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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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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2.10.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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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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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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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만난 동료 -2-

DUMMY

본선 경기를 소화한 빅터는 리카르도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눈들을 무시하고 그는 돌아갔다.

리카르도를 찾아 그와 대화하고 싶었다.

마지막 남은 전생 동료를 우연히 찾았는데, 이대로 놓칠수는 없으니까.

빅터는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용서치 않겠다는듯 위협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경기장을 빠져나와 프레지아 길드 곳곳을 돌아다녔다.

드루이드 리카르도가 있을법한 공원과 초원을 시작으로 섬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다가 해가 저물녘이 다 되었건만.

리카르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놓쳤군.”


빅터는 서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별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만날 방법은 하나뿐인가.”


빅터는 대진표를 떠올렸다.

세실리아가 짠 대진표대로면, 그는 결국 리카르도와 붙을 운명이다.

그 때까지만 기다리자.

빅터는 다음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저기요.”


그런데 숙소로 가는 길에, 누군가 그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니 메이 발렌티나였다.


“메이?”


“이런데서 만나네요. 산책이라도 가던 길이에요?”


빅터는 메이의 주변을 힐끗 봤다.

옆에 데리고다니던 동료들이 안 보였다.


“동료들은?”


“아, 먼저 돌아갔어요. 저는 아직 볼일이 남아있거든요.”


“무슨 볼일?”


메이는 빅터를 빤히 봤다.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정확히는, 당신의 그 검이요. 빅터. 검은 어때요?”


갑자기 빅터가 뜨끔했다.

싸우다가 한번 부러뜨렸다고 차마 말하기가 힘들었다.


“빅터?”


“음.”


그는 묵묵히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신비로운 녹색으로 빛나는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메이에게 검을 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빛이 강렬했다.

검을 유심히 살펴보던 메이가 나지막히 말했다.


“정말 엄청난 신성력이에요. 그새 또 신이라도 하나 죽였어요?”


노튼은 자신을 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를 아엘리아 대륙의 아홉 신성과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을까.


“비슷하지.”


“네? 비슷하다고요?”


“비슷한걸 쓰러뜨렸어.”


빅터는 노튼과의 싸움이 생각나서 도로 칼을 집어넣었다.

갑자기 메이가 보는 앞에서 칼날이 똑 부러질까봐.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것보다, 내게 달리 할 말이 있지 않나?”


“아, 음. 그러니까요. 빅터. 말할 사람이 당신밖에 없어서 그러는데······.”


메이가 조심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빅터의 귀를 살짝 당기고 조용히 속삭였다.


“리카르도 베르데라는 사람. 조심해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혼자 남았나?”


“네. 그 사람은 사실······.”


메이는 한번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리 벼랑 교회에서 주시하고 있던 사람이에요.”


“교회에서? 대체 무슨 이유로?”


“신 살해 미수 의혹을 받고 있거든요. 심록의 관에 대해서는 알죠?”


“알아. 숲과 나무, 그리고 녹색의 신.”


“그 신을 최근에 공격한 사람이 있어요.”


“그 범인이 리카르도 베르데라고?”


“저희 벼랑 교회에서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어요.”


리카르도가 그런 짓을 했을까?

전생에 만난 그와 이번 생에 만난 그는 조금 달랐다.

미묘하게 분위기나 느낌이 다른사람같았다.


“그런데 메이.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지?”


빅터는 신을 둘이나 죽였다.

노튼까지 포함하면 벌써 셋이다.

벌레구름을 죽인거야 모를 만도 하다지만, 금빛 태양은 경우가 달랐다.

메이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굳이 빅터에게 말하는 이유가 걸렸다.


“설마 나보고 리카르데를 죽이라고?”


“그런건 아니에요. 빅터. 당신은 신을 죽여봤잖아요. 혹시 리카르도한테서 뭔가가······느껴지던가요?”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다뤘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누군가를 고발할 수는 없을 터였다.


“잘 모르겠어. 그리고 리카르도가 신을 죽였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고.”


“그렇지 않아요 빅터. 심록의 관은 보통 신이 아니라고요.”


“그럼 특별한 신인가?”


“네. 그렇고 말고요.”


빅터가 메이를 빤히 쳐다봤다.

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빅터를 봤다.

눈을 맞춘 채로 메이가 입을 열었다.


“아엘리아 대륙의 아홉 신들은, 서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딘 애를 써요. 어느 한 신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약해지면, 그땐······.”


“신들이 서로 싸우겠지.”


“알고 있었나요?”


“나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조사했다. 이제 알 만큼은 알아.”


“네. 우리 벼랑 교회가 그걸 막기 위해 존재하는것도 알아요?”


“거기까진 몰랐군.”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알아둬요. 어쨌든 우리 벼랑 교회가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듯이, 심록의 관도 다른 신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신이에요.”


“그렇지만, 이미 신이 둘 죽었는데.”


