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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3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용병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독수리3호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최근연재일 :
2023.05.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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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53

작성
23.05.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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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장

DUMMY

“흐음.”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전말을 들은 권천우는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학수는 그런 노인의 눈치를 살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앞에 있는 권천우의 결정이었다.


‘어르신의 도움만 얻을 수 있다면 우리 세상도 평화로울 수 있을 텐데.’


세상에 알려진 김학수의 모습이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만약 그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이 모습을 봤다면 눈을 비볐을 정도로 낯선 광경이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능력자이자, 서울을 구한 영웅이었다.

능력자들 중에서도 몇 없다는 S등급의 능력자로,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초인이 바로 김학수였다.


그 역시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로, 밖에서는 원로 대우를 받을 정도로 명망이 있는 인사였다.

하지만 앞에 있는 노인에게는 비할 수 없었다.


“어, 어르신?”


계속되는 침묵에 그는 조심스럽게 권천우를 일깨웠다.

그의 부름에 권천우는 눈을 떴다.


‘흐읍!’


김학수는 강렬한 안광과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노인의 기운에 절로 고개를 숙였다.

그저 눈을 뜬 것에 불과했지만, 눈이 멀 것 같은 시린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수염과 단정하게 빗어넘긴 백발.

신선과 같은 노인의 모습은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사실, 일신의 무공은 신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무존 권천우.

세간에서 불리는 절대자의 이름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내로라하는 전대의 고수들도 모두 한 수 접어주고, 단일 문파로는 적수가 없다는 신교의 교주도 권천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실질적인 천하제일인.

이런 권천우였지만, 그 역시도 김학수가 가지고 온 소식에 고심이 깊어졌다.


“쉽지 않군.”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아니네. 자네가 이 소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놈들의 흉계를 몰랐겠지. 그놈들이 자네가 사는 세상까지 손을 뻗었을 줄이야.”


권천우는 질긴 혈교의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혈교는 이미 무림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혈교와 관련된 대부분의 마인들이 그와 제자의 손에 쓰러졌지만, 그 와중에 도망간 자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기회만 엿보던 놈들이었다.

이미 무림에서는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설 자리가 없어졌지만, 놈들은 무림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공의 흔적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견식이 부족해서······.”

“자네가 말한 흔적들 모두가 마공과 관련된 것들이네. 그곳은 무공이 없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거기까지 가서 마공을 수련할 놈들은 그놈들밖에 없지.”

“아직 그 세력이 미미한 것 같지만, 그마저도 저희 세계에서는 쉽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학수는 마공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공권력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공권력을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놈들을 소탕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나서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자네가 가진 힘만으로는 놈들을 감당할 수 없겠지.”

“······.”

“헌데, 내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네. 골칫거리들이 사라지니 다른 놈들이 날뛰고 있거든.”


권천우는 심상치 않은 무림의 동향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혈교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정파와 사파, 마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놈들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것 같던데.’


점점 그들의 충돌이 커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계기만 생기면 무림에 피바람이 불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놈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고.”

“혹, 제게 다른 무공을 알려주신다면 어떻겠습니까?”

“다른 무공이라. 글쎄. 지금 자네가 배운 무공을 소화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 것 같군. 다른 무공을 익혀도 쉽지 않을 거네.”

“그, 그렇습니까?”


김학수는 멋쩍어하며 쓰게 웃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이제 겨우 절정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물론, 그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로 불렸다. 하지만 여기에서 절정 고수의 가치는 높지 않았다.


절정의 고수가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고수가 수두룩했다.


‘이대로라면 저쪽 세상에 있는 양민들이 피해를 입을 터.’


결국, 권천우는 결심을 굳혔다.

놈들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쩔 수 없군. 그놈을 보내야겠네.”

“예? 그놈이라니요?”

“제법 도움이 될 거네. 그래도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는 놈이니까.”

“저희를 도와줄 고수가 있는 겁니까?”

“자질이 뛰어난 놈이긴 하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탈이지만.”

“예? 버, 버르장······ 크흠.”


김학수는 어울리지 않는 권천우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그의 입에서 이런 경박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게 놀라웠다.

혈교라는 말을 듣고도 평온하던 그가 그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떨떠름한 표정을 보였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움직이는 게 좋겠군. 여기에서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어르신.”


김학수는 권천우의 뜻에 따랐다.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다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노기 가득한 권천우의 목소리였다.


“이놈! 지금 뭣 하고 있는 게냐!”


* * *


진천은 권천우의 호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의 상황을 모를 사부가 아니었다. 이미 방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그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권천우가 갑자기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게 이상했다.


“보면 모르십니까?”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불순한 의도에 진천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또 빈둥대고 있는 것이냐?”

“빈둥이라니요? 수련 중입니다.”

“수련? 그렇게 널브러져서 빈둥대는 게 수련이라고?”

