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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공주는 상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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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작품등록일 :
2022.06.18 19:01
최근연재일 :
2023.09.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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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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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맞불작전(1)

DUMMY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이 모이면 힘은 강력해진다.

같은 목적을 향해서 동일하게 움직이기에,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백성들을 향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언행불일치를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이 그들이다.


한편으로는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언행일치를 강조하는 무리들.

모순의 극치 점에 놓여 있는 자들이, 백성들이 무지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런 그들의 일부가 정치적 색깔에 따라서 움직였다.


“이번 강풍에 창덕궁 내의 회화나무 세 그루가 허리가 잘려 나갔는데··· 그냥 단순하게 생각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물어보는 좌의정의 작은 눈이 더 작아졌다.

콧잔등을 자꾸만 손으로 만졌다.


좌의정은 늘 물었다.

자신의 생각을 결코 강요하지 않았다.

여러 의견들을 가감 없이 들어주었다.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강력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관철시켰다.

좌의정만의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어떤 때는 한없이 몸을 낮추었다.

어떤 때는 좌의정이라는 힘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강풍에 나무 몇 개가 부러졌다고 큰 의미까지 부여하기는 좀······.”

공조참의가 뭔 의미를 크게 두느냐는 말투였다.


“그냥 나무가 아니니까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겠지??!!”

좌의정은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묻는 것으로 대신했다.


“저도 좌상대감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조참의가 좌의정의 말에 적극 호응했다.

“무엇이 같다는 것인가?”

“하늘의 소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하늘의 소리를 보여준다고···??”

이조참의에게 물으면서도 좌의정은 고개를 계속 끄덕끄덕했다.


“임금이 지금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개혁을 멈추라는 경고의 소리이지 싶습니다.”

“그리 생각하는 어떤 근거라도 있는 것인가?”

“개혁의 바탕에는 백성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조참의는 말을 잠시 끊었다.

좌의정의 얼굴을 살폈다.


“우리 관료들의 손발을 묶기 위한 개혁이라는 것인가?”

좌의정은 이조참의의 남겨진 뒷말을 잽싸게 이었다.


“그렇습니다!!”

이조참의의 목소리는 전혀 떨림이 없었다.

좌의정의 생각을 충분히 안다는 의미였다.


“이조참의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앉아서 개혁이라는 칼날에 그냥 죽어야 된다는 것인데······.”

좌의정은 빙 둘러앉아있는 사람들을 쑥 훑어봤다.


“어찌 앉아서 개죽음을 당할 수 있겠습니까요!”

이조참의의 평소의 말투가 툭하고 튀어나왔다.


“개죽음까지의 말은 좀 그렇지 않은가요?”

공조참의가 이조참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손을 쓰지 못하고 당하면 그것이 개죽음이지요!!

말을 하는 이조참의는 얼굴이 벌게졌다.


“우리는 뜻을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필요도 없네!”

좌의정이 이조참의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한 여기는 편전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좌의정의 말은 늘 이러했다.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좌의정.

사람들은 좌의정의 이런 힘을 거부할 수 없었다.


“좌의정 대감의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이조참의가 좌의정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말꼬리를 잡고서 논쟁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공조참의도 바로 꼬리를 내렸다.

편전회의 때처럼 최소한 이 공간에서는 말로 논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공적인 자들이 사적으로 결합하여 은밀하게 힘을 규합하고 있으니까.

임금의 개혁은 더 이상 진행되어서는 아니 되는 이유들을 만들어냈다.


“좌상대감, 그렇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형조 정5품 정랑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좋은 말이네. 그것을 하고자 오늘 이렇게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니까.”

형조 정랑의 말에 좌의정의 얼굴이 환해졌다.

모인 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를 확실하게 파악했다는 의미였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속의 생각들을 전부 말해들보시게!”

좌의정이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좌의정 대감의 말씀처럼 왕의 개혁에 대한 생각들을 시원하게 드러내봅시다!!”

이조참의가 좌의정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전국 유림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유림들의 힘을 이용한다고??”

“전국에 있는 유림들의 힘이 작동만 되어준다면 그들에게 상소문을 올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림들의 힘을 우리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중요한 것은 이들을 어떻게 한쪽으로 힘을 모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봇물 터지듯이 이들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답답하게 막혔던 것들을 아주 시원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성균관 유생들의 힘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당연하네! 유생들의 힘을 어찌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왕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개혁이라는 말에 싹을 완전히 죽여 버려야 합니다!!”

관료들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주둥이를 놀려댔다.

좌의정은 오직 듣고만 있었다.

판을 벌여놓았으니 맘껏 놀아보라는 뜻이었다.


“이번 기회에 왕의 개혁을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들이 고사를 당할 것입니다.”

“그리 될 것입니다.”

편전회의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오직 왕의 개혁을 죽이는 것에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든든한 좌의정이 방패막이를 하고 있으니, 이들에게는 두려울 것은 없었다.


“좌상대감은 어찌 말씀이 없으십니까?”

“내가 낄 여백이 없는데 눈치 없이 어찌 끼어들 수가 있겠는가??하하하.”

웃음에 냉기가 흘렀다.


“역시나 좌의정 대감다운 말씀이십니다. 하하하.”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지금은 더 필요할 때이지.”

좌의정은 노련한 정치가였다.