“심록의 관이 막고 있으니까.”


메이가 대답했다.


“심록의 관과 백은의 손은 평화를 사랑해요. 다른 신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죠. 남아있는 신들이 잠잠한것도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거예요.”


빅터는 메이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게 바라는게 뭐지?”


“리카르도를 감시해줘요. 그가 심록의 관을 해치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될 걸, 항상 말을 빙빙 둘러하는군.”


“네?”


메이가 흠칫 빅터를 돌아봤다.


“항상이요?”


전생과 현생을 헷갈렸다.

이번 생에 빅터는 메이와 대화한적이 많지 않다.


“말버릇이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렸다.

메이도 더이상 캐묻지 않고 조용했다.


“어쨌든 리카르도를 조심해요, 빅터.”


“그래. 주의를 기울이지.”


“그럼 제 볼일은 그걸로 끝이에요. 이만 가 볼게요.”


“가기 전에 잠깐.”


떠나려던 메이가 돌아봤다.

빅터는 벼랑 교회의 성물, 싸라기를 검집에서 뽑았다.


“이 검을 빌려준 이유는 대체 뭐지?”


“신성을 모으려고요.”


메이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젠 알려줘도 되겠죠. 어쨌든 믿을 만한 사람 같으니까.”


“신성을 모은다고?”


노튼이 한 말이 떠올랐다.

프레지아 길드에 숨겨진 기록도 생각났다.

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건 세 가지.

신도와 신앙, 그리고 신성.

그중에서 가장 모으기 힘든 신성을 이 검에 모은다고?


“벼랑 교회도 신을 만들 생각인가?”


“네?”


메이는 전혀 처음 듣는다는듯 당황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저도 못 들은걸로 할게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벼랑 교회의 의중은 뭘까.

메이가 그들의 목적을 알기는 알까.

그녀가 넘겨준 이 검을 계속 써도 되는걸까.


“무기를 하나 새로 구할 생각인데.”


메이가 고개를 들고 빅터를 봤다.


“그때까지만 쓰고, 이 검은 도로 반납하지.”


“네? 이제와서요?”


“벼랑 교회가 이 검으로 뭘 하려는지 모르는 마당에, 더이상 함부로 휘두를수도 없으니까.”


“당신 뜻이 그렇다면, 알았어요.”


메이는 빅터를 말똥말똥 쳐다봤다.

더이상 할 말 없냐는듯이.

빅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도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수확철의 밀밭처럼 부드럽고 포근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밀이삭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시간은 느리다면 느리게, 빠르다면 빠르게 흘러갔다.

대진표에 붉은 가위표가 점점 늘어났고, 섬을 떠난 탈락자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빅터와 그의 일행들은 살아남았다.

대륙 최고의 길드 무투대회답게, 아직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다들 한가닥 했다.

빅터는 동시에 화살 다섯발을 쏘는 궁수와, 말 그대로 그림자에 녹아드는 도둑과, 검으로 바위는 물론, 산을 베어낼 기세로 휘두르는 전사를 꺾었다.

하늘에서 운석을 떨어뜨리려는 마법사는 오히려 손쉬운 상대였다.

그렇게 위로, 또 위로 올라간 어느날.

마침내 그 날이 다가왔다.


“빅터 루멘!”


빅터가 무대에 올라갔다.


“그 상대는! 리카르도 베르데!”


빅터의 마지막 남은 전생 동료가 무대위로 올라왔다.

그와 리카르도는 별 뜻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전생에나 현생에나. 리카르도는 사람좋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 너머로 뭔가를 읽어내는 것은 맥스의 속마음을 떠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럼 경기 시······.”


“아. 잠깐만요.”


리카르도가 세실리아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하나 궁금한게 있거든요. 프레지아 길드 가을 무투대회 1등 상품은 소원 1개라죠?”


세실리아가 못마땅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맞아. 하지만 길드원들 한정이야.”


“그래요?”


리카르도가 보란듯이 실망한 어투로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저는 돈이나 명예같은건 필요없거든요. 소원 1개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리카르도는 싸울 생각은 않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구경꾼들이 웅성거렸다.

보다못한 세실리아가 짜증스레 말했다.


“네 소원이 뭔데?”


“들어주시나요?”


“들어줄게. 하지만 이뤄주지는 못 해.”


세실리아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눈빛으로 리카르도에게 경고했다.

더이상 쓸데없이 시간끌지 말라고.


“알았어요. 그럼 제 소원을 말할게요.”


콰드드득!!


리카르도의 발밑에서 거목이 솟아올랐다.

그는 뻗어나가는 나뭇가지를 걸어 세실리아 앞에 내려왔다.

그리고 힘차게 선언했다.


“내 소원은 심록의 관을 죽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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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가을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2- +1 23.03.18 29 1 10쪽
131 가을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1- +1 23.03.17 2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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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정오의 오두막 -2- +1 23.03.11 3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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