“육신을 움직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심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

“지랄하고 자빠졌구나.”

“지, 지랄이라니요? 무존이라고 불리시는 분께서 지랄이라니! 어찌 그런 천박한 말씀을 하십니까?”

“닥쳐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그게 저 때문이라는 겁니까?”

“허면?”

“제가 한 거라고는 사부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것뿐인데요?”

“허면? 그게 나 때문이라는 게냐?”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사부님께서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런 거겠죠.”


진천은 의뭉을 떨며 권천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런 어린 제자의 모습에 권천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고얀!”


곧바로 강력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쿠구구궁!


노기를 드러낸 것만으로 집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숨이 턱 막혀올 정도로 강한 기운이 주변을 잠식했다.


무형의 기운.

특히, 강력한 살기가 진천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애먼 집만 부서집니다! 어째 갈수록 화가 느시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제게 마음을 먼저 다스리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헌데, 사부님께서는······.”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이딴 걸로 뒈진다면 그냥 뒈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카로운 기운이 날아들었다.


파앗!


정확히 미간을 향해 쏘아진 예리한 기운.

지고지순한 경지에 오른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형지기였다.


타앗!


위협적인 공격에 놀란 진천은 급하게 몸을 비틀며 무형지기를 피했다.


사각!


알아채기도 힘든 강력한 기운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무형지기에 잘린 머리카락이 허공에 흩날리자, 진천은 커다래진 눈으로 권천우를 바라봤다.


“사람 잡을 일 있습니까!”

“겨우 이 정도도 피하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겠지!”

“하! 무림인들 대부분이 뒈지겠네요.”

“이놈이 그래도!”

“또 뭘 시키려고 이러는 겁니까?”

“시키기는 뭘 시킨다는 게냐? 하나밖에 없는 제자 놈이 허구한 날 방바닥에 딱 붙어서 놀고먹는데, 가만히 지켜보는 사부가 있다더냐!”

“심상 수련 중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시답잖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쳇! 몸보다 정신을 단련하라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네놈이 어디 한 군데가 부러져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뭐라?”

“그럼 계속 방바닥에 붙어 있을 테니까요. 부족한 마음 공부를 하는 것도 좋······.”

“이놈이 그래도!”


흥분한 권천우의 주변으로 다시 강렬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강기였다. 모든 것을 벤다는 강한 파괴력을 가진 결정체가 검의 형태를 띤 채 진천을 노렸다.

하지만 진천은 익숙하다는 듯이 구석에 놓인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쉬이익!


평범한 철검이 순식간에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허공섭물을 펼치며 검을 손에 쥔 그는 곧바로 내공을 불어넣었다.


파앗!


길게 솟아난 강기가 시린 빛을 뿜어냈다. 권천우의 강기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그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흥! 이전과 달라진 게 없구나!”

“뭔가 달라지기도 전에 살수를 펼치시니까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벽에 막혀서 답답한데 왜 애먼 사람을 들볶는 겁니까?”

“이놈이 그래도!”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제자의 말에 권천우는 다시 노기를 드러내며 강기를 날렸다.


쐐에엑!


순식간에 날아간 파괴적인 힘이 진천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 펼쳐진 푸른 장막이 날아오는 강기를 쳐냈다.


콰과광!


오히려 충격에 버티지 못한 벽이 터져 나갔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기다리던 김학수가 깜짝 놀라며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의 모습을 본 진천의 얼굴에 의구심이 어렸다.


‘저 사람은?’


진천은 어딘가 다른 김학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낯선 복장과 어색한 외형을 가진 사람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보면 연배가 있는 것 같았지만, 흘러나오는 기운을 보면 절정에 오른 자였다.


우우우우!


그런 그가 내공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에 진천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크흠. 많이 놀란 것 같군. 기운을 거두게.”

“그게······.”

“일을 키우지 말게.”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청년은 누굽니까? 혹, 도움을 준다던 사람이 저 청년입니까?”

“도움? 도움이라니요?”

“크흠. 네가 할 일이 있다.”


권천우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진천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깨달으며 투덜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괜히 역정을 내시더라니.”

“······.”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뭔데요?”

“네가 잠깐 다녀와야겠다.”

“이렇게 드잡이질을 벌이시는 걸 보면 가까운 곳은 아닌 것 같은데. 혹, 서역이라도 다녀오라는 겁니까?”

“서역이 아니다.”


평소와 너무 다른 사부의 모습이 의심스러웠다.

진천은 왠지 모를 불안함에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


“그럼 어딘데요?”

“한국이라고 했던가?”

“한국? 거기가 어딘데요?”

“여기와는 다른 세상.”

“예? 잘못 들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6 누루파파
    작성일
    23.05.16 12:46
    No. 1

    추천(재미있어요) 쿡- 누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혹시 시간 되시면 제 글도 보시고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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