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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3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용병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독수리3호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최근연재일 :
2023.05.16 12: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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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253

작성
23.05.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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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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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이 세계

DUMMY

* * *


“이게 다 널 위한 게다.”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

“헛소리라니?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저를 위하다니요! 그냥 가만히 두는 게 저를 위하는 일입니다.”

“크흠. 네 놈에게도 나쁘지는 않을 게다. 어쩌면 네 앞에 놓인 벽을 부술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벽을 부술 계기······ 요?”


진천은 계기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단단한 벽.

다음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이 벽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네놈이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터무니 없는 경지에 올랐지. 그건 네놈도 잘 알겠지?”

“그건 그렇지만······ 여기에서 더는 진척이 없지 않습니까?”

“어쨌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게 필요하지. 그리고 그중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고.”

“경험이요? 경험은 이미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사부님과 대련도 그렇고, 혈교 놈들과의 사투도 그렇고! 그것 때문에 괜히 무명투귀라는 이상한 별호만 붙지 않았습니까?”

“싸움박질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건 균형이 필요한 법이다. 무공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른 것들을 직접 겪어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


권천우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전했다.


진천은 이미 또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랐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진천 혼자서 벽을 넘을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대로 혈교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작은 실마리를 줘서 다른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는 게 좋아 보였다.


“이참에 네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겪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

“그럼 강호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미 그런 것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더냐?”

“경험이 부족하다면서요?”

“하아. 이런 아둔한 놈을 봤나. 답답하구나. 답답해.”

“······.”


진심 가득한 권천우의 말에 진천은 말을 아꼈다.


“지금 네놈이 강호에 나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을 것 같으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봤자 싸우는 것뿐이겠지.”

“경지를 넘으려면 더 강한 자와 상대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천마와 붙을 생각이냐? 아니면 무림맹의 맹주와 붙으려는 게냐? 그들과 붙으면 무림에 피바람이 불 텐데. 뒷감당은 네가 하려는 게지?”


싸늘한 일갈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진천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고, 권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 이를 따라서 새로운 세상을 겪어봐라.”


진천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권천우의 말에 김학수를 살폈다.

단순히 경험을 말하는 것이라면 굳이 새로운 세상이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무림이 아닌 세상이라고?’


김학수의 외형에 진천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김학수는 무림인과 비슷한 풍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무림에서는 볼 수 없는 복장이었다.


“저분은?”

“다른 세상에서 온 자다.”

“그 한국이라는 곳이요?”

“무림과는 다른 세상이지. 무공 대신 과학이라고 했던가? 이상한 공부가 주를 이루는 곳이라더구나.”

“과학? 그게 뭡니까?”


처음 듣는 말이 어색한 진천은 그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거운 쇠가 하늘을 날고, 기백이 넘는 사람들을 태워서 먼 거리를 옮길 수 있다고 하더구나.”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쇠가 하늘을 날아요?”


진천은 황당한 눈으로 권천우를 바라봤다. 그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사실이네.”

“하! 현경에 오른 고수가 허공섭물을 펼쳐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그거야. 직접 보면 될 것 아닌가?”

“그, 그건······.”


진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김학수의 말처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다른 세상으로 갈 수는 있는 겁니까?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내가 여기 있질 않은가?”

“그게 가능했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직접 가 봐라. 새로운 경험은 네게 큰 도움이 될 터.”


권천우의 진지한 태도를 보면 헛소리가 아닌 게 분명했다.


‘정말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데.’


쉽게 믿기 힘든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썩 내키지 않았다.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여기에서 세상을 겪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크흠. 거기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일이라니요? 언제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면서요?”


곧바로 달라지는 권천우의 말에 진천은 다시 투덜거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지금 이런 모습이 지금까지 그가 봐왔던 사부의 모습이었다.


“혈교!”

“예? 여기에서 갑자기 그놈들 얘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숨어 있던 혈교의 잔당들이 저쪽으로 넘어간 것 같다.”

“저쪽? 저쪽 세상으로요?”

“그래.”


권천우를 도와서 혈교와 싸웠던 만큼 놈들의 잔악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


말을 아끼는 사부의 모습에 진천은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독한 놈들.’


무림을 벗어난 다른 세계로 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문제는 그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어딘지도 모르는 이상한 세상으로.


“그럼 제가 저쪽 세계로 가야 하는 겁니까?”

“그럼? 늙은 내가 가랴?”

“저보다는 사부님께서 움직이시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이런 고얀!”


순간 쏘아지는 권천우의 살기에 진천은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부의 진심 가득한 짜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농입니다. 당연히 제가 가야죠.”

“흰소리 그만하고 채비하거라.”

“채비라니요? 설마, 지금 바로 가라는 건 아니죠?”

“길게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지. 어떤가? 괜찮겠나?”

“문제없습니다. 빨리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김학수는 권천우의 말을 반겼다.

비록, 무존인 권천우가 아닌 그의 제자와 함께 가야 했지만, 진천 역시 엄청난 고수였다.


‘세희와 비슷한 또래 같은데 저 정도의 고수라니.’


조금 전에 느낀 진천의 기운은 그조차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강기를 능숙하게 펼칠 정도로 뛰어난 경지에 놀란 김학수는 곧바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응? 그건 뭡니까?”