일방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지 않았다.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좌상대감의 안목은 탁월하십니다.”

“함께하는 그대들이 있으니 나도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가??”

좌의정은 묻고, 확인을 하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 보완해갔다.


“뭔 재주가 있다고 왕의 시퍼런 개혁에 혼자서 맞설 수가 있겠는가.”

좌의정은 다른 이들을 끌어안는 힘은 강했다.

그럼에도 아니다싶으면 언제든지 냉혈한(冷血漢)으로 돌아섰다.


“다양하게 나온 말들을 들어 보니까···??”

좌의정의 생각을 은근 드러냈다.

앉아있는 모든 자들이 좌의정의 입을 주시했다.


“왕의 개혁에 대한 한계를, 계속적으로 외부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 이번 강풍에 회화나무 허리가 부러진 것을 최대로 쟁점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맞습니다!!”

좌의정은 나온 모든 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시금 물었다.

함께 하는 이들의 의지를 다시금 결집시키겠다는 속내도 있었다.


“좌상대감, 우리들의 뜻대로 전국의 유림들이 동조를 해줄까요?”

“그들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어야지겠지?!!”

“판을 깔아준다고요??”

다들 멀뚱한 눈으로 좌의정을 바라봤다.


“명분에 목숨을 거는 집단들이 바로 유림 집단들이지 않나?”

좌의정은 생각을 하라면서 함께하고 있는 자들에게 여전히 물었다.


“명분이라면 구체적으로요??”

좌의정의 입에서 큰 것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의 눈빛들이었다.


“그 명분을 지금 만들고자 이렇게 앉아있는 것이지 않나?!”

“······.”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일시에 모두 입을 닫아버렸다.


“창덕궁 인정전 뒤쪽에 심었던 회화나무가 100년 동안 아무런 변고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잖아?”

좌의정은 모인 자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맞습니다!!”

“왜 지금에 와서 강풍 때문에 100년 동안 잘 버텨온 회화나무의 허리가 잘려나간 것인가에 의미를 키우는 것이지!”


“의미를 키운다고요??”

함께하는 자들은 좌의정의 속내를 알고자 했다.



“의미에 힘을 실어서 확장을 시키면 명분이 되는 것이네!”

좌의정의 말은 알 듯 말 듯 했다.


“의미에 확장이라고요?”

“개혁이 아무리 좋아도 많은 이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키워야지”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들과 같은 것이네요.”

이조참의가 좌의정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네! 왕이 계속 고집을 피우면 궁극에는 하늘도 노여워한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야.”

“그 하늘의 노여움이 바로 100년 동안 전혀 문제없었던, 회화나무의 허리를 부러뜨린 것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는 것으로 왕을 압박하자는 것이지요??”

이조참의가 좌의정의 말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제야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네.”

좌의정은 빙 둘러앉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눈에 담았다.

10여명 정도였다.

이들은 좌의정 말 한마디에, 눈빛 하나에도 멈추지 않고 반응을 보였다.

좌의정 눈에 확실하게 들여야 하는 것이었기에.


“이런 명분들을 만들면 분명코 유림세력들은 강하게 저항을 할 것이고···”

말을 던지는 좌의정은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명분을 성균관 유생들은 과연 어찌 볼 것 같은가??”

좌의정은 다시금 툭하니 던졌다.


“이리 되면 성균관 유생들도 들불처럼 불이 붙을 것이겠지요!”

“우리는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야!”

좌의정은 아주 가볍게 말했다.




“좌상 대감의 그 깊고도 깊은 지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아부일지라도 과히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삶의 요령을 어찌 지혜라고 말을 하는 것인가.”

좌의정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저희들은 아직 삶의 요령이 부족한가봅니다.”

“좌상 대감의 경지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삶의 요령을 터득해야 하는 것입니까?”


“정치를 오래하다 보면 그냥 몸으로 터득되는 것이네. 하하하.”

좌의정의 웃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원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었다.


“좌상대감을 어찌 쉽게 따라갈 수가 있겠는지요!”

“우리는 지금 같은 배를 탔네.”

좌의정의 목표는 오로지 이혁의 개혁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백성들을 위한 세상 따위는 결코 올 수 없네! 와서도 아니 되는 것이고!”

좌의정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임금과의 전쟁선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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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선택의 시간들(2) 23.06.24 20 0 11쪽
119 119화 선택의 시간들(1) 23.06.23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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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5) 23.05.07 27 0 12쪽
116 116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4) 23.05.06 24 0 11쪽
115 115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3) 23.05.01 27 0 12쪽
114 114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2) 23.04.30 28 0 12쪽
113 113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1) 23.04.27 32 0 11쪽
112 112화 진짜, 바람몰이다(3) 23.04.25 29 0 10쪽
111 111화 진짜, 바람몰이다(2) 23.04.23 31 0 11쪽
110 110화 진짜, 바람몰이다(1) 23.04.21 29 0 11쪽
109 109화 전쟁을 벌이다(3) 23.04.20 32 0 11쪽
108 108화 전쟁을 벌이다(2) 23.04.19 27 0 10쪽
107 107화 전쟁을 벌이다(1) 23.04.18 28 0 12쪽
106 106화 바람몰이(6) 23.04.15 28 0 11쪽
105 105화 바람몰이(5) 23.04.14 27 0 12쪽
104 104화 바람몰이(4) 23.04.13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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