이상하리만치 깨끗하던 왕국 기시단


“···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확인할 수 없는 걸 수도 있겠어”


아리엘이 끼어들었다.


“내 생각도 같네, 그녀 위로는 최소 B등급이니까 오러를 다룬다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내가 지금 어떤지 한 번 봐주겠나?”


하킨은 여전히 까망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무언가 기운을 조작하는 듯이 보인다.


“까망아, 어때?”


‘··· 걈염되어 있어, 깨끗했는데!’


깜짝 놀란 듯한 까망이의 목소리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감염되어 있답니다. 보이지 않았었는데···”


숨길 수 있는 거였다니,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까

마인 찾기가 멀어져 간다.


“역시, 내가 되는데 그들이 안 될 거라 볼 순 없겠지”


“일단 나에게도 정화를 해줄 수 있나?”


굉장히 찝찝한 듯한 그의 표정

자신도 모르는 뭔가가 몸 안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빠르게 정화를 하려면 역시-


“··· 지금은 안 될 것 같아요”


타격이 제일인데,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 뭘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워하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기사단 쪽은 내가 어떻게든 살펴 보겠어”


아리엘이 의지를 불태운다.

이번 오크의 왕에게서 특이점을 느낀 그녀가 가지게 된 경각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녀석은 특이 케이스란 거지?”


그녀가 말하는 ‘그 녀석’이라 함은 오크의 왕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 보통 몬스터의 왕은 그 이상의 단계가 없다고 했어”


까망이가 당황하고 멘탈이 흔들렸던 이유


“그런데 녀석은 그걸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이거지··· 뭐가 다른거야?”


“뭔가 달랐는데··· 잘 모르겠어”


기절하기 직전, 녀석에게서 무언가를 느꼈지만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녀석이 활개를 치면 지금 시기엔 더욱 감당하기 힘들게야”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쟁에 투입하고 있는 지금, 그런 재해급 몬스터가 움직인다면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었다.


“··· 정보를 좀 모아볼 테니”


하킨이 나를 바라보며 눈을 빛낸다.


“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전쟁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야, 부탁하네”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각자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르데 숲에서 보았던 엘프들과도 같은 모습

이 대륙을 정화하는 일에 점점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하킨 용병대의 야영지에서의 개인 정비 시간

레이몬드 조가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흡!”


후웅!

길이 2미터, 폭 50센치의 거검이 휘둘러진다.

무게가 상당한지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새였지만 그 위압감이 상당했다.

휘두르는 것만으로 주변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레이몬드! 그거?”


저녁이 되자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조원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보이는 그의 모습, 임시로 쓰던 보급 양손검 대신 오크의 왕이 쓰던 거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하하, 왔나? 애용하던 검도 부러졌겠다, 도전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쓸 사람도 없어서 싸게 살 수 있었지”


척-

온 몸을 땀으로 적신 그는 어깨 위로 그 거검을 기대며 웃었다.


“드디어 감사 인사를 할 수 있겠군, 덕분에 살았어! 하하하”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베키가 용병들의 방문을 계속 막고 있었다고 하는 것 같다.


“오크의 왕 중에서도 특별한 놈이었다며? 어쩐지 오크답지 않긴 했어”


하킨이 그냥 특별한 놈이었다고 말해놓은 모양이었다.

대충 그걸로 무마된 것 같아서 다행이려나


“그런 한 수를 숨겨놓고 있었다니··· 대련 한 판 어때?”


한참 웃던 그의 눈빛이 한 순간에 진지해진다.

까망이와 힘을 합쳤던 모습이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듯 했다.


“레이몬드! 적당히 하지?”


어느새 내 옆으로 와 부축을 하고 있는 베키가 눈을 째며 그에게 한 소리를 한다.


“아하하! 정말 마누라가 따로 없다니까”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레이몬드


“뭐? 일단 나랑 한 판 붙자!”


확-

순간 얼굴을 붉힌 베키가 순식간에 그에게 뛰어들었다.


‘마누라라니···’


두근-

그렇게 보이나···?

모태솔로에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나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분명 내 얼굴도 붉어졌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D등급 고양이와 세계 최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표지 일러스트가 나왔습니다! 22.11.04 23 0 -
공지 표지 일러스트를 제작 중입니다 22.09.26 21 0 -
공지 안녕하세요 블랙라임입니다 22.09.20 31 0 -
37 다이젤과 루시우스 제국 (2) 22.10.15 29 0 11쪽
36 다이젤과 루시우스 제국 (1) 22.10.09 22 0 11쪽
35 검은 귀신 (3) 22.10.08 29 0 11쪽
34 검은 귀신 (2) 22.10.06 22 0 12쪽
33 검은 귀신 (1) 22.10.05 26 0 12쪽
32 집결 발레스타인 (2) 22.10.04 24 0 11쪽
31 집결 발레스타인 (1) 22.10.03 28 0 11쪽
» 베키, 그녀 (4) 22.10.01 32 0 11쪽
29 베키, 그녀 (3) 22.09.29 26 0 11쪽
28 베키, 그녀 (2) 22.09.28 25 0 11쪽
27 베키, 그녀 (1) 22.09.27 30 0 11쪽
26 조 결성, 마법과 오러의 등장 (3) 22.09.26 28 0 12쪽
25 조 결성, 마법과 오러의 등장 (2) 22.09.24 32 0 11쪽
24 조 결성, 마법과 오러의 등장 (1) 22.09.23 33 0 11쪽
23 전쟁을 맞이하기 전에 (3) 22.09.22 31 0 11쪽
22 전쟁을 맞이하기 전에 (2) 22.09.21 32 0 10쪽
21 전쟁을 맞이하기 전에 (1) 22.09.20 44 0 11쪽
20 갑자기 전쟁 (3) 22.09.19 32 0 11쪽
19 갑자기 전쟁 (2) 22.09.18 41 0 11쪽
18 갑자기 전쟁 (1) 22.09.17 41 0 11쪽
17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6) 22.09.16 45 0 11쪽
16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5) 22.09.08 45 0 11쪽
15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4) 22.09.08 43 1 11쪽
14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3) 22.09.08 43 0 12쪽
13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2) 22.09.07 45 0 11쪽
12 숲과 엘프 그리고 악마 (1) 22.09.07 47 1 12쪽
11 하수도와 사제 (4) 22.09.06 4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