“결정이라는 거네. 몬스터들을 잡으면 드물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몬스터? 결정?”


진천은 결정에 관심을 보였다. 흐릿한 빛을 뿜어내는 작은 돌이 상당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내단 같은데요? 그 몬스터는 뭡니까?”

“상식을 벗어난 괴물이라고 해야 하나?”

“괴물이요?”

“흉측한 놈들이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했지.”


김학수는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몇십 년 전부터 나타난 몬스터와 그들을 상대하는 능력자들에 관한 이야기들.


“몬스터라. 신기하군요.”

“직접 마주하면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을 거네.”


김학수는 진지하게 말했지만, 진천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김학수가 말한 몬스터에 흥미를 보였다.


‘이 기회에 부족한 내공을 저 결정으로 채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데.’


놈들을 잡고 나오는 결정은 영물의 내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평생에 한 번 만날까말까 한 영물이 널려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이제 됐습니다.”

“이렇게나 빨리?”

“어차피 제가 가진 능력을 사용하는 거라 준비할 것은 결정뿐이었습니다. 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겐가?”

“혼자 차원을 넘기에는 충분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차원을 넘는 건 처음이라······ 이것만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기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김학수는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나름 충분한 양의 결정을 가지고 왔지만, 걱정이 일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진천이 차원의 틈 사이에 갇힐지도 몰랐다.


“허면, 이놈 내공을 쓰는 건 어떤가? 저래 봬도 화경에 오른 놈이니까 부족하지는 않을 거네.”

“그것이······.”

“자네가 다루는 기운 역시 근본은 같을 터.”

“차라리 더 많은 결정을 구해오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바로 움직일 줄은 몰랐거든요.”

“흐음.”


잠깐 고민하던 권천우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새하얀 천에 쌓인 검붉은 구슬이었다.


“그건 뭡니까?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품고 있는데?”

“내단이다.”

“내단이요?”

“그래. 이무기의 내단이지.”

“하! 이런 게 있었습니까? 근데, 왜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습니까?”

“······.”

“제가 내공이 부족하다고 했을 때, 이걸 줄 수도 있었잖아요?”

“네놈이 꼭 맡겨놓은 것처럼 말하는구나?”


진천은 서운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권천우를 바라봤다.


“하나밖에 없는 제자가 예전에 이각독망하고 싸우면서 죽을 뻔한 걸 모르는 겁니까?”

“고작 독사 하나 잡으면서 호들갑은.”

“고작 독사라니요? 그때 중독돼서 피똥을 쌌는데!”

“그때 내게 도와달라고 했더냐?”

“아니! 그걸 꼭 말로 해야 합니까? 제자가 죽어가는데?”

“그 싸움으로 화경에 오르지 않았더냐? 그때 내가 나섰다면 그런 기연도 없었을 터.”

“하! 무슨 사부가······.”

“그래서? 불만이냐?”


짜증 섞인 말투와 함께 권천우의 주변으로 살기가 피어올랐다.

평소라면 지독한 살기에 꼬리를 말았을 진천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랐다.


“그럼 불만이 있지! 없겠습니까?”

“이놈이? 실성을 했나! 어디 한군데가 부러져야 정신을······.”

“그거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내키지 않았는데. 이참에 누워서 심상 수련이나 더 해야겠습니다.”

“······.”


이제 칼자루는 진천이 쥐고 있었다. 이대로 고집을 피운다면 권천우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노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저······ 준비가 끝났습니다. 어르신.”

“크흠. 알겠네. 채비하거라.”

“정말 가야 하는 겁니까?”

“내키지 않는다면 말아라. 어차피 내가 아쉬운 건 아니니.”


권천우도 강하게 나갔다.

혈교를 막는 것도 중요했지만, 당장 그들과는 상관없는 곳의 일이었다.


냉랭한 그의 태도에 김학수가 진땀을 흘렸다.

꿩 대신 닭이라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진천과 함께 움직여야만 했다.


“좋은 경험이 될 거네. 내 편의를 봐줄 테니 함께 해주게.”

“크흠. 알겠습니다.”


진천은 김학수의 간절한 청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야만 했다.

비록, 심상 수련을 하겠다고 했지만, 막막했다.

권천우의 말처럼 새로운 곳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 경지에 오를 실마리를 찾을지도 몰랐다.


“매사에 신중히 움직여라. 강호와는 또 다를 터. 일신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놓는 순간······.”

“걱정하지 마세요.”

“진중한 놈이었다면 이런 말도 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걱정이 되면 사부님께서 직접······.”

“뭐 하는 건가? 그만 움직이게.”

“아, 알겠습니다.”


무뚝뚝한 두 사람의 인사를 뒤로한 김학수는 손에 쥔 결정의 힘을 끌어 올렸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막대한 기운이 일었다.


우우우웅!


김학수를 중심으로 강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익숙한 전음이 전해졌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강녕하세요.


대꾸를 하기도 전에 피어난 기운이 둘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사람.

권천우는 사라진 제자의 모습이 걱정인 듯 중얼거렸다.


“집착이 깊어질수록 길은 더 좁아지거늘. 이참에 그걸 깨달으려